미인도 OST - 월야밀회
BGM을 꼭 들어주세요
중전 너탄 X 왕 전정국
上
밤이 깊어 모두가 잠든 시각.
서신도 한 통 없이 다급히 나를 찾아온 태형에 네가 머무르고 있는 궁으로 차디찬 발걸음을 옮겼다.
살갗을 타고 내 몸을 감싸오는 밤 기운이 유난히도 차가웠다.
- 전하께서 찾으십니다.
- ... 가지 않겠다 전하거라.
- ... 모셔 오시라 하였습니다.
- ......
- ... 아파하십니다.
아프다.
그 한마디가 뭐라고 그리도 네게로 떨어지지 않던 발걸음이 이리도 나를 재촉하는지.
볼때마다 적응이 안되는 이질적인 궐 안 풍경에 잠잠했던 머리가 다시 지끈거렸다.
금방이라도 제 호위무사의 허리춤에 채워져 있는 칼을 뽑아들어 무고한 사람을 무참히 베어버릴 것 만 같은 너의 모습과,
그런 너가 머무르는 거대한 궁을 둘러싸고 있는 만개한 벚꽃나무들.
“오셨네요.”
“…안 올 줄 알았는데.”
전정국.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네 얼굴에 아침에 먹은 음식들이 넘어올 것만 같아 파르르 몸을 떨었다.
얼굴에 제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너는 조용하고 느릿하게 제 탁상에 있는 술잔을 들어 입안에 털어내었다.
시선은 나에게 오롯이 고정한 채.
“...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봅니다.”
- 미안합니다….
- 다 제 잘못입니다... 허니 제발 ....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이 가쁜 숨을 쉬며 다 제 잘못이니 가지말라고 자신을 떠나지 말라고
내게 절절 매달리던 너의 목소리와 지금 너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취기가 돌기라도 시작한 듯이 발갛게 오른 네 귀가 보였다.
허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날 올려다보고 있는 너의 모습에 꽉- 주먹을 쥐었다.
“….”
“보고 싶어서요.”
“하…”
“... 중전의 표정을 보아하니,”
“나를 만나는게 썩 달갑지 않은가봅니다.”
" .... "
" .... 그럴만도 하죠. "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키지 않으려 있는 힘껏 내 아랫입술을 짖이겼다.
...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자박-. 자박-.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며 날 바라보던 너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왔고, 나는 그런 너를 노려보며 한발짝. 두발짝. 뒷걸음질을 쳤다.
“… 가까이 오지마세요.”
“... 입술.”
숨소리가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하며 내 앞으로 너의 얼굴을 순식간에 들이민 너는.
너의 그 긴 엄지 손가락으로 한껏 짓이겨져 피를 토해낸 내 아랫입술을 살살 문질렀다.
" 아픕니다. "
" ... "
“어떤 방법을 써도 안 오시더니.”
“아프다고 하니까.”
가까웠다.
숨을 들이킬 수가 없을만큼 너무 가까웠다.
너의 숨소리가 들리자 반사적으로 숨을 참았고, 너는 그런 내 반응에 저릿하게 입꼬리를 올려 둥근 호선을 그렸다.
“ 오시는 연유를 “
“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
* * *
이름 없고 힘 없는 가문으로 태어나 그렇게 한 평생을 제 가족과, 그리고 연모하는 사내와 함께 정을 나누며 살았으면 좋았으련만.
왕과 백성을 제 발 아래 쯤으로 여기며 그 권세와 욕심이 하늘을 찌르는 영의정의 사가 밖으로 갸날픈 아기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곧이어 그의 집 대문 밖으로 솔가지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금줄이 걸렸다.
- 응애..! 응애…!
어여쁜 계집 아기였다.
* * *
영의정의 끝없는 욕심은 자신을 더 높이
자신이 신이라고 생각하는 것 마냥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한 발판으로 여주를 첫번째 제사상에 올렸다.
세자와의 혼인
여주가 16세가 되던 해였고
힘이 없는 허수아비 왕에게서 태어난 세자.
전정국.
그의 나이 역시 16세가 되던 해였다.
태어나자마자 돌아가신 제 어머니 탓에 따스한 미소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자란 정국에게 있어
여주는 제게 처음으로 심장이 따뜻하게 물들정도의 따스한 미소를 보여준 여인이었다.
- 저하!
- 빈. 이리 자주 불쑥불쑥 찾아오시면…
- 괜찮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몰래 왔습니다!
- ... 오늘은 어인 일이십니까.
- 처소 안이 하도 지루해서 저하 얼굴이나 볼 겸 이리 찾아왔는데...
- 혹... 바쁘신 건 아니지요?
- ....마침 서책을 그만 읽으려던 참이었습니다.
- 헤헤, 역시 제겐 저하밖에 없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이유 없이 저릿하게 아팠던 심장을 처음으로 따스하게 매만져 준 여인이었고
- 흐으…
- 저하…?
- … 괜찮 .. 하아... 습니다 ...
- 저하, 어디가 안 좋으신겁니까? 어의를 불러올까요?
- 하윽… 아니요, 그냥.. 그냥 옆에, 옆에 있어주세요…
- …저하.
- 하아… 하…
- … 괜찮습니다.. 다 괜찮아요 …
그간 한번도 열린 적이 없는 내 마음을 활짝 열리게 한 첫 여인이었고
- 빈.
- ….
- …빈, 잡니까?
- ….
- … 빈.
- 아무래도 내가 빈을 ...
참으로 많이 연모하는 듯 합니다.
내 온기를 처음으로 나누어가진 여인이었다.
* * *
여주와 정국이 18세가 되던 해.
여주의 아버지 영의정은 기어코 반역을 꾀하였다.
정국의 아버지인 현 왕이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것을 안 후, 세자인 정국을 제 손으로 마음껏 요리해 먹으려 했으나.
정국은 그의 입맛을 맞춰 줄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국도 알고 있었다.
여주의 아버지가 반란을 일으켜 현 세자인 저를 없앤 후 여주의 오라비를 새로운 세자로 만들려는 흑심을.
허수아비같던 제 아비와 달리 정국은
제 목숨을 위협하는 반란의 싹을 처참히 도려내었다.
정국은 제 병사들을 이끌고 영의정의 부인과 그의 아들 셋.
그를 따르는 수 많은 수하들과 노비들까지.
영의정의 것이라면 모조리 박살내고 잔인하게 숨통을 끊어 놓았다.
- 아악... 저...하... !
- 아아악!!!!!!!!!
- 살려, 살려주십시오 !!!!!!!!!
수많은 울부짖음과 비명 사이에서
여주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제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제 가문과 부모를 죽인 자가 제 지아비라는 사실을 그녀가 알게 된다면 그녀는 어찌할까.
정국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제 앞에서 싹싹 빌며 목숨만 살려달라는 영의정의 목을 내리친 후 바라본 여주의 사가는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마당은 수 많은 시체들로 인해 핏물이 강을 이루어 흐르고 있었고
여기저기 걸레처럼 널려있는 시체들은 하나같이 눈도 감지 못한채 정국을 바라보는 듯 하였다.
정국은 피로 얼룩진 제 손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제 복잡한 심경을 보듬어주기라도 하듯이 비를 토해내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 영의정과 그의 식솔들의 머리를 모조리 궐 밖에 매달아라… “
여주가 지독히도 보고 싶어지는 밤이었다.
+) 이름 치환이 제대로 안돼서 수정을 몇번이고 시도했으나 글 길이가 너무 길다는 이유로 수정을 못하게 하네요 ..
구독료를 내주신 13명의 독자님께 미리 양해의 말씀을 드리며, 성/이름 치환을 수정하여 조각글을 두개로 나누어 올립니다.
부디 성/치환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부족한 글 봐주시는 예삐들 항상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