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리상 인간 75%, 피스틸 15%, 스테먼 10%, 베놈스테먼 4%, 안티스테먼 1%로 정하겠습니다.
* 음슴체주의
PISTIL BUS
w. 시타
B
" 내 눈에 밟히지 마. "
" 여주야? "
" ...... "
" 여주야??? "
" 어....왜?? "
미미가 나 안 좋아하는 것 가태. 창민의 아랫입술은 튀어나올 대로 튀어나와있었음. 순간, 아까의 일이 떠오름. 그때 윤미미하고 최찬희하고 같은 방에서 나왔단 말이지. 아까 봤던 미미의 얼굴은 분명히 빨개져 있었는데. 찬희가 아까 화냈던 이유를 알 것도 같았음. 둘이 싸웠는데 내가 더 분위기를 흐린 것인가. 그 생각에 이르자마자 찬희한테 미안해지기 시작했음.
미안한 일이 있으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찬희한테 사과하고 싶었는데 이놈의 낯가림 때문에 사과를 잘 못하겠는 거임. 결국 말없이 고민만 하다가 수업시간이 다 지나가 버렸고 누군가 내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는 느낌이 들면서도 돌아볼 생각도 안하고 멍하니 책 귀퉁이만 바라보고 있었음. 그런데 머리카락을 만지던 손이 정수리로 올라가서 톡톡 건드려대는데 승질나서 뒤를 돌아보니 이주연이 무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음. 순간 쭈그리가 될 뻔한 걸 참아야 했음..
" 여주야 이동 수업 가야지. "
" 응..? "
교실을 둘러보니 정말 나하고 이주연밖에 없는거임. 당황스러워서 얼른 일어나서 사물함으로 직행함. 독초의 향기에서 얼른 벗어나고 싶어서, 발이 꼬인 것도 모르고 계속 걸어가려다가 엎어질 뻔한 걸 허리에 감긴 주연의 팔 때문에 겨우 모면했지만. 넌 나만 보면 계속 넘어지더라? 주연의 비웃음 섞인 말에 멍하니 주연을 올려다봄. 계속 이러고 있을거.. 아니야!! 주연한테 벗어나자마자 사물함으로 달려가서 달아오른 얼굴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함. 결국, 이주연과 나는 5분 지각을 해 버림.
" 솔직히 말해라 새꺄. "
" 아니 왜 갑자기 욕질이여(;) "
" 진짜 말해라. 진짜. 너 이주연하고 뭐 있지? "
" 내가 더 궁금하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야? "
친구는 머뭇거리다가 말했음. 같은 반 여자애들이 주연이 날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면서 온갖 궁예를 펼치고 있다고. 오늘 음악시간에 늦은 것도 그렇고, 반에서 단 둘이 남아있었던 것도.. 야! 친구가 놀란 표정으로 탈바꿈하자 어깨를 딱 잡곤 친구야! 난 이주연한테 관심 털끝만큼도 없으니까 오해는 하지 마! 덕질은 공용이라며.. 라는 말을 내뱉으면서 친구를 안심시킴. 그런데 이주연이 진짜로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라면,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려옴. 그런데..그런데에.....
여주야, 난 사실 주연이를 응원해. 저 애가 더위를 먹었나? 경악한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보면 굳은 결심을 한 표정이었음. 여주야. 그리고, 난 사실 너하고 주연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짝을 바꾸면.. 자본주의 티가 흐르는 미소를 짓는 친구를 가볍게 무시하곤 걸어가다가 누군가랑 부딪힘. 왜 고등학교 들어서는 접촉이 심해지는 것일까, 하고 고개를 들어보면 최찬희. 아까의 일이 있던지라 찬희를 보자마자 자동으로 인상을 찌푸리게 됨. 찬희는 한쪽 입꼬리를 약간 올리곤 지나쳐서 친구랑은 환하게 인사함. 근데, 방금 나 비웃고 지나간 거 맞지?
' 왜 저래. '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당당하게 내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는 친구에 바람 빠진 웃음이 나옴. 창민과 얘기가 잘 통하는 듯한 친구를 내쫓을 수는 없을 것 같고, 내쫓기도 뭐했음. 엎드려 자고 있는 주연의 옆자리에 놓여져 있는 내 짐들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다가 친구를 한 번 째려본 뒤 주연의 옆자리에 착석함. 약한 독초 향기가 코끝을 찔러왔음. 계속 맡고 있으면 취할 것도 같아서 최대한 떨어져 앉았음. 수업 시작 종이 울리고, 친구는 비킬 생각이 없는 듯 했음.
물질 교환은 어쩌고저쩌고, 수업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음. 독초 향기 때문에도 그렇고 주연이 옆에 있다는 것 자체가 집중이 안됐음. 옆에서 뒤척거리는 소리에 미어캣처럼 반응하다가 다시 수업을 들으려고 하면 손을 잡아챔. 그러고선 손을 베고 잠. 도대체 무슨 잠버릇이람, 그런데 잠버릇이고 뭐고 손이 너무 저려 죽겠음. 슬쩍 손을 빼내려다 주연하고 눈이 마주침.
" 어.. ? "
주연이 상체를 일으키면 내 오른손은 주연의 왼손 안에 잡혀있기 마련이었음. 나 필기해야 하는데.. 피스틸이 베놈스테먼한테 무슨 요구를 할 수 있을까. 있다가 울며 겨자먹기로 친구한테 필기는 fall. 지창민하고 장난치는 거 보니까 친구도 틀렸다. 그렇게 멍하니 왼손으로 필기구를 만지작대다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호통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람. 너네 필기도 안 하고 뭐하는 짓이야! 창민과 친구한테 그러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음. 친구는 킬킬대고 있었고 제일 엄격한 과의 선생님의 시선은 나와 이주연이 맞잡은 손으로 가 있었음.
결국 수업 끝나고 잔뜩 깨짐. 더 화나는 것은 선생님들이 생각하는 평소의 주연의 모습이었음. 착한 모범생이라고? 내가 꼬셨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냥 결론적으로 나만 깨졌음. 오늘따라 기분이 나쁘다. 집 가자마자 오랜만에 김선우랑 고급시계나 해야겠음. 고개를 푹 숙이고 지하철역을 가고 있는데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애가 앞길을 막아섬.
" 너 김여주 맞지? "
" 어..응...그런데요..? "
" 잘됐다! 안녕, 난 1반에 권한이라고 해! "
난데없는 자기소개에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리자, 내 두 손을 잡고 말해옴. 너 이주연이랑 친하지? 아, 아니 그저 그래. 뭐래, 너 주연이랑 다니는 거 봤어. 도대체 왜 물어본 거야.. 얼빠진 채 여자애를 바라보고 있으면 빙긋 웃음. 나 주연이 좀 소개시켜 줘. 뭐..? 소개시켜 달라고, 부탁할게. 빙긋 웃는 한의 표정에는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뭔가가 서려 있어서,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음. 뭔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 했달까.
그리고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까, 한이라는 애를 만났던 일은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였음. 혼자 등교를 하다가 문형서를 만나서 같이 등교했는데, 교실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음. 학생들이 우리반으로 몰려 있었고 그 중심은 무표정의 이주연, 그리고 보통 남자애들도 반할 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권한이 있었음. 순간 흠칫함. 왜냐하면 지금 주연의 표정은 언짢은 일이 있을 때 짓는 표정하고 똑같았거든. 좀 예쁘게 생겼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네, 형서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몰려 있던 애들의 시선은 우리한테 집중되었고 한과 주연도 나와 형서를 쳐다보기 시작했음.
" 어, 여주야 안녕? "
" 어..? 으..응. "
" 주연아, 여주가 너 얘기 많이 해줬어~ "
내가 언제..? 그래, 주연을 소개해준다고 했었고 번호를 알려줬긴 했지만 얘기를 많이 하진 않았었음. 주연이 굳은 표정으로 날 쳐다보자마자 순간 저도 모르게 몸을 홱 돌려버렸음. 어디 가냐는 친구의 말도 무시하고 한적한 1층 화장실로 가서 문을 잠궈버림. 돌아서기 바로 전 순간,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날 쳐다보는 한을 잊을 수가 없었음. 불과 며칠 전, 주연은 치대는 여자 혐오할 정도로 싫어한다는 창민의 말을 들은 것도 같아서 뭔가 대형죄를 저지른 것만 같았음. 생각해 보니까 주연의 번호도 주연한테도 물어보지 않고 내 마음대로 가르쳐 준 것이었음. 주연의 입장에선 갑자기 모르는 여자가 문자하고 친하게 지내자고 해서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너무 복잡한 마음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음.
' 어떡하지.. '
결국 아침조례 종이 울리든 변기 커버 위에 몸을 웅크리곤 울어버림. 울면 그나마 괜찮아질 것만 같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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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타입니다~
오늘 찬희 분량이 너무 적죠? 점점 더 많아질 테니까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