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나 휴학할래 ”
“ 응? 뭐라고? 정환씨, 이 집은 조금 작지 않나, 아까 보고 온 그 집.. ”
“ 엄마? 엄마? ”
“ 미안해 우리 딸, 아까 뭐라고 했지? 뭐한다고? ”
“ 나 휴학한다고 ”
“ 뭐? 휴학? 이따 엄마 집 가면 다시 얘기하자, 정환씨 아까 그 집이 더 괜찮은 것 같지 않아? ..그럼 끊을게. ”
엄마가 결혼을 한다. 사실 나도 바라던 바였다. 엄마랑 아빠가 이혼하신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활발하고 밝은 우리 엄마가 나랑 둘이 산다는 것이 많이 답답하고 외로웠을 거다.
알바가 끝나고 집에 와보니 엄마가 혼자 TV를 보고 계셨다.
“ 엄마 나 휴학할거야 ”
“ 아니 얘가 왜 이래. 갑자기 웬 휴학? 휴학하면 뭐할라고? 빨리 졸업.. "
” 아빠한테 갈거야 “
” .... 그 사람한테 얘기했어? “
내 기억에 의하면 아빠와 엄마는 안 좋게 헤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엄마는 아빠 이야기가 나오면 꼼짝을 못했다.
” 곧 해야지 “
” 허락도 안 받고 그 멀리까지 갈려고? 너.. 설마 엄마 결혼하는 것 때문은 아니지? “
” ....아니야 “
거짓말을 잘 못하는 나는 서둘러 내 방으로 들어왔다.
”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방 밖에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아빠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아빠 저에요 오랜만이네요. 저는 요즘도 학교 다니면서 잘 지내요
엄마는 이제 결혼식이 얼마 안 남았어요. 이것저것 보러 다니면서 되게 행복한 것 같아요.
....
그런데 아빠, 저 이번 학기 휴학하고 아빠네 집에서 1년, 아니 한 학기라도 보내도 괜찮을까요?
작년엔 미국 가기에 학교가 너무 과제도 많고 시험도 많아서..
이번엔 동기들도 많이 휴학하고 그래서 저도 잠시 쉬고 싶어요.
....
그럼 이만 줄일게요.
답장 기다릴게요. 아빠 딸.
문을 열고 나오자 엄마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날 보고 계셨다.
“ 그냥 1년 반 동안 대학 생활하면서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 나 한 학기만 쉬다오면 안 돼? ”
그렇게 난 엄마의 허락도 받게 되었고 아빠의 승낙도 흔쾌히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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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 여기 바닷가에 앉아있다. 미국 포크스 지역. 한국으로 따지면 완전 촌구석인 이 곳에서 노트북 하나 들고 와 이런 저런 이력서를 쓰고 있었다.
아빠가 일하는 학교에서 자그마한 사무직이라도 구할 수 있나 싶어 타이핑을 하다가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았고, 내 눈에 띈 것은 절벽에 있는 무리였다.
남자 4명이서 바지만 입은 채로 티격태격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웅성웅성대는 소리가 나더니 그 중 키도 크고 덩치도 제일 큰 남자가 다이빙을 해 물에 들어갔다.
“ 우와.. ”
혼자 보고 있던 내가 나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그 남자의 뒤를 이어 나머지 3명도 서로 마구 장난을 치더니 한 명씩 절벽에서 다이빙을 했다.
보는 내가 다 시원해지는 다이빙이었다. 물론 9월이고 추운 날씨는 아니지만 포크스는 워낙 우중충한 날씨가 잦고 저녁 시간이라 물로 차가울 터였다.
어떤 남자가 머리를 털며 물 밖으로 걸어나왔다. 아마도 처음 다이빙을 한 그 남자일 것이다.
나도 모르게 내 시선은 그 남자를 향했다. 내 생각과는 달리 그 남자는 동양인이었다. 하지만 마치 연예인 화보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그 남자의 시선은 나를 향했고
그렇게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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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CM입니다. 첫 글인데 예쁘게 봐주시기 바라구요..
제목은 1화부터 바뀔 수 있습니다! 반응이 좋을 수록 1화가 빨리 올것 같습니당..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