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격태격 로맨스
W. Risque
티격태격 로맨스, 고딩편!
자고로 연애는 티격태격해야 제맛이래요.
도대체 누가요?
얘네가요!
01. 양아치의 친구 선언
남우현은 쌩 양아치들 중에서도 원탑이었다. 학교를 등교할 대는 바이크를 몰고 오고, 술담배는 일상이며 여자는 옵션이었다. 남우현이 여자들과 잠자리를 자주 갖는다는 소문이 파다할 정도로 그 놈은 발랑 까진 새끼였다. 교복 바지는 잔뜩 줄여서 입고, 넥타이와 와이셔츠는 풀어헤치고 다녔으며, 때때로 사복을 입고 학교에 와서 모두를 경악하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수업 시간에는 책상에 엎드려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점심 시간에는 본인만 아이들이 길을 스스로 내준다고 생각하는- 일명 새치기로 받은 급식을 먹고 식후땡을 하러 옥상에 갔다. 보통 등교 시간은 늘 9시를 넘겼으며 점심 시간 이후에 학교를 오는 날도 많았다. 다른 학교와 자잘하면서도 커다란 싸움들을 몰고 다니며 '일진' 타이틀을 달고 있는 무리들과 자주 어울려 다녔다. 하지만 이런 남우현을 좋아하는 미친년들이 학교에 아주 많았다. 남우현과 그 무리들의 저급한 행동들은 전교생을 비롯하여 교장 선생님까지 알고 계셨지만, 어떤 선생님도 그들을 말린 적이 없었다. 하긴, 나였어도 우리나라 최상위 자제들을 건드릴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내가 남우현 스토커도 아니고 어떻게 세세한 사항까지 잘 아냐고? 위에서 내가 쫙 읊었던 내용들은 지나가는 몇 명만 붙들고 '남우현이 누구야?' 라고 물으면 쉽게 말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남우현이 쌩 양아치라는 것은 다들 잘 알고 있다는 말이다. 성규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남우현의 생각만 하는 스스로가 한심해서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휘저으며 다시 칠판과 선생님께 주목했다. 저게 어느 나라 언어더냐…, 성규가 푹-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부터 뒤에서 저를 쳐다보는 끈질긴 시선 때문에 도저히 수업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수업 시간에 집중력을 흐리면서까지 남우현 생각을 하고 있는 이유는, 남우현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전부 다 수업이 시작할 때부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남우현 때문이다. 성규가 끈질긴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뒤를 돌아보자, 역시 우현은 성규를 보고 있었다. 눈 한 번 깜박하지 않고서. 성규는 우현이 요즘 들어서 부쩍 수업에 잘 들어온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성규는 자신이 눈을 피하지 않으면 끝날 때까지 우현과 눈을 마주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먼저 고개를 홱- 하고 돌렸다. 신경 쓰지 말자.
"야, 김성규."
"……."
"야, 야! 일어나봐!!"
수업이 끝나자 마자 쓰러지듯 책상에 엎드려 달콤한 잠을 취하려던 성규였다. 자신이 막 책상에 엎드리자 저를 깨우는 목소리가 들려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다시 일어났지만. 감히 자려고 하는 나를 깨운 새끼가 누구야- 하며 앞에 있는 남학생의 명찰을 보자, 얼굴이 잘생겼다고 소문이 자자한 옆 반의 김명수다. 그리고 이 자식은 아까 나랑 오랫동안 시선이 마주친 남우현의 절친이라지. 이 양아치 새끼가 나를 찾아올 이유는 단 하나- 남우현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일어날 이유도, 필요도 없다는 말씀. 성규는 다시 힘을 빼고 책상에 엎드렸다. 제발 깨우지 말아주라….
"김성규!"
"아, 왜!!!!"
"따라와."
자신을 한 번 더 부르는 명수의 목소리에 짜증을 가득 담고 소릴 질렀다. 보통 아이들이였다면 쫄아서 겁부터 먹었겠지만, 김성규는 그런 아이들과 달랐다. 귀찮은 것은 딱 질색이고, 이런 양아치들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 성규는 옥상으로 따라오라는 명수의 말에 계단을 한 칸 한 칸 오르며 부득부득 이를 갈았다. 으으…1분도 못 잤어. 자신의 잠을 깨우면서까지 옥상에 데려오는 이유가 필히 있으리라. 뭣도 아닌 이유면 싹 다 뒤집어 엎을거야. 역시나 김성규는 예외다. 시험을 보는 족족 1등을 한다고 해서, 늘 바른 태도와 복장을 유지하며 교칙을 잘 준수한다고 해서 꼭 성격이 고우라는 법은 없다. 성규의 성격은 학교를 주름 잡은 일진 못지 않게 사나웠다.
끼익-
낡은 옥상문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김명수와 내가 함께 들어오자 옥상 바닥에 누워 있던 몇 명이 모두 일어났다. 어디보자…이호원, 장동우, 이성…열!??!! 성규는 뜨악한 표정으로 성열을 바라보았다. 성열은 제 이모의 아들, 즉 이종 사촌이었다. 어릴 적에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혼자 애를 쓰며 살던 중학생인 나를 받아준 이모의 아들이라 함께 자라면서 친하게 지냈는데, 학교에서는 딱히 티를 내지 않았다. 집에서도 충분히 만날 수 있었고, 성열은 공부만 하는 아이가 아니였으니까. 성열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유독 말썽을 피우고 외박을 한다며 속상해하시는 이모를 괜찮다며 달랜지가 며칠 안 된 것 같은데…나도 이 정도의 사고뭉치들과 어울려 다니는 줄은 몰랐지. 뭐, 그렇다고 성열이 저놈들 사이에서 사고치는 걸로 꿀리지는 않을테니 나름 다행이다.
"어, 김성규?"
"아, 응. 어째 오랜만에 얼굴 보는 것 같다?"
"하하…남우현이 부른 애가 성규였어?"
요즘 들어 잦아진 성열의 외박 탓에 서로의 얼굴을 자주 못 봤던 게 꽤나 아쉬웠는지, 성열은 성규의 어깨에 익숙하게 팔을 걸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아, 성규야 내가 왜 요즘 외박을 하냐면…찔리는 게 있는지 급작스레 이야길 시작하는 성열의 말이 귀찮을 법도 한데 성규는 의외로 꼬박꼬박 잘 들어주고 있었다. …남우현이 같이 호프집 가자고 했단 말이야, 그런데 거기서 접시를 깨버려서 알바 좀 하느라…엄마는 알바하는 거 모를텐데, 아차! 엄마가 나 없다고 너한테 추궁하지 않아? 말 많은 성열 덕에 조용하던 옥상이 조금 시끄러워졌다. 성규는 성열의 말에 대강 대답해주면서 성열을 느리게 훑었다. 예나 지금이나, 제 어깨에 손을 올리는 습관도, 두서없이 말을 늘어놓는 버릇도 똑같았다. 같이 노는 무리가 달라도, 학교든 집이든 얼굴을 자주 못 봐도 역시 성열은 성열이구나. 성규는 살짝 웃음을 지었다.
"김성규?"
"…어, 맞는데."
아, 나를 옥상으로 부른 게 남우현이랬지. 성열과 시시덕거리느라 금세 까먹었네. 옥상 한 구석에서 우현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어느새 성규의 코 앞까지 왔다. 뭐야, 할 말이라도 있나? 저도 모르게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밀고 팔자눈썹을 지은 걸 아는 지 모르는 지, 성규는 삐딱하게 서서 우현에게 할 말이 있냐는 눈짓을 보냈다. 하지만 우현은 아무런 말을 꺼내지 않았고, 그저 성규를 뚫어져라 바라보기만 했다.
성규가 대답을 기다리는 게 슬슬 지겨워질 때 쯤, 우현은 성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귀여워."
"……?"
"성규야."
우리 친구하자. 너무나도 단호한 우현의 목소리에 우현을 제외한 옥상에 있던 모든 이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가장 충격적인 당사자 김성규와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드며 우현을 쳐다보는 성열, 성규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여 성규를 바라보는 명수, 그리고 그저 이 상황이 즐겁기만 한 호원과 동우였다. 그리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성규에게 애초에 대답을 바라지 않았는지 '친구한거다?' 라는 말만을 남기고 다시 옥상 바닥에 드러눕는 우현이었다.
그렇게 옥상에서는 새 인연이 싹트고 있었다.
사담(?) |
안녕하세요! 리퀘입니다. 원래 Risque 인데 리스퀘이 줄여서 리퀘가 편하네염 쿠쿠`▽´ 제목에 커플링 쓰면 다 들통나서 별로 안 조화하는데...그래서 어떤 커플링인지 모르게 삼각구도로 써놨으여! 재밌..재밌는진 잘 모르겠어요...그냥 저의 망상을 풀 어느 공간이 필요했을 뿐임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설 다들 잘 보내세요~(하트) 이런 글 주제에 10포인트나 받다니...정말 너무 하네여! 그래도 과연 믿고 보실(?) 분들이 몇 명인지 궁금했어요ㅠㅠㅠ 아무튼...재밌게봐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