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만남
w. 비둘기 구구
“아, 안녕.”
지민이 머쓱하게 정국의 옆자리에 앉았다. 남고에다 이제 2학년인데 무슨 자리 뽑기냐며 모두가 반발했지만 젊은 여자 선생은 여러 반이 섞이는 사회탐구 시간이 아니면 언제 모르는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냐며 자리 뽑기를 강행했다. 지민이 뽑은 번호는 6번이었다. 그럼 여기 앉은 애는 5번이겠지. 지민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아, 언제 친해져. 아니 친해질 수는 있을까? 한 학기 내내 이 자리라는데.
지민의 소심한 인사에 정국은 무심하게 응, 하고 대답했다. 얘는 왜 이렇게 차가운 거야, 지민은 울상이 되었다. 가뜩이나 올해부터 문이과를 나누어 친한 친구들과 찢어진 터라 여간 서러운 게 아니었다. 지민의 눈에 비친 정국은 매사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왼손으로 턱을 괴고 무심하게 선생님을 올려다보는 정국을 보며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뭐라고 말을 건넬까, 수십 번을 고민하다 지민이 꺼낸 말은 너 몇 반이야? 였다. 지민의 어색한 물음에 선생님을 향하던 정국의 시선이 지민에게로 돌아갔다. 나 6반. 정국은 여전히 무심했다.
“어, 난 5반이야.”
바로 옆 반임에 지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러나 정국의 표정은 여전히 무심한 듯 아무 표정이 없었다. 계속 그러고 있으니 마치 ‘뭐 어쩌라고.’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지민이 시무룩해질 때쯤 정국이 입을 열었다. 반가워. 놀란 지민이 토끼눈을 하고 정국을 쳐다보자 정국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잘 지내보자.
지민에게 있어 정국은, 베스트 프렌드였다. 성격이 좋아 여기저기 잘 어울리는 지민에 비해 과묵한 정국은 딱히 친한 친구가 없었다. 친구들은 지민을 ‘전정국 껌딱지’라 불렀다. 밥을 먹으러 갈 때도, 야자 끝나고 집에 갈 때도, 사회탐구 시간에 교실을 옮길 때도 항상 전정국 같이 가! 하며 따라붙는 모습이 마치 지민 혼자 정국을 쫓아다니는 것 같기 때문이라 했다.
“야, 전정국.”
“왜?”
“네가 나 좀 기다려 줄 순 없냐?”
“기다려 주잖아.”
정국의 대답에 지민의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그, 그, 그러네. 기다려 주긴 했다. 미리 사정을 얘기할 땐. 그런데 또 다시 생각해 보면 지민이 말없이 늦는 날엔 정국은 먼저 가더라도 항상 천천히 걸었다. 마치 지민이 늦게라도 따라붙을 수 있게 하려는 듯.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지민이 정신을 차리고 정국을 보았을 때 정국은 말없이 지민의 고기반찬을 가져가고 있었다. 지민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 많이 먹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