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너탄X고등학생 전정국의 신혼일기 꿈을 꿨다. 그날, 민윤기와 한학년 선배인 언니가 키스를 나누던 날. 그걸 봐버린 나의 모습이 보이는 꿈. 어떤 말도 하지 못한 채 일렁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글썽이는 눈으로 계단을 뛰어내려오던 모습. 차마 흐르는 눈물도 닦지 못한 채, 꼬옥 쥐고 있던 영화티켓이 구겨질때까지 나는 뒤도 보지 않고 집으로 냅다 뛰었고, 방에 도착하자마자 소리내어 펑펑 울었다. 나의 17살 생일의 기억은 그러했다. “흐윽..흑....”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다 아물었다 생각했는데 아니였구나...
“왜왜왜...?” 훌쩍거리는 소리에 놀라 들어온 듯했다. “...꿨어..”
“뭐라고..?” “악몽..꿨다고....”
“야 니 나이가 몇살인데 악몽 꿨다고 우냐ㅋㅋ” 하며 웃는 정국이에.. “아..뭐..쪽팔리게 나가...” 라며 등을 밀었다. 미는 내 두 손을 양손으로 잡아오면서 “울지말라고.” “뭐..?” 하며 코를 마시며, 붉어진 눈가로 정국이를 쳐다보았다. “아..드럽게 진짜..” “코는 풀으시라고요..”
“민윤기..” “그 형 꿈꾼거잖아.너” “울지말라고. 그사람때매” “니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글쎄..?” 뻥진 채로 정국이를 계속 쳐다만 보고 있으니,
“그마안 쳐다봐라 잘생긴거 안다.” “허...” 어의없다는 듯 웃어보였다. “돼지 배알람 울릴때 됬을텐데..?” “일어나서 밥먹자.” “아 진짜 돼지 으니르고...” 이렇게 날씬한 돼지 봤냐..고...가 아니라 요즘 살이찌긴 했지... “니 뱃살보고 얘기해라.” 네....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오는 나였다. “오~김치볶음밥..?” 식탁으로 가니 이미 점심을 준비해둔 정국이였다. 사실 점심이라기엔...시간이 늦었다
“아..진짜 이정도면 1등 신랑감아니냐...그 뭐냐.. 상견례 프리패스 상 정도..?” “그래요..1등신랑감이여서 좋겠네요..” 난 볶음밥을 먹으며, 아무 생각없이 받아쳤다. 그런 날 갑자기 뚫어지게 쳐다보는 정국이였다.
“넌..안좋아..?” “뭐..가?” 하며 밥을 입에 머금고 쳐다보니,
“내가 1등 신랑감..그거면, 닌 안좋냐고” 뜬금없이, 얘 왜이리 진지해.. 이런 생각으로 “뭐..?” “그야..우리는 쇼윈도지....” “......진짜 사랑해서 한 결혼 아니잖아” 나까지 그 물음에 진지하게 대답을 해버렸다.
“그래 쇼윈도로 이렇게 잘해주는거 안좋냐고ㅋㅋ” “뭘 생각한거냐” 하며 또 나를 놀리려 드는 정국이에 “아씨..또 시비냐..?” “니가 말을 이상하게 했잖아!!” 하며 소리치는 나였고, ‘그래..이게 우리지’하며 한편으론 안도했다. 혹시라도 정국이가 나를 좋아하게 되면, 그건 안되니깐.... “야 김탄소” “나 나갔다 올게” “이 밤에 어딜..?” “한동진이 잠깐 만나제.” “늦게 들어올지도 모르니깐 기다리지 말고 자라” “내가 니를 왜 기다리냐..”하며 콧방귀를 뀌었지. 어이가 없네..
“또저런다..또” “모르는 사람 함부로 문열어주면 안된다?” “내가 앤 줄아나...” “아 나갈꺼면 빨랑 나가라.” 저 자식 가만보며 은근 사람 무시한다. 정국이가 나간 뒤, 나도 내일 학교를 가야 하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부스석 거리는 소리에 깨었을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새벽즈음으로 추정한다. 불도 켜지않은 방에서, 정국이가 외투를 벗는 듯 했다. “전..정국?” 눈을 반쯤 감은 채, 상체만 살짝 들어 묻는 나에게 겉옷을 벗은 정국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잠깐만..” “1분만...” “전..정국..?” 안았다.나를. “무슨..일인데..?” 한창 그대로 있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무슨 일 있어..?” 답을 하지 않는 정국에 다시 한 번 물었다.
“어떻게 하는지 반응 보려고” “역시 니 등판 짱 넓다..?” 당했다. “미친색히야..진짜 거실 나가서 자라?” 아오 열받아 진짜 등짝을 때리며 밀어냈다.
“아..” “아프다고ㅋㅋ” “빨리자자. 내일 학교 가야한다” 하며 옆에 눕는 정국이에. “짜증나 진짜 .” 하며 뒤돌아 누워 잠을 청했고, 곧 나는 잠에 들었다. “잘자. 돼지” “옆에 있어줄꺼니깐, 겁먹지 말고.” 탄소의 머리를 쓰담아 준 뒤, 이내 정국이도 잠을 청했다. (심심해서..또왔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