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재정립
w.허니
세상엔 수많은 미스테리가 있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의 콜로세움, 중국의 만리장성, 인도의 타지마할 그리고 세문고의 김성규와 남우현. 그 둘의 정확한 관계는 알려진 바 없으나 워낙 미스테리하기에 학생들은 물론 선생들 사이에서까지 온갖 억측이 난무한다. 하지만 그 수많은 소문 속에서도 한 가지 확실한 건 김성규와 남우현은 절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절대 주관적인 시선이 아닌 객관적이며 매우 타당한 시선에서 바라본 확답이다. 왜냐하면, 그 둘은 달라도 너무 다르니까. 하지만 그 둘은 그런 확답을 깨고 뭔가 미묘하긴 하지만 늘 관계를 맺고 있다. 마치 바늘구멍에 실이 들어갈 듯 안 들어갈 듯하다가도 들어가는 것처럼. 그렇다고 그 둘이 친하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해줄 수 없는 이유는 순전히 이 둘에게 있다. 예를 들면 바로 이런 상황이랄까.
“김성규.”
“형이라 부르랬지. 15바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잔뜩 상처를 달고 학교에 등교한 우현에게 아침부터 학생주임의 호출이 들어왔다. 우현은 그 소식을 접하고는 얼굴을 있는 대로 구기면서도 순순히 방금 발을 들여놓은 교실에서 돌아나갔고, 점심시간 종이 울리고서야 불편한 걸음으로 교실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성규의 자리로 향했다. 조용히 책을 읽고 있던 성규는 우현이 자신에게 다가오건 말건 일말의 관심도 없이 책장을 넘기더니 우현이 소리내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책에서 눈도 안 떼고 툭 내뱉는다. 성규의 말에 사색이 된 우현은 억울한 듯 뭐라 항변하려 하지만 결국 얌전히 불편한 걸음으로 교실을 나가 햇볕이 내리쬐는 운동장 15바퀴를 힘겹게 돌고서야 다시 교실로 올라온다.
“다 뛰었어.”
“밥 먹고 얌전히 수업 들어. 자지 말고.”
안 그래도 불편한 몸으로 운동장까지 돌고 왔건만 우현에 대한 성규의 반응은 냉담했다. 역시나 책에서 눈도 안 떼고 뱉은 성규의 말에 우현은 뭔가 말하고 싶은 듯 계속 머뭇거렸지만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점심도 거른 채 엎드려버린다. 책에서 잠시 시선을 뗀 성규가 곁눈질로 자신을 노려보는 것을 눈치챘지만 애써 무시하고 잠을 청하는 우현이다.
“야, 남우현. 좀 일어나 새끼야.”
얼마나 시간이 흐른지도 모른채 단잠을 자던 우현이 자신을 깨우는 목소리에 온갖 인상을 다 쓰며 겨우겨우 눈을 뜨자 짝이자 친구인 명수가 짜증 섞인 표정을 지은채 자신을 깨우고 있는 것을 발견한 우현은 뭐라 짜증을 확 내려다 뭔가를 깨닫고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꽤나 요란한 소리가 난 덕에 시선집중이 되버렸지만 우현은 신경쓰지 않고 계속 뭔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둘러보다 겨우 막 교실을 빠져나가고 있는 성규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빛의 속도로 가방을 챙겨 교실을 나선다.
“성규형.”
계속 성규를 쫓으며 성규의 눈치만 보던 우현은 한참을 머뭇거린 끝에 겨우 한 마디 내뱉지만 그것마저 가볍게 무시되어 버린다. 왠지 오늘따라 유난히 저기압인데다 지은죄까지 있는지라 한 없이 소심해진 우현은 차마 또 한번 용기를 내서 불러보지도 못 한채 계속 성규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어느정도 학교 근처도 벗어났고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좀 줄어다 싶었을 쯤 뒤도 안 돌아보던 성규가 드디어 한 마디 툭 내뱉는다.
“머리 컸다고 반항하냐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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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설을 쓰려니 문체도 마음에 안 들고 좀처럼 제 머릿속에 있는게 잘 다듬어지지도 않아서 고민고민 끝에 이게 제 한계라는 결론을 짓고는 조각글이나마 남깁니다.
이게 언젠간 연재가 될지, 아니면 계속 조각글인 이 상태로 묻힐진 모르겠습니다만 또 다시 이 곳에서 글쓰기 버튼을 누를 때에는 제 머릿속과 문체가 좀더 잘 다듬어져 있었으면 좋겠네요ㅠㅠ 부족한 글 보여드리게 되서 너무 죄송해요ㅠㅠ 조각글에 실린 본편의 뒷이야기는 만약 연재하게 된다면 천천히 알려드릴게요ㅠㅠ 한 가지 확실한 건 교사-학생관계는 아니라는 거 근데 언제가 될지 모르는게 함정ㅠ_ㅠ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