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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루한은 정말 무서운사람이었다.
민석은 결국 침대에서 뒤척거리다가 밤을 새고말았다. 자신에게 오랜만에 베풀어준 친절, 혹은 무엇인지 모를 그 말이 민석은 아직도 귓가에 웅웅 거렸다. '안더러워.' 라니, 무얼믿고, 혹시라도 학교에가서 루한이 자신에게 안더럽다 라고 했던말을 분다면 자신도 똑같은 상황에 처하거나 혹은 당혹스러울텐데 왜 그런말을.
"아, 그런말할 용기도 없겠지."
민석은 아이보리색의 옅은 꽃모양이 그려져있는 이불을 조심스럽게 개었다. 재빨리 씻은 뒤 교복을 입고 무언가 빼먹은것은 없는지 다시한번 확인한뒤 밖으로 나섯다. 아직 아침은 쌀쌀한 봄이라서 민석은 나오자마자 부르르 떨었다. 학교로 가는 길은 기분이 좋았다. 양 옆에 나무들이 주르륵 서있고 분홍색 벚꽃이 흩날리면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 거지같은 세상과는 너무 다른 세상이라서, 어쩌면 자신을 이해해줄지도 모를 그런 따뜻함이 느껴져서 민석은 기분이좋았다.
민석은 학교에 가기전 빵집을 들렸다. 자신의 아침과 점심을 챙기기 위해서다. 아침은 집에서 먹을것이 없고, 점심은 급식실을 못가고, 저녁은 밖에서 사먹기에 민석은 언제나 아침과 점심을 빵으로 해결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초코크림빵을 두개 들었다가 잠시 고민했다. 자신에게 잠깐이라도 따뜻한 말을 해주었던 루한에게 무언가 주고싶었기 때문이다. 한참 고민하다 민석은 결국 초코크림빵을 하나 더 들었다. 계산대 앞으로 가 빵을 세개 내밀자 종업원은 의외라는듯 말했다.
"학생, 맨날 초코크림빵 2개만 사더니 오늘은 3개네?"
"아…흐흐, 그런게 있어서…."
"맨날 침울하게 오더니 웃는모습이 좋네."
민석은 부끄러운듯 얼른 빵값을 내고 밖으로 나왔다. 민석은 오늘따라 학교가는 발걸음이 무겁지않았다. 재빨리 루한이 오기전에 책상밑에 넣어놔야지. 하는 마음으로 민석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였다. 루한이 그걸 받고 어떨까? 하는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했다.
"야 이거 니가 넣은거지?"
그와 함께 민석의 얼굴 정중앙에 빵을 던졌다.
"푸하하, 저 게이새끼 얼굴봐라! 크림으로 범벅됬네 푸하하!"
민석이 자신의 손으로 얼얼한 얼굴을 더듬거리자 크림이 한껏 묻어나왔다. 봉지를 뗀채 던진것이었다. "너 밖에 초코크림빵 먹는애 없잖아? 어떻게 루한 책상안에 넣어놓냐? 으 더러워 정말." 그런 말을 하며 그 빵을 던진 남학생은 빵을 만진 손을 더럽다는 듯 쳐다봤다. 그때 루한이 반 안으로 들어왔다. 민석과 눈이 마주쳤을때 그 남학생이 말했다.
"저 게이새끼가 니 책상안에 빵 넣어놨다. 그래서 내가 복수했당. 잘했지?"
루한은 그 말에도 아무말없이 얼굴이 빨개진채 당혹스러워하는 민석을 쳐다보다 자신의 자리로 가 앉았다. 루한이 아무 반응이 없자 남학생은 살짝 당황스러워 하는 듯 하더니 큼큼 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하여튼 김민석, 얼굴 좀 예쁜애 오니까 바로 대쉬하는거 봐라. 더러운 새…."
"너 뭐라고 했냐?"
루한이 의자끄는 소리와 함께 벌떡 일어나 그 남학생의 멱살을 잡았다. 남학생이 멱살이 잡힌 이유를 모른채 어버버 거리자 루한이 멱살을 더 꽉잡은채 말했다. "너 나보고 예쁘게 생겼다고했냐?" 남학생은 도저히 이유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너 예쁘게 생긴거 사실…."
남학생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 루한이 그 남학생의 볼을 강타했다. 한참 뒤돌아 그둘의 싸움을 보던 반 아이들도, 여전히 얼굴에 초코크림이 범벅된 얼굴인 민석도 눈을 크게 뜬채 그 남학생이 날라가는 것을 보았다. 딱 한방이었음에도 남학생은 기절한듯 아무 반응이 없었다. 루한은 작게 중얼거렸다. "예쁘게 생겼다는 말이 제일 싫어."
"너… 진짜 예쁘게 생겼다는 말이 싫은거야 아님, 나 때문에 그런거야?"
오늘도 역시 점심시간, 아이들이 모두 나가고 민석과 루한만이 남았다. 한참을 정적을 유지하던 민석이 조심스럽게 용기를 내어 물었지만 루한은 아무대답이 없었다. 민석은 도저히 모르겠다며 고갤 절래절래 흔든뒤 창문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직 점심시간 초반임에도 몇몇 남자아이들이 축구공을 들고 나왔다. 자신도 같이 놀고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서도 민석은 이 현실이 무거웠다. 무겁고 무겁고 죽을만큼 무거웠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너 신경쓰여."
민석이 놀라 고갤 돌아보자 루한은 민석으로부터 등을 돌린채 밖으로 나가였다. 민석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야 너 말이야."
책상에 엎어져있던 민석의 등을 톡톡 두드렸다. 민석이 아픈 머리에 미간을 찡그리며 일어났다. 자신의 앞에 서있는 두 남학생은 실장과 부실장이었다. 왠일로 말을 걸지? 하며 민석이 그 둘을 올려다봤을때 실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있잖아…너 알고 루한한테 대쉬하는거야?"
"대쉬라니… 난 그저…!"
민석이 당황스러워 하자 실장은 한숨을 푹 쉬었다. 부실장이 정말 모르겠냐는 표정으로 민석을 쳐다봤다. 민석은 당연히 아는것이 없기에 그 둘을 번갈아 쳐다봤다.
"루한… 심각한 호모포비아인거,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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