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훈이 한숨을 쉬었다. 엉엉 울던 울음도, 이제는 입 밖으로 밀고 나오지 않았다.
베타와 베타 사이에서 태어난 제가 왜, 오메가가 되었는지, 세훈은 전혀 이해 할 수 없었다.
베타이던 시절, 전에 몇 번 기사를 본적은 있었다.
'베타의 성향변이, 올해로 더 늘어나….'
그 내용은 세훈의 눈에 그저 끔찍했다. 제가 그 기사 속 성향변이의 주인공이 될 줄은 몰랐다.
'순수 베타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베타 자녀가 만 16세 전후로 성향변이가 나타나 오메가가 되는 경우가 2009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한국에서만 약 4000건이 있어왔다고 조사되었다. 연별 평균 1000건 정도의 변이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으나, 지난 2012년에 급격한 성향변이 증가로…, 전문가들은 이 현상에 대해 앞으로 오메가 성향변이가 더 늘어날 것이라 예상하고, 아직까지는 정확한 발표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2013년, 현정부에서는 원인 없는 성향변이의 증가로 인한 검사원 채용 증가와 청소년 오메가 수용소를 대폭 증가시킬 예정이라고 공식 입장을 표했다.'
차라리 성향변이를 몰랐으면 했다.
여성기를 가지던 베타는 오메가로 변이되는 경우에 그 사실을 1, 2년가량 모르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었다.
하지만 남성기를 가지던 베타의 경우 여성기가 생기면서 불편함과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세훈은 제 몸의 이상을 알게 되었을때 몹시 당황해 했다. 물론 제가 오메가로의 성향변이를 겪고 있음을 몰랐기에, 그 당황함을 엄마에게 모두 토했을때 세훈의 엄마는 당황에 물든 얼굴 빛으로 세훈을 병원에 데려갔다. 뱃속이 뒤틀리고 없던 성기가 생기는 고통은 제 엄마의 낯 빛에 모두 잠식되었다. 엄마의 표정이 더욱 알싸하게 아려왔다.
엄마는 오메가를 끔찍해 했다. 어렸을 적 부터, 엄마는 오메가라고 소문났던 경수와, 그 아빠를 혐오하며 세훈에게 경수와 놀지 말라 경고했다.
엄마의 기억 속 오메가 한명이 엄마를 망가뜨려 놨었다. 나는 더러워, 하고 수 없이 외치며 거리를 돌아 다니던 그 오메가는 엄마가 다니던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칼로 제 가슴을 난도질 하고 숨을 끊었다. 그 충격적인 모습과 사회 분위기속에 엄마는 오메가를 두려워 했고, 더러워했다. 병적으로 경수네를 경계하던 엄마, 그런 제 엄마를 보며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아빠 품에 안기던 경수. 별 생각없이 지나쳐 온 과거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오버랩 되었다.
제 울음의 이유도 거기 있었다. 엄마는 오메가를 혐오했다. 두려워했다. 세훈의 엄마는 제 아들이 두려워 그를 쫓아냈다.
아빠는 세훈에게 연락을 하고 저를 찾아왔지만 데려가겠다는 말은 없었다.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집을 구해줄테니 당분간 수용소에 가 있으라는 말만 하고 돌아섰다. 저를 버리는 부모에게 그런 호의를 바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집에 담긴 의미는 세훈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울음을 삼켜내며 알았노라 끄덕인 세훈이 제가 타던 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바닥에 엎어졌다. 실제로 성인인 오메가들을 본 적이 없던 세훈이 두려움에 떨며 수용소 안으로 들어섰다.
'이름…, 오세훈. 부모 성향…, 베타, 베타.'
써내려가던 세훈이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어째서 제가 이런 아픔을 겪어야 하는지 몰랐다.
낮까지 참아내던 뱃속의 고통도 더욱 심해졌다. 아마 오메가들의 향내를 맡으면서 그런 것 같았다. 맡아지지 않던 오메가의 체향은 이제 제 몸에서도 나고 있었다. 세훈이 엉엉거리며 서류를 적셔버리고 저를 달래려는 수용소 부소장님의 팔을 밀어냈다. 엄마의 앞에서 몸을 웅크리던 오메가들이 저를 동정하는걸 참을 수 없었다. 익숙해 지지 않는 오메가 체향에 어지러워졌다. 울음과 섞여 올라오는 토기에 세훈이 입을 틀어막았다. 이 지역에서 베타의 성향변이를 본적이 몇 없던 부소장 민석이 당황해 허둥거렸다.
*
'오세훈, 17세, 열성 오메가. 부모 베타, 베타. 성향변이 유무 O.'
서류의 내용을 죽-, 읽어내리던 준면이 한숨을 몰아 쉬었다. 이 안쓰러움을 어찌 할 방도가 없었다. 겨우 만 16세가 된 세훈은 성향변이도 변이지만, 사춘기를 겪고 있었다. 모든 성향변이가 만 16세 전후로 온다지만 세훈은 조금 더, 안쓰러웠다. 베타인 엄마는 오메가를 혐오했다…, 세훈과의 짧지않은 상담에서 세훈은 저 말을 몇번 되풀이 했다. 엄마는 경수를 싫어했어요, 세훈은 제가 오메가가 된 것 보다도 엄마가 저를 혐오하는것에 더 상처를 받았다. 사춘기의 소년이 가족으로부터 버림을 받는 상처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더욱이 그 이유가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는 이유였기에. 그리고 세훈은 제가 오메가들과 다르다고 계속해서 믿었다. 나는 오메가가, 아니야. 오메가는 더러워, 나는 더럽지 않아. 결국 작은 독방에 세훈을 배치했다. 소장실과 가까운 그 독방에서 울리는 울음소리에 준면이 다시금 숨을 밭아내고 서류를 정리해 서랍에 넣었다.
수용소 서류를 담은 서랍을 잠그고 그 위에 열려있는 서랍을 열어 스케줄표를 꺼냈다.
이번 달은 지역별 수용소 소장들과 모여 갖는 회의라던지, 연수가 몇 차례 더 늘었다. 정부에서 수용소 방침을 늘리면서 수용소들 사이에도 나날이 바쁜 일상이 더해졌다. 그 연수일정들 사이로 비어있는 칸에 세훈의 이름을 적어넣었다. 이번 달 내에 세훈과의 상담을 정상적으로 마쳐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