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반수 황민현이 보고싶어서 쓰는 글
다섯번째
"여보세요"
- 여보세용?
"오빠 지금 바빠?"
- 안니. 지금은 안바빠
"그럼 잠깐 통화 가능해?"
- 응 무슨일이야?
미루고 미뤘던 전화를 오늘에야 걸었다. 전에도 언급하지 않았었나? 사촌오빠중에 수의사가 한 명 있다고. 민현이를 데려올때부터 진작에 연락을 했어야 했는데
바쁜 탓도 있었지만 누군가한테 밝히기가 가장 두려웠었다. 사실 오늘도 전화를 해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어쩔 수 없이 걸었다.
민현이가 아파서. 정말 어쩔 줄 모르겠는 상황이 닥쳐서야 실행을 하는 내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다.
어쨌거나 나는 오빠한테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오빠도 꽤나 당황한 듯 했다.
- 응? 이름아, 지금 나한테 장난하는거 안니지?
"오빠 진짜야 믿어줘"
- 그럼 이따가 병원으로 데리고 와.
아, 안니야. 그냥 내가 갈게.
"응 고마워. 오늘 진료 몇시까지 해?"
- 오늘은 오전진료만. 이따보자
전화를 끊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누군가한테 민현이를 알리는게 처음이라. 아니 민현이를 알리는게 아니라 민현이가 반인반수라는걸 알리는게 처음이라서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게다가 침대에 누워 앓고있는 민현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주잉, 미녀니 괜찮ㅇ, 콜록콜록.."
"민현아 무리하지 말고 누워있어. 곧 의사선생님 오실거야"
"..의사선샌님?"
"응. 민현이 아야 하는거 고쳐주러 오시는 선생님"
"우와.."
의사선생님이 멋있다고 생각했는지 연신 우와.. 만 외치며 무어라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는 민현이다. 열이 안떨어져서 걱정이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가 걱정을 하는 표정을 보일때마다 베싯 웃어보인다. 걱정하지 말라고 웃어주는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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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민현이의 팔을 베고 누가 업어가도 모를만큼 잘 자고 있었을 때였다. 아마 새벽즈음이였나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우는데 너무 잠에 취해있어서 눈을 뜨기도 버거웠다.
"주잉.. 주잉.."
"으응, 더 자 민현아.."
"주잉.. 얼른 일어나봐.. 응?"
"무슨일이야.."
"이상해.. 응? 미년이 이상해-"
"뭐가 이상해.."
부스스하게 일어나서 겨우겨우 눈을 떠 취침등을 켰는데 새어나오는 빛 사이로 숨소리가 거칠어진채 식은땀을 흘리는 민현이가 보였다.
"주잉, 미녀니 뜨거워.. 으, 이상해"
"잠시만, 잠시만 민현아"
너무 놀라 벌떡 일어나 이마를 짚어보았고, 열이 펄펄 끓는다는걸 알았다. 얼마나 땀을 많이 흘렸으면 앞머리가 다 젖었을까.
어디로 가냐는 민현이를 뒤로하고 수건에 물을 적셔와 땀을 닦아주고 이마위에 올려주었다. 날도 추운데 떨면서 몇시간동안 나를 기다렸으니 당연한 결과다.
"주잉.. 이거 너무 차가워-"
"너 열이 너무 많이 나. 조금만 참아"
"미녀니 추워.. 콜록-"
그저 해줄 수 있는 일이 물수건을 얹어주는 것과 잠들때까지 손을 꼭 잡아주고 토닥여주는 것 밖에 없었다. 약을 아무거나 먹였다간 무슨 부작용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사람에게는 잠깐 앓는 감기일지는 몰라도 이 아이에게는 그냥 스쳐지나가는게 아닐까봐, 혹여나 목숨이 위험해지지는 않을까 불안함으로 새벽을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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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맛이 너무 밍밍하다는 민현이를 어르고 달래서 죽을 겨우겨우 먹이고 있을즈음 종현오빠가 집으로 찾아왔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할 것 같았는데 내가 너무 과소평가 했었나보다. 진찰을 하고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새삼 정말 의사라는게 실감이 났다.
민현이는 이상하게 의사선생님, 의사선생님- 노래를 불러놓고 막상 집에 의사선생님이 있으니 불만이 있는듯한 표정으로 입이 삐죽 나와있었다.
어린아이들이 병원을 싫어하는거랑 같은 맥락인건가
"자, 아- 해보세용"
"...흥"
"민현씨, 아- 해보세용"
"민현아, 아 해야지"
"..아-"
평소같지 않게 말도 잘 안듣는 것 같고말이야. 너의 환상 속 의사선생님과는 달라서 그런거니?
"음, 목이 좀 부어있네용. 민현씨, 기침도 했어용?"
"미년이 기침 안했..콜록콜록-"
"네 기침도 좀 하구용 열도 있는거 보니까 감기에용. 따뜻한거 많이 마시구 이름 말도 잘 들어야돼용"
"저 원래 말 잘 듣는ㄷ"
"감사합니다 해야지 민현아"
"..감사합니다"
"이름아 잠깐 얘기 좀 할까?"
"응. 커피 타줘?"
"안니 그냥 물 한잔만"
"알겠어. 저쪽 방으로 가서 얘기하자"
우리 둘은 민현이가 일어나려는걸 다시 눕혀놓고 방 문을 닫고는 손님용 방으로 쓰던 곳으로 갔다. 아프더니 황징징이 됐어. 아가같아 민현아.
"..좀 어때?"
"엄청 기여운데?"
"아니 그런거 말고"
진지하게 물어봤으면 진지하게 대답을 해주란말이야. 빌어먹을 어니부ㄱ..읍읍
"여태껏 사람이 먹는 음식을 먹었는데도 큰 문제 없는 걸 보면 정말 건강에는 별 지장이 없는것 같아.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그럼 아플때는? 오늘처럼 감기면 괜찮은데 큰 병같은거 걸리면 어떡해"
"그렇지 않아도 아까전에 피를 좀 뽑아봐써. 나랑 같이 연구소 쓰는 교수님한테 넘길거야."
"..그래서 어떻게할건데?"
"혈액분석을 좀 해봐야지. 강아지도 되고, 사람도 될 수 있다는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은 아니자나."
"오빠. 난 이럴 줄 알았으면 오빠한테 안맡겼을거야"
"말 끝까지 드러바. 이 상황은 아무한테도 얘기 안할거고 오직 교수님이랑 나만 알고 있을거야. 나 수의사 될때 도움 많이 주셨던 좋은분이셔. 입도 무거우신분이고.
또 혈액분석을 해서 다른 질병이나 이상은 없는지, 사람이랑 다른 특이한 항체라던가 혈액형을 알아볼거야."
걱정하는 내 눈빛이 드러나자 오빠는 단호하게 얘기했다. 반인반수가 절대 세상 밖으로 알려지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괜차나. 걱정하지마. 만약 사람 혈액이랑 완전히 일치하면 병원약도 안심하고 먹일 수 이써. 나 못믿어?"
"..아니, 믿어. 믿을게."
"일단 오늘은 강아지용 감기약으로 가져와써. 효과가 없을 수 있으니까 꼭 강아지일때 먹여."
"응. 고마워"
민현이가 세상에 알려져 실험대상이 되어버릴까봐 불안했지만 믿기로 했다. 지금 내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은 유일하게 종현오빠 밖에 없었으니까.
오빠는 민현이를 연구소에 데려가 다른 검사도 해보자며 감기가 다 나으면 찾아오라고 했다. 새로운 실험대상이 생긴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세상에 적응하려면
여러가지 검사를 해보고 사회에 진출하게끔 해야한다고 하면서. 갑자기 돌발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였다.
현재 민현이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해주자 혹시 모르니 그만두게 하라는 말을 들었다. 기분이 착잡해진 느낌이다.
"이제 그만 가야겠다. 연구소로 바로 가야겠어. 결과 나오는대로 연락줄게"
"응 수고했어."
-
오빠가 가고 난 뒤 멍하게 소파에 앉아있었다. 그냥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구나 싶어서. 마냥 귀엽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예쁜 아이로만 보였는데.
"무슨생각해 주잉"
"악!!!!"
쿵-
"ㅇ,어? 주잉!"
"아야.."
"주잉 괜차나..?"
"응 괜찮아.."
얘가 언제부터 내 옆에 있었던거지. 갑자기 귀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나다가 장난감을 밟고 미끄러졌다.
너무 깊게 생각을 하고있어서 누가 옆에 있는 줄 도 몰랐나보다.
"이리와, 열 한번 재보자"
이마를 짚어보니 아까보다는 열이 좀 내린듯 싶었다. 다행이다 정말.
"민현아 아까 왜 그랬어?"
"뭐가?"
"아까 의사선생님한테 툴툴거렸잖아"
"..아"
"선생님 오기 전까지는 의사선생님- 하면서 계속 찾았으면서"
"아니.. 그거는.."
"선생님이 무서웠어?"
"아니야 미년이 선샌님 안무서워"
"그럼 왜 그랬어?"
"미녀니는.....러"
"잘 안들려-"
"미녀니는..! 주잉이 다른 수컷이랑 있는거 시러!!"
..?
수컷..?
"수..컷?"
"그래! 수컷! 주잉이한테 어떤 짓 할지 몰라! 왜 나 말고 다른 수컷을 집에 들여!"
아... 남자라는 단어를 아직 수컷이라고 밖에 인지하지 못했구나..
게다가 종현오빠는 가족인데 내가 말을 해 준 적이 없으니 알리가 없지.
"민현아, 그 의사선생님은 주인이랑 가족이야. 가족"
"몰라. 미녀니는 그런거 몰라! 그리고 이제 미년이 주잉이라고 안해! 누나 할거야!"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잘만 주잉 주잉 하더니 갑자기 왜 누나타령이니...¿
"민현아 나는 주잉이가 더 좋은데?"
"싫어! 미녀니는 누나 할거야! 누나는 미녀니 마음 모르지! 바보!"
나한테 바보라는 말까지 한 민현이가 갑자기 성큼성큼 방으로 문을 닫고 들어가버렸다.
뭐야 갑자기 왜이래
민현이 삐졌어..?
"민현아-"
덜컥-
?
덜컥, 덜컥-
아니 얘가...
"민현아- 문 좀 열어봐"
덜컥 덜컥 덜컥-
문고리를 아무리 돌려도 열리지 않는걸 보면 문까지 걸어잠글정도로 뭔가 속상한 것 같은데..
정말 누나라고 못부르게 해서 그런거야..? 아니면 아까 맛없는 죽 억지로 먹여서..?
똑똑-
"민현아 삐졌어? 문 좀 열어줘-"
"시러! 콜록콜록-"
"민또삐- 문열어주세요-"
민또삐. 민현이 또 삐졌어의 줄임말이다. 김재환이 나한테 성이름 또 삐졌네 줄여서 성또삐라고 불렀었는데
갑자기 이 상황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귀여운 민현이 또 삐졌어.
"민또삐가 뭐야! 시러!!"
흫 귀여워.
"민현아 진짜 문 안열어줄거야? 진짜? 문 안열어주면 주인 얼굴 안보여줄건데?"
"몰라! 주잉 아니고 누나야!! 콜록,"
민현이를 귀여워하기도 잠시 연신 방 안에서 콜록콜록 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얼른 약을 먹여야겠다 싶어 결국 두손 두발 다 들었다.
"문 안열면 누나 안하고 문 열면 누나 하고"
달칵-
"..진짜?"
"그래. 내가 졌다."
"헤헤 누나아-"
한순간에 또 기분이 풀려서 나를 끌어안는 이 멍뭉이때문에 숨이 턱턱 막혀 죽는 줄 알았다.
단순한 이 민또삐를 어찌할꼬.
안녕하세요 마하켄다미년도문입니다.
종현이 에피소드를 언제 시작하지 생각하다가 조금 이르게 꺼내게 되었네요
늦게 온 주제에 분량이 짧은 것 같지만..ㅎㅎ 네..ㅎㅎ 죄송합니다...ㅜㅅㅠ
제가 시험기간에 들어서서 바쁜 탓도 있었고 저번 공지에서도 말했듯이 글 내용이 제 마음에 들지 않아
더 이상 적고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왔으니 예쁘게 봐주셨으면 해요! 민또삐ㅎㅎㅎㅎ♡
다음 이야기는 시험이 끝난 후에 분량을 좀 더 꽉 채워서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암호닉 생략하도록 할게요! 암호닉 신청하실분들은 댓글로 달아주세요! 다음글에 한번에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댓글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다들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