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렇게도 서러울까.
날씨가 좋은 날이었다. 안 어울리게 울며 걸어가는 네 모습에 내가 더 놀랐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걱정되지만 아직 말문도 트지 못한 우리 사이에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없었다. 지켜보는 것 말고는. 뭐, 매번 이런 식이라 이제 제법 덤덤해졌다. 처음에는 어떻게라도 말을 걸고 싶어서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그렇게 혼자만의 갈등의 시간을 가지다 보니 이제는 말을 걸지 못할 나를 알기에 포기했다. 꽤 오랜 짝사랑이었다.
"뭘 그렇게 보냐."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놀라 쳐다보니 네가 나를 보고 있었다. 아, 혹시 너무 쳐다봤나.
"아, 많이 우셔서...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너 근데 왜 존댓말 해?"
"예?"
"동갑이잖아. 우리 학교 아니야?"
"어... 맞는데..."
당황 당황 당황스러웠다. 나를 알고 있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내가 평소에 많이 쳐다보는 것도 사실 알고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며 갑자기 불안해졌다. 아, 그러면 쪽팔려서 그만 살고 싶다.
"뭘 그렇게 봐. 사람 우는 거 보면 위로라도 해주던가."
위로. 나보고 위로를 하란다.
말도 제대로 못 걸어보는 나한테 위로는 큰 퀘스트였다. 하지만 무색하게도 네가 기다리는 눈빛에 별말 같지도 않은 게 튀어나왔다.
"노래 불러줄까?"
"... 너 노래 잘 불러? 자신 있나 보네?"
"조금."
에라 모르겠다. 마침 기타 학원에서 집 가는 길이라서 다행이지 무반주에 노래 부를 뻔했다. 주섬주섬 기타를 꺼내 들었다. 무슨 노래를 불러야 할까. 몇 번 고민하다가 결국 노래를 하나 불렀다. 그냥 요즘 차트에 있는 인기곡을 하나 불러줬다. 물론 사랑 노래로. 사심은 조금만 담아 불렀다, 진짜다.
"너 진짜 웃긴다."
앞으로 정세운은 웃긴 사람이다. 그냥 그렇게 하기로 하자.
별로였나 싶어 네 눈치를 살폈는데 그럴 필요도 없었다. 너무 해맑게 폭소했다. 오히려 내가 당황스러워서 안절부절못하니까 네가 고맙다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무슨 위로곡으로 사랑 노래를 불러주냐?"
"아..."
"괜찮았어, 고맙다. 7반 맞지? 옆 반이라 본 거 같은데."
"맞아. 정세운."
"정세운은 이름 맞지? 맥락 없이 알려주네."
아차 싶었다. 나 지금 너무 들떴네.
머쓱해져 고개를 아래로 떨구었다. 오늘 진짜 무슨 날인가 이렇게 대화도 하고.
"세운아, 번호 좀 알려줘."
"엉?"
"이름은 뜬금없이 알려주더니 번호는 비싸네. 번호 알려달라구."
그렇게 번호도 따였다. 사실 그 뒤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기까지가 내가 기억하는 우리 첫 만남이다. 벌써 3년이 지났다고 가물가물하다. 너랑 처음 만났던 이야기를 풀고 싶어서 나름 옛날 핸드폰 문자 목록도 뒤져봤다. 거의 대부분이 삭제되어서 남아있지 않았는데 무슨 별표가 되어있는 보관함에 혹시나 싶어 들어간 게 다행이었다.
[ 세운아, 오늘 들려주던 노래 뭐야? ]
2014. 05. 23
그 문자 하나 받았을 때에 설렘이 기억났다. 내 별 보관함에 들어가 있는 유일한 문자였다.
주저리 |
풋풋하게 짝사랑하는 세운이가 보고 싶어서 적어봤습니다. 포인트 받기에도 민망한 글이라... 가볍게 적어봤어요. 읽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세운이가 답답하게 느껴지셨다면 여주가 어려운 세운이로 귀엽게 봐주세요. 물론 3년이 지난 지금은 여주랑 투닥거리며 귀엽게 연애하고 있습니다. 뒷이야기는 생각중인데 원하신다면 오겠습니다.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읽어주신 분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