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지권] Find love in your song 05 |
오늘은 아르바이트가 조금 일찍 끝났다. 여섯시가 되기 이십분 전 쯤, 거리가 어둑해지고 유리문 밖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모습이 보인다. 카페 안에는 테이블 두 자리에만 손님이 앉아있을 뿐. 저녁을 먹을 시간이 다가오자 아무래도 한산해지는 것 같다. 여섯시 땡 하면 퇴근해야지! 오늘은 빨리 집에 가서 우리 애기 밥이나 줘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주문을 받고 계산을 하고 있는데 우연히 바라본 유리 밖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화단에 앉아 맹한 얼굴로 카페 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남자. 어, 아까 낮에 왔던 손님 아닌가? 눈이 마주쳐 어색한 표정으로 웃었더니 그 남자 역시 나를 발견한 듯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왜 저기서 저러고 앉아있지. 해는 다 넘어가는데 춥지도 않나. 티 한 장만 입고……. 그런 생각도 잠시 마무리를 하기위해 빗자루를 들고 구석구석을 청소했다. 카페가 작아서인지 청소도 금방 끝났고 이제 정말 퇴근! 매고 있던 앞치마를 풀어내어 카운터 앞의 지훈에게 전해주자 지훈은 아쉬운 듯이 말했다.
"형- 벌써 가요?"
"너도 오늘은 일찍 가잖아. 어차피 곧 사장님 오시면 퇴근일 텐데?"
"형이랑 같이 못 가잖아요."
"원래 같이 못가거든요. 반대 방향에 사는 놈이-"
눈썹을 팔(八)자 모양을 만들며 울상 짓는 지훈에게 유권은 가볍게 어깨를 토닥이더니 기타가방을 어깨에 들쳐 멘다. '읏차! 나 이제 간다?' 시계를 바라보고 있던 지훈이 웅얼웅얼 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형 조심히 들어가요-!' 유권 역시 손을 흔들며 방울이 딸랑이는 유리문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아직도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있는 그 사람. 유권은 잠시 문 앞에 멈춰 서서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마치 저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그 사람도 고개를 들어 유권을 쳐다본다. 또 한 번 마주치는 시선에 어찌해야할지 몰라 그냥 웃어버렸다.
"아- 저, 저기..."
눈이 마주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 남자가 성큼성큼 다가와 내 앞에 섰다. 뭔가 내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어째선지 말을 쉽게 잇지를 못한다. 그래서 네? 하고 되물으니 그제야 더듬거리며 입을 연다. '저기, 그게- 저... 시간 있으세요?' 당황스런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네?'하고 대답하니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말하는 그 사람.
"아니, 저기. 몹쓸 수작이 아니라요, 그게……."
남자의 이름은 우지호, 언더에서 랩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금 긴장한 모양새로 버벅거리기는 했어도, 얼굴이 빨개져서는 입을 우물거리며 열심히도 설명했다. 아마 이상한사람으로 오해받을까봐 그랬을 테지. 그런데 무슨 일로 그러느냐 물었더니, 어디 가서 시간 있으면 차라도 한 잔 하잔다. 그 말을 들으니 풉 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마치 여자를 꼬시는 80년대 느끼한 아저씨 같은 멘트. 래퍼라면 말을 잘 할 텐데, 이상하네―
***
결국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마주앉게 된 두 사람.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게 누가 먼저 무슨 말부터 꺼내야하나 고민중인가보다. 유권은 편안하게 앉아 지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데, 지호는 아까부터 잔뜩 긴장해서는 도무지 그 긴장을 느슨히 풀지를 못했다. ‘아까 저희 가게에 오셨죠?’ 결국은 유권이 먼저 입을 떼었다. 지호는 테이블만 내려다보며 눈알을 굴리다 ‘아! 네!’ 하고 냉큼 대답했다. 그 모습에 유권은 싱긋 웃었고 그 미소에 조금 긴장을 덜었는지 지호가 말을 꺼냈다.
“가끔, 버스킹 하시나 봐요?”
“네? 아. 네, 맞아요.”
잠시 제 옆에 세워둔 기타를 흘낏 바라본 유권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지호는 말을 이었다. ‘실은, 그쪽이 노래하는 걸 봤어요. 얼마 전에…….’ 지호의 말에 유권은 입을 작게 벌려 아....- 하는 소리를 내었고, 덧붙여 자신을 소개했다. ‘유권이예요. 김유권이요.’
“저, 저기요…….”
“네?”
“바, 반했어요!”
에라, 모르겠다! 지호는 두 눈을 꾹 감고서 냅다 외쳤다. 지호의 폭탄선언과도 같은 외침에 깜짝 놀란 유권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네?!’ 놀란 유권이 말을 길게 잇지 못하자 한쪽 눈을 슬그머니 떠 유권을 바라본 지호가 다시 고개를 숙이곤 말했다. ‘저, 그러니까... 목소리가요.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목소리에 반했어요!’ 그 말에 유권의 반응이 없다. 지호는 혹시나 그냥 일어서서 나가버렸나 싶어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유권이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며 웃고 있었다. 마주친 눈빛에 지호의 얼굴이 불타는 것처럼 붉어지자 유권의 입에선 육성으로 웃음소리가 터졌다. 풉! 푸핫-!
쪽팔린 마음에 지호는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억지로 당겨 웃었다. 에이씨- 내가 괜히 말했나 싶기도 했지만, 앞에 앉아 예쁘게도 웃고 있는 유권의 얼굴을 보며 지호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암. 그럼. 말하기를 잘했지. 백번도 넘게 잘 한일이리라. 곱게 웃던 유권의 웃음소리가 그치고 미소를 담은 그 얼굴에서 무슨 말이 쏟아져 나올 것인가가 궁금했다. 지호는 귀를 쫑긋 세우곤 입을 여는 유권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인가 했어요.”
"아……."
아- 저기.... 근데 정말 반한 것도 맞는 것 같은데. 그 말은 지호의 목구멍 깊숙이 삼켜졌다. 다짜고짜 고백 받는 건 이상하기도 하겠지. 첫눈에 반했다니, 그런 말 따윈 믿지 않는 사람이면 어떻게 해. 턱 끝까지 차오른 고백은 말해보지도 못하고서 유권의 눈만 바라보았다. 마주앉아 바라보는 것만으로 이렇게 떨리는데. 이게 반한 게 아니고 뭐야. 흔들리는 지호의 눈동자를 바라보던 유권은 다시 입을 열었다. '지호씨...라고 했죠?' 잔을 들어 잠시 커피를 마시던 지호는 유권의 입에서 불려지는 제 이름에 미처 커피를 다 마시지도 못하고 사래가 들려 켁켁대며 대답했다. '아, 네, 네! 우지호요.'
"지호씨는 몇 살이에요?"
"아, 스물 셋이요-"
"어? 나랑 같네요!"
손바닥을 펴 턱을 괴고는 스트로로 휘휘 핫초코를 저으며 말하는데, 그 목소리가 참 달다. 눈웃음은 버릇인지 시도 때도 없이 발사, 덕분에 지호는 속으로만 심장을 부여잡으며 겨우겨우 대답. '아, 네. 유권씨도....' 고개를 끄덕이는 지호에게 유권이 말했다.
"우리 친구할까요?"
아, 좋아! 좋아요! 지호는 눈이 둥그래져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행여 유권이 그 말을 도로 무를까 싶어 재빨리 대답했다. 그러자 유권은 말을 편하게 하겠다며 자신에게도 말을 편히 놓으라고 말했다. '아, 근데 나 오늘 일찍 들어가야 하는데.' 유권의 말에 지호는 되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아직은 어색한 반말을 하려니 서툴다. '편하게 말 놓자니까! 집에 가서애기 밥을 줘야해서…….' 어? 애기? 애기?! 눈이 동그래진 지호가 '애, 애기라니....?' 하고 묻자, 유권이 아차 싶은 얼굴로 대답했다. '아. 고양이 키우는데, 이름이 애기야.' 제 실수에 오해한 지호가 웃겨 풋- 하고 웃는 유권에게 지호는 용기를 내서 말했다. '그럼, 고양이 밥주고 난 다음에 우리도 같이 저녁이나-'
. . .
유권의 집은 자신의 집과는 전혀 달랐다. 큰 대문에 정원 딸린 집. 들어가기 전에 대문 앞에서 인터폰을 눌러야 하는 제 집과는 달리 인터폰을 누를 필요도 없는, 아니 인터폰이랄 것이 없는 작은 주택 2층에 위치한 옥탑 방이었기 때문. 물론 제 주변에서 음악 하는 사람들만 해도 별로 사정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은 꽤 보아왔기 때문에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진 않았다. 다만 첫 만남에 집까지 방문한다는 게 신기해, 그런 말을 꺼낸 제 자신에게도 놀라워하고 있었을 뿐.
"여기서 기다릴래? 아님 잠깐 들어올래?"
도어락이 설치되지 않은 문에 열쇠를 꽂아 넣으며 지호를 향해 뒤돌아본 유권이 물었다. 지호는 '아, 어- 들어가도 돼?' 유권은 고개를 끄덕끄덕. 뒤돌아서서 동네 풍경을 내려다보던 지호가 유권을 향해 다가섰다. 문을 열고 들어선 집 안은 불이 꺼져 어두웠다. '애기야-' 하고 유권이 부르자 어디선가 '야옹-'하고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어딘가에 분명 있기는 있나본데, 어두워서 보이지가....-
"으앗-!!"
유권이 불을 키려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 들어간 사이, 뒤를 따라 걷던 지호가 소리를 질렀다. 뭔가 말캉한 게 발치에 치인 것 같았는데...! 지호가 뱉은 큰소리에 놀란 유권이 불을 켜고 뒤돌아보았다. '왜 그래?' 놀란 토끼눈을 한 지호가 발견한 것은 유유히 제 앞을 지나쳐가는 토실토실한 고양이었다. 황갈색의 그 고양이는 도도한 자태를 뽐내며 사뿐히 의자위에 올라앉았다. 그러더니 유권을 바라보며 '야옹-야옹-' 그 모습을 보며 유권은 '아이고, 우리애기- 그래 밥 줄게. 잠깐만!' 고양이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고선 사료를 챙기러 갔다. 지호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고양이를 맹하게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러자 고양이도 지호에게 눈을 맞추는 게, 꼭 '넌 우리 집에 왜 왔냐?'는 듯 한 눈빛이어서 묘하게 기분이 이상해진 지호였다. 저거 저거, 그 알바생같아. 꼭.
유권이 고양이 밥그릇에 사료를 와르르 쏟아 붓자 그 광경을 보고 의자에 앉아있던 녀석이 폴짝 뛰어내려 다가온다. 뒤태가 참 토실토실한 게 별로 배고파보이지도 않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다시금 제 이름을 부르는 유권에 놓고 있던 정신 줄을 잡았다. '우리는 뭐 먹을래?' 아. 저기- 치킨에 맥주? 아니면 삼겹살에 소주? 아차. 꼭 술을 마셔야 하는 건 아닌데. 역시 카톡도 그렇고, 실제 대화에서도 그렇고 send 버튼은 신중했어야 하는데. 괜히 첫 만남에 친구 먹고 술까지 마시자고 하면 완전 민폐쟁이에 이상한 놈으로 보일까 싶어 바닥만 쳐다보고 뒷머리만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유권이 대답한다.
"난 삼겹살에 소주가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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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려고 했는데 또 잠이 쏟아지네요
한 30분정도 낮잠을 잘까봐요~ㅎㅎ
10cm 노래를 들으며 글을 쓰다보니 왠지 나른해지는 느낌!
사실은 어제 너무 우울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래서 브금은 안아줘요<
누가 나 좀 안아줄 사람 없나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