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여우 우지호 prologue |
그러니까, 지훈은 어울리지않게 추위를 유난히도 많이 탔다. 그런데도 이 칼바람이 쌩쌩 부는 한 밤중에도 아무도 없는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이유는 순전히 지훈의 알량한 가오 하나때문이였다. 지훈은 학교에서 알아주는 비행청소년이였다. 다정한 어머니, 친절한 아버지, 대기업 후계자, 재벌 2세‥ 지훈은 탄탄하게 갖춰진 안전한 포장 도로를 버리고 굳이 비포장 도로를 택했다. 하여튼, 지훈은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난히도 돈, 돈에 관한 존심 하나는 단단했다. 쓸데없이.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말해서, 지훈이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이유는 친구들이 자신의 집에서 자는 게 어떠냐는 말에 ‘야, 너네 부모님 눈칫밥먹고 자는 것보다 호텔에서 자는 게 나아. 내가 호텔비도 하나 없을까봐?’하고 떵떵거렸지만, 사실 지훈의 수중에는 단 돈 2만원이 있을 뿐이였다. 그러니까 말이지, 가출한 주제에 뭔 호화를 부려보겠다고 호텔 스위트룸을 빌리고 4일만에 돈이 없어서 쫓겨났을 뿐이였다니까.
지훈은 추위에 이를 딱딱거리며 몸을 움츠렸다. 담배라도 피면 좀 나아질까, 지훈은 담배갑에서 한 개비를 꺼내어 중지와 검지 사이에 끼웠다. 왼쪽 패딩 주머니에서 은색 지포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려하자 자꾸만 헛바퀴만 돌아가고 불이 나오질 않았다. 아마, 자신의 손이 얼어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라이터에는 기름이 하나도 없었다. 일회용 라이터라도 사러갈까며 벤치에서 일어난 지훈은 다시 벤치에 주저앉았다. 아, 돈 아껴써야하는데. 알긴 아니 다행이다. 못하게되면 더 하고싶은 법이라고, 지훈은 담배가 조금 전보다 더 땡기기 시작했다. 불도 안붙인 담배를 입에다 물고 끝을 질겅질겅 씹던 지훈은 혹시나하고 일어나 공원 바닥을 둘러보았다. 버려진 라이터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때문이였다. 개똥도 필요할 땐 안보인다더니, 평소 길거리에서 잘만 보이던 일회용 라이터는 전혀 보이질 않았다. 아, 씨. 지훈은 입에 물고있던 담배를 내뱉고 발로 차버렸다.
지훈은 다시 앉아있던 벤치로 돌아왔다. 그런데, 공원 벤치 뒷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운 것 같아 지훈은 걸음을 멈췄다. 고양인가? 지훈은 벤치 밑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지훈은 럭키를 속으로 외쳤다. 왠 고양이 한 마리가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초록색 일회용 라이터를 입에다 물고 벤치 밑에 앉아있었으니까. 지훈은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그러자 고양이가 금방이라도 도망갈 것처럼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지훈은 손을 거두고, 저 고양이를 어떻게 꼬실 것인가 생각에 빠졌다. 고양이는 지훈이 가만히 있자 흔한 길 고양이와는 다르게 울지도 않았고, 그렇다고해서 다가오지도 않았으며, 하나의 미동도 없이 그저 눈만 빛내며 지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훈은 고양이의 눈이 참 사납게 생겼다고 생각하며 눈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지훈의 목에 걸려져있는 목걸이가 달빛을 받아 반짝이자 고양이의 눈빛이 살짝 흔들린 것을 캐치해냈다. 이거다! 지훈은 조심스럽게 패딩 주머니에서 은색 지포라이터를 꺼냈다. 고양이의 눈빛이 라이터를 향했다.
“착하지, 고양아. 이거 줄게. 그거 나한테 주라.”
지훈은 은색 지포라이터를 손에 얹은 채 천천히 고양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고양이는 입에 물고 있던 라이터를 바닥에 살포시 놓고는 지훈의 손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하얀 색의 털을 가진 고양이는 고고하게 지훈의 손에 얹어져있는 라이터를 향해 입을 가져갔다. 이 때다. 지훈은 재빨리 손을 뻗어 일회용 라이터와 자신의 지포라이터를 한 손에 쥐려했다. 그러나, 고양이는 너무나도 재빨랐다. 지훈의 손을 와그작 깨물어버린 고양이는 지훈이 깜짝 놀라 손을 빼버리며 떨궈버린 지포라이터를 입에다 물고 재빨리 뛰어가버렸다. 지훈은 멍하니 뛰어가는 고양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 뭐야. 쟤 꼬리? 고양이의 꼬리가 이상했다. 마치 구미호를 연상시키는‥ 아마, 누군가 미용까지 시킬 정도로 애지중지 키우던 고양이인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지훈은 비록 고양이에게 물리고, 은색 ㅡ비싼ㅡ지포라이터도 잃었지만 이제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손을 뻗어 일회용 라이터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지훈은 다시 벤치에 자리를 잡고 라이터 바퀴를 돌렸다.
“‥아, 씨발! 기름 없잖아!”
지훈은 라이터를 공원 바닥에 내던졌다. 화를 주체못하고 씩씩거리며 이상한 꼬리를 가진 고양이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다가 다시 공원 벤치에 털썩 힘없이 주저앉았다.
“여우같은 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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