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어택
@Youday
完
난 어렸을 때부터 축구 선수가 꿈이었다.
축구를 좋아할 뿐더러 학교에서 에이스라고 불릴 만큼 재능이 있었다.
매일 체력 훈련을 하고, 밤 늦게까지 연습을 해야 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그만큼 난 축구를 좋아하고, 내게 축구가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가을 내 꿈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
"다들 오늘 연습경기 있는 거 알고 있지?"
"네."
"꼭 이겨야 한다."
오늘은 아미중학교와 연습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아미중학교와 우리 학교는 예전부터 사이가 안 좋기로 유명했다.
물론 축구부에게만 해당되는 일이었다.
서로가 라이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연습 경기가 잡혔다 하면 이기려고 죽을 힘을 다 해야했다.
연습 경기는 우리 학교 운동장에서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예정 시간 한 시간 전에 아미 중학교 축구부들은 운동장에 도착했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물론 눈은 우리를 향해 있었고, 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저 눈빛들이. 꼭 밟아버릴 것이라는 저 눈빛들.
하지만 시합 시작 10분 전 축구화 끈을 단단히 묶고 있던 나에게 한 사람이 다가왔고,
그 것은 곧 내 신경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에이스치고는 별 거 없던데."
그 사람은 아미중학교 축구부 주장이었다.
"저번에 우리한테 진 거 기억 안 나나? 오늘도 우리한테 지면 이제 에이스라고 불리면 안 될 것 같은데."
라며 코웃음을 치고, 경기장 중앙으로 걸어갔다.
아, 시발.
재수없는 새끼.
난 속으로 욕을 뱉으며 오늘 경기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겨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겨서 꼭 저 새끼 코 아니 얼굴을 눌러버릴 거라고.
경기가 시작됐고, 우린 팽팽한 접전을 계속했다.
골이 들어갈 것 같으면서도 안 들어가는 답답한 플레이가 계속됐다.
"아, 존나 안 들어가네."
그렇게 혼잣말을 뱉고 있을 때 어느 새 내 옆으로 와 비웃음을 치는 그 새끼가 보였다.
"그러게. 잘 좀 하지 그래?"
라며 곧 뛰어가버리는 그 새끼.
뒤통수를 발로 까버릴까 생각했지만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겨우겨우 참았다.
경기를 계속됐고, 우리 편의 패스 실수로 인해 상대팀에게 공이 넘어갔다.
아니, 공이 넘어가도 하필이면 저 새끼한테.
공은 한 발로 잡은 뒤 날 쳐다보며 웃는 그 새끼의 면상을 보며,
저 공은 무조건 뺏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 공은 뺏어야 한다고.
난 내 앞으로 달려오는 그 새끼를 보며 함께 달렸다.
계획상으로는 공은 뺏은 뒤 바로 골대로 달려가 슛을 넣는 것이었다.
하지만 감정적인 게 날 압도해 버린 탓인지 공은 뺏어야 겠다는 마음이 앞서 버렸고,
그 새끼와 가까워 졌을 때 느꼈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우린 큰 충격을 받으며 부딪혔다.
쓰러지면서 다리에 큰 통증이 느껴졌다.
정신이 아찔했다. 그 어느 때보다 큰 통증으로 인해 거의 정신을 잃었다.
*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 침대 위였고, 붕대로 칭칭 감겨 있는 내 오른쪽 다리가 보였다.
부상은 자주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의 부상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때처럼 금방 낫고, 축구를 다시 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곧 울상이 되어 돌아오는 엄마의 모습에 그 생각은 무너져 버릴 수밖에 없었다.
"정국아 어떡하면 좋니...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라며 곧 눈물을 흘리셨다.
대체 엄마께서는 무엇이 그리 미안하신 걸까.
내가 다쳐서? 내가 시합에서 져서?
아님 내가 영원히 축구를 하지 못 하게 돼서?
*
의사 선생님의 말로는 몇 년간은 재활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정확히 몇 년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그 만큼 부상이 심각하다고 했다.
믿을 수 없었다. 고작 이걸로 이딴 걸로 내 꿈이 사라진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있으면 안 되는 일이다.
지금까지 해 오던 게 다 사라지는 것 같았다. 모두 다 없어졌다.
이제 내게 존재하는 건 뭐지. 난 이제 뭘 할 수 있을까.
혼란스러웠다. 갑자기 많은 것을 잃어버린 게.
사실 믿고싶지 않았던 거다.
이 모든 게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눈을 뜨면 다 없었던 일이기를...
*
다시 눈을 떠봐도 병원 침대 위였다.
그렇게 간절했던 내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난 입원 후 며칠이 지나서야 퇴원을 할 수 있었다.
재활을 위해 계속 병원을 왔다갔다 해야 했지만 말이다.
계속 병원에만 있다 보니 시간 개념이 없어져 버려 오늘이 몇요일인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
달력을 보니 일요일이었고, 매주 일요일마다 우리 학교 축구부는 훈련을 했다.
그래서 난 학교에 가보기로 했다.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한 채.
학교에 도착해 운동장을 바라보니 모두 훈련에 한창이었다.
난 목발을 짚고 천천히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모두 나를 발견하고 놀란 눈치인지 입을 벌렸다.
"야 전정국 너 괜찮냐? 훈련때문에 문병 못 가서 미안하다."
"괜찮아. 훈련은 잘 돼가?"
"항상 똑같지 뭐."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 때 감독님 목소리가 들렸다.
"훈련 안 하고 뭐해. 어서 안 움직여?"
라고 윽박을 지르시고는 나에게 손짓을 하셨다.
"전정국 이리 와봐라."
감독님은 나를 운동장과 좀 떨어진 곳으로 데려가셨다.
"이야기는 들었다. 부상이 많이 심하다고."
"감독님 저 재활 치료 잘 받고 그럴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다시 뛸 수 있어요 저."
다시 뛰고싶었다. 계속 축구를 하고싶었다.
"전정국. 너 지금 몸상태로는 아무 것도 못 해. 아예 걷지도 못 하고 싶어?
어머님께 말씀은 드렸다. 이제부터 축구부 훈련 나오지 마라."
그제서야 믿기 싫었던 모든 것들이 믿을 수밖에 없는 것, 현실로 다가왔다.
난 감독님을 지나쳐 운동장 쪽으로 걸어갔다.
목발을 짚고 빨리 나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통증이 자꾸 느껴졌다.
훈련하고 있는 아이들 사이로 학교를 빠져 나가고 있었다.
그 때 아이들의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야 전정국 이제 다리 병신이라며?"
"이제 축구도 못 한다던데."
아주 선명하게 귀에 들려온 그 말.
다리 병신.
난 있는 힘을 다 해 학교와 멀어지려 했다.
다리에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지만 난 걸음을 빨리 할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다가온 현실에서 멀어지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
하늘은 내 마음을 대변하기라도 하는 것인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난 그 비를 맞으며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정말 어쩔 수가 없는 거라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거라고.
난 더 이상 뛸 수 없다고.
받아들이고 나니 그제서야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울었다. 온통 어둠뿐인 하늘을 보며 목 놓아 울었다.
다리에 통증으로 인해 바닥에 주저 앉았다.
눈물은 멈출 줄을 몰랐다. 얼굴에 흐르는 게 빗물인지 눈물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얼마나 울었을까 내 앞에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런 비를 그냥 맞으면 바로 감기에요."
눈물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잘 보이진 않았지만 내 또래의 여자애인 것 같았다.
그 여자애는 내게 우산을 씌워주고 있었다.
"제 손 잡으실래요?"
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아마 날 일으켜 세우려고 그러는 거겠지.
하지만 지금 내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한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손을 잡지 않는 나에 그 여자애의 손은 거두어졌다.
난 그냥 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여자애는 쭈그려 앉아 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저는 그 쪽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요."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하지만 그건 알아요. 제가 위로는 해줄 수 있다는 거."
"..."
"지금처럼 잠시 주저 앉아도 돼요. 다시 일어서면 되니까.
물론 힘들겠죠. 다시 일어서는 게.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면 괜찮잖아요. 제 손 잡아 봐요."
내게 다시 내밀어지는 손.
난 나도 모르게 그 손을 잡았다.
점점 일으켜 지는 나의 몸.
다시 일어섰다. 내가
"봐요. 다시 일어설 수 있잖아요. 이건 제 힘으로 한 게 아니에요.
그 쪽이 일어서려는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면 저는 일으킬 수 없었겠죠."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게 내 마음덕분이라니..
"만약 다시 한 번 주저 앉게 된다면 이 때를 떠올려요. 분명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에요."
대체 뭘까. 대체 누구길래 내게 이런 말을 해주는 걸까.
다시 일어설 용기를 준 것일까.
"오늘이 아무리 비가 내려 슬픈 하루가 됐어도 내일은 분명 예쁜 무지개가 뜰 거에요."
라며 나를 바라보는 그 여자애.
그저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는 내게 우산을 쥐어주었다.
"그래도 감기는 걸리면 안 되잖아요? 집 가서 따뜻한 물로 씻고 자고, 조심히 가요."
그 말을 남기고 내게서 멀어지는 모습에 난 목발을 주워 빠르게 뒤쫓아 말을 걸었다.
"저기요!"
"네?"
"혹시 이름이.."
내 질문에 그 여자애는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김탄소에요."
사람은 살다가 한 번씩 예상치 못 한 곳에서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그들은 그 도움으로 인해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난 그 때 예상치 못 한 너에게 도움을 받았고,
지금의 내가 있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너를 다시 만났다.
"탄소야"
"응?"
다시 내게 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좋아해."
그렇게 나의 짝사랑은 끝이 났다.
슬프기도 아프기도 좋기도 했던 나의 짝사랑.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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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Youday입니다!
제가 너무 늦게 왔죠? 제가 면접준비때문에 늦고 말았답니다ㅜㅠㅠㅠㅠ
벌써 마지막화라니.. 첫화를 쓰던 게 엊그제같은데 말이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지만! 아직 외전이 남았습니다!! 외전은 두 가지를 쓸 건데요!
하나는 정국,지민의 이야기/ 둘이 친해진 계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다른 하나는 탄소 , 정국 그 이후의 이야기/ 본격 연애하는 내용이 나와야죠!
외전도 많이 기대해 주시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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