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기간 내내 어쩌다 몇 번 마주친게 다 였다. 어차피 몇번을 마주치든 상대편은 신경도 쓰지 않았을테지만 나는 그게 너무 아쉬웠다.
그러다 B1A4형들이 우리와 같은 시기에 컴백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정말 간절하게 이번엔 좀 친해질 수 있으려나 하는 희망찬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상상만으로 바보처럼 헤헤-하고 웃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데뷔시기도 많이 차이나지 않고 비슷한 성격이 많아서인지 우리는 금방 친해졌다.
딱 한 사람만 빼고 말이다. 가장 친해지고 싶던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쪽으로 다가올 때마다 심장이 쿵쾅쿵쾅거리다 못해, 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까지 드는 바람에 나는 항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얼굴만 붉어진채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그런 나를 보고 귀엽다면서 힘겹게 내 머리위로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했다. 그 때마다 내 심장은 정말 심장소리가 밖으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는 게 다행스러울 정도로 뛰어댔다.
그렇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던 이유는, 그는 귀여운 것만 보면 ( 즉, 동생만 보면 ) 머리를 쓰다듬는 일 같은 것 당연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우리 대기실에 놀러온 그는, 공찬이 형의 머리에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우리 강아지~'하면서 말이다. 내가 보기엔 별로 귀엽지도 않구만.
안그래도 통통한 입술이 삐죽하고 튀어나왔다.
그래서 나는 내 눈에 너무도 뚜렷히 비치는 장면에 나에게 장난을 거는 바로형에게도 밝게 웃어줄 수가 없었다.
다른 형들과는 꽤 많이 친해진 상태였다. 산들이형과 바로형은 워낙 밝은 형들이라 서스럼없이 친해질 수 있었고, 신우 형은 그냥 용국이 형을 보는 것 같아서 편했다. 공찬이 형은 나이 차이도 얼마 안나고 같은 막내라는 점 덕분에 친해지는 것 따위는 정말 식은 죽 먹기였단 말이다!
그런데 왜! 왜! 어째서! 그 사람만은 이렇게 힘든 걸까?
아니 사실 나만 힘들어 하는 걸지도 몰랐다. 그 사람, 아니 정진영은 나를 처음 본 순간부터
"96년생이라구우?? 대체 몇살이지 그럼? 완전 애기네 애기!!" 하면서 날 꼭 자기 동생처럼 귀여워하고 챙겼으니 말이다.
어느새 찬식이 형과 대화를 끝낸 정진영은 나에게 다가와 "우리 애기 잘 있었어?" 하면서 사르르 웃고 있었다.
아- '애기'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그다지 기분이 좋은 말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왠지 더더욱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보다 한뼘은 더 작은 주제에 말이다! 그래서 인지 아마 내 표정은 진영이 형도 눈치 챌만큼 굳어 있었나보다.
"왜 그래 준홍아? 어디 아파? 안 좋은 일 있어?"
"아. 아니에요"
"그럼 왜 이렇게 안색이 안 좋을까~"
티가 단단히 날만큼 굳어있는 내 얼굴에 정진영은 우는 체를 하면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살핀다. 그러면서도 우리 애기 우리 애기 하면서 쫑알 쫑알 대는 저 참새같은 입술은 멈추지를 않았다. 남자들로 가득 차 시끌벅적한 대기실의 소음 중에서 내 귀에 들리는 건 그 두글자 뿐이었다.
"집어치워"
그래서 일까, 나는 자존심이 많이 상했던 걸까. 사실 당연하게 여겨왔었던 애기취급이었는데 왜 이 사람이 하면 기분이 상하는 걸까.. 5살이 대수야? 나보다 키는 이만큼이나 작고, 꼭 애기처럼 쫑알쫑알대고 찡찡대는 게 누군데!!
"으응...?"
"집어치우라고 애기라는 소리"
지금껏 한번도 보여준 적 없는 굳은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던 것 같다. 정진영은 흠칫 당황한 표정으로 내 엉덩이를 두드리려던 손을 허둥지둥 거두며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하나 방황하는 듯 했으나, 이내 무엇인가 떠오른 듯이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능글맞은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그리고선 흐흐 웃으며 하는 말이라는게
"우리 준홍이 애기 취급해서 삐졌구나아? 그럼 뭐라고 불러야 되나 우리 애기를~"
그 말에 나는 정말 머리가 하얘지면서 머릿 속엔 정진영이, 귓가에는 애기라는 그 두글자가 여전히-, 눈 앞에는 정진영이 있었다. 정말 기분이 이상했다. 이상한 분노가 가득 찼다. 자기들 끼리 노느라 아무도 우리를 신경쓰지 않는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귀여운 듯이 나를 보다가 내 머리를 또다시 쓰다듬으려 하는 정진영의 손목을 잡았다. 아주 꽉 잡아버렸다. 가느다란 손목에 내 손가락 자국이 깊게 날 만큼. 그리고 그 손목을 잡아 당겨 정진영의 작은 몸을 내 가슴에 꽉 차게 안았다.
내 턱 밑에 있는 정진영의 뒷통수가 조금 눌려있었다. 이렇게 귀여운 주제에..
그래서 나는 얼굴 한 가득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정진영에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오빠라고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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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연에 썼던 건데 글잡으로 옮겨요 !...
3개 더 있는데 도배하면 그러니까 좀 간격이 떨어지면 하나씩 올릴게요
퓨전앓이하다가 처음으로 써본거라 그런지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