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 나오는 동안, 뭐 하고 지냈니?”
시장바닥처럼 복닥거리는 교실도 아닌데다가 다른 아이가 아닌 오로지 나를 향한 눈빛에 나는 또 그대로 굳어버렸다. 죄송해요, 먼저 꺼내려던 말도 목구멍을 넘겨 나오지 못하고 저 안으로 도로 쑥 들어갔다. 등신처럼 입을 다물고 눈만 깜빡거린지도 수 분이 지났다. 나에게는 그리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정적이 불편하게 느껴졌는지 다시 한 번 나를 부르신다.
“남순아.”
“…….”
“지금 너 혼내는 거 아니고 걱정하는거야.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 묻는건데.”
“…….”
“내 얼굴 보기 싫어?”
그럴리가.
나는 대답 대신에 고개를 휙 돌렸다. 커다란 눈에 작지만 오뚝한 코, 얇고 예쁜 색의 입술. 올망졸망한 얼굴이 내 눈에 한가득 들어찼다. 쌀쌀했던 겨울의 날씨는 순식간에 열대야가 된 것 처럼 후끈거렸다.
“왜 문자 답장은 안 했니? 전화도 안 받고.”
“…….”
“선생님이 너 걱정한 건 알아?”
“…….”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마주쳤던 눈꺼풀을 도로 슥 깔아버렸다. 휴, 숨을 내쉬는 선생님의 소리가 지척에서 들렸다. 이럴수록 죄책감이 들어서, 나는 고개를 더 깊이 수그렸다.
“나 보고싶지 않았니?”
“…….”
“선생님은 남순이 보고싶었는데.”
“…….”
“연락이 안 돼서 불안하기도 했고, 이대로 또 학교를 떠나버리는 건 아닌가…, 걱정도 많이 했어.”
“…….”
“다시 학교 나와줘서 고마,”
“네.”
“…어?”
“저도 보고싶었어요.”
“…….”
“선생님.”
“…….”
“많이요.”
“……아, 그래.”
갑작스런 대답에 당황한 선생님의 표정이 보이지만, 속은 한결 후련하다. 이제서야 찬바람이 기도를 타고 드나드는게 느껴질정도로 숨이 확 트인다. 나는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보고싶으면, 이렇게 와서 보면 될것을. 괜한 고집을 부린 것 같았다.
“……웃냐?”
“…….”
“사람 실컷 걱정시켜놓고.”
진심 어린 타박에 미안해져서 얼른 또 표정을 굳혔다. 그랬더니 이번엔 옆에서 선생님이 푸스스 웃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부러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왜 웃어요.”
“왜 웃긴. 고남순, 너 약속 어겼잖아.”
“…….”
“선생님 속 안 상하게 한다더니.”
……할 말이 없다. 속상하게 해서 죄송하다는 간단한 말 한마디 뱉는게 또 어려워서 어버버 거리니까 걱정은 한시름 놓은듯 한결 풀린 목소리가 들려온다.
“약속 어겼으니까 벌칙 받아야지.”
“무슨 벌칙이요.”
“글쎄. 뭘 해달라고 할까…. 음, 소원 들어달라고 할까?”
천진하게 내게 물어오는 말투에 나는 입꼬리를 슬쩍 올려 웃었다. 아니, 내가 웃은게 아니라 입이 먼저 웃었다. 그러던지 말던지, 또 퉁명스럽게 말을 뱉었더니 곰곰히 고민하는 소리가 들렸다. 음…, 음…, 그러면 남순아, 너….
“선생님 소원은, 남순이랑 정호랑 사이 좋게 지내는 거.”
“싫어요.”
“왜?”
“오정호, 싫어요.”
“…….”
“선생님이 맨날 걔 싸고도는 거, 싫어요. 그니까 저 걔랑 사이좋게 못 지내요. 다른 소원 말하던지.”
또, 또. 풀 죽어서 아래로 쳐지는 눈썹이다. 남순아, 같은 반 친구인데 사이좋게 지내야지. 친구를 싫어하면 어떡하니, 하는 고리타분한 말을 늘어놓으려고 입을 여는 선생님보다 먼저 이번엔 내가 선수를 쳤다.
“아, 이거 불공평해요.”
“응? 뭐가?”
“나도 선생님때문에 속상한 적 많아서요.”
“네가? 나 때문에? 왜? 내가 너 뭐 서운하게 한 거 있니?”
이번엔 놀란 토끼눈을 하고 대답을 재촉하듯 물어오는 선생님. 나는 또 웃어버렸다. 능청스러운 척 하는것도 떨리는데 웃음은 꼭 헤픈 사람처럼 비실비실 잘도 삐져나온다. 네, 저 많이 서운했는데요. 오정호 때문에요. 라고 부연설명 하는 게 우습기도 해서 대신에 다른 말을 꺼냈다.
“내 소원 먼저 들어줘요.”
“…….”
“누나라고,”
“…….”
“…누나라고 부르게 해주면 나도 선생님 소원 들어드릴게요.”
“……어?”
“누나.”
“…….”
“이렇게 부르고 싶다고요.”
“아니, 저 그게, 남순아. 아무리 그래도 내가 너보다 나이도 많고 선생님인데, 아니 누나가 너보다 나이 많은 사람 부르는 거긴 한데….”
횡설수설, 어쩔 줄 몰라하는 선생님을 보고 계속 웃기만 하다가는 지나가는 사람이 미친놈으로 볼까봐 억지로 입술도 끌어내렸다. 우물쭈물해하며 당황하는 선생님의 팔목을 그대로 잡아당겼다.
“누나.”
“앞으로 누나라고 부를거예요.”
“…….”
“우리 지금 누나 동생으로 첫 스킨십 한거고.”
“…….”
“다음엔 손도 잡을 수 있게 해줘요.”
“…….”
“그럼 오정호랑 친하게 지내는 거 생각해 볼게요.”
양찍사 여친 인찍사^^;; |
학교 정주행하다가 갑자기 삘받아서.. 사진 배열이 상당히 부자연스럽죠.. 흥순이 흥하지만 나는 남재를 민다 아니 사실 다 민다!!!!!!!!!!!!!!!!!!!!!!!! 고로 다음 사진 망상 주인공들을 투표하고 가시경 주시경 성시경
(투표는 글 맨 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