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녹차하임
"누군지는 예상되지?"
"에...?"
"무슨 개소리야?"
역시나 딴지를 거는 찬열을 째린 뒤 백현은 아직도 얼빠져 있는 민석을 향해 다시 말했다.
"김민석. 그사람 우리 연습실로 데려와. 영입은 내가 할테니까."
"... 뭐? 잠..ㄲ"
"일단 데려와."
"야, 잠깐잠깐. 너 갑자기 무슨 생각이야? 새로운 멤버라니?"
"후후, 뭐 물론 우린 지금도 완벽하지만..."
"하지만?"
"할수있는 음악의 폭이 넓어지는건 나쁘지 않지."
"백현아..."
"걱정말고 데려와. 우리도 조건을 제시하고 그에 마땅한 능력이 있어야 영입할거니까."
"그게 문제가 아니라..."
"음..."
이미 얘기 끝난마냥 자신의 말은 모조리 끊어버리는 백현에 조바심이 난 민석이 찬열을 바라보았다.
그가 백현을 좀 말려주길 바랬다.
하지만 찬열도 무얼 곰곰히 생각하는 듯 싶더니 곧이어 찬성이라며 백현을 따라 민석에게 그사람을 데려오라며 성화였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민석은 식은땀을 흘렸다.
오늘 일의 여운도 아직 가시지 않았것만 이것들은 자신과 웬수라도 지었나...
상상초월의 요구를 들이밀었다.
"애들아.. 이건 좀 더 생각을..."
"기각! 내일 데려오는거다?"
"그래요, 형. 한번 데리고와요!"
"하..."
자신의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민석은 이들보다는 루한을 설득하는게 더 쉽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한번은 어떻게든 되겠지.
백현은 사람보는 눈이 꽤 높았기에 그가 진짜 멤버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참에 한번쯤은 그들에게 루한을 소개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래, 알았어. 내일 한번 말해볼게."
민석의 대답에 찬열과 백현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좋아라 했다.
찬열의 생각은 쉽게 읽혀지는 반면 백현의 꿍꿍이를 도무지 알수없어 불안한 민석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날
루한의 카페 문 앞에서 한숨을 푹푹 쉬며 이리저리 안절부절하는 민석이다.
어제의 연주와 그의 말을 끊고 도망쳐나온 것은 둘째치고 루한을 어떻게 연습실로 데려가야 하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밤새 끙끙대고 고민해보았지만 그를 연습실로 데려갈만한 핑계거리를 찾지못하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몸을 돌리고 다시 겨우 문고리를 잡았지만
차마 문을 열지 못하고 낑낑대는 민석이 갑자기 벌컥 열리는 문에 의해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질 뻔 했다.
순간 눈을 꼭 감은 민석이 제 허리에 감겨오는 인기척에 눈을 다시 번쩍이며 떴다.
"루...루한씨..."
"안들어오고 뭐하고 있어요?"
"아, 저... 그게..."
넘어질뻔한 것을 잡아준 루한이 민석의 허리에 손을 감싼채 안으로 이끌었다.
그의 손길에 얼떨떨하게 카페 안으로 들어선 민석이 헛기침을 하며 그의 손을 허리에서 떼내었다.
"고마워요. 그리고 어제는 미안했어요..."
"하하. 괜찮아요. 우민, 오늘은 뭐 드릴까요?"
"아... 그냥 물 한잔 주세요"
카운터 앞에 앉은 민석은 진심으로 물을 청했지만 루한은 싱긋 웃으며 무언가 만들기 시작했다.
오늘도 역시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이쁜 파르페를 만들어 민석의 앞에 놓은 루한은 누가봐도 반할 미소를 지어보였다.
"신작인데 평가 좀 해줄래요?"
"... 평가하는것도 시원찮은데 매일 이렇게 얻어먹어도 괜찮아요?"
"우민군의 평가는 꽤 정확한걸요?"
"그, 그래요?"
루한의 천연웃음에 민석은 고개를 떨구고 앞에 놓인 파르페 한입 물었다.
입안에 퍼지는 알싸하고 달콤한 맛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그 미소에 루한의 입에 걸린 미소 또한 더욱 짙어졌다.
"저... 저기..."
"네?"
민석이 부르자 화사한 미소로 대답하는 루한의 얼굴을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결심했다.
어줍잖은 핑계보다는 일의 전말을 사실대로 루한에게 말하기로 결심한 민석은 크게 쉼호흡을 한 후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했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꽤 타격이 큰 그의 눈빛에 몇초도 안되어 눈동자가 다시 밑으로 굴러갔다.
"왜그래요, 우민군?"
민석이 쉽게 용건을 말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자 결국 루한이 먼저 물어왔다.
파르페 용기를 부여잡은 손을 가만냅두질 못하고 계속 꼼지락거렸다.
한참을 망설이던 민석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민석을 계속해서 주시하던 루한이 좀 더 그에게 집중했다.
"저... 루한씨."
"네."
"그게... 그러니까... 제 친구들이 루한씨를 보고싶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