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녹차하임
"친구들...인가요?"
"네... 아! 억지로 갈 필요는 없어요! 그냥... 혹시나해서... 요..."
민석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괜히 그를 귀찮게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과 동시에 혹시라도 그가 거부할 경우에 받을 충격과 백현에게 시달릴 걱정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좋아요. 갈게요."
"... 정말요?!"
생각보다 흔쾌히 흘러나온 루한의 대답에 민석이 커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걱정했던것과 달리 루한의 표정은 오히려 설레보였다.
"저도 궁금해요. 우민의 친구들."
"고마워요!"
"대신..."
"에...?"
그럼그렇지... 쉽게 떨어진 허락 뒤에 조건이 있음을 짐작케하는 말이 이어지자 민석의 낮빛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루한은 그 모습이 귀여워 속으로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음에 내친구도 만나주세요."
"?"
루한의 말을 잠시 이해못한 민석은 그를 멍하니 보았다.
거창할 것도,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조건에 자신이 잘못들었나 싶었다.
"제 친구도 우민을 보고싶어해요."
루한이 매일같이 찾아와 자신을 놀리는 제 친구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우연인지 그가 올때는 항상 민석이 다녀간 직후였다.
그때마다 루한이 평소와 달리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적잖이 충격을 받은 제 친구는 올때마다 재밌어하며 민석을 찾으며 자신을 놀려댔다.
"만나줄건가요?"
"네! 물론이죠!"
민석은 오히려 기뻤다.
스스럼없이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다하는 그에게 남모를 감동까지 느낀 민석이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만나는건가요?"
"오늘 저녁에 시간 되요?"
"네."
"그럼 루한씨 일 끝날때까지 여기서 기다릴게요."
"괜찮겠어요? 정신없을텐데..."
"괜찮아요."
루한이 민석의 말에 난색을 표했지만 이미 들뜬 민석은 굳이 괜찮다며 자리를 지켰다.
하는수없다는 듯이 작게 한숨을 쉬고 루한은 본격적으로 카페 일을 시작했다.
그가 일을 하는 모습에 민석이 잠시 루한을 넋놓고 바라보았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주문을 받고 커피를 만드는 모습이 마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듯 자연스레 흘러갔다.
카페 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선율이 그의 동작과 묘하게 어울리며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입까지 벌리고 한동안 그의 행동을 감상하던 민석은 카페를 슥 둘러보았다.
딱봐도 대부분의 손님들은 여자였다.
그녀들 역시 루한의 자태에 넋이나가 그를 감상하고 있었다.
여자들과 같은 행동을 취한 자신을 깨닫고 민망하여 얼굴을 붉혔다.
문득 가게 분위기에 민석이 의문을 가졌다.
자신이 피아노를 배우던 때와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민석이 있을때에 카페는 항상 조용했다.
조용할 수 밖에 없었다.
가게 안에서 손님들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루한과 단 둘이 차분히 피아노를 배울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오히려 카페치고 가게 안은 사람 들로 북적북적댔다.
"심심하지 않아요, 우민?"
"괜찮아요. 그런데 오늘은 손님이 꽤 많네요?"
"아..."
루한이 잠시 한가해진 틈을 타 민석에게 다가갔다.
민석 앞에 따뜻한 코코아를 내려놓고 맞은 편에 앉은 루한이 민석에게 물었다.
"우민이 있어서 손님이 늘었나봐요."
"에이~ 슬쩍 봐도 다 루한씨 보러 온 것 같은걸요?"
"하하."
민석의 질문에 민석을 가리키며 대답했지만 민석이 너스레를 떨며 맞장구 쳤다.
몇마디 나누었을까 금새 손님의 부름에 루한이 자리를 뜨자 민석이 아쉬운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사실 민석은 자신이 있을때 손님이 없었기에 루한의 말동무나 되어주어야겠다 생각하고 기다리겠다고 말한것이다.
그런데 말동무는 커녕 루한은 일이 바빠 말 한번 섞기 힘드니 오히려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민석이 심심할 지경이었다.
"잊고 지냈던 그림이 떠올라...♪ 작은 떨림이 내몸에 샘솟아..♬"
몇시간이 지나자 기다리기 지친 민석은 가만히 눈을 감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북적이는 카페에서 그의 흥얼거림은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 민석의 흥얼거림을 듣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한명두명 점차 말소리가 줄어들면서 잔잔히 울리던 민석의 소리가 가게 안에 퍼져 사람들의 귀를 자극시켰다.
시선들은 민석에게로 집중되었고 그 시선 중에는 루한의 눈동자도 있었다.
모든 이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눈을 감고 흥얼거리던 민석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여전히 노래를 흥얼거렸다.
"널 찾아간다~♩ 추억이 보낸 팅커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