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불꽃의 온도가 식지 않은, 나와 마음이 같은 사람들이 가득한 공연장을 갔다. 추운 날씨를 견디며 당신을 보겠다고 줄을 섰다. 옷을 얇게 입고 가서 길을 묻다 만난 사람에게 걱정을 샀다. 그런데도 추운 게 하나도 기억이 안 났다. 하나도 춥지가 않았다. 당신 말대로 따뜻한 겨울이었다. 키가 작아서 까치발을 들어가며 민트색 봉을 들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고맙다고 했다. 나는 건강하라고, 아프지 말라고 했다. 내 부름이 너무 작았던 탓일까. 더 목이 터져라 불렀으면 당신은 그러지 않았을까.
불면증이 있었다. 당신의 괴로움에 비할 것은 아니었지만 부담감과 불안감에 휩싸여 찾아 온 그것때문에 괴로워했고, 이겨내려 무던히 애썼다. 이불에서 뒤척이기 시작할 쯤 라디오를 틀었다. 당신의 목소리가 흘렀다. 당신은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면 어느새 잠이 왔다. 그런 당신은, 위로를 건네기만 했다.
유서가 공개된 날 밤, 슬픔에 취해 술에 취하려 했다. 인사불성이 되어서도 당신의 유서를 몇 번이나 읽었다. 당신이 영영 떠났다는 사실, 당신의 선택으로 생을 끊어냈다는 사실이 그때까지 믿기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어디선가는 울고 웃고 있을 것만 같아서 마음이 아리다.
그 날은 눈이 많이 왔다고 했다. 날씨가 추웠다. 당신은 어째서 그리 추운 날 그런 선택을 한 걸까. 당신이 너무 따뜻한 사람이라 그런 걸까. 차라리 다 꿈이라고, 거짓말이었다고, 뭐든 지금만 아니면 괜찮으니 그리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난 영화학도가 됐다. 당신은 생전에 영화얘기를 했다. 나중에, 엔딩크레딧에서 잘 보이는 곳에 내 이름이 올랐을 때, 그때가 언제일진 모르지만 꼭 내가 만든 영화를 봐 달라고 하고 싶었다. 내가 영화를 처음 배울 때 만든 영화도 당신에 관한 것이라, 기회가 되면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 중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당신에 관해 내가 꿈꾼것들을 하나도 이룰 수가 없게 됐다. 우리 사이 거리는 0m랬으면서. 당신은 달보다 더 먼 곳으로 가 버렸다.
사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당신 덕분이었다. 작사를 시작했다는 당신의 말에, 중학교를 다니며 이것저것을 끄적거렸다. 누군가에게 내 것을 보여준다는 것은 언제나 부담감이 따랐지만, 난 여태껏 글을 쓰는 동안은 즐거워했다. 누군가를 위해 글을 쓴 건 아니었지만 누군가를 꼽자면 당신을 위해서였다. 뭔가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당신은 같이 좋아해줄 것 같았다. 이젠 키보드에 손을 올려도, 펜을 쥐어도 무언갈 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자신이 없어. 난 눈물이 없어서, 눈물이 더 흐르지 않기에 내가 괜찮은 줄로만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나보다.
당신의 목소리를 더 넘치게 담아내지도 못했는데. 얼굴을 좀 더 보지도 못했는데. 좋은 말을 후회 없을 만큼 더 해주지도 못했는데. 수고했다고, 정말 고생했다고 당신이 나에게 해준 만큼 말해줄걸. 차가운 길에 오르고서야 당신에게 말한다. 고생했어, 종현아.
내 10대를 빛내줘서 고마워. 잊지 않을게. 네 자리는 내 마음 한 구석에 꼭 비워둘게. 그곳에선 따뜻하고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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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북극곰입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인스티즈 글잡담에 올린 글은 모두 지웠습니다.
슬럼프가 온 순간마다 여기에 들러 독자님들의 댓글을 보며 동기부여를 받았었는데. 여러분은 일개 팬의 글이 지워졌다고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에겐 고마운 추억들이었어요. 아쉽지만 추억으로만 남겨둘게요.
언젠간 무언가를 쓰기 위해 다시 펜을 잡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예요. 종현이가 이런 걸 바란 건 아니겠지만 자신이 없네요. 종현이를 떠올렸을 때 슬픔보다 그리움과 좋은 추억들이 먼저 떠오르면 다시 올게요. 여러분의 머릿속에 저는 어떤 팬인지 모르겠지만 반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독자님과 소통한 4년동안 너무 즐거웠어요.
감사했습니다. 북극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