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를 사랑하는 두 남자 01
으, 추워
날씨가 한참 추위의 끝을 달리고 있는 날 이였다.
사람들은 모두 추위에 옷으로 몸을 꽁꽁 싸매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바람과 싸우며 자신의 길을 가기 바빴다.
여주 또한 회사를 가기 위해 횡단보도에서 바람과 싸우며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여주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아가씨. 내가 집에 가야 하는데 돈을 잃어버렸지 뭐야 이 할머니 버스비 좀 줄 수 있을까?”
“아, 네. 제가 만 원짜리 밖에 없네요. 잔돈은 따뜻한 거라도 사드세요.”
“아이고, 고마워서 어쩌지”
“아니에요. 추운데 얼른 집에 들어가세요.”
초록불로 바뀐 신호등에 여주는 할머니께 인사를 하고 건너려는데 할머니가 여주 붙잡았다.
‘얼른 건너야 하는데’ 속으로 생각한 여주는 난감한 표정으로 할머니를 쳐다보자 할머니는 여주에게 부적을 건네주었다.
할머니가 주신 거니까 일단 받은 여주는 이걸 왜 자기한테 주는지 의아한 표정으로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그 부적을 꼭 잡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질 거야"
"......네?"
"요즘 같은 세상에 이 할머니 도와주는 착한 아가씨가 있어서 내가 특별히 주는 거야"
"에이, 할머니"
"고맙네, 너무 거창한거 빌지는 말고"
그리고는 버스를 타러 가시는 할머니를 여주는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부적을 쳐다보았다.
부적이라고 하기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고 단지 소원(所願) 이라는 글자만 적혀있었다.
뭐야, 이 할머니.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거 믿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귀여우시네.
여주는 부적을 쓰레기통에 버리려다가 이내 곰곰이 생각하고는 부적을 두 손으로 꼭 잡았다.
잘생기고, 돈 많고, 애교 많고, 멋진 남자들이 꼬이게 해주세요!
아주 그냥 저한테 죽고 못살게 미치도록 저를 좋아하게 해주세요!
마음속으로 빌고는 여주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부적을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횡단보도를 건넜다.
아직 출근하기에는 조금 시간이 남아 여주는 눈 앞에 보이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밝게 인사하는 알바생의 목소리에 여주도 인사를 하고 음료 코너로 갔다.
'와, 알바생 겁나 잘생겼다'
혼자 알바생의 미모에 감탄하던 여주는 캔커피 하나를 들고는 계산대 앞으로 갔다.
"이거 제가 선물로 드릴 테니까 번호 주실래요?"
"네?"
"제가 지금 그쪽한테 작업 거는 거 거든요"
"무슨,"
"첫눈에 반했어요. 몇 살이에요?"
"......24살이요"
"전 22살인데, 누나네요? 핸드폰 좀 줘보세요"
뭐야, 나는 왜 또 다 대답하고 있는거야.
여주가 멍하니 알바생 얼굴만 빤히 쳐다보고 있자, 알바생이 손을 뻗어 여주의 손에 있는 핸드폰을 가져갔다.
여주는 핸드폰을 뺏겨도 멍하니 서있자 알바생이 그런 여주의 모습에 씩 웃고는 여주의 핸드폰에 자신의 번호를 저장 시켰다.
"박지훈이에요. 누나는요?"
"아, 전 김여주인데요"
"이름도 예쁘네, 또 봐요 누나"
씨익 웃는 알바생의 모습에 여주는 얼른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헐, 뭐야. 대박 잘생겼어.
나 지금 저 남자한테 번호 따인거야? 말이 안 되는데???
신종 장기매매인가? 그래 그럴거야. 저렇게 잘생긴 남자가 뭐가 아쉽다고...
"여주야, 커피 먹었어?"
"어. 마셨지"
"오늘 왜그래? 오전 내내 일에 집중을 못하는 거 같다? 점심도 대충 먹은 거 같고"
"야, 내가 대박인 거 알려줄까?"
"어 뭔데?"
"나 번호 따였다. 그것도 엄청 잘생긴 남자한테"
"오 웬일이야. 드디어 너의 미모가 빛을 보는구나"
"내 번호를 딸 이유가 없는 그런 잘생긴 남자라니까?"
"너 눈에만 잘생긴 거 아니야?"
"아니. 이 얼굴은 취향을 탈 수 있는 얼굴이 아니야. 심각하게 잘생겼어"
"뭔 자랑을 그렇게 신박하게 해?"
"아니, 내가 잘생긴 남자한테 번호를 따였다는게 팩트가 아니라 그 남자라 내 번호를 왜 땄는지가 팩트라고"
"아, 그래그래 번호는 따였다 치자. 근데 잘생겼다는 건 어떻게 증명할 건데?"
"카톡 프사, 보여줄까?"
".....헐"
"......"
"......진짜, 진짜 이사람이 너 번호를 땄어?"
"......응"
"대박, 미친 거 아니야? 김여주 인생 폈네!"
"아씨, 지금 혼란스러워 죽을 거 같아. 이거 뭐 신종 장기매매 뭐 그런 거 아니야?"
"아, 그럴 수도 있겠다, 네가 건강하게 생기긴 했지?"
"야!"
"장난이야, 너 예뻐! 자신감을 가지라고"
"오늘 진짜 이상해, 어떤 할머니한테 돈을 드렸거든? 그 할머니가 뭐라는 줄 알아? 글쎄,"
잠깐, 설마......
진짜 그 부적이......
"뭐, 무슨 일 있었는데"
지은이 감질맛 나게 말을 하다 끊을 여주를 계속 불러도 여주는 가만히 무언가를 생각하느라 바빴다.
혼자 말도 안된다며 입을 틀어 막고 난리를 치는 여주의 모습에 지은은 혀를 끌끌 차며 여주의 뒷자리인 본인 의자에 앉았다.
그때 팀장과 사원들이 얼른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자, 지금 이사장님이 회사 둘러보고 있다고 하니까 복장 단정히 하고 자리에 앉아주세요"
"갑자기 왜요?"
"이제 본격적으로 일 배우시려고 하시나봅니다, 김여주! 여주야! 얼른 자리에 앉아"
"대박, 야, 너도 알지 황민현. 25살이라고 했나, 암튼 회사 물려받을 건가봐"
"와, 나이 진짜 어리네? 우리보다 1살 많아?"
"응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거. 대박 잘생겼대"
"아 진짜? 와 다가졌네"
"그니까, 부럽다~ 태어났는데 할아버지가 회장 아빠가 사장"
여주와 지은이 자리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을 때, 발소리가 많이 들리더니 황민현과 민현의 비서, 높은 직위 사람들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사무실에 앉아 있던 직원들은 전부 자리에 일어나서 민현에게 인사했다.
민현과 함께 들어온 사람이 민현에 대해 설명해주고 민현도 사무실 사람들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민현은 사무실을 한번 쭉 쳐다보고는 팀장과 인사를 나누고 직원들을 한명한명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여주와 눈이 마주치자, 피하지 않고 빤히 여주를 쳐다봤다.
뭐야, 왜 저래, 왜 쳐다봐.
여주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민현의 눈빛에 당황해 눈을 피하고 고개를 숙였다.
민현은 그런 여주를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민현은 여주에게 다가왔다.
여주의 사원증을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들고는 여주를 쳐다봤다.
"김여주씨?"
"......네?"
"그냥, 불러봤어요"
"아, 네"
뭐야, 나랑 말장난 하자는 건가.
아니 장난쳤으면 됐지 왜 안가고 계속 쳐다보는 거냐고......
민현은 비서에게 가 자신의 명함을 가지고 와서 여주의 손을 잡아 명함을 쥐어주었다.
"여기, 내 번호 보이죠?"
"네"
"일 끝나고 전화해요"
"네? 아니, 왜....."
"지금 제 말에 토다는 겁니까?"
"아니요! 아닙니다 전화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해요"
민현이 사무실을 빠져나가고 직원들의 시선은 모두 여주에게 향했다.
여주는 너무 놀라 자신의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고, 지은은 여주에게 이게 무슨 일이냐며 옆에서 방방 뛰었다.
"지은아, 아무래도 그 부적이 잘못된 거 같다"
"뭐? 무슨 부적?"
있어. 왠지 모르게 내 인생이 편하지 않을 거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 부적.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