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좋아? |
김명수가 남우현에게 물었다. 김성규가 왜 좋아? 그 물음에 우현은 실실 웃으며 몸을 배배 꼬았다고 한다. 그 모습에 김명수가 질색을 했다. 도대체 뭐가 좋은데? 수업도 맨날 건성건성, 자기 얘기를 하는 건지 수업을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대충대충에다가 시험은 그에 비해서 지뢰밭. 시험 당일 날 문학 시험지를 받는 모든 학생들의 표정은 멍하다. 물론 성적 잘 나오는 애들은 어찌나 괴물 같은지 김성규가 낸 시험 문제에서도 살아남지만, 여기 있는 김명수나 남우현 같이 평범한 중생들의 시험지에는 어김없이 빨간 비가 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뭐가 좋다고, 김명수는 정말 궁금했다. 도대체 남우현이 왜 김성규를 좋아하나. 하다못해 잘생긴 것도 아니다. 김명수 기준에서는. 하긴 본인이 그렇게 잘 생겼는데. 비록 입 열면…, 별 말 않겠다. 아무튼 아무 말 없이 제 앞에 김성규가 있는 것도 아닌데도 혼자 부끄럼을 타던 남우현이 수줍게 말했다. "이유 있냐, 헤." 남우현은 헤. 김명수는 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만 변태처럼 히죽거리며 웃는 우현을 보며 명수는 혀를 끌끌 찼다. 남중에 이어서 남고에 들어오더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네. 하물며 김성규는 그렇게 예쁘게 생긴 편도 아니다. 그러니까 잘생긴 것도 아니고, 예쁜 것도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하나, 김명수 생각에 김성규는 매우 사납게 생겼다. 진짜 사납게 생겼지. 쫙 째진 눈에 콧대는 또 높고. 입술은 얇다. 가끔 수업 하다 날카롭게 교실 안을 슥 둘러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살벌하다. 그렇다고 자는 애들 지적하는 건 또 아니고. 아무튼 김명수가 생각하기에 김성규는 그렇게 좋아할 만한 구석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괴짜에, 싸이코에. 이상한 사람이지. 맞아. "…잘생겼잖아, 헤헤." 김명수가 입을 떡하고 벌렸다. 누가, 김성규가? "응. 규쌤 지인짜, 잘생겼어." 하면서 몸을 또 베베 꼬는데, 그 꼴을 보던 김명수는 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쟨 갔어, 이미 갔어. 김성규한테 완전히 빠졌어. 이미 헤까닥 하고 넘어갔다고.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김명수는 제 친구를 외면하고 다음 교시 책을 꺼내려 시간표를 확인하려다 문학책을 꺼냈다. 아, 남우현이 왜 저런지 알겠다. 남우현 문학 전엔 상태 병신이지, 참. 딱한 놈. 몇 살이나 먹었다고. 김명수가 다시 한 번 더 혀를 끌끌 찼다. "김성규가 사람 하나 병신으로 만들어놨네." "야, 우리 규쌤이 뭔 사람 하나를 병신으로 만들어놔. 우리 규쌤 그런 사람 아니거든?" 지가 김명수가 말하는 그 병신인 줄도 모르고 우리 규쌤이 얼마나 착하고, 멋지고, 매너도 좋고, 잘생기고…. 하며 김성규 찬양을 해대는 남우현에게 김명수는 아 됐어. 그만 해, 미친놈아. 그래, 그래. 너네 규쌤 잘났다. 됐지? 됐지? 하며 남우현의 입을 틀어막아 버렸다. 남우현은 저의 규쌤 찬양론을 끊어서 마음에 안 들었는지 제 입을 막은 김명수의 손바닥에 혀로 낼름낼름 하고 침칠을 했다. 김명수가 경악을 했다. 야, 이 미친! 하며 제 손을 우현의 어깨에 두세 번도 모자라 네다섯 번은 더 문지르곤 그것도 찜찜한지 주변을 둘러보며 야, 물티슈 있냐? 하고 물었다. 허나 남고에 물티슈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어, 병신아! 하는 경쾌한 욕설을 듣고 김명수는 다시 몸을 틀었단다. 남우현 진짜 똥개 같은 놈. 어떻게 손바닥에…, 으. 도저히 찝찝한 기분을 참을 수가 없어 벽면에 매달린 시계를 확인하다 이제 쉬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사실에 김명수는 절망을 했다. 아, 진작 다녀올걸. 하는 생각도 하지만 이미 늦은 걸 어쩌겠는가. 아직 수업 시작하려면 3분이나 남았는데 앞문에선 드르륵 소리가 났다. 김명수가 남우현이 왜 김성규를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이유 중에 하나. 김성규가 수업 시작하기 전에 들어와서 수업이 끝난 후 쉬는 시간도 야금야금 잡아먹는 그런 부류의 선생님이기 때문에. |
2. 잘생겼잖아 |
김성규가 교단 위를 느릿느릿하게 거닐며 시를 읊었다. 김명수가 제 눈두덩이를 슥슥 하고 비벼댔다. 졸리다, 졸려. 그에 비하면 제 옆에 앉아있는 남우현은 눈에 금가루라도 뿌린 양 반짝반짝 빛났다. 하긴, 다른 선생님 시간도 아니고 김성규 시간이니. 솔직히 말해서 남우현은 그렇게 학습태도가 좋은 학생은 아니었다. 전날에 무리를 하면 1교시는 그냥 수면. 수업 대충 듣다가 4교시 때는 바로 다음이 점심시간이라 그런가 한 다리는 꼭 의자 밖으로 빼놓고 종이 치자마자 나갈 준비를 했다. 그렇게 즐겁게 식사를 하고 나서는 바로 신발장으로 뛰어 가 운동화로 갈아 신고 열심히 운동장을 축구공과 함께 뛰어다니다 5교시 종 치기 직전에 들어와 창 밖에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과 열심히 뛴 탓에 피로해진 몸으로 인한 수면. 허나 그 수업 중에 김성규 시간이 끼어있다면 얘기가 달라지는 거다. 만약에 제가 김성규였다면 정말, 굉장히 부담스러울 정도로 김성규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진짜 장난 아니고, 남우현이 만약에 염력을 쓸 줄 알았다면 그 힘으로 인해 김성규 허리가 단번에 뒤로 꺾일 정도로 김성규를 쳐다본단 말이다. 그러나 상대는 김성규였다. 김성규는 여태껏 그런 남우현에게 지적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긴, 김성규는 개개인을 지목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김성규가 알고 있는 이름이 있으려나, 싶을 정도로. 김명수는 새삼스럽게 남우현이 불쌍하다고 느껴졌다. 남우현이 저렇게 열렬하게 김성규를 쳐다보는데, 김성규는 과연 남우현을 알까. 하고. 김명수가 정면을 쳐다봤다. 김성규는 교과서에 얼굴을 박을 기세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목소리가 문틈으로 기어들어갈 듯이 작았다. 주변을 슥 둘러보니 생존자는 얼마 없다. 대부분 독서대 세워놓고 수면중. 독서대가 없어도 김성규는 아무 말 없을 테지만. 김명수는 새삼 남우현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얘는 어떻게 다른 시간엔 다 자면서 김성규 시간에만 이렇게 멀쩡하냐. 게다가 성적은 또 다른 과목들이랑 다 비슷비슷하고. 이것도 웃긴 점 중에 하나였다. 김성규 과목을 제외하고 다른 과목들엔 집중하는 모습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남우현이 어떻게 전과목 점수는 다 비등비등한가. 보통 그 과목 선생님을 좋아하면 그 과목 점수도 따라서 올라가는 거 아닌가? 그래서 결국 호기심을 참을 수 없던 김명수는 남우현한테 이렇게 물어봤다고 한다. 왜 그래? 거기에 답한 남우현의 말은 정말 걸작이었으니. "나는 문학이 아니라 우리 규쌤이 좋은 거니까." 김명수가 저의 뒷목을 잡았다. 오, 규쌤. 이 미친놈을 구원해주세요. 즉 남우현은 김성규의 수업을 듣는 게 아니라 김성규의 얼굴을 보고 있다는 말이 됐다. 아, 목소리도 포함인가. 그래서 성적은 그 모양 그 꼴인 거고. 이왕 보고 듣는 거 수업도 좀 착실히 듣지. 하는 생각이 들어도 본인이 그렇게 한다는데 별 수 있나. 지금은 6교시. 오후의 햇살은 따뜻하고 김성규 목소리는 나른하다. 저가 생각해도 이정도면 많이 참았다. 김명수는 그런 저에게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문학책을 절반으로 펴놓고 팔 하나 슥 올려놓고 베개로 사용. 자 이제 잠이나 자볼까, 하던 김명수는 이내 마음을 접고 다시 자세를 바로 했다. 만약 수업시간에 자면 저가 어떤 꼴이 날지 모른다. 특히 김성규 수업이라면. 결국 김명수는 한잠도 못자고 쉬는 시간에 푹 하고 쓰러졌다. 아, 힘들어. |
3. 저게 잘생겼냐 |
야간 자율 학습 종료를 알리는 종이 치자마자 침묵은 금세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소음들로 뒤덮여버렸다. 김명수도 그 안에서 저가 풀고 있던 문제집 같은 것들을 가방 안에 넣었고, 그건 남우현도 마찬가지였다. 허나 수업 종료 2분 전부터 미리 하나하나 챙겨두고 있던 남우현은 이미 다 챙겨놓은 제 가방을 등에 메고 괜히 김명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김명수가 아 가만히 좀 있어. 하며 남우현을 째렸다. 남우현이 깨갱했다. 처, 천천히 해. 하는 우현의 뒷목을 잡고 김명수가 잡아끌었다. 다 챙겼다, 병신아. 남우현이 질질 끌려가다 말고 방방 뛰어댔다. 와, 집이다! 집! 김명수는 남우현이 참 개 같다고 생각했다. 중의적 의미가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개 같다고. 멍멍. 가끔은 진짜 개 같을 때도 있지만 여튼. 김명수와 남우현의 등하교 길은 같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니까. 둘은 원래 이성열을 사이에 둔 친구의 친구라는 애매한 관계였으나. 같은 고등학교, 같은 반, 번호순서대로 앉은 결과 짝이 된 후 토막토막 얘기를 나누다 집에 가는 방향이 같다는 사실을 안 이후로 등하교를 같이 하면서 급 친해지기 시작했다. 뭐, 처음엔 지나가던 사람들이 슬쩍 쳐다봤다 풍겨오는 어색한 오라에 발걸음을 피했다면, 지금은 시끄러워서 피한다. 무튼 둘은 오늘도 티격태격 거리며 골목길을 걸었다. 조용한 골목에서 이따금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규쌤이 시 읽어줄 때.. 윽, 진짜 죽을 거 같아. 어떻게 목소리가 그렇지?" 김명수 옆에서도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명수는 진지하게 남우현 귀가 막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진짜 미친 듯, 돌았냐. 라고 했다가 김명수는 괜히 욕만 얻어먹었다. 존나 김성규 빠돌이 새끼.. "잘 가셈." "어. 내일 보자." 더 앞 동에 있는 남우현을 먼저 보낸 김명수는 저를 보며 손을 방방 거리던 우현에게 대충 머리를 까딱거리다 저가 사는 아파트 동 건물에 들어갔다. 복도를 죽 가로질러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8층이라고 써진 버튼을 꾹 누르곤 거울 앞에 기대섰다. 김명수는 제 눈두덩이를 꾹꾹 눌렀다. 피곤했다. 띵동,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김명수는 제 눈가에 있던 손을 거두고 저의 집으로 향했다. 도어락을 열어 비밀번호 네 자 입력하고, 띠리링 소리와 함께 집에 들어가니 텔레비전 소리가 컸다. 아마 단체로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오늘이 수요일이니까… 주군의 태양? 그 아역 잘 생긴 드라마일 거다. 무튼 김명수는 발만 사용해 신발을 벗어버리곤 저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반응 하나 없이 포크 하나씩 물고 있는 가족들을 보며 새삼스럽게 섭섭해졌다. 허나 섭섭함도 잠시, 저도 같이 봐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제 방에 들어가 츄리닝을 대충 껴입고 거실로 나왔다. 그제야 아들 왔어? 하는 엄마 옆에 자리를 잡고 사과 한 조각을 집어먹으며 엉. 하고 대답한 김명수는 텔레비전 앞에 떡하고 누워선 저의 집안 군식구를 보며 인상을 썼다. 아, 형. 저리 비켜봐. 하는 김명수 말에도 그 형이라는 사람은 끄떡도 안 했다. 그때 김명수 눈앞에 별이 번쩍였다. 악!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김명수가 인상을 팍 썼다. "아, 엄마 뭔데!" "너 오늘 수업 시간에 대놓고 자려고 했다며! 집중을 해도 모자랄 판에!" 역시. 김명수는 지금 와하하하! 하는 소리를 내며 웃는 제 형을 눈으로 째렸다. 형이라는 사람이 도움이 안 돼. 지가 초등학생도 아니고 다 일러바치고, 이래서 내가 아까 자려다 겨우 일어난 건데 그걸 또 보냐. 그리고 저건 또 뭐야, 존나 지가 무슨 유치원생도 아니고. 김명수가 본 형, 아니 김성규의 앞머리가 일명 사과머리 형태로 묶여있었던 거다. 김명수의 표정이 점차 썩어 들어갔다. 그때 제 목소리를 들었는지, 작은 엄마. 즉 김명수의 엄마 목소리를 들었는지 아무튼 김성규가 고개를 팩 하니 돌리다 김명수와 눈이 딱 마주쳤다. "오, 언제 왔냐?" "방금." 정면에서 보니까 더 혐오네, 하고 김명수가 생각했다. "수업 시간에 자지 마, 임마." "아, 안 잤다고!" "자려고 했으면서 말 많다." 이 말을 끝으로 다시 텔레비전을 보며 와하하, 하고 웃으며 제 엉덩이를 벅벅 긁던 김성규의 뒤태를 보던 김명수의 머릿속에 새삼 규쌤은 웃는 모습도 멋있어. 으, 으. 하고 앓던 남우현이 떠올랐다. …저게 잘생겼냐? 남우현 존나 눈깔병신.. |
벽 |
제목에 대한 태클은 받지않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 고래 썸에 속 터질 새우 될 준비 되셨어여? 제가 절대 다른 건 쓰지 않고 있는 게 아닙니다.. 쓰고 있는데 초반에서 막힐뿐...! 모든 글 다 차근차근 올릴테니 걱정하지 마여~ 아 걱정 안 하고 계신가ㅎㅎ 무튼! 또라이 규썜과 규쌤 빠돌이 남우현 사이에서 속 터지는 김명수와 함께 해여 여러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