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방탄소년단 - Let me know
내 나이 19살, 내 남편 전정국
W. 달감
30
몽롱한 기운에 허우적거리다가 어느 순간 정신이 바짝 들어 벌떡 일어났다.
온천에서 입고 있던 온천용 유카타를 입고 있었고, 머리는 마르지 않은 채 조금 축축한 상태였다.
온천에서 쓰러진 날 그대로 이곳으로 옮겨온 듯했다.
전정국과 머물던 호텔방이 아니라 내가 처음 보는 방 안 침대 위에 있는 걸로 봤을 때,
날 이곳으로 옮겨온 게 전정국이 아니란 건 확실했다.
"깼냐?"
전에 한두 마디 들었을 뿐인 그 목소리에 나는 한 번에 그 목소리 주인의 얼굴을 떠올렸다.
고개를 돌렸을 땐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그 얼굴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 누구야? 정체가 뭐야?"
"..."
"날 왜 여기로 데려온거야?"
낯선 곳으로 끌려왔다는 공포감 때문일까, 저 사람에 대한 공포감 때문일까.
나는 순식간에 공포감에 사로잡혀버렸지만 애써 그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떨리는 손과 목소리를 숨기려 노력하며 저 사람을 노려보았다.
"나는 민윤기"
"..."
"그리고 널 데려온 이유는
너랑 전정국 이혼시키려고."
특유의 갈라지는 듯한 목소리가 내 심장을 후벼팠다.
특히나 그랬던 이유는 '전정국'이라는 이름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지금이 몇 시일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전정국은 내가 없어진 이후로 얼마나 날 걱정하고 있을까.
그 이름이 내 귀에 들어오자 떨리는 손과 목소리를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데...?"
"너랑 전정국은 그냥 시키는 대로 결혼했겠지.
근데 그 결혼으로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줄 알아?"
"..."
"혼인신고하기 전부터 우리는 곧 결혼할 거다, 하고 불법으로 해먹은 것도 한두 개가 아닌데
정식으로 혼인신고하고 합법이 되니깐 아주 열심히 해 드시더라고.
그렇게 큰 기업 둘이서 전부 해 드시면 그 아래 수많은 작은 기업들은 어떡하라고?"
"..."
"나도 그 수많은 작은 기업 중에 하나.
우리 기업은 너네 둘 결혼 때문에 망할 위기까지 갔어.
그 짓 그만두게 하는 방법은 지금 하고 계시는 일들 다시 불법으로 만들어드려야지.
너네 둘이 이혼하면 되는 거잖아."
이혼?
나랑 전정국이랑?
이제는 회사 사정들 따라 이혼까지 하라는 거야?
결혼도 마음대로 못했는데, 이혼도 남 뜻대로 하라고?
아니, 죽어도.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게는 못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악이 차올랐고, 눈을 부릅뜨고 민윤기라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죽어도 그렇게는 못해. 차라리 날 죽여."
"죽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근데 그건 일이 복잡해질 것 같아서."
민윤기가 자리에서 일어나 날렵한 눈매로 나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 눈매가 무서웠지만 지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다가오는 눈을 날카롭게 마주했다.
민윤기는 내가 앉아있는 침대에 앉았고, 날 덮칠 듯 몸을 가까이했다.
무서운 눈을 만들고 싶어 눈에 온갖 힘을 주었지만, 여유 있으면서도 위협적인 민윤기 눈은 이기기 어려웠다.
"다른 남자랑 잤다고 하면, 이혼해 주지 않을까?"
민윤기의 말에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민윤기의 어깨를 세게 밀쳤다.
그러자 민윤기가 일어나 피식- 웃으며 날 내려다보았다.
저런 사람도 웃을 줄 안다니, 작은 웃음조차도 민윤기라는 사람한테는 정말 안 어울렸다.
"너무 무섭게 쳐다보길래 농담한번 해본건데, 여전히 무섭게 쳐다보네."
"..."
"이혼 방법이 살인이 될지 실종이 될지 그건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할 거야."
"전정국이 그렇게 놔두지 않을 거야."
"..."
"전정국이 반드시 날 찾아낼 거라고."
내 말에 민윤기는 날 차갑게 내려다보다가 또 안 어울리게 피식- 하고 웃어 보였다.
그러다 옆에 놓여있던 옷을 주워들어 나에게 툭 던지며
"나가있을 테니깐 갈아입어. 감기 걸려."
하곤 문을 닫아버렸다.
납치범 주제에 감기 걱정이라니 참 어이가 없다.
난 민윤기가 준 옷을 만지고 싶지 않아서 이불을 둘러싸고 그 옷을 혐오스럽게 바라보다가
이내 젖은 몸에 에취- 하고 기침에 나오자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옷을 주워들었다.
전정국이 찾으러 올 때까지 건강해야지.라고 중얼거린 후 옷을 갈아입었다.
---
옷을 갈아입은 뒤 주위를 살펴보았다.
창문 하나 없어서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이 집은 일본의 전통가옥으로 추측되었다.
깔끔하고 단정한 분위기의 방은 대나무 향기가 풍겼다.
옆으로 열고 닫는 종이문 하나가 방을 둘로 나누고 있었는데,
종이문에는 앉아있는 민윤기의 검은 그림자가 비쳤다.
저기서 날 24시간 감시할 예정인가 보다.
저렇게 망부석처럼 가만히 앉아서 대체 뭘 하는 걸까.
나도 모르게 미동조차 없는 그림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꼬르르르륵-
그때 내 뱃속에서 천둥번개가 쳤고, 그 소리에 그림자의 고개가 이쪽을 바라보았다.
내가 당황해서 굳어버렸을 때, 민윤기의 그림자가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민윤기의 그림자가 다시 방으로 들어와 종이문을 발로 열었다.
종이 문이 열리자 그림자가 아닌 진짜 민윤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차가운 표정의 민윤기의 손에는 작은 밥상이 들려있었다.
"내...내가 먹을 것 같아?"
"그건 니 배한테 물어봐."
꼬르르르르륵-
다시 한 번 내 배에서 천둥소리가 울렸고, 나는 내 배를 원망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민윤기가 밥상을 내 앞에 내려놓은 후, 맞은편에 앉았다.
민윤기가 숟가락을 툭툭 건드리며 먹으라고 눈짓을 했고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숟가락을 잡았다.
"내가 아저씨가 주는 옷을 입고 밥을 먹는 거는 아저씨가 좋아서가 아니라,
전정국이 올 때까지 건강해야하니깐이야.
혹시나 착각하지 말라고."
"아저씨?"
"나 아저씨 아니야. 니보다 4살밖에 안많아."
"그럼 오빠라고 불러드려요? 납치범한테는 아저씨가 딱 어울려."
'아저씨'라는 단어에 반응한 듯 민윤기의 미간이 좁혀졌다.
지금까지 봤던 것 중에 가장 큰 표정 변화였다.
"납치당했다고 하루 종일 엉엉 울고 벌벌 떨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엄청 태평하네?"
"전정국이 데리러올거라고 확신하니깐"
"정략결혼아니었나? 그것치고는 엄청 신뢰하네."
"정략결혼 맞아. 근데 서로 엄청 사랑하는 것도 맞아."
"사랑?"
'사랑' 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민윤기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사랑이라는 예쁜 단어가 민윤기 입을 통해 나오자 차가운 단어가 되어버렸다.
그게 미워서 내가 살짝 째려보자 민윤기가 자리에서 일어나 날 내려다보며 말했다.
"사랑 지랄하네, 그딴 게 어딨어."
차가운 표정에 차가운 말투로 그렇게 읊조리고는 종이 문을 닫고 나갔다.
저렇게 티 내지 않아도 딱 봐도 사랑하곤 거리가 먼 사람이다.
아까와 같이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검은 그림자가 마치 민윤기 그 자체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림자만큼 검고 어두운 사람 사랑을 모르는 사람.
저런 사람과 이렇게 계속 한 방에 있어야 한다 생각하니 밥맛이 뚝 떨어졌다.
---
"아저씨"
"..."
"아저씨!"
"왜"
"아무것도 안 주고 이렇게 누워만 있으니깐 너무 심심하잖아
언제까지 이렇게 멍하니 있어야 해?"
"위에서 지시 내려올 때까지"
"위? 아저씨 혼자 한 짓이 아니었어?"
"난 그냥 직원 중에 한 명일 뿐이야."
몇 시간을 침대에서 혼자 뒹굴뒹굴하던 내가 무료함을 참지 못하고 민윤기에게 말을 걸었다.
몇 시간 동안이나 저렇게 미동 없이 앉아있는 민윤기가 신기할 정도였다.
"아 원래 오늘 전정국이랑 아쿠아리움 가기로 했었는데 이건 너무하다."
"시끄러우니깐 조잘거리지 말고 조용히 있어"
"쳇"
나는 팔을 뻗어 민윤기의 그림자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나도 니 그림자 보인다."
그 소리에 괜히 뻘줌해져 손을 내렸다.
침대에 돌아누워 하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애써 꾹꾹 눌러 담고 있던 전정국의 얼굴을 그려보았다.
그 얼굴이 내 머리에 선명하게 들어서자마자 한순간에 눈물이 차올랐다.
내가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렇게나 기대하던 신혼여행이었는데.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자마자 나는 재빨리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냈다.
그리고 동시에 다시 새어 나오려는 공포감을 다시 열심히 눌러 담았다.
내가 울고 있는걸,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는 걸 전정국이 바라지 않을 것이다.
평생 옆에 있을거지 라고 물었을 때 전정국이 나에게 해주었던 키스를 기억한다.
그 어떤 키스보다 진솔했던 키스는 나에게 약속을 말하고 있었다.
그 약속의 기억이 이토록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날 안심시켜주었다.
난 그 약속을 믿으니깐, 전정국을 믿으니깐.
내가 무너져버리면 전정국에 대한 믿음을 깨버리는 거다.
전정국이 걱정하지 않도록 더 씩씩하게 전정국을 기다려야지.
내가 코를 훌쩍 거리자 민윤기가 그 소리에 반응해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밖으로 나갔고, 한참이 지나서야 들어와 종이문까지 열었다.
침대에 누워있던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민윤기를 올려다보았다.
민윤기는 그런 내 쪽을 향해 외투 하나를 던졌다.
"입어. 나갈거야."
"어딜?"
"아쿠아리움 가고 싶다며."
---
방에서 나와 복도를 걸은 후 현관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왔다.
고개를 돌려 내가 있던 집을 올려다보았고 예상했던 대로 2층짜리 일본 전통가옥임을 확인했다.
다시 고개를 돌려 마당을 둘러보자 민윤기와 같은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시당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
그 많은 남자들 중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민윤기가 날 이끌고 검은 차에 태웠다.
차는 출발했고, 이동하는 동안 민윤기는 언제나 그랬듯 말을 아끼었다.
두 명의 남자들이 같은 차에 탔고, 여섯 명의 남자들은 또 다른 검은 차로 우리 차를 쫓아왔다.
숨 막힐 듯 조용한 차 안 공기 속에서 나는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으로 펼쳐진 바다가 전정국의 얼굴을 선명하게 떠오르게 만들었다.
전정국 생각은 눈물이 차오르게 했지만, 동시에 날 강하고 씩씩하게 만들었다.
"나 허락없이 너 여기 데려온거야."
"..."
"도망안가겠다고 약속해."
"..."
"약속해"
"응."
약속을 강요하는 민윤기에 나는 눈을 피하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이제 진짜 날 죽이러 가는 건가, 더 멀리 떠나려는 건가 싶었는데 차가 도착한 곳은 아쿠아리움이었다.
아쿠아리움 입구 앞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날 둘러싸고 있자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매하는 민윤기의 뒤통수를 바라보면서 날 왜 여기로 데려온 건지 의문이 들었다.
아까 내가 아쿠아리움 가고싶다는 그 한 마디 때문에 날 여기로 데려온걸까?
납치범이 이렇게 내 말을 잘 들어줘도 되는건가?
나는 앞서서 걸었고, 민윤기를 비롯한 남자들은 날 감시하며 다섯 발자국 정도 뒤에서 날 따랐다.
처음에는 뒤따라 걷는 남자들이 어색해서 쭈뼛거렸는데, 계속 걷다 보니 이 남색 세상에 푹 빠져들었다.
날 둘러싼 남색 물빛과 그 속을 헤엄치는 수많은 물고기들.
지금 내 상황이 암울해서 그런지 저 안 물고기들이 조금 불쌍하게 느껴졌다.
어제 바다를 보며 전정국과 참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쿠아리움은 전정국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이건 진짜 바다가 아니라 가짜 바다니까.
저 좁은 수족관에 갇힌 물고기들도 이런 가짜가 아닌 진짜 바닷속에서 헤엄치고 싶겠지.
나도 얼른 만나고 싶다. 진짜 내 바다, 전정국.
"화장실."
때 마침 화장실이 눈에 들어왔고, 뒤돌아 민윤기에게 화장실에 간다고 눈짓해 보였다.
나는 눈이 마주치자 문득 민윤기의 검은 분위기가 아쿠아리움하고 어울린다는 생각이 스쳤다.
민윤기가 고개를 끄덕해 보였고, 나는 화장실로 들어섰다.
화장실로 들어섰을 때 반대편에 있는 또 다른 문이 내 눈에 들어왔고 내 심장이 심하게 떨려왔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화장실에 오겠다고 한 건 아니었지만, 그 문을 보자마자 기회라는 생각이 스쳐왔다.
머릿속으로는 몇 초정도 고민을 했지만, 그 시간도 촉박하게 느껴져 결국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반대편 문으로 나왔다.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고 정신을 차려보니 내 발은 달리고 있었다.
도망치고 있다는 공포감 때문에 온몸이 떨려왔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그래도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달리는 것 밖에 없었다.
겨우 출구에 도착했지만 그 앞을 지키고 있는 검은 정장의 사내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방향을 틀어서 옆에 있는 선물가게에 들어갔다.
나는 카운터에 가서 여자 직원을 붙잡았다.
식은땀을 흘리는 이마, 빨간 눈망울, 떨리는 목소리가 그녀를 조금 놀라게 한 듯했다.
"덴와 카시떼 쿠다사이..."
(전화 좀 빌려주세요...)
내 긴박한 목소리에 그녀가 빠르게 전화를 꺼내 건넸다.
전화를 건네받은 손이 덜덜 떨고 있었다.
그럴수록 침착해야 한다고 머릿 속으로 수십 번을 되뇌며 전화 버튼을 눌렀다.
전정국이 회사에서 일본에서 쓸 휴대폰을 받았었다.
그 전화번호가 뭐였더라. 전정국이 외워두라고 해서 나도 외웠었는데.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그 숫자들을 겨우겨우 끄집어내 천천히 버튼을 눌렀다.
11개의 숫자를 모두 누르고 전화 버튼을 눌렀다.
전화 연결음이 내 귀를 가득 채웠고. 그 전화 연결음이 내 목숨을 조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 모시모시 (여보세요) ]
그토록 듣고 싶었던 그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와서야 난 막혔던 숨을 크게 내쉬었다.
또 눈물이 앞을 가려왔지만, 내가 울고 있으면 전정국이 걱정할까 봐 떨리는 목소리를 들키지 않기 위해 애썼다.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렸지만, 전화기 하나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전화를 두 손으로 받쳐 잡았다.
"전정국"
[김탄소? 너 괜찮아?!]
전화를 타고 들려오는 떨리는 전정국의 목소리가 그동안 날 얼마나 많이 걱정했는지 알게 해주었다.
그게 너무 안타까워서 그리고 미안해서 마음 한 쪽이 너무 쓰라렸다.
"정국아 나는 진짜 괜찮아."
[거기 어디야?]
"여기 아쿠아리움이야. 오키나와인지는 잘 모르겠어.
민윤기. 민윤기라는 남자가 날 가둬뒀어.
바다가 보이고... 전통가옥 같은 집... 거기서 갇혀있었어..."
머릿속으로 전달해야겠다고 생각되는 단어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입 밖으로 마구 쏟아져 나왔다.
또 뭘 말해야 하지, 어떻게 말해야 도움이 될지 그렇게 어지러워하고 있을 때
전정국의 목소리가 내 귀에 울리며 언제나 그랬듯 날 안심시켜주었다.
[김탄소. 나 너 꼭 찾을 거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너 찾을 거야.]
"응, 알아"
[울지 말고,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그럴 수 있지?]
"응. 그럴게. 나 진짜 괜찮아 그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 그리고 정국아..."
[응. 말해.]
"보..."
보고 싶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었는데.
한 글자 밖에 못 꺼냈는데.
애써 온갖 힘을 다 꺼내어 붙들고 있던 전화기가 내 손에서 사라졌다.
새빨간 눈동자를 돌려 사라진 전화기의 행방을 쫓았다.
"도망 안 간다고 약속했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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