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월 3 일 날씨맑음
제목 : 복수할꺼야
오늘 정말 김종인인가? 그 미친놈을 슈퍼 앞에서 만났다.
하필 왜 무릎 다 늘어난 츄리닝바지에 라면국물묻은 흰후드티를입어서 ..
어차피 서로 말 한번 제대로 해본적도 없고 쪽팔린 내 차림과 상반되게
메이커들을 몸에 치장한 녀석때문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래서 모르는척하고 지나가는데 왜 말을거냐고!! 자기 친구들도 옆에
있었으면서!!! 젠장!! 내가 나 비웃은 놈들 다봤어!!!!! 복수할꺼야!!!!!!!!!
마지막으로 김준면 넌 진짜 내가 죽인다!!!!!!
경수는 사촌 형의 집에 세들어 사는 형태였다.
부모님은 여행을 경수만 나두고 가버리셨고 하루아침에 경수는 자취하는 사촌 형의 집에 들어가게 되고 결국 사촌형 김준면의 시다바리가 되버렸다.
"쭈구리"
"도찌질이"
"그렇게 기름가득한 감자칩만 먹으니까 니 고막에 기름이 쌓였나보다?"
준면이 자신을 지칭하는게 분명한 말들을 듣고서도 안들리는 척하며 감자칩을 우걱우걱 먹으며 온 신경을 티비에 나오는 소녀시대에 쏟던 경수는 맨 마지막에 비웃으며 말하는 준면의 말에 먹던 감자칩을 바닥에 떨어뜨리곤 준면을 죽일듯 노려본다. 그 큰눈으로 노려보면 누가쫄줄알고?하고 비아냥거리던 준면이 발 사이에 껴놨던 쿠션을 경수에게 던진다.
"아!!"
"야 라면 좀 끓여와"
"씨이.."
쿠션으로 빗겨 맞은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준면을 노려보던 경수는 주먹을 보이는 준면에 할수없이 거실로 간다. 절대 쫄아서 그런거 아니다 단지 내가 착해서 그런거다라고 자기합리화시키면서 라면을 찾는데 안집힌다. 왜 하필 라면을 윗서랍에 넣어놨는지 라면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보이지도 않는다. 일단 준면의 눈치를 보는데 다행히도 아직은 소녀시대가 버텨주고있는지 티비에 시선을 주고있다. 좋았어
마음으로 하나 둘 셋 세고서는 젖먹던 힘을 다해 높이 점프를 하는데 아무것도 없다.
"형! 라면 없는데"
"어쩌라고"
"없다니깐?"
"그럼 사와"
싫..까지 나왔다가 사납게 노려보는 준면에 간이 콩알만 해진 경수가 돈은?!하고 말하니 준면이 시선도 주지 않고 니 점퍼안에 넣어놨어하고 무심히 말한다.
체념하고 그래?하고 점퍼를 입던 경수는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뭐야 왜 내 점퍼안에 돈을 넣은거지? 점퍼를 걸치는 와중에도 물음표가 가득했다.
"근데 형.."
"작작 재잘거리고 라면이나 사러가"
"....내 점퍼에 어떻게 미리 돈을 넣은거야?"
"라면이 없으니까 사오라고, 아 그리고 지금 니 차림새 존.나.불.쌍"
-
[ 어이상실 ] 이 4음절이 경수의 지금 상태를 아주 정확히 말해주고 있었다. 김준면사탄악마악의축멍청이성질고약한놈나쁜놈지옥에나떨어져라!!
계속해서 욕을 되풀이 하던 경수는 성질을 참지못하고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쥐뜯는다.
자신의 아파트 411동에서 제일 가까운 슈퍼에 들어가 아무렇게나 집히는 라면 5개봉을 사서 계산하고 검정비닐봉투에 스스로 넣고 달랑달랑 한채로 손목에 끼고 나오는데 앞에 파라솔에 검은 덩어리들이 앉아있다. 슬쩍 보니까 자신의 학교에서 소위 문제아들이었다. 졸라무서워! 보지말걸!! 재빨리 그 큰눈을 돌리려고 하는데 김종인의 눈과 경수의 크게 떠진 눈이 마주쳤다.
그 상태로 못본척 바로 시선을 돌리는것도 어색히 여겨졌는데 종인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아까 쥐어뜯어서 산발이된 머리와 라면국물이 묻어있는 하얀후드티 무릎이 아주 늘어난 츄리닝 점퍼에 손을넣고 손목에 검은 봉다리를 걸은 아주 내추럴한 상태의 경수를 아래위로 훑는다.
종인이 자신을 훑는걸 보고서는 경수도 질새라 종인을 아래위로 훑는데 흠잡을만한곳이 없었다. 젠장..지금이라도 못본척 지나가자하고 경수가 고개를 돌리고 반대 편으로 향하는데 종인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린다.
"도경수"
"ㅇ..어?"
"잘가"
"으응"
종인의 옆에 같이있던 검은 무리들이 경수의 차림새를 보더니 거의 비웃는다 싶을정도로 웃어재낀다.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진채로 경수는 다시 뒤를 돌아 집을 향했다.
재수없어재수없어 아 김준면이 존나불쌍해보인다고 할때 옷갈아입고갈껄!! 저자식들한테 내가 진짜 복수한다!! 내가 나중에 비웃어줄꺼라고!! 난 왜 거기서 말을 더듬은거야!! 진짜 경수는 쪽팔림에 눈물까지 나오려했다! 사나이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다니 절대 용서할수가 없었다.
-
"나 왔어"
"짜장면먹어"
진짜 김준면은 사탄중 사탄이었다. 사촌동생한테는 라면심부름을 시켜놓고 그 사이를 못참고 짜장면을 시키다니..
화가 머리까지 솟구침에 현관에서 신발도 못벗고 준면을 노려보던 경수는 준면이 자신의 짜장면을 안먹을거냐는듯이 경수를 향해서 흔들기에 경수는 할수없이 신발을 벗고 거실에 쭈구려 앉아 짜장면을 먹었다.
!워터! |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는데 재밌었나요?ㅠㅠ
사실 경수가 저렇게 낑겨있는거 쓰고싶었어요ㅋㅋ!!
읽어주신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