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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방탄소년단 정해인 변우석 더보이즈
검백 전체글ll조회 3039l 3

 “뭐?”

 

지호는 순간 제 눈을 의심했다. 몇 번이나 감았다 뜨고 손으로 눈을 비벼 봐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침대에 있어야 할 박경이, 방안 어딘가에 있어야 할 박경이 보이지 않았다.

 

 

 

03

 

 

 

도망간 거구나.

 

지호의 머릿속에 처음으로 떠오른 문장은 이것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엔? 배신감, 분노? 아니, 아니다. 걱정이었다. 지호는 지금 너무도 경이 걱정되어 견딜 수가 없었다. 꽉 주먹 쥔 손에 피가 통하지 않아 하얗게 질렸다. 찬 물로 한 바가지 뒤집어 쓴 것만 같았다.

 

연예인보다도 유명한 박경을 대한민국에서 알아보지 못할 사람은 없었으니 필시 도망갔다면 누군가가 경을 알아볼 것이다. 순백의 아이.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백지의 박경.

 

길 한복판에서 정처 없이 떠도는 경을 붙잡고 저의 호기심을 위해 무자비로 질문을 퍼부을 거다. 경이 머뭇대다 대답을 못 한다면 수틀린다고 함부로 손찌검을 할지도 모른다. 또다시 아버지에게 버려졌다며 언론에서 농간을 부릴지 수도 있었다. 그러고 싶지 않아도 지호의 상상은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여기서 가만히 있으면 안 돼. 초조하다보니 자꾸만 턱 끝이 덜덜 떨렸다. 아직 지리를 모르니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거다. 당장 집밖으로 나가서 찾아봐야 했다. 그 전에 경찰서에 연락을 해봐야 하나? 지희에게 도움을 요청할까?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문턱을 넘는데 어디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호는 힘없이 눈을 굴렸다. 빈 매트리스, 침대 맡에 떨어진 이불. 아무리 살펴도 방 안은 비참할 정도로 텅 비어있었다. 정신이 없다보니 귀까지 맛이 갔나 보다. 콧잔등을 찡그리며 방을 빠져나오는데 다시 부스럭 소리가 났다. 틀림없이 소리가 났었다. 지호는 눈을 부릅뜨고 방 구석구석을 뒤졌다. 빈 매트리스, 침대 맡에 떨어진 이불…….

 

잠깐, 이불?

 

지호는 번개처럼 몸을 날려 떨어진 이불을 들추고 침대 아래를 살폈다.

 

“…….”

“…….”

 

몸을 잔뜩 웅크린 박경이 새하얀 눈동자를 깜빡이며 지호를 보고 있었다.

 

팽팽하게 긴장했던 근육이 이완한다. 터질 듯 쿵쾅대던 심장이 잠잠해지면서 입에서는 절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지호는 바닥에 누워 거칠어진 숨을 고른 채 흘러내린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집안에 경이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괘씸했다. 푹신푹신한 침대를 버리고 왜 컴컴하고 좁고 딱딱한 침대 아래에 들어간 거람.

 

"왜 거기 있어."

"……."

 

당연하게도 돌아오는 답은 없다. 경은 지호가 왜 그렇게 놀랐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이었다. 지호는 머리를 숙이고 팔꿈치로 기어 침대 밑으로 들어갔다. 여간해서는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경도 지호가 들어올 줄은 몰랐는지 휘둥그레 눈을 떴다.

 

"답답해. 천장은 낮고 비좁아. 어둡고."

 

지호가 담담하게 들어온 심정을 털어놨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경은 어딘가 반박하고 싶은 듯 눈썹을 찡그리고 반항적인 표정을 지었다. 이곳은 안락하고 편안해요. 내 몸을 낯선 것으로부터 숨길 수 있어요. 경의 눈빛이 말했다.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느 날 갑자기 지구가 아닌 먼 별 나라에 뚝 떨어진 느낌이겠지. 무섭고 모르는 것 천지일 거야. 아니면 세상이 3차원에서 4차원으로 변했다던가.”

“…….”

“널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자만하진 않아. 다만, 여기. 지상의 세계는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는 거.”

“…….”

“기다리고 있을게. 정 두렵다면 아빠 어깨에 기대도 되니까, 천천히 나와도 되니까…….”

 

심장 부근이 간질간질 하다. 낯간지러운 말은 정말이지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말을 하면 할수록 얼굴이 점점 달아올랐다. 지호는 처음으로 침대 밑이 얼굴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워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의 순수한 눈빛은 부담스러울 만큼 줄곧 지호에게 고정돼 있었다.

 

"이따 부를 테니 아침밥 먹으러 나와."

 

대충 말을 매듭짓고 침대 밑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지호는 머쓱해져서 습관처럼 목을 긁으며 방을 나섰다. 뒤통수가 뜨거운 것이 분명 아직도 경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게 틀림없다. 몸 곳곳에 열이 올라 찬물로 샤워가 급히 하고 싶어졌다. 지호는 후끈거리는 뺨을 한 채 잰걸음으로 욕실로 들어섰다.

 

 

지호는 10분 안으로 급히 샤워를 마무리하고 부엌에 걸어갔다. 휘파람을 부르며 밥을 지으려고 보니 쌀이 뚝 떨어져 있다. 혹시 백반이라도 있을까 싶어 다급한 마음으로 서랍마다 열어봤지만 그 흔한 백반이 하나도 없었다. 냉장고를 벌컥 열자 묵은 지, 오래된 깻잎조림, 시어버린 열무김치, 달걀 3알, 유통기한을 훌쩍 지난 식빵이 나왔고… 아무 것도 없었다. 지호는 당황스러움을 넘어 황당하기까지 했다. 내가 이렇게 형편없이 살았었나? 곰곰이 성찰해보니 혼자 사는 탓에 집안일에 다소 소홀히 하긴 했었다. 식사는 늘 외식이나 배달음식으로 때웠고 집에서 밥해 먹은 일은 가뭄에 콩나듯 아주 드물게 있었으니.

 

싱크대 위 칸을 살펴보자 다행히 짜파게티 몇 봉지가 나왔다. 아침부터 배달음식은 오버인 것 같고 집에서 아들과 먹는 첫 식사인 만큼 인스턴트라도 꼭 자신의 손으로 해먹이고 싶었다. 이 걸 부성애라고 해야 하는지, 오기라고 해야 하는지. 냄비에 물을 올리다가 지호는 오늘부터 우유배달이 오는 것을 떠올렸다.

 

지하실에서 평생을 산만큼 경이는 만성적인 운동 부족과 불균형인 영양으로 또래 아이들보다 월등히 키가 작았다. 뼈밖에 남지 않은 마른 몸을 볼 때마다 목울대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와서 지호는 입양을 한다면 매일 경에게 우유 500ml 먹이기로 다짐했었다.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 옆에 비치된 흰색 우편함을 살피니 과연 배달된 우유가 들어있다. 우유를 챙기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와 마저 요리를 완성했다. 사실 요리라고 할 것도 없었지만. 맛있는 냄새를 맡았는지 어느새 경이 방문을 열고 빼꼼 지호를 훔쳐보고 있었다.

 

"이리 와."

 

지호의 허락이 떨어지자 비로소 쪼르르, 방에서 나와 의자에 앉는다.

 

"박경."

"…?"

"마음대로 해도 돼. 여기는 내 집이자 네 집이기도 하니까 내 허락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 해."

"……."

 

경을 보면 그동안 지하실에서 어떻게 커왔는지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자유가 없는 삶. 허락 없이는 호기심도 용납되지 않는 삶. 지호는 심란한 마음으로 경에게 젓가락을 쥐어줬다. 젓가락질을 못하면 포크를 주려고 했는데 능숙하게 사용하는 걸 보니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짜파게티야. 안 먹어 봤어?"

"……."

 

처음 보는 음식이었는지 경이 바짝 경계를 한 채 킁킁 냄새를 맡고 있다. 아무래도 먼저 먹어 괜찮다는 것을 보여줘야겠다 싶어 지호가 짜파게티를 한입 먹었다. 지호가 우물우물 씹으며 미소를 짓자 조금은 경계심이 풀어진 듯 경이 떨리는 젓가락질로 면 한 가닥을 집는다.

 

"먹어 봐."

 

지호의 재촉에 몇 번이고 망설이던 경이 딱 눈 감고 짜파게티를 입에 넣었다. 사약을 마시는 사람도 저런 표정은 짓지 못하겠군. 지호가 흥미롭게 지켜보는데 입을 오물거리던 경의 눈이 점점 커졌다. 급기야 몸까지 부르르르 떨어서 지호는 걱정스러워졌다. 짜파게티가 입맛에 맞지 않았나? 알레르기라도 있나?

 

"미안. 내가 다른 음식으로 바꿔 줄……."

"마, 맛있어."

 

뭐? 경의 접시에 손을 가져다 대던 지호가 못들을 말을 들었다는 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너? 방금 말을 했……."

"맛있어! 나, 나, 나, 이런 건 처음 먹어 봐요."

 

감격과 행복으로 경의 눈이 촉촉하게 빛났다. 지호는 헛웃음이 나올 뻔한 걸 간신히 삼켰다. 겨우 짜파게티 한 그릇에 경이 저렇게 기뻐하는 게 놀랍기도 했고 안쓰럽기도 했고 즐겁기도 했다. 그래, 그래. 맛있게 먹어. 지호가 부드럽게 경의 머리를 쓸어주자 경이 허겁지겁 짜파게티를 먹기 시작했다. 입가에 가득 춘장을 묻히며 먹었지만 더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도 아쉽다는 얼굴이라 지호는 자기의 몫을 덜어 경에게 건네주었다. 염치가 있었는지 경이 망설여서 지호는 배불러 못 먹겠다고 했다.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지만 경은 짜파게티의 매력에 흠뻑 빠져 거기까지는 생각이 닿지 않았나보다. 접시에 고개를 박다시피 먹는 경을 보며 지호가 빙그레 웃었다. 경의 말문을 열어준 짜파게티가 너무나도 고맙다. 짜파게티 회사 CEO에게 뽀뽀라도 하거나, 주식이라도 사줘야겠다며 지호는 턱을 괴고 경을 따스하게 지켜봤다.

 

경의 배가 빵빵하게 차오르자 지호는 경을 데리고 화장실로 들어왔다. 거울을 보고 입가가 더러워진 것을 알았는지 경이 부끄러움에 몸을 꼬았지만 지호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오히려 잘 먹는 모습이 복스럽고 대견하다.

 

"밥 먹고 나서는 이를 닦아야 돼."

"나도 그건 알아요."

 

경이 무시하지 말라는 듯 칫솔을 꺼내 치약을 북 짰다. 지호는 휴지에 물을 적셔 경의 입가를 닦아주며 말했다.

 

"어른한테는 '나' 가 아니라 '저'라고 하는 거야."

"네?"

"나도, 가 아니라 저도, 라고 해야지."

"아……."

 

지호가 눈꼬리를 접으며 웃자 경이 얼굴을 붉혔다. 얕은 지식이 들통 난 게 창피했는지 경은 시선을 바닥에 깐 채 투박하게 양치질을 했다. 횡으로 움직이는 손을 보던 지호가 경의 손목을 잡았다.

 

"양치질 할 때는 아래위로 닦는 게 좋아. 그래야 더 잘 닦여."

 

지호가 직접 시범을 보이자 그제야 경이 양치 방법을 바꾼다. 착하게 말을 따라주는 경이 고마워 지호가 상이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애정 표시의 일환으로 가르마를 따라 머리를 쓸어주었다. 따듯하고 커다란 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포근함에 경의 볼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한참 양치질을 하던 경이 고개를 갸웃하며 거울을 통해 지호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상하게 치약에서 단 맛이 난다. 내가 이상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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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컴백입니다 ㄴㅋㅌㅋㅋㅋㅋㅋㅋㅋ경이 짜파게티때문네3회만에 드디어말은햇네욬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짜파게티가맛잇긴하죠
10년 전
검백
박경에게는 모든 음식이 신세계거든요! ㅋㅋ 나중에 차차 나오겠지만 맨날 맛 없는 것만 먹고 컸다능...엉엉 T^T! 여튼 짜파게티 맛에는 동감입니다 ㅋㅋㅋ
10년 전
독자2
야상이예요! 짜파게티덕분에 말문이 트였네요ㅋㅋㅋㅋㅋㅋ 정말 지호 주식이라도 사드려야될듯ㅋㅋㅋㅋㅋ지난화에서 정말 깜짝 놀랐는데.. 다행이네요 그래도. 다음화도 기댜할게요!
10년 전
검백
야상님 하이!! 당분간은 큰 사건 없이 무난무난하게 진행될테니 긴장풀고 보셔도 ㅎㅎㅎㅎㅎㅎ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3
아니요 안이상해요 지호씨....... 주식이라면 제가 대신 사드릴 수 있어요ㅠㅠㅠㅜ
흐아ㅠㅠ작가님 기다렸어요!!생각보다 일찍 오셔서 두근두근 했어요 언제나 기대하고있고 항상 기대치를 능가해주셔서 감사해요!! 다음화도 언제나처럼 기다릴게오!!

10년 전
검백
써질때는 왕창 잘써지다가 안써지면 또 엄청 안써져서...어휴.. 여하튼 기대를 충족시켰다니 다행입니다ㅜ.ㅜ~~ 저도 언제나처럼 덧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헤헤
10년 전
독자4
흑백이에용! 드디어.. 드디어 경이가 말을..!! 하도 말을 안 해서 걱정했는데 말하는 거 보니까 멀쩡해서 다행이에요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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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2 11.25 01:33
      
      
      
      
블락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 검백 01.04 14:46
블락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4 검백 08.11 17:14
블락비 [블락비/짘권] 카프리카 상수 完10 검백 03.30 15:43
블락비 [블락비/짘권] 카프리카 상수 中9 검백 03.23 00:34
블락비 [블락비/짘권] 카프리카 상수 上9 검백 03.02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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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락비 [블락비/짘경] 박경 길들이기 中29 검백 02.24 16:52
블락비 [블락비/짘경] 박경 길들이기 上29 검백 02.2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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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락비 [블락비/짘경] 지하실 28 검백 02.10 18:30
블락비 [블락비/짘경] 지하실 113 검백 02.09 23:25
블락비 [블락비/짘경] 지하실 prologue6 검백 02.09 20:02
블락비 [블락비/짘효] 로맨틱하게 나이스데이17 검백 02.05 01:26
블락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7 검백 12.29 20:44
블락비 [블락비/피코] Rainy Day 中8 검백 12.28 19:39
블락비 [블락비/피코] Rainy Day 上7 검백 12.09 22:35
블락비 [블락비/오일] 세 번의 만남 下8 검백 12.08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