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요즘 어떤 남자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어.
익인들아 내 고민좀 들어줘.
나 요즘 성 정체성에 혼란이 오거든? 너네가 잘 듣고 의견좀 줘라.
편하게 말할게.
알바 하느라 출결이 모자라 듣게 된 계절 학기에 사람이 진짜 없었어 진짜 별로 없었어.
대 강의실이었는데 그래서 더 없어보였는지도 모르겠어.
모자란 잠이나 채울까 싶어 맨 뒷자리로 향하는데 눈에 확 띄는 사람이 있는거야.
맨 앞자리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는 남자였어.
그나마 있는 사람들도 다들 어떻게든 시간이나 때워볼까 싶은지 뒷자리에 오손도손 모여 앉아있어서 혼자 앞자리에 앉은 그 남자가 더 눈에 들어왔던것 같아.
온통 까만 옷을 입은 남자였는데 체격도 엄청 크고 뼈대도 굵어 보이는게 나름 근육도 붙어있어 보이고
쫙 몸을 스캔하고 나니까 뭔가 기분이 오묘해지는게 눈을 뗄 수가 없는 그런 몸이더라고.
나도 남잔데 다른 남자의 몸을 보면서 눈을 뗄 수가 없다니 그거 진짜 이상하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미쳤는지 어느센가 내가 그 남자 옆자리에 앉더라.
신경도 안쓰고 계속 전공서만 읽는 남자를 다시 한번 훑어보는데
와 진짜 장난 없더라.
왜 여자들이 우락부락한 근육이 아니라 적당히 예쁜 근육의 남자들을 좋아하는지 알겠더라고.
진짜 핫바디가 뭔지 알겠더라.
한참 쳐다보다가 이제 얼굴을 보는데 얼굴도 엄청 곱상하니 예쁜거야
볼은 탱탱 해가지고 피부는 엄청시리 하얀데 까만 옷을 입어서 그런가? 더 하얘보여.
내 평소 이상형이 통통하게 볼살이 올라서 꼬집는 맛이 있고 고양이 같이 생긴 여자였는데
여자였으면 진짜 딱 내 이상형이었겠더라고.
그래도 난 여자가 좋으니까 이 남자한테 대쉬 할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그대로 수업이나 들었지 뭐.
몇 날 며칠을 수업을 듣는데 그 남자도 항상 그자리 나도 항상 그 옆자리 였어
물론 둘이 서로 아무 말도 나눈게 없고.
나중에 동기들한테 물어봤더니 군대갔다가 복학한 선배라더라 선배.
그런데 진짜 볼수록 내 이상형에 가까워
새침떼기 같은 얼굴이나
나 진짜 이런사람 아닌데 그 몸매라던지...
도저히 시선을 못 떼겠어.
나 이제 어떡하냐?
말 걸어볼까?
뭐라고 말걸어?
어떻게 하지?
나 게이 아닌데 선배가 계속 눈에 들어와요
이렇게?
[VIXX/랍택] 익명잡담 고민글.
w. 유리엘
원식이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렸다.
내가 지금 뭘 하고있는거야.
솔직히 글을 쓰면서 자기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자기가 선배에게 관심이 아주. 아주 많이 있다는걸.
남자임에도 선배에게 끌린다는걸.
그런데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하루아침에 내가 게이가 됐다고 어떻게 인정하냐고!!!
누가 다독여 주거나 그건 관심이나 사랑이 아니다 동경이다 라고 말이라도 해주지.
원식의 글에 댓글을 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원식은 택운의 옆자리에 자리했다.
그리고 또 택운에게 시선을 돌렸다.
택운의 시선은 책상으로부터 45도.
사락 거리는 택운의 필기소리마저 섹시했다.
원식이 택운의 오른쪽에 앉아있어 오른손으로 쓰는 택운의 글씨는 보지 못했지만
글씨마저 섹시할거라며 변태마냥 속으로 히히덕 거렸다.
원식이 느린 눈을 꿈뻑이며 택운의 행동 손짓 몸매에 빠져들어 넋을 놓고 있을때
갑자기 원식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 따라란 따라라란~♪ ]
우와씨 깜짝이야.
원식이 놀래 핸드폰을 급히 켰다.
다름 아닌 어제 올린 글에 댓글이 달렸다는 알람 이었다.
괜히 주변을 슥슥 돌아본 원식이 댓글을 클릭해 내용을 확인했다.
- 말 걸어봐.
말을 걸어보라는 댓글에 갑자기 없던 용기도 솟아나는 것 같았다.
원식은 처음으로 댓글을 달아준 누군가에게 뽀뽀..아니 원한다면 절이라도 백번 천번 해줄 수 있을것만 같았다.
원식이 핸드폰을 진동으로 바꾸며 빠르게 대댓글을 남겨댔다.
- 말 걸어봐.
- > 뭐라고 말걸어? 어떻게? 응?
그리고 원식의 급한 마음을 알아준건지 댓글을 단 익인이 금새 또 댓글을 달았다.
- 말 걸어봐.
- > 뭐라고 말걸어? 어떻게? 응?
- 지금 핸드폰으로 뭐 하냐고 말 걸어봐.
응?
원식이 벙찐 얼굴로 택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택운이 왼손에 든 핸드폰을 살랑이며 원식을 바라봤다.
둘의 눈이 처음으로 마주쳤다.
긴 계절학기가 끝이났다.
원식의 짝사랑도.
[VIXX/랍택] 익명잡담 고민글. 단편
w.유리엘
* 에필로그.
그런데 왼손잡이면서 왜 오른손으로 필기 했어요 항상?
창피해서
네? 대체 뭐가요 선배.
그 공책에 적힌거 궁금해?
네.
뭐라고 말걸지?
네?
그렇게 적었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