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오, 입을 불면 자연스레 하얀 입김이 절로 나왔다. 이른 새벽부터 여러 아이돌들과 가수들이 리허설을 위해 방송국 안으로 들어갔고, 팬들은 그런 아이돌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고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서로 밀치기 바빴다. JBJ의 벤이 열리고 태현, 켄타, 용국 순서대로 벤에서 내린 후 마지막으로 현빈이 벤에서 내렸다. 십 분이 지난 후, 하얀 벤이 또 열리면서 문빈, 은우 순서대로 내린 후 마지막으로 명준이 내렸다. 그리고 참 이상하게도 명준이 내리자 그 옆에서 서성이던 현빈이 명준의 옆으로 다가갔고, 산하와 켄타는 늘 그렇다는 표정으로 손에 과자를 쥔 채 대기실로 향했다.
현빈은 다른 멤버들과 다르게 잘 웃지 않는 편이었다. 그나마 포토존에 설 때, 인터뷰할 때만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정도일 뿐. 그래서 팬들은 현빈을 냉미남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대기실 뒤에서는 말이 조금 달라진다. 현빈이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는 건 두 경우인데, 하나는 켄타 및 멤버들을 놀릴 때 -주 희생자는 켄타, 용국-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아무도 몰래 사귀는 명준을 볼 때다.
먼저 무대를 마친 후 내려온 현빈이 잽싸게 핸드폰 액정을 켜고 가장 맨위에 하트로 저장된 대화창을 열고 바로 보고 싶다는 메세지를 보냈다. 십 분이 지났을 때, 띠링-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왔다.
[나두]
[보고싶어]
[빈아♥]
[나 방금 무대 끝]
메시지를 받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헤벌쭉한 모습으로 대기실을 나와 아스트로의 대기실로 향했고, 그런 현빈의 모습을 보면서 켄타와 용국, 상균은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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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스케줄이 끝난 어느 밤, 단둘이 영화를 보고 저녁까지 먹은 후 자연스럽게 차 안에서 조심스럽게 입술을 맞췄고, 그 때에는 다음날 터질 여파가 얼마나 클지 두 사람 모두 몰랐다. 그저, 지금 이 시간이 좋을 뿐.
"형, 입술 되게 부드럽다."
"야, 언제는 내 입술 안 부드러웠어?"
"누구 누구가 뽀뽀를 자주 안 해서 모르겠네~"
"야! 내가 맨날 하루에 한 번은 해 주잖아."
다음날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른 채 둘은 그저 행복했고, 조용히 그 모습을 찍는 카메라의 액정만이 분주히 움직였다.
다음날, 연예부 1면을 가득 채운 기사는 단연 명준과 현빈의 연애 기사였다. 둘 모두 각자의 소속사로 불려가 사실 여부를 확인했고, 처음엔 아니라고 얘기했지만 결국 혀닌이 먼저, 그리고 명준까지도 회사에서 잘릴, 팀에서 나갈 각오로 맞다고 대답했다.
"그 애는, 저한테 엄청 소중한 사람이에요."
"그 형 없으면, 저 진짜 죽을 수도 있어요."
결국 현빈의 소속사와 명준의 소속사 모두 둘의 의견을 반영하되 가급적 대중들 앞에서는 티내지 말라는 조건을 걸었다. 처음엔 싫다고 얘기하려고 그랬지만 둘 다 고개를 끄덕이곤 각자의 팬카페에 글을 올렸다. 둘의 사랑을 응원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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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과 개나리가 만개한 방송국 대기실 앞. 많은 팬들이 자기가 좋아하느 가수가 오면 열렬히 응원했고, 가수들은 그런 팬들에게 손으로 인사를 건넸다. 하얀 벤, 검은 벤이 동시에 방송국 앞에 세워졌다. 그리고 JBJ와 아스트로 멤버들이 차례로 나왔고, 마지막으로 현빈과 같이 팔짱낀 명준이 차에서 내렸다. 팬들은 둘에게 야유가 아닌 환호성을 보냈고, 둘은 그런 팬들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