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엑소유치원! third |
며칠 전부터 일하게 된 곳이 바로 여기. 엑소유치원이라죠? 천사들이 가득한 나만의 파라다이스, 나만의 헤븐!
가위, 바위, 보! 경수, 종인, 백현, 찬열. 이렇게 넷이 둥글게 원을 만들어 머리를 맞댄 채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다. 몇 차례나 계속 된 가위바위보 끝에 종인은 말없이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승리의 제스처를 취했고, 백현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땡깡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 왜 또 김종인이야! 종인은 그런 백현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을 가리키며 난 가장, 경수를 가리키며 형은 내 부인, 백현을 가리키며 넌 말 안듣는 딸. 백현은 씩씩거리며 종인을 노려다봤다.
「그럼 찬열이는 내 애인 해줘.」
백현의 말에 수줍게 웃는 찬열이를 한참동안이나 바라보며 고민을 하던 종인이는 결국, 결정했다.
「박찬열은 우리 집 강아지.」
개 싫어! 백현이 빽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개가 싫다는 소리인지, 종인이 정말 싫다는 소리인지는 해석하기 나름.
내가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한참동안이나 울어제끼던 백현이는, 찬열이가 울지말라며 꼬옥 안아주자 울음을 뚝, 그쳤다. 잠시동안이나마 삶에 회의감이 들었다. 자기가 울려놓고서 반성하는 모습조차 보일 생각 않는 종인이는 궂이 잘 매어져있는 유치원 나비 넥타이를 벗겨내더니, 경수의 앞에 내보였다. 여보, 늦었다. 넥타이 매줘. 경수는 넥타이를 받아들고서 다시 종인의 목에다 씌워주었다. 삐뚤어진 넥타이를 요리조리 만지다 예쁘게 고정이 되자 경수가 환하게 웃었다. 잘 다녀와요, 여보! 종인이는 눈을 꿈뻑였다. 뽀뽀는? 경수가 쑥쓰럽게 웃었다. 세상에. 나는 재빨리 눈을 가렸다. 그 꼴을 곱게 보고있을리 없는 백현이가 괜히 종인과 경수의 사이로 지나가면서 말했다. 학교 다녀올거야. 종인은 그런 백현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저 쬐끄만한 것이 언제 철이 들려나.」
분명 역할놀이였지만, 어쩐지 종인의 진심이 담긴 것 같다고하면 믿으려나. 종인씨, 늦었어요. 얼른 다녀와요. 경수의 말에 종인의 표정이 점점 환해졌다. 종인씨? 종인씨? 종인은 가상의 집을 나서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종인씨래! 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다 갑자기 뒤를 홱 돌더니 경수에게 다시 달려갔다. 경수씨, 나 하루종일 경수씨랑 같이 있고 싶어. 회사 때려칠까? 경수가 종인의 등짝에 불꽃 스매싱을 날리며 집 밖으로 쫓아냈다. 가만히 엎드려 개뼈다귀 모양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찬열이 드디어 경수가 혼자 남게 되자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심심해요, 엄마. 그러자 경수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강아지가 말 하는 게 어디있어?」
그럼 나 말하지 마? 찬열이 당황해서 되묻자 경수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입술을 비죽 내밀며 뾰로퉁한 표정을 지은 찬열이 그 자리에 다시 엎드렸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번쩍 들었다. 속마음이라고 치면 안돼? 그러나 경수는 순수했으며 단호했다. 그럼 진짜 속으로 생각해! 시무룩해진 찬열이 다시 자리에 엎드렸다. 심통이 난 찬열이 괜히 경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왜, 왜이래! 경수가 물어도 찬열은 묵묵부답이였다. 이거 놔! 찬열은 멍멍! 하고 짖더니 여전히 바짓가랑이를 놓지 않았다. 연신 발버둥을 치던 경수는 결국 그 자리에 지쳐 주저앉아버렸다. 뭣 때문에 그러는데! 경수가 소리치자 찬열은 그제서야 바짓자락을 놓아주며 말했다. 너가 말하지 말라면서 자꾸 물어보면 어떻게 해. 경수가 찬열을 노려다봤다.
미워. 네가 더 미워. 네가 더, 더 미워!
경수의 말에 한참동안 말이 없던 찬열이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무지개 반--사. 씩씩거리던 경수가 찬열이의 볼을 꽉 꼬집었다. 가만히 있을 찬열이 아니였다. 찬열도 손을 뻗어 경수의 통통한 볼을 한웅큼 쥐어 꼬집었다. 이그 앙놔? 느브터 놔! 서로의 양 볼을 붙잡고서 티격태격거리는 경수와 찬열이를 지켜보는 사람이 나 말고도 두 사람이 더 있었으니, 바로 종인과 백현이였다. 회사에 간 종인이와 학교에 간 백현이는 의자에 나란히 앉아 그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역시 애들 싸움이라 귀엽네.」
종인의 말에 백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를 으쓱였다. 애들은 어쩔 수 없다니까. ‥. 그 둘의 대화는 나의 할말을 잃게 만들었다. 가서 말려야지. 종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백현이 소리쳤다. 종인은 무슨 일인가싶어 뒤를 돌아 백현을 바라봤다. 백현이 무릎을 감싸안고 끙끙거리고 있었다. 이내 고개를 치켜든 백현이 종인이를 노려봤다. 야, 너 의자로 내 무릎쳤어. 종인은 아무 감흥없이 백현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 아빠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갑자기 역할에 빠져들지마!」
백현이 소리쳤다. 종인은 시선을 피하며 경수에게로 몸을 돌렸다. 백현은 종인이 도망갈세라 곧바로 그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종인의 어깨를 밀치며 먼저 앞서나갔다. 종인이 가만히 백현의 뒷통수를 바라보다가 이내 앞서나가는 백현을 앞질렀다. 그리고서 백현의 앞을 막아선 것은 덤. 그리고 또 다시 백현이 종인의 앞을 막아서고, 막아선 백현을 또 종인이 막아서고‥. 글쎄, 너네 싸움도 만만치않게 귀여운 것 같은데.
「얘들아, 간식 먹자!」
그러자 따로 모여 놀고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원장선생님의 앞으로 달려간다. 서로 싸우고있던 경수와 찬열은 물론, 종인과 백현까지 물 건너 불구경하고 있던 나를 지나쳐 원장선생님께 달려간다. 오늘,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냈죠? 원장선생님의 물음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모여 네! 하고 우렁찬 소리를 만들어냈다. 어째 도경수, 김종인, 박찬열, 변백현‥ 너네 목소리가 제일 큰 것 같다?
며칠 전부터 일하게 된 곳이 바로 여기. 엑소유치원이라죠? 천사들이 가득한 나만의 파라다이스, 나만의 헤븐‥은 좀 무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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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망고 |
엑소유치원 암호닉 ♥너구리님♥ ♥백경수님♥ ♥이태민님♥ ♥감다팁님♥ ♥떡덕후님♥ ♥깜종님♥ ♥외계인님♥ ♥나나뽀님♥ ♥더킁님♥ ♥뒹굴님♥ ♥비회원님♥ ♥됴종이님♥ ♥새벽님♥
힝 오랜망이죠☞☜! 하루에 최소 하나는 꼬박 쓰려고 생각했는데 역시 조금 바빠지니까 엄두를 못내겠네요 그래도 힘내겠슴돠ㅜ0 ㅜ..
지난 화에 덧글 달아주신 9분 너무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