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킥 메르헨
(Psychic Maerchen)
w. 제이제이
다니엘은 잠을 자던 와중 배에서 느껴진 묵직한 무게감과 그에 따른 고통에 억- 소리를 지르며 눈을 번쩍 떴다.
정신도 못차린 채 무의식 적으로 주먹을 먼저 내지르니, 턱 하니 흰 손이 다니엘의 주먹을 흔들림 없이 잡아챘다.
힘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다니엘의 주먹을 이렇게 손쉽게 잡아낼 사람은 몇 없었고, 그 중에 다니엘의 병동에 이렇게 올 사람은 더 적었기에, 다니엘은 그가 누군지 곧바로 알아챘다.
"...사령관님..."
"대체 언제쯤 다 나을 생각이야? 강다니엘 대위?"
"...괴롭히려고 오신거면 좀 가주실래요..."
"상사한테 괴롭힌다니, 말이 심하네."
"..."
"왜 이렇게 쳐져있어. 라이관린 때문에 그래? 니 새끼들이 서로 치고 박고 싸울까봐?"
"그렇게 어린 애들 아닌거 알고 있거든요. 그 녀석들 지금은 화나 보여도 사실 걱정하고 있을테니까...물론 관린이도 그렇고요."
"...흠. 생각보다 잘 알고있네, 그 아이들을."
"황선배가 저한테 하도 못되게 굴어서 저는 제 후배들한테 엄청 잘 해주거든요."
다니엘이 투덜투덜거리며 배 위에 올려진 선물 바구니를 힘겹게 침대 밑으로 치워냈다.
빙글빙글 웃던 민현이 곁에 있던 의자에 앉아 우아하게 다리를 꼬았다.
다니엘은 리모컨으로 슬리핑 모드를 해제한 뒤, 상체를 비스듬히 해 앉았다.
"어쩐 일로 오셨어요? 지금 한창 바쁠 때 아닌가?"
"맞아, 그러니까 내가 시간내서 보러 와 준것에 대한 감사는 나중에 꼭 하도록 해."
"그게 뭔, 와달라고 한 적 없습니다."
"라이 중위는 아직 널 찾아오지 않았나보지?"
"...못 찾아오는 거겠죠. 저 한테도 미안할테니까. 관린이는 겁이 많거든요."
"그래, 너 처럼 말이지."
"..."
"요즘에도 재환이 꿈 꿔? 그래서 이렇게 낮잠이나 자고 있는건가?"
민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다니엘은 그의 손이 슬금슬금 저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곤 인상을 굳혔다.
"하지 마세요. 읽지 마요, 제 마음."
"..."
"몇년간 꾸지 않았던 꿈이예요. 그냥. 이번에 관린이가 돌아왔기에 잠깐 예전 생각이 나서 잠을 설친 것 뿐이지. 그 이상은 아니니까 그 빌어먹을 능력 좀 쓰지 마세요."
그의 말에 민현은 사이코메트리를 쓰려 했던 자신의 손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 놓았다.
약 10년 전. 여주를 비롯한 세운, 동현, 관린이 아직 훈련생에 불과 했을 그 무렵, 다니엘은 여느 초능력자들이 그런 것 처럼 전쟁에 나가 싸웠다.
그에게도 수 많은 전우들이 있었으며, 그 중 대부분은 탄생의 시기가 맞물려 함께 자란 이들이었다. 그래. 마치 형제와 다를 바 없는.
그 중에서도 김재환은 다니엘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모든 것을 함께 했으며, 첫 전쟁에서도 함께 살아남아 기뻐했고 죽음을 함께하자고 굳게 약속한, 그런 친구.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재환은, 스무살이 넘어가던 무렵에 전쟁에서 전사했다.
부상을 입은 동료를 지키다 맞은 죽음이었다.
너는, 너의 죽음 마저도 참 너 답구나.
재환의 장례식에서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뻑뻑한 두 눈을 비비며 든 생각이었다.
그의 죽음 뒤로, 다니엘은 하루 하루 정신이 피폐해져가는 것을 느꼈다. 본부의 어딜 가도 재환의 목소리가 들렸고, 혼자 살아있는 저 자신이 미웠으며, 더 끔찍하게는.
재환이 원망스럽기 시작했다.
뭐하러 그리 착해빠져선, 그냥 버리고 왔더라면 넌 살았을텐데.
내가, 너 때문에 이렇게 괴롭지 않았을텐데.
상실에 빠져 제정신이 아닌 채로 허우적대는 그를 보다 못한 민현이 그에게 짐 가방을 하나 내던지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 했다.
"너 나가. 계속 이렇게 살꺼면, 잠깐 나가서 머리에 바람 좀 쐬고 돌아와."
"..."
"넌 지금 김재환이 니가 이러는걸 좋아할꺼라고 생각 하는거냐? 아마 걔는 널 죽이려고 했을껄. 산 사람은 살아야지."
"..."
"냉정하고 재수없게 들리겠지만 그게 현실이야. 지금 당장에라도 김재환 따라 죽을 거 아니면, 살아."
"...잠깐, 잠깐만. 방황하다 돌아오겠습니다."
민현은 잠시 아무 말 없이 다니엘을 내려보다 그에게 키를 던져주곤 휙- 뒤돌아 방을 빠져 나갔다.
그 뒤로 1년 쯤. 다니엘은 본부를 떠나 다른 곳에 살며 서서히 마음의 안정을 찾아갔고, 이젠 재환을 추억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본부로 돌아왔다.
본부로 돌아오자마자 배정받은 후배들이, 바로 세운, 여주, 관린, 동현이었다.
그 아이들에게 자신과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아파하는 것을 보면서, 다니엘은 양쪽을 모두 다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기에 그는 절대 이 일에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이들의 몫이었으니까.
그저 남겨진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릴 수 있게 곁에서 계속 도와주고 챙겼을 뿐.
그래서 다니엘은, 관린이 돌아왔다는 것을 들었을 때 네 사람 모두를 똑같이 걱정했다.
그저, 모든 이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미 모든 것을 경험해 본 이의 작은 바램이었다.
"...착한 아이들이예요. 저희가 걱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해결 할겁니다."
다니엘이 자리에서 일어난 민현을 쳐다 보지도 않고 확신에 차 말 했다.
"...그런 것 쯤은, 나도 알고 있어."
민현은 병실을 나서기 전, 작게 중얼거렸다.
"두드린다."
"그래."
여주와 세운, 동현은 지금 관린의 숙소 문 앞에서 5분째 서성이고 있었다.
화해라면 화해를 하러 온 것이 맞는데. 왜 이리 그 첫걸음을 떼기가 어려운건지.
세 사람 중 어느 하나 선뜻 나서는 이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아오, 야. 비켜. 내가 두드리게."
보다 못한 동현이 세운과 여주를 밀치며 패기롭게 숙소의 문을 쾅쾅, 두드렸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곧 벌컥 열린 문에 세 사람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어,"
관린이 놀란 토끼눈을 하며 저 앞의 세명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보았다.
3년이라는 세월 동안, 쌓인 감정을 풀어야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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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글!!!! 감사합니다, 여러분~!!!!
오늘의 다니엘의 과거가 나왔습니다.
미안해....내가 미안해.....
댓글로 러브라인이요?? 하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지금은 정해진거 1도 없고, 차차 추려나갈 생각입니다.
어떤 분은 어남녤을 외치셔서 저 당황했어요...녜리는 생각지도 못했는데....헣허
뭐, 앞으로 그저 손이 쓰는대로...사실 저도 잘 몰궸네요...
다음편도 기다려 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