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빅- 성덕입니다
D
성운 시점
‘뭘 봐 눈 깔어!’
성우야, 도와줘. 성우야.
“야 성운아!”
악몽이었다. 내 지옥이었다, 나의 어린 시절은.
어렸을 때 체구가 작고 약했던 나는 남들보다 1년 늦게 학교에 입학했다.
소심한 성격 탓에 친구 몇몇과 함께 다니는 게 전부였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 다녔던 태권도장 이외에는 딱히 가는 곳도 없었다.
“아씨, 존나 못 해!”
초등학교 6학년, 반에서의 실세가 누구냐고 하면 축구부 아이들이었다.
전국 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국가대표를 배출할 만큼 유명한 우리학교 축구부는, 수업을 빠지고 훈련하는 건 기본이었고 당연히 선생님들이 그 아이들에게 관여하지 않았다.
그 애들은 친구도 많았다. 학교를 그렇게 빠지면서.
“야 하성운!! 씨바 뭐해!!”
“미안···!”
“야 쌤 있는데 욕 하지마.”
그 애들과 친하면서도 제지할 수 있는 인물은 반장이었다. 시원시원한 목소리와 큰 키, 활발한 성격까지. 지금이랑 다를 것 없는 옹성우.
나는 옹성우를 동경했다. 나와는 다른 사람이었으니까, 나와는 다른 세계에서 온 것만 같았으니까.
“야 니 때매 졌잖아 씨발련아. 존심 존나 상해 씨발.”
수업시간에 축구 시합을 진 게 화근이었다. 아니, 실은 그 애에겐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을 것이다.
나에게 욕을 해댔던 축구부 아이는 같은 반인 다른 축구부 아이와 사이가 틀어져 신경전이 벌어졌었다.
그 날 마침 축구 시합이 있었는데 그 아이는 나 때문에 축구 시합에서 진 것이라며 나에게 쉬는 시간 마다 욕을 하기 시작했고, 내가 별 반응이 없자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나는 일방적으로 맞았다. 옹성우, 옹성우라면 말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애석하게도, 옹성우는 쉬는 시간이 다 끝나고 나서야 교실에 들어왔다.
그 후로도 종종 그 애들이 화풀이 대상이 필요할 때면 나를 괴롭혔다.
심하게 때리는 일은 더 이상 없었지만, 대신 자잘하고 유치한 짓들을 하기 시작했다. 옹성우가 말려줄거야, 옹성우가 구해줄거야.
지금 생각하면 맞는 한이 있어도 어떻게든 발악을 해보는 건데. 그 때는 왜 그렇게 밖에 생각을 못했나 싶다.
반 아이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축구부 아이들이 나를 장난삼아 괴롭힌다는 것을. 옹성우도 모를 리 없었다.
옹성우에게 구원을 바랬던 것은, 마지막으로 잡았던 동아줄 같은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썩은 동아줄이었다.
옹성우를 원망하는 마음은 조금 있었다. 하지만 그 애가 나를 그 지옥에서 구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 애를 미워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냥, 부러웠다. 옹성우가 되고 싶었다. 내가 옹성우였으면 했다. 내 자격지심의, 열등감의, 질투의 꽃이 피어났다.
그렇게 밝은 척, 활발한 척 하며 지내다보니 자연스럽게 어린 날의 기억은 흐려지고 무엇이 진짜 내 성격인지 잊었다.
다시는 지옥에서의 삶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잊고 지내던 옹성우를 만난 것은 대본 시안에서였다.
흔한 이름이 아니었기 때문에 보자마자 90퍼센트 이상 확신했다. 옹성우다. 옹성우를 만나봐야겠다.
“저는 옹성우 PD입니다.”
너를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어렸을 때처럼 똑부러지는 말투와 훤칠한 키, 강단있어 보이는 눈빛까지 자신이 옹성우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듯 했다.
옹성우를 두 번째로 본 것은 대본리딩 날이었다. 작가님과 옹성우가 많이 가까운 사이인 것 같아 일부러 작가님에게 접근했다.
단순한 질투에서였다. 옹성우에 비해 잘난 거 하나 없는 나였으니까, 작가님을 빼앗아 온다면 이 끝없는 열등감이 사라질까해서.
작가님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을 눈치챘는지 옹성우는 나에게 주의를 주었다.
거기서 멈추면, 또 지는 것 같아서, 더는 너에게 밀리고 싶지 않아서 나는 더 적극적으로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런 게 어딨어요.’
‘내가 지금 성운 씨 보고 있으니까 더더더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어쩌면, 정말로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
“감독님한테 연락드렸으니까 오늘은 일단 쉬어.”
“··· 응.”
“병원은 안가봐도 돼?”
“괜찮아. 좀 쉬면 나을 거야.”
카톡- 카톡-
성이름 작가님
[아프다면서요]
[감기 걸린거에요?]오전 8:21
무슨 생각이었는지 작가님의 이름을 보고는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잠깐의 신호음이 가고, 여보세요. 하는 작가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몸이 나른해지며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삐빅- 성덕입니다
촬영장에 갔더니 성운이가 아파서 촬영이 취소되었다고 한다.
나 데려다줬을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안부문자를 보내고 괜히 죄책감이 들어 한숨을 쉬며 집에 가려하자 옹성우가 내 앞에 섰다.
“응.”
“데려다줄게.”
“괜찮아.”
지이이잉- 지이이잉-
하성운의 전화였다. 인상을 찌푸리는 옹성우를 한 번 쳐다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작가님.’
“아프다면서, 괜찮아요?”
‘감기 몸살인 것 같아요.’
옹성우에게서 등을 돌려 걸어가며 통화를 하는데 뒤따라온 옹성우가 내 손목을 턱하고 잡았다.
“좀 있다 전화할게요.”
성운이와의 전화를 급히 끊고 여전히 내 손목을 잡고 있는 옹성우를 바라봤다.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했잖아.”
“하···. 그래, 이유라도 들어보자. 왜, 왜 그 사람하고 가깝게 지내면 안 되는데.”
“··· 하성운 너한테 관심 없어.”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너 요즘 진짜 이상한 거 아냐?”
힘없이 말하고는 한숨을 쉬며 돌아선다.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옆에서 지켜봐온 옹성우지만 지금 내 옆에 있는 옹성우는 뭔가 이상하다.
잘 알아듣게 얘기를 하던지, 이해할 수없는 말만해대고, 다짜고짜 하성운이랑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병원은 갔어요? 옆에 누구 있어요? 밥은?”
‘하나씩··· 물어봐요. 병원 안 갔고, 옆에 아무도 없고, 밥은 안 먹었어요.’
“매니저님은요?”
‘멤버들 스케줄···.’
“아···. 주소 찍어서 보내요.”
‘··· 괜찮아요. 좀 쉬면,’
“쉬어도 굶는 건 안돼요. 끊어요. 주소 보내요.”
하성운
[워너 오피스텔 1709호]오전 8:28
세트장에서 뛰어나와 죽과 약을 산 뒤 택시를 타고 워너 오피스텔 앞에서 내렸다.
오피스텔 앞에 몇 명의 사람들이 앉아서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치며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바로 앞 편의점에서 마스크를 사서 쓰고 최대한 얼굴을 가리고 평범하게 들어갔다.
“야, 그 작가 아님?”
“엥 진짜?”
심장이 떨려왔다. 사생이다. 저 미친년들 얼굴을 내 눈으로 보게 되다니.
문제는 그 년들이 내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화면 밝기를 최대한 낮추어 글씨가 보이지 않게 한 후 성운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
“어 아빠! 지금 엘리베이터 앞인데 비번 뭐더라?”
‘··· 무슨 일 있어요?’
“엄마 집에 없다며, 죽 사가지고 왔어.”
‘어··· 0322.’
“어, 엘리베이터 왔다. 끊어-”
“아닌가?”
“아니라니까.”
아니네, 맞네 나를 두고 쑥덕거리던 그들은 내가17층에서 내린 후에도 문을 잡고 끝까지 나를 지켜봤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1709호로 가서 0322를 누르고 황급히 들어갔다.
땀을 뻘뻘 흘리며 현관에 서있는 하성운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제서야 긴장이 풀려 주저앉아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사생이 따라왔어요···.”
“진짜? 괜찮아요? 해코지 당했어요? 아 씨···. 미안해요.”
“전 괜찮은데, 성운 씨는요. 땀 봐.”
손을 들어 성운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는데, 뜨거운 얼굴이 그대로 느껴졌다.
“열 엄청 나는데, 병원 가요 빨리.”
“지금 밖에 못 나가잖아요···.”
“아 맞다, 그럼 앉아있어요. 죽 먹고 약 먹어요.”
그새 식은 죽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뭐라도 하려는 하성운을 제지한 후 이것저것 챙겨서 상을 차렸다.
“먹어요, 다 먹어야 돼요.”
“뭐가요···. 빨리 먹어요. 아, 그리고 비밀번호 왜 생일로 해놨어요! 그냥 홍보를 하고 다녀요 여기가 하성운 집이라고.”
“··· 내 생일인 거 아네요.”
실실 웃길래 웃음이 나오냐고 나무라자 금세 시무룩해져서 죽을 떠먹는데 꼬물꼬물 너무 귀엽다.
“고마워요.”
“···.”
“작가님, 아니 이름씨랑 있으면 잠깐, 잠깐은 그런 생각들이 안 들어요. 그래서 고마워요. 이름 씨가 알던 저랑 달라서 실망했으면, 미안.”
“저는요."
"아이돌 하성운, 배우 하성운, 사람 하성운 다 좋으니까. 나한테 다 얘기해도 돼요. 힘들 때, 이기적이고 싶을 때, 질투 날 때, 다.”
처음으로 사람 하성운을 마주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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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ㅠㅠㅠ 여러분 제가 저번화에서 실수로 구독료를 20포인트로 하고 업로드를 해버렸어요,,,
기본이 20P로 되어있어서ㅠㅠㅠㅠ 깜빡하고 안바꾸고 올렸나봐요
그래서 앞으로 3편은 구독료를 안받겠습니다...!
요즘에는 정말 시간이 없어서 댓글들 하나하나 답글을 못달아드리고 있어요ㅠㅠ
그래도 하나하나 다 열심히 읽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많이많이 달아주세요
((암호닉은 자유롭게 사용해주세요))
+ 초록글 감사합니다ㅠㅠ
오늘도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