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만에 돌아온 경찰서는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우리의 든든한 반장님이 잠시동안 경찰학교에 범죄학 특수교수님으로 몇일간 강의를 나가시게 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가장 경찰생활을 하신지 오래 된 황민현 형사님께서 잠시 동안 반장님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셨다. 상대적으로 하성운 형사님과 윤지성 형사님이 나이가 많은데도 짬에서 밀려 기분이 나쁠수도 있는 상황이기는 한데, 늘 팀에서 리더 다음의 역할을 했던 황형사님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면서 또 한가지의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났는데, 바로 팀원이 한명 줄게 되면서, 임시로 들어오게 된 경찰이 여경찰이라는거다. 강력2반 반장님께서도 여자 한명도 귀한 강력반에 두명이나 있다는게 신기한 일이라며 손을 모아 박수를 치시기도 했다.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르지만, 그 신기한 일이 나에겐 전혀 좋은일이 아니었다.
첫째, 매일 같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풀세팅을 하고 출근하시는 선배님 덕분에 상대적으로 꿀려보일까 걱정된 나도 티나지 않게 매일을 신경써서 출근해야했다.
둘째, 여자 선배님은 황민현 선배님과 이곳에 같이 전입발령을 받은 사람이었다. 물론 황형사님은 여기가 첫 경찰서가 아니지만 두사람은 적응하는데 있어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고, 그래서 나름 친하다는거다.
셋째, 겨우 한살 차이 밖에 나지않는데도 선배인 티를 팍팍 냈다. 일을 할 때 마다, 내가 막내일땐- 이라는 말로 시작했고, 강력반일은 해본적도 없는 주제에 엄청나게 잔소리를 해댔다.
사실, 다른 어떤 것 보다 내가 가장 화나는건 바로 이 선배가 아주 쌩 여우라는거다.
“민현오빠, 나 초콜릿 만들어 왔어요. 이거 한번 먹어봐요!”
저 놈의 오빠소리. 내가 선배들을 형이라고 부르면 더 많이 불렀지 오빠라는 말은 뱉어본 적도 없는데, 이 강력반안에서 오빠라는 소리가 들릴지는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유독 황형사님께만 오빠라고 콧소리를 내며 달라붙는일이 많았다.
오늘은 초콜릿을 만들어오셨는지 황형사님 팔을 붙잡고 빨간 하트상자에 담긴 초콜릿을 건넸다. 그리고 다른 형사님들께는 그냥 네모짜리 케이스에 담긴 초콜릿을 건넸다.
굳이, 케이스를 다르게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알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 팀원들에게 이런 이벤트는 괜찮다싶어 나도 다음에 써먹어야지 하고 머리에 담아두었다.
“아, 여자한테 초콜릿 주는건 좀 그래서 여주씨꺼는 준비안했는데, 괜찮지?”
“네, 그럼요. 괜찮습니다!”
아무렇지않은척, 다시 샤프를 잡고 글자를 적어나가면 나도 모르게 들어간 내 손힘에 의해 샤프심이 툭, 부러졌다. 불난집에 부채질하는 기분이라 “샤프가 왜이래.” 하고 세게 샤프를 흔들면, 옆에서 내 어깨를 톡톡 쳐오는 옹성우가 있었다.
“그 아줌마는 째째하게 먹는거가지고 그러냐, 진짜.”
성우의 나와보라는 작은 손짓에 따라나가면, 휴게실에 나를 데리고 앉아 초콜릿을 나눠주는 성우였다. 아무리 우리 사무실과는 떨어져있어도 경찰서 안이니까 최대한 소곤소곤 이야기를 이어갔다.
“야, 내가 초콜릿 하나 때문에 이러겠냐? 내가 그동안 당한거 생각하면, 아, 술 땡겨.”
“야, 너 아직 환자다. 금주야.”
“그러니까, 나 아직 환자거든? 그래서 다른 형사님들이 나한테 일 많이 안시켜주시고 이런단말이야. 근데 그게 아니꼬왔나봐. 갑자기 나 야외휴게실로 데려가더니 딱, 이렇게 팔짱끼고 ‘여기 여자대접 받으려고 왔니?’ 하면서 눈치껏 일좀 하라고 그렇게 혼났다니까?”
“완전 미친 아줌마네? 지는 강력반 처음이라고 하는 것도 없잖아.”
“그정도야 그냥 넘길 수 있지. 내가 진짜 이것까지는 말 안하려했는데, 점심시간에 나를 따로 부르는거야. 그래서 갔더니 갑자기 카드주면서 생리대를 사오라는거야.”
“미친년아니야?!”
“야, 조용히해. 암튼, 그래서 내가 참고, 아무것도 모르는척 ‘네?’ 이랬거든 그니까, ‘나 막내일때는 선배들 생리주기까지 외우고 다녔어.’ 이러더라? 하, 나 암걸릴것 같아 진짜. 그리고 남자들은 못느끼겠지만,”
“야, 남자한테도 딱 보여. 황형사님한테 여우짓하는거.”
와, 남자들이 느낄 정도면 심각한거거든. 또 너무 오래 나가있으면 일 안한다고 혼날까봐 입 안에 초콜릿이 녹자마자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짜증나게 맛은 있네.
“야, 막내야. 너한테 선물왔다?”
사무실로 들어갔더니 다른 형사님이 모두 내 자리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서 계시길래 뭐지? 하고 나도 들여다보면, 예쁜 상자에 누군가 손으로 직접 만든듯한 장갑과 작은 카드가 놓여져있었다.
‘김여주 형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추운겨울에 손이라도 따뜻하게 일하셨으면 해서 직접 만들었어요. 평생 형사님 잊지않고 롤모델로 삼아서 열심히 살게요. 다시한번 정말 감사합니다❤️ - 김희정’
연쇄납치사건의 피해자였던 희정씨가 직접 보내준 선물이었다. 피해자에게 이렇게 감사인사를 들은적도 처음인데, 이렇게 값진 선물까지 내가 받아도되나 싶었다. 너무 감동적인 마음에 선물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 “우리 막내 형사 다됐네!” 하는 칭찬과 함께 선배님들의 거친 스킨십이 이어졌다. 장난으로 때리듯이 쓰다듬으셔도 아픈건 아픈건데, 신기하게 정말 하나도 안아팠다.
모두가 자리로 돌아가고 홀로 책상에 앉아 카드안의 길지 않은 글을 읽고, 또 읽었다. 나를 롤모델로 삼는다니 그만큼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도움을 준 기분이라서 입꼬리가 내려갈줄을 몰랐다. 겨우 카드를 내려놓고 상자에서 장갑을 꺼내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마치 부적처럼, 이 장갑만 있으면 어떤일이든 해낼 수 있을것 같았다.
“네, 강남경찰서 강력1팀입니다. 네? 강도사건이요? 네,알겠습니다.”
“무슨일이에요?”
“강도 사건 접수가 들어와서 일단 파출소 순경들이 출동 중 이랍니다. 우리도 가봐야할것 같아요.”
“그럼 일단 하형사님, 성우 출동하고 윤정이 너도 처음이니까 나가봐.”
“오빠, 강도 사건이잖아요. 나갔다가 무슨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요. 저는 여기서 지원할게요.”
모처럼 황형사님의 리더십가득한 모습에 설레이다가도, 위험하다며 자신은 현장에 가지않겠다는 선배님의 모습을 보고 설레이던 마음이 맥없이 뚝 끊겨버렸다.
“저도 나가겠습니다.”
“안돼.”
동시에 안돼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사실, 저 선배랑 조금 더 비교되어 보이라는 나쁜마음에서 큰 소리로 지원한거긴 한데, 다들 너무 칼같이 나를 막아섰다.
“몸도 다 회복안된 애가 어딜가.”
“그래도... 저 안가면 출동인원도 부족하지 않습니까..?”
“됐다, 됐어. 내가 대신 갈게.”
늘 이곳에서 지원을 담당하는게 주 업무이신 윤형사님이 선뜻 나대신 가겠다며 일어나셨다. 윤형사님이 현장 가시면 윤형사님만큼 정보파악이나, 백업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밀려왔지만 그 와중에도 끝까지 자리에 앉아있는 최윤정 형사님이 너무 미웠다.
빠르게 준비를 하신 형사님들은 곧바로 주차장으로 나가셨다. 사실 늘 현장만 담당했던 나라 지원업무는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던 찰나, 성우가 책상에 남기고간 무전기가 보여 급하게 따라나갔다.
아직 멀리가지 않아서 빠르게 무전기를 전해줄 수 있었고, 나 대신 현장을 지원해준 윤형사님께 고마워서 끝까지 배웅을 해드려야겠다 마음먹었다.
“어후, 맨날 민현이한테 오빠- 거리면서 앵앵거리고 ,근무시간에 화장만하고, 지만 여자야? 완전 밥맛이야, 정말.”
“윤형사님한테 밥맛이면 좋은거아닙니까?”
“.......당근맛이야, 정말.”
그렇게 멀어지는 차를 끝까지 서서 바라보다 다시 사무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렇게나 좋은 우리의 팀워크가 그 여자때문에 무너지는건 아닐까, 설마 반장님이 돌아오시고 나서도 있는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들로 마음이 가득차 무겁게 내려앉았다.
마음도 무거운데, 기분까지 더럽게 하는건 여전한 선배의 콧소리였다. 사실, 콧소리는 핑계고 사건을 예로 들며 강력반 일을 알려주고 계시는 황형사님 옆에서 과하게 딱 붙어앉은 최선배님은(딱히 형사라 부르기 싫다) 자꾸만 대화주제를 사적인 대화로 돌렸다.
“아이의 일기장을 보고 범인 후보를 줄여서 납치사건을 해결했어. 이렇게 현장에서는 증거를 가장 많이 모으는게 좋고 잘 조합하는것도 중요해.”
“우와, 대단하다~”
“여주가 해결한거야.”
본인이 더 뿌듯하다는 웃으시며 내게 눈빛을 보내는 황형사님이셨다. 그 미소하나에 또 하루종일 나빴던 기분이 풀어지려하면, “사실 이정도는 나도 하겠다 싶었어요. 쉬운사건이니까! 호호” 라고 말하며 호호라는 인위적인 웃음소리까지 만들어가며 나를 깔아뭉개는 최선배였다.
“근데, 오빠. 누나 분, 그때 결혼하시고 지금은 애 낳으셨어요?”
“응. 낳았어.”
“정말? 사진 보여줘요!”
또, 또. 저렇게 대화를 사적인 대화로 돌려보리는 최선배였다. 그렇게 황형사님의 휴대폰을 보며 하하 호호 잘도 웃었고, 웃으며 살짝 기대거나 황형사님의 팔을 자꾸만 건들이며 웃었다. 아니, 웃는데 스킨십이 왜 필요하냐고.
근데 더 화나는건, 황스윗답게 사진을 나눠보며 그 따뜻한 미소를 계속 지어보이는 황형사님이라는거. 그리고 최선배가 기대어 웃을때면 혹시 넘어지지않을까 손으로 살짝 어깨를 잡아주는 매너까지 베풀었다.
그러면 최선배는, 인터넷에서 ‘여우같은 여자의 행동’ 이라고 본적있는, 웃으며 머리 귀 뒤로 쓸어넘기기 까지 시전하며 인터넷에 적혀있던 행동 3가지를 모두 행하셨다.
여자는 싫어한다면서 동기는 다른건가. 최선배에게 마저도 스윗한 황형사님이 너무, 진짜 너무 미웠다. 황형사님, 그 여자는 여우라구요!!!
물론 그 행동은 거기서 그치지않았다. 이건 여자의 직감인데, 분명 저 선배는 나를 의식해서 행동하고 있는거다. 일부러 내가 모르는 둘만의 옛날 이야기만을 주로 했다. 그리고 황형사님이 나에게 와서 “머리 상처는? 병원은 또 언제가?” 하고 따뜻하게 머를 쓰다듬어주시면, 갑자기 황형사님을 부르며 자기 열나지 않냐고 한번만 체크해달라며 스킨십을 유도했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우리 황형사님이 너무 잘생겼으니까 여자들이 다 좋아할 수 있어. 근데, 내가 가장 화나는건 그 행동을 다 받아주는건 물론 스윗황 답게 따뜻한 행동을 베푸는 황형사님이라는거다. 졸릴시간이라고 커피를 타주는것은 물론, 최선배가 “이 무거운 A4를 어떻게 들지~?” 하면 바람처럼 나타나 들어주는게 기본이었다.
가만히 앉아 그 행동을 보고 있으면, 역시 저 사람은 그냥 자체가 스윗한 사람이라 모두에게 부드럽고 친절하구나 라는 결론이 내려졌고 그러자 그동안 황형사님의 행동에 혼자 두근거려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내 자신이 싫고, 정말 솔직하게는 쪽팔렸다.
“여주야, 약은 챙겨먹었어?”
“네.”
그리고 그 때문에 자꾸만 황형사님께 괜한 심술을 부렸다. 그냥 모두에게 친절하듯 나에게로 친절했는데, 갑자기 내가 이렇게 싸늘해져버리면 황형사님은 얼마나 당황스러우실까. 그걸 알면서도 그런 내 반응을 보고 “어디 안좋아?” 하고 또 걱정해오는 황형사님이 정말 싫었다. 그토록 설레고 좋아했던 그 따뜻함이 좋았던 만큼이나 배로 싫어진 것 같았다.
혼자했던 짝사랑만으로도 힘든데, 그냥 짝사랑이 아닌줄 알았었다면, 그래서 하루하루가 행복했었는데 그냥 바보같은 짝사랑 딱 그만큼이었다면, 그것만큼 또 비참한게 있을까. 혼자 시작한 사랑에 혼자 상처받고 혼자 삐뚤어진 나였다. 진짜 한심하다 김여주.
“나 잠시, 계장님한테 좀 다녀올게.”
아무리 그래도 가지마요, ##황형사님. 저 여자랑 단 둘이 있는건 더 싫다구요.
“여주씨, 심부름 한번만 더 다녀와라.”
“네, 뭐 필요하세요?”
“나 오늘 집에가면 먹을게 없어서, 라면 좀 사와줘. 봉지라면이다? 그리고 이 네일이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지우고 싶으니까, 리무버도.”
바로 옆에 강력2반이 버젓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다렸다는듯 심부름을 시키는 모습에 더이상 안좋은 소리도 듣기싫어 웃는 모습으로 응대했다.
“아, 오늘 내가 지갑을 두고와서 내일 돈 줄게.”
더 얄밉게 하이톤의 목소리로 “미안~” 하고 내어깨를 톡톡 치며 사무실 문앞까지 따라나오던 최선배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황형사님을 보자마자 “오빠~” 하며 자연스레 팔짱을 꼈다. 그 모습에 더더욱 내 표정은 싸늘하게 굳어갈 수 밖에 없었다.
***
내 돈 까지 써가며 심부름을 다녀왔더니, 어느새 사람으로 가득 찬 사무실이었다.
“어? 현장조사 벌써 끝났어요?”
“장난 전화라길래, 가다가 돌아왔어.”
안그래도 잔뜩 심술이난 윤형사님 이셨는데 그 와중에 “안가길 잘했다~” 라는 말을 뱉는 최선배의 모습에 윤형사님의 눈이 찌푸려졌다. 왠만해서는 사람 좋아하는 윤형사님인데 윤형사님이 당근맛이라고 할 정도면, 말 다한거지 뭐.
최선배님께 비닐봉지를 가져다드리면 자기도 떳떳하지 못한 행동이란걸 아는지 조용히 책상 밑으로 봉지를 숨기는 최선배님이셨다.
하루종일 최악을 달렸던 기분에 기분정화라도 하자 싶어 희정씨가 보내준 선물상자를 찾았다. 그 카드를 한번 더 읽으면 그나마 기분이 다시 좋아지지않을까 싶어서.
처음엔 손만의 감각으로 가방안을 뒤지던 나의 손놀림이 점점 빨라졌다. 분명 내 가방안에 넣었는데? 이상한 느낌에 가방안을 눈으로 확인해봐도 상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책상을 보면, 책상 위에 소중히 두었던 장갑도 사라지고 없었다.
“옹성우, 너 내 선물상자랑 장갑 봤어?”
꽤나 심각한 나의 물음에 돌아오는 대답은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행동과 “책상위에 나뒀잖아, 없어?” 였다. 없으니까 물어보는거잖아. 더 초조해진 기분에 책상서랍까지 모조리 뒤지다, 혹시라도 바람에 날아간건 아닐까 사무실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
“막내야, 뭐 찾아?”
“저.. 아까 선물받은 장갑이랑 카드가 없어졌습니다.”
얼마나 소중한건데, 그 어떠한 훈장보다도 되게 자랑스러운거라며 나에게 소중히 간직하라고 하셨던 윤형사님이 내 말에 함께 일어나 찾아주기 시작하셨다. 오늘 여러번 윤형사님께 너무 감사했다. 그렇게 몇분을 더 찾아보면, 어느새 시계는 퇴근시간을 훌쩍 넘겼다.
“민현오빠, 저 왔는데 우리는 회식안해요?”
최선배님의 제안이 틀린말은 아니라서 황형사님도 빠르게 제안을 수락했다. 10분 뒤에 앞에서 모이자는 황형사님의 제안에 “여주 장갑이 사라졌어. 다같이 이것만 찾아보고 가자.” 라며 도움을 주시는 윤형사님 이셨다.
“어? 그 장갑, 내가 버렸는데?”
뭐? 다리를 꼬고 앉아 거울을 보고 립스틱을 바르며 아무렇지않게 꺼내는 그 말에 오늘 하루 꾹꾹 눌러왔던 나의 인내심이 싹둑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선배님이 그걸 왜 버립니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최선배님 책상앞으로가 주먹을 꼭 쥐고 이야기했다. 나한테 얼마나 소중한건데. 오늘 하루가, 그리고 버려졌을 희정양의 마음이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찔끔찔끔 새어나왔다.
“아니, 그냥... 먼지도 많이 나고, 모양도 이상하길래 버리는건줄 알고 치워준거야. 근데 너, 선배한테 말하는 태도가 그게 뭐야?”
“선배님이 제 물건에 왜 손을 댑니까? 제 물건인데, 왜 마음대로 버리십니까?!”
이 안에서 처음으로, 어쩌면 살면서 처음으로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버렸다.
짝-
최선배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졌고 결국, 경찰서안을 울리는 짝- 소리와 함께 내 고개가 힘없이 돌아갔다. 그와 동시에 볼을 타고 눈물이 투둑, 흘러내렸다. 우리 팀을 포함해 이 사무실공간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였다. 끔찍한 정적이었다.
“야, 최윤정. 너 지금 뭐하는,”
당황한 황형사님은 최선배님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 와중에도 바보같이 팔을 잡고있는 모습이 싫었다. 그리고 더 바보같이 떨어진 눈물을 보이는것도 싫었다. 진짜 그 전부터 차오른 눈물인데, 왜 하필 맞고 난 다음에 떨어지는거야.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문을 열고 사무실 밖을 나가버렸다. 최선배에게 뭐하냐며 화를 내시려하던 황형사님이 나의 행동에 또 당황하시며 말을 멈추셨다.
“여주야, 김여주!!!”
***
다른건 다 참을 수 있는데, 그 선물을 자기 멋대로 버린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내가 잃어버렸다고 했을 땐 아무말도 없다가 회식전에 찾고 가자니까 왜 그제야 말하는건데? 정말이지 미운것 투성이였다.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빠르게 경찰서 뒷편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5시가 되면 사무실 쓰레기통을 청소하시는 어머님들이 비워주시니까 분명 이안에 있을거다.
양손 소매를 걷어 부치고 쪼그려앉아 비닐봉지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불행 중 다행스럽게도 우리팀 쓰레기봉지 안에는 초콜릿케이스가 가득 들어있어서 그나마 빠르게 찾아낼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봉지의 매듭을 풀어 쓰레기봉지를 바닥에 엎었다. 그러면 눈에 띄는 장갑과 선물상자가 보였다. 다행히 선물상자안에 카드도 그대로였다. 조금은 먼지가 묻은 장갑을 손으로 툭툭 털어내고는 소중하게 끌어안았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장갑과 선물상자를 소중히 가방안으로 넣고, 다시 바닥에 풀어놓은 쓰레기를 하나하나 봉지에 주워담았다. 그렇게 쓰레기를 담고 있으면 누군가 옆에 함께 쪼그려앉아 쓰레기를 담아주었다. 특유의 향기부터 하얀 손까지, 지금은 그리 달갑지않은 황형사님이셨다.
“괜찮아?”
“네.”
슬쩍 눈치를 보시며 나에게 말을 건네오는 황형사님이셨지만, 자꾸만 내입에서는 까칠한 대답만이 나왔다. 머리는 이제 그만 좋아하라고 말하는데, 마음은 자꾸 그게 아니라서 황형사님을 신경쓰느라 깨진 유리잔을 줍다가 베인 손이 아픈지도 몰랐다. 아프다는 소리도 나오질 않고 그냥 움찔-하다 이내 조심스럽게 손으로 유리를 주워담았다.
그렇게 까칠한 나의 대답이후로 황형사님과 내 사이에는 아무런말도 없었다. 덕분에 빨리 주워담은 쓰레기를 다시 꽉꽉 매듭지었다. 손에 힘이 들어가니 베어있던 손에서 조금씩 피가 더 세어나왔다.
“손이 왜이래.”
굳은 표정으로 내손을 가져가신 황형사님은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감싸쥐셨다.
“베였나본데.”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나를 보는 눈빛이 내 마음을 더 아리게해서, 손에 난 상처보단 마음에 난 상처가 더 아파서 “괜찮아요.” 라는 짧은 말만 남기고 먼저 쓰레기장을 빠져나왔다.
이깟 상처보다 마음이 더 아프고 아까 맞은 볼이 더 쓰려서, 황형사님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는 신경조차 쓰지 못했다.
이런 회식은 처음이었다. 반장님이 없어서일까, 저 여자때문일까 지금까지의 회식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재미도 없었고, 다들 기분만 나쁜. 물론 이 분위기에는 나도 제대로 한 몫 한터라 잠자코 앉아있기만 했다.
“여주야, 미안해~ 나는 정말 소중한건지 모르고 막내 책상좀 치워주려다 그랬지뭐야. 참, 말 놓을게?”
“아닙니다, 제가 무례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맞은건 둘째치고, 내가 한 행동도 잘못이 맞아서 진심으로 사과드리면 “근데, 잘못하긴 했어~ 그쵸?” 하며 농담처럼 던지는 말이 들려왔다. 물론 농담이 아니겠지만.
이런 분위기가 마음에 안들었던건 나만이 아니었을까, 윤형사님은 계속해서 최선배님에게 술을 주셨다. 그렇다고 “한잔 먹어~” 하는 기분좋은 술은 아니었고, “야, 이거나 먹어.” 하는 술이었다.
당연히 술로는 윤형사님을 이길 수 없었고 그렇게 최선배는 점점 취해갔다. 사실 보면서 좀 통쾌하긴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미스가 일어났다. 바로 우리의 여우님이 취하면서 황형사님께 자꾸 달라붙는다는것. 아, 선배님임을 알면서도 자꾸 여우라는 나쁜말이 나온다.
어지럽다며 황형사님께 줄곧 기대어있는건 기본이고 계속 해서 짧아지는 혀와 애교는 덤이었다. 그리고 “민현오빠, 나 오빠랑 같은 팀이여서 너무 좋아.” 하며 팔짱을 끼고 어깨에 기대는데 차마 그 모습을 눈뜨고 볼 수가 없었다. 혼자 빈속에 매운 떡볶이를 10인분은 먹은것 처럼 속에서 화가 올라왔다.
이걸 맨정신으로 본다는게 더 괴로워서, 아무도 모르게 물잔에 소주를 따르면,
“야, 안된다고 했지.”
너 같으면 이걸 견디겠냐고.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성우는 자신의 물잔과 내 물잔을 말없이 바꿔줄 뿐이었다. 결국 이번에도 술 대신 물을 들이마셨다.
“윤정아, 너 많이 취했다.”
이제서야 황형사님이 팔짱을 한손으로 풀어내려하면, 최선배는 그 손을 잡고 놔주질 않았다.
“맞아. 나 취했어, 오빠. 나 좀 데려다주라, 응?”
예상치못한 하형사님의 외침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시며 물잔까지 쾅 내려놓으시는 통에 차가운 물이 몇방울 얼굴에 튀었다. 그러면 줄곳 눈웃음을 치느라 감겨있던 최선배의 눈이 처음으로 크게 떠졌다가, 이내 다시 감겼다.
“아니이, 나는 오빠가 데려다줘야지이...”
마지막까지도 황형사님의 팔을 놓지않던 최선배는 하성운 형사님의 거친 손길에 이끌렸고, 하형사님은 스스로 “하성운 멋있다!” 하는 말과 함께 눈썹옆에 손가락 두개를 붙였다 떼며 멋있게 사라지셨다.
“하형사님의 희생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렇게 하형사님의 희생으로 최선배가 사라지고 나니, 이제서야 우리팀의 회식같았다. 하지만 오늘 나에게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서 더이상 앉아있을 힘도, 기분도 없었다.
“죄송한데, 저도 먼저 일어서보겠습니다.”
“엥, 왜? 이제 회식 시작인데.”
“몸이 아직 안좋아서요. 죄송합니다.”
“데려다줄게.”
“아니요. 성우랑 가면 됩니다.”
최선배가 들어오고 난 뒤, 눈칫밥을 먹느라 제 시간에 퇴근을 한적이 한번 도 없었다.
어제 회식에서 추태까지, 끝없이 미워지는 최선배였다.
사실 오늘은 그나마 좀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었다. 갑자기 내가 좋아하던 초콜릿을 챙겨주시는 황형사님이셨고 최선배가 나에게 무언가 시키려 할때면, "그런건 최윤정 네가 해." 라고 딱 못 박아주셨다.
그리고 웃긴 일도 있었다. 원래의 황스윗이라면 청소 아주머니가 잠시 이것좀 들어달라 부탁하기도 전에 먼저 들어주시던 황형사님이신데, 오늘은 일이 바쁘다며 거절을 하셨다. 그러자 갑자기 "미친놈아!" 하며 그 키큰 황형사님을 무지막지하게 끌고 나가는 윤형사님의 모습이 너무 웃겨서 모두 한참을 웃기도 했다. 이런 일 때문에, 기분이 다시 좋아지려고 하면 역시 내기분을 다운시키는건 최선배였다.
점심 때, 황형사님이 계장님을 뵙고 온 이후로 둘이 줄곧 회의실에서 이야기만 하는거다. 물론 둘이 웃거나, 그런일은 없었는데 정말 퇴근할 때 까지도 심각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둘을 보니 다시 우울해진 기분 그대로였다. 물론 퇴근시간 1시간 전부터 둘이 같이 자리를 비워서 우리팀 모두가 오랜만에 칼퇴를 시전하긴 했지만.
"어쩐일로 누나가 내를 다 불러요."
"나 다쳤을 때, 챙겨준게 고마워서."
그래서 칼퇴 이후의 시간을 함께해 줄 사람인 다니엘을 불러냈다. 그동안 고마운게 많기도하고 지금 내 고민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서,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고기집으로 불렀는데, 이 녀석의 어마무시한 먹는속도를 보니 잘못된 선택을 한것 같기도 했다.
"누나, 혹시 무슨 꿈꾼거 없어요?"
있지. 내가 병실에 누워있고 황형사님이랑 뽀뽀하는거. 하지만 다니엘의 무슨 의미로 물어오는지 알 수가 없어서 태연하게 모르는척, 없는데? 라고 대답하면,
"다행이다. 혹시 앞으로 무슨 꿈을 꾸든 진짜 혼자서 해결할라고 하지마라. 무조건 내 부르세요, 새벽이라도."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새끼손가락 까지 걸어오는 다니엘이었고, 그 눈빛이 제법 매서워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내걸었다.
"약속했데이. 그면 내 인제 안심하고, 화장실좀 갔다올게요."
안심을 하면 화장실이 가고싶어지는건가. 상관관계가 없는 다니엘의 대답에 어이없이 웃다가도 복잡한 머릿속에 한숨이 풋 새어나와 고개를 숙였다.
"고기 좋아하보네요? 우리가 맛있는 고기 사줄 수 있는데 같이 합석할래요?"
여기가 무슨 클럽도 아니고, 내 신성한 고기집에서 뭐하는짓이야. 안그래도 스트레스받는데 자꾸 아까부터 거슬리는 눈빛을 보내던 남자들이 자연스레 빈 의자에 앉으며 이야기를 걸어왔다. 만사가 귀찮고, 상대해주고 싶지가 않아서 고개를 들지도 않고 손으로 짚은 상태에서 "가라." 만을 반복했다.
진짜 강력계에서 성격 다 버렸네. 생각하고 있으면 날카로운 내 대답에 오히려 "걸크러쉬~" 하며 자기들끼리 좋아하는 남자들이었다.
"진짜 짜증나니까 가라."
이런 드센 여자 처음보니? 몇몇 남자들은 당황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지만, 내가 한놈의 승부욕이라도 자극한건지 겁도없이 내 어깨에 어깨동무를 걸어오는 남자가 있었다.
"말로 할 때 나온나."
어느새 화장실에서 나온 다니엘의 눈빛은 눈앞의 상황을 보더니, 마치 복싱할 때 상대선수를 보는것 같은 눈빛으로 바뀌어갔다.
"어려보이는 새끼가, 말로 안하면 어쩔껀데?"
하여간, 남자들의 저 허세가 문제인데. 겁도 없이 다니엘의 어깨를 손으로 미는 남자였고 다니엘이 뒤로 밀쳐지는 미동도 없자 당황한듯 더욱 세게 밀어냈다. 그제서야 한발자국 뒤로 밀려난 다니엘은 다시 그 남자에게 다가가 한손을 어깨위에 올렸다. 아무런 표정변화도 없는 다니엘에 비해 남자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지더니 어깨를 감싸쥐며 소리를 질렀고 결국 바닥으로 엎어졌다. 그 모습에 남자와 같은 무리의 사람들이 더 난리를 쳤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폭력을 써? 나 이거 그냥 못넘어가. 경찰 불러!!"
매일 상대하는 사람이 저런 사람들이라 귀에 딱지가 앉을것 같은 래퍼토리에 조용히 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꺼내들어 경찰증서를 들어보였다.
"경찰 여기 왔고, CCTV 저기 있고, 그쪽이 먼저 밀쳤고. 법 대로 해볼래요?"
놀란 얼굴로 경찰증서와 내 얼굴을 번갈아 확인하던 남자들은 이내 실례했다며 급하게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갔다.
"이야. 경찰 다됐네, 멋있어요."
"멋있긴 개뿔."
하나도 안 멋있다 뭐. 자꾸 갑갑한 마음에 결국 옆에 놓여있던 맥주를 콸콸 들이부었다.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너무 갑갑해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왜. 내 누나때문에 내도 경찰 함 해볼까 고민했는데, 누나가 이렇게 힘들어하면 어떡해요."
"넌 누구따라서 경찰되고 그러지마라. 후회한다."
"....황형사님 따라 경찰한거 후회해요?"
정곡을 찌르는 다니엘의 말에 마시던 물을 내려놓고 마른 세수를 했다. 동생앞에서 못 볼 꼴이라는건 아는데, 내 주위에 경찰아닌 사람이 너 뿐이더라.
"내가 정말 황형사님 하나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경찰이 된 걸까, 그 고민에 대한 답을 모르겠어. 진짜 못났다."
"진짜, 못났으니까 그러지마라."
테이블에 턱을 괴고 내 얼굴을 찌그러트리는 내 표정을 보며 팩트를 날린 다니엘은 내 손을 잡아 끌어 테이블 밑으로 내려놓았다.
"세상에 어떤 여자가 남자한테 잘 보일라고 자기 몸 그렇게 만들면서까지 형사 하겠나. 고민 안해도 바로 보이는 답인데, 그것 때문에 이래 힘들어해요?"
이번에도 너무나 쉽게 팩트를 날리는 다니엘이었다. 다니엘의 말이 맞는것 같음에도 내 마음이 이렇게 갑갑한건, 내 고민이 그게 아니기 때문일까?
"그거 때문에 내 불렀죠? 난 또... 짠이나 해요."
여전히 풀리지 않는 표정을 보며 먼저 잔을 내미는 다니엘이었다. 그래, 짠이나 하자.
***
“이 거지같이 더러운 데서, 손에 더러운 피는 다 묻힌 니가 여자때문에 이 조직을 나간다는게 어이가 없는데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까 신입새끼들 10명 데꼬왔다. 혼자서 죽도록 싸워봐 어디.”
트레이너박스가 한 가득 쌓인 이곳에서 남자 한명과 아직은 어려보이는 남자 10명이 뒹굴었다.
그렇게 진흙탕 싸움 이후, 거친 숨을 내쉬는 남자와 바닥에 쓰러진 남자 10명이 오버랩되었다.
남자는 중년의 남자에게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했고 미련없이 돌아섰다. 하지만 그 남자에게 돌아오는건 등에 꼽혀버린 칼이었고 그렇게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따라 빨간 피도 점점 퍼져갔다.
그리고 저 높은 하늘에서 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비는 점점 땅에 가까워졌고 그 한방울이 톡- 하고 떨어진 곳은 다니엘의 머리칼이었다. 그 빗물 만큼 촉촉한 눈빛을 한 다니엘의 앞에는 내가 보였다.
“키스하고싶다.”
그리고 다니엘과 나의 입술은 점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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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글에서 여주의 꿈!! 제가 뽀뽀만 강조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슬픈꿈인거 알고계시는 독쨔님들이 너무 많더라구요 ㅠㅠ 이미 눈치 다채셨어 ㅠㅠ 너무 눈치빠른 독쨔님들이라 놀랐습니다 ㅎㅎ 무슨꿈일까 많이 걱정 하셨는데 한분이 자꾸 금식이면 내시경만 떠오른다곸ㅋㅋㅋ하셔서 저 엄청 웃었잖아요..ㅎㅎ 오늘은 청소아주머니에게도 철벽치는 미녀니가 너무 귀여웠고, 암걸리는 여자로 인해서 미녀니와 여주사이에 감정문제가 생겼는데 ㅠㅠ 다음화에 좋아지겠죠..?ㅎㅎ 그래서!!! 여주와 미녀니사이를 풀어줄 누군가가 등장할텐데!!! 다음은 어떤 멤버가 특별출연할지.. 맞춰보세요>< 독쨔님들, 요즘 날이 너무 추운데 다들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암호닉신청은 언제든 댓글로 해주시면 됩니다♥ ❤️소중한암호닉❤️ [정태풍][꼬꼬망][@불가사리][참새랑] [여울][마요][꼼데민현][강댕땡] [배낭맨소녀][후렌치후라이][강낭][문달] [황달][녤니짱][새벽이슬][백지] [809][지오][포로링][루지] [0209][황소][뜻산][0118] [황밍횽][민민][뿡치버섯][듐] [1010][구르밍][친9][릴라이] [9094][여름][어도러블][몽구] [킹제77][푸린][박쏠로][체리콕] [맑음][꾸까][소리없는아우성] [발암과함께사라지다][0226][센터] [뿜뿜이][그리즐리][블루22][째로베로스] [우리샘][영휴][복숭아자두][금우] [황제호빵][포테이토피자][굥뷰죰햬][홈런볼] [콩너블][코난][포도][퍼플] [얼음][몰랑몰랑][두부햄찌][우리원부인] [CR][슈퍼파워황제][뱃살공주][블루황] [리본][톨비][도리][곱대][머스크] [1232][홀롤로][황형사의향수][녜리요정] [황꽃][황백박하][쥬니랍][지망] 〈sub>〈/sub>〈sup>〈/sup> |
+많은 분들이 오해하셔서 추가 글 남깁니다.
여주가 두개의 꿈을 꾼거에요! 꿈속의 남자가 다니엘이 아니니까, 우리 녜리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