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 오면, 모두들 잠이 들어 조용한 집의 차가운 공기만이 날 반기곤 한다. 오늘 따라 힘들었던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가득 품고서 옷을 벗고, 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가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이면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왜 사는 걸까, 힘들어 죽겠다. 이제 겨우 스무살이 됐을 뿐인데 뭐가 이렇게 힘든 걸까? 나만 이렇게 힘든 건가? 일이 잘 안 되면, 연애라도 잘 돼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어떻게 인간관계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잘 되는 게 없다.
어디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왜, 어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사람은 꼭 누군가의 첫사랑이거나 짝사랑이곤 했다는 말이 나오잖아.
혹시 나도, 나도 누군가의 첫사랑이었을까?
왠지 오늘따라 어두운 하늘이 더 어둡게 느껴졌고, 흔하던 외로움이 더욱 더 짙은 색으로 내게 다가왔다. 침대에 털썩 누우니 먼지들이 올랐다. 눈을 감자 깊고 깊은 어둠이 펼쳐지고, 난 속으로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되뇌였다.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내가. 그래도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했던 그때로.
나도 누군가의 첫사랑이었을까?
글. 도영꽃나무
Red velbet(레드벨벳) - Would U
01화
부제 - 무채색이 무지개를 만났다.
끔찍했던 고등학교 1학년 시절이 지나고, 고등학교 2학년이 찾아왔다. 모두들 기대감에 가득 찬 모습으로 등교를 하는 걸 보니 내가 2학년이 되긴 됐나보다.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내가 배정 된 2학년 7반으로 향했다. 교실은 복도 끝이어도 너무 끝이었다. 문과 반에서 가장 마지막 반인 거같았다.
뭐 이렇게 멀담. 지각 했을 때 뛰어 오기도 힘들겠네. 고개를 절레 절레 저으며 뒷문을 살짝 열고선 교실 안을 살짝 살폈다. 담임 선생님 성격이 원래 그런 건지는 몰라도 칠판에는 모든 아이들의 좌석이 이미 정해진 채로 이름이 다 적혀 있었다. 미간을 좁혀 내 이름을 찾았다. 맨 뒤에서 두번째 자리였다. 아싸, 개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자리로 향해 가방을 놓고선, 내 짝꿍의 이름을 살폈다.
김도영. 아무래도 남자 아이의 이름인 거같았다. 교실에는 아직 많은 아이들이 있지 않았고, 내 짝도 아직 오지 않은 상태였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서 음악을 듣고 있으면, 교실에는 하나 둘씩 사람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다들 아는 사이인 건지 삼삼오오 모여 떠들기에 바빴다. 성격이 그리 쾌활하지 못한 나는 그 애들에게 말을 걸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로 눈만 끔뻑였다.
"안녕"
"어, 어! 안녕!"
이러다가 나만 영영 친구를 못 사귀는 게 아닌가 싶은 순간, 내 짝이 등교를 했다. 내가 고개를 돌려 슬쩍 쳐다보니 한 손을 들어 나에게 인사를 해 보였다. 짙은 갈색 머리에 크고 동그란 눈을 가진 남자애였다. 마르고 키도 컸다. 다른 남자애들과는 다르게 모든 걸 제대로 챙겨 입은 교복이 눈에 띄었다.
짝은 그나마 쾌활한 성격인 거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빠르게 대답을 하려는데, 내가 지을 수 있는 표정 중에서 가장 바보같은 표정을 지어버렸다. 아, 망했다. 내 스스로를 탓하며 책상에 머리를 박고싶은 걸 간신히 참고 있는데, 옆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왔다.
"이름이 김시민이야?"
"응, 너는 도영이지?"
"응! 우리 사촌 누나 이름이랑 비슷해서 왠지 친근해서 물어 본 거야."
아,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떤 말을 꺼내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김도영은 말이 많은 스타일인 건지 내가 어떤 말을 꺼낼지 고민하지 않아도 자기가 먼저 화제를 꺼내고 있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처음 본 사람한테 조잘 조잘 신나게 이야기를 하는 도영이를 보니 긴장이 좀 풀리기도 해서 살짝 웃었다.
"아깐 정색하고 있더니, 지금은 좀 낫네"
"아까 정색한 거 같았어? 나 그거 완전 긴장한 표정이었는데…"
"뭐? 그게? 진심,"
"… …"
"미안"
큭큭 웃음이 새어 나왔다. 5초에 한 번씩 표정이 바뀌는 도영이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막 새어 나왔다. 너 진짜 웃긴다. 비실 새어 나오는 웃음 소리를 참지 못하며 말하자, 도영이는 얼빵한 표정을 지으며 그게 칭찬인지 욕인지를 당장 말하라고 했다. 칭찬이야. 작게 웅얼거리자 도영이는 광대에 기다란 수염같은 보조개를 보이며 활짝 웃었다.
눈을 굴려 쳐다 본 칠판에 쓰인 이름이, 김시민 김도영. 옆에 나란히 쓰인 이름이, 왠지 숨막히게 다가왔고
작년만 해도 학교에 나오는 게 죽는 거 만큼 싫었었는데, 이번년도에는 조금 다를 거같다는 예감이 머릿속을 스쳤다. 누군가를 보고서 이렇게 단번에 좋은 느낌을 받아본 건 처음인 거같았다. 그리고, 쾌활한 성격에 토끼를 닮아 동그랗게 생긴 도영이가 새학기의 첫 짝이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영꽃나무의 한 마디
안녕하세요! 엔시티 글잡에 처음 발을 들인 도영꽃나무입니다!
편하게 도꽃이라고 불러주세용.
재현, 제노, 도영 중에 어떤 멤버 글을 올릴까 고민하다가 도영이 글로 올려요!
(동영or도영 중에 어떤걸로 할지 30분 고민함)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화인데 넘 오바적으로 짧죠? 2화부터는 두 배 정도는 늘려 올게요!
오랜만에 글 썼더니 내용도 이상하고 뭔가 마음에 안 들지만, 일단 일을 저질러봅니다.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