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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의 전지적 짝사랑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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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OT 날! 처음으로 과 동기들과 만나는 자리.. 1지망 대학 붙고, 정말 미치도록 설렜다.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고 뒤진 끝에 장착한 원피스. 대학을 기념해 용돈을 모으고 모아 구입한 붉은색 볼드 귀걸이. 빨간 보석에 어렴풋이 비치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났다.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다만.
절대 공주병은 아닌데, 내가 얼마만에 이렇게 꾸며보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괜히 기분이 좋았다. 김여주.. 쨔식.. 정말 18학번 된 거니..?ㅠㅠㅠ (감격)(훌쩍)
"아니 김여주.."
"?"
"너느은, 뭐.. 학교 가는데! 뭘 그렇게 꾸미냐?"
옹성우 저 새끼.. 또 시비다..
남 사정에 뭘 그렇게 관심이 많으실까요? 님은 안 꾸미셔도 존잘이시니까 그러시겠죠... 하..
"닥치세여."
"응 너나 닥쵸."
왜 저래...
옹성우는 진심으로 자기가 귀여운 줄 안다.. 아니면 저럴 수 없숴...
언제부터 내 침대 위에 올라가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준비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며 툴툴댄다. 짜증나게 옆에서 깔짝 거린다고!! 너가 여자가 되어 봐. 너처럼 짧게 걸리나! 앞머리를 한참 말던 고데기를 저 자식에게 던져버릴까 싶은 생각이 몽글몽글 샘솟는 중이다. 그러게 너 먼저 학교 가면 될 거 아니냐고... 고데기를 들고 말을 잇는 내 모습에 낯선 동네에다.. 또 혼자 가기엔.. 어쩌구 그러면서 결론은 뻘쭘하댄다. 어떻게 저 자식이랑 대학까지 근처로 가게 됐는지 내 팔자도 참 알만하다... 김여주.. 대학 까지 귀찮게 다니겠네.. 하..
"아니, 그렇게 꾸며도 안 달라지니까 그만 좀 꾸ㅁ‥"
"닥치라했지!!"
결국 쿠션을 맞고서야 입을 닫는 녀석이다.
# 성우의 전지적 짝사랑 시점 (성우 →→→♥ 여주)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분명히.. 그랬다. 단지 오늘이, 합격한 대학에 처음으로 가는 OT 날이라는 것을 제외하고. 우연찮게도 아~주 우연찮게도! 여주의 학교도 오늘 OT란다. 정말로다가 우.연.한. 기회로 같이 등교할 상황이 생긴 거다. 학교는 달랐지만 옆 학교와 다름 없었기 때문에!
"벌써 왔어? 왜 이렇게 빨리 왔대."
보고 싶어서 일찍 온 내게 보이는 태도가 그닥 좋진 않다. 머리 아직 다 안 했는데··. 아씌. 하고 고개를 돌려버리는 모양새가 날 반기지 않는 듯한 느낌이.. 마구마구 드는 건 나만의 띵킹...? 그래도 내가 누구냐. 한다면 하는 옹성우 아닌가! 하지만 내 앞에 김여주는 내게 손인사 대충~ 하고 다시 화장대 앞에 앉아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뭐가 저렇게 신난 거냐.. 뷰리풀~ 뷰리풀~♪ 뭔 노래야 그건...
자연스럽게 여주의 침대에 앉았다. 사실 좀.. 뭔가 어색해서 괜히 툴툴댔다. 침대도 끄트머리에 간신히 몸을 기댔다.. 김여주네 집 정말 오랜만에 오는데.
"옹성우 좀만 차분히 기다릴 수 없늬? 좀 조용히 해 ㅠㅠ"
"...."
그런데 김여주 차림이.. 뭔가 달랐다. 아니, 많이 달랐다. 학창시절 익숙했던 뺑뺑이 동그란 안경에 후줄근한 체육복 차림과는 완전, 레알, 헐, 대박, 달랐다. 언제부터 준비했는지, 무슨 미팅이라도 나가는 건지 아주 의도하고 차려입은 모습이..
진짜 예쁘다..
안그래도 예쁜데. 나 나쁘고 이기적인 거 아는데. 김여주 쟤가 꾸며서 더 예뻐지는 게 싫다. 까고 말해서 예뻐지는 건 괜찮은데, 다른 놈들이 보는 건 싫다.. 진심으로. 짜증난다! 신경쓰인다! 속마음은 당장 갈아입으라고 하고 싶은데.. 내가 뭐라고 얘한테 이러냐 저러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같은 학교는 아니여서 찝적대는 자식들 처리도 어려운데. 골머리가 아팠다.
얘 앞에서는 왜 이렇게 툴툴댈 수밖에 없는지 모를 일이다. 예쁘다고 말하기 싫었다. 나 빼고 다 예쁘다고 할 텐데, 그래서 싫었다. 나한테만 예뻤으면 싶은데. 세상 남자들이 눈이 삐었을 리 없잖아.. 징짜..
특히, 새내기.. 신입생에겐..
쟤는 왜 저렇게 신났냐.. 나는 골치 아파 죽겠는데. 내 맘도 모르구.. 하..
"아아아아악!!!!"
"..? 왜저래.. 드디어 미친 거야..?"
김여주 화장하느라 정신이 팔린 순간, 잠깐 생각을 정리했다.
결론은.. 아까랑 별반 다를 건 없다.
남친도 아니고 남사친 주제에 입은 원피스를 갈아 입으라고 하기엔 내가 뭐라고 그러나, 싶고. 그렇다고 저렇게 내보내긴 싫다. OT에 갔다 와서 신이 났을 얼굴이 하늘에 구름이 떠다니는 것처럼 몽글몽글 터질 듯이 떠오른다.. 야야야 옹성우!!!!! 누나 드디어 솔탈이다 ^^ 오늘 선배가 번호 따갔어! 존잘!
눈웃음을 지으며 내게 달려올.. 김.. 하.. 싫다. 절대.
평상시에도 나 빼고 다른 남자들은 다 늑대라고. 말을 해줘도, 지랄하네. 하면서 콧방귀를 뀌는데 더 이상의 선을 넘기란 쉽지 않았다. 내가 남자론 보이는지 어떤지도 모르는 애한테. 섣부른 애정이었다. 어쩔 수 없이 오늘도 툴툴대는 목소리가 나와버린다. 나도 모르게.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어서.
이걸로라도, 듣기 싫어하는 내 잔소리로, 너가 지금 상태보다 덜 꾸미고 나갔음 했으니까.
"‥꾸며도 안 달라지니까··"
돌아온 건 꺼지라는 험악한 말과 함께 날라오는 쿠션의 강력한 압박이었다...
안 꾸며도 예쁘다는 뜻이었는데... 김여주 씌이.
성우의 전지적 짝사랑 시점
한참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오랜만에 고데기를 켜본 터라 사용법이 자꾸만 헷갈린다.. 고삼 때 얼마나 후리하게 다녔으면.. 고데기 사용법도 모르냐.. 나란년.. 사실 고데기 하는 법을 잘 모르기도 했지만. 평상시엔 거의 머리를 쪼매서 묶고 다녔기에 꾸미는 방법도 서툴렀다. 그래서 지금 이 꼴이다.
"허.. 미치겠다아.."
빨리 끝내라고 투덜대는 옹성우가 신경쓰여 자꾸만 손이 뒤틀리는 것만 같다. 저 새끼는 왜 이렇게 일찍 와서는 엄마도 안하는 잔소리를 하고 난리야.. 어제 연습할 땐 분명 나쁘지 않았는데.. 마음 한 구석에서 속을 끓였다.
솔직히 그런 이유엔 지금 내 침대에 걸터 앉아 계시는 불청객 때문인 것 같다. 빈정거리는 옹성우 말투도 그렇지만,
정확히 말하면 거울에 비치는 옹성우의 표정 때문에.
뭐가 그렇게 좋은지, 오늘 제 생일이라도 되는 듯 싱글벙글. OT가 그렇게 기대되면! 일찍 가고 싶으면! 저 먼저 갈 것이지. 그렇게 새 친구들을 만나는 게 좋나? 뭔 생각을 하는 건지 침대 위에 걸터 앉아 눈을 접어 웃어대는 옹성우가 괜히 신경쓰였다. 아니 지금도 신경쓰인다. 진짜 엄청.
핸드폰을 보다가 웃고, 그러다 이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것도 바보같이 웃으면서. 왜 그런 것 있지 않나, 남이 쳐다보면 그 시선이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자꾸만 느껴졌다. 옹성우가 날 바라보는 게. 아 씨 고데기에 손 데임.. 하... 옹성우 새끼..
자꾸 망쳐지는 머리칼을 만지면서 저 자식이 날 바라보며 웃을 이유‥를 생각해봤다. 혹시.. 쟤가 보기에도 내 헤어스타일이 이상한가? 김여주 너가 이렇게 꾸며 봤자야~ 그렇게 속으로 말하고 있나.. 그래서 저렇게 얼빠진 사람처럼 싱글벙글 웃어대나.
내가 그런 고민을 하고있는 와중에도 옹성우는-
마치 나이차이 많이 나는 띠동갑 여동생이 엄마 화장품을 찍어 바를 때. 그런 여동생의 어설픔이 귀여워 웃는 나이 차 많은 오빠같이
그렇게 옹성우는 나를 보며 웃고 있다.
근데 꼬라지가 보면 자기도 저가 저렇게 웃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거의 10분이 넘게 저 표정이다.. 근데 계속 보니까
솔직히 븅X 같은데.. 겁나 귀엽다.. 으웩 내가 쟤한테 귀엽다니
근데 왜 웃으면서 눈을 은근슬쩍 깜는 거냐..? 귀척하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저러는 건 아닌 걸 알아서 귀여웠다. 내 평생 옹성우를 귀엽다고 생각할 줄이야.
나도 어느새 옹성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쟤가 자기 웃는 거 모르고 웃고 있던 것처럼 나도 같은 맥락이다. 내가 저 새낄 쳐다보고 있는지 모르고 쳐다보는.. 그 느낌.
그러다
옹성우와 눈이 마주쳤다.
괜히 부끄러워져 시선을 피했다. 왜 부끄러워진 거지? 나도 몰랐다. 시선이 맞닿은 후로 뭔가 방의 공기가 달라진 느낌이었다. 볼이 살짝 뜨거워지는 느낌. 그러니까 너가 좀 더 늦게 왔으면 좋았을 거 아냐‥
# 성우의 전지적 짝사랑 시점 (성우 →→→♥←? 여주)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원피스를 갈아입을까, 골똘히 생각하는 중이다. 입고 있는 하얀 원피스에 음료수를 갖다주는 척 포도 주스를 살짝 부어버릴까, 아님 옷이 안 어울린다며 소리를 칠까. 어느 쪽도 할 수 없었다.
소올찍히... 객관적으로‥ 정말 잘 어울렸으니까.
나도 모르게 헤벌레-하고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걸 인지하게 된 건, 서로 눈이 마주치고 나서였다.
누가봐도 힘겹게 머리를 만지는 모습에 웃음이 났던 것이 시초였다. 분명 난 머리카락이 엉켜있는 모습에 제멋대로 입꼬리가 올라갔던 것 뿐이었는데. 어느새 내 시선은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는 김여주에게로 향했다. 그냥, 마냥, 귀여웠던 것 같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멍하니,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뒤에 있었기에 여주가 내가 쳐다보는 걸 알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게 오산이었다.
여주의 화장대 거울에 살짝 비쳤던 내 얼굴이 문제였다.
서로 눈이 마주치고 나선, 둘 다 아무 말이 없었다. 뭔가 평상시와 같이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곧 내 눈을 곧바로 피하고는 다시 제 머리를 만지는 데에 집중하는 모습에 미세하게 내 눈썹이 흔들림이 느껴졌다.
숨겨왔던 감정이 들킨 기분이 들어 괜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다시 저도 모르게 계속해서 김여주에게 시선이 가고 있다.
조금은 달라진 공기가 맴도는 여주의 방에서, 그렇게.
예쁘다‥ 진짜‥
예쁘다‥·.
성우의 전지적 짝사랑 시점
솔직히 말해서, 아까 내 방에 들어올 때부터 신경 쓰였던 것 같다.
왜 준비도 덜 됐는데 저 맘대로 내 집에 찾아오냐고! 옹성우는 나와 십년이 넘도록 친구여서 저와 내가 다른 성별이라는 걸 잊고 있는 것만 같다. 아님 어떻게 저렇게 행동하냐고!!! 제 아무리 부X 친구여도 선이라는 게 있지... 여자 침대에 털석 털석 잘도 앉는 걸 봐도 그렇다.. 그럼 폰이나 쳐하고 난 쳐다보지를 말 것이지, 강아지마냥 눈가는 내리고 입꼬리는 올린 채 날 바라보고 있냐고.. 사람 심쿵..! 아니 철렁하게!! 거울로 다 보이는구만...
대학교에서의 첫 공식 일정이라면 일정인 OT. 작정한 듯 차려입은 듯한 옹성우의 옷차림!! 그것도 짜증났다!! 누구한테 그렇게 잘 보이려고 그렇게 입었대? 솔직히 턱시도를 입은 것도 아닌데 내가 괜히 심통이 났다. 사실 옹성우는 아무 잘못 없이, 그냥 깔끔한 체크무늬 와이셔츠에 남색 가디건을 걸쳤다. 전혀 과하지 않았다. 인정!!!!! 하지만 저 자식이 입으면 무난하고 평범한 옷들도 화려했다고... 그게 문제라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번 더 슬쩍, 하고 쳐다보는, 그렇게 만드는 스킬이 그게 저 자식의 특기였다.
저도 아는지 모르겠다만, 내가 느끼기엔 알고 저러는 거다. 분명.
성우 그렇게 OT가 가고싶어?
그렇게 예쁜 여자 동기들한테 잘 보이고 싶냐고!!!!!!!
말은 삼기키로 했다. 질투는... 나만 하는 거 같았으니까... 부X 친구가 새 친구 만든다니까 마음 속에서 심통 난 건가. 나도 모르겄다..모르것어.. 근데 옹성우 쟤 또 왜저래..
또 뭔가에 심취한 듯한 표정을 짓는 저 또라이 시끼...
내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또 헤실대는 저 멍충이. 오늘의 옹청이... 쌰앙...., 멍 때리고 OT 술자리 상상이라도 하나. 예쁜 선배 있을 거 같아? 없다고! 아주 좋아 죽는다 죽어. 벽이나 쳐다보면서 상상을 하던지, 왜 날 쳐다보면서 저러는 걸까. 괜히 질투심이 끓어 올랐다. 나만 왜 안달복달인 건지. 짜증나 옹성우!!!!!
# 성우의 전지적 짝사랑 시점 (성우 →→→♥← 여주)
기여코 김여주 저 바보는.. 입고 나왔다. 그 하얀색 원피스를.
조금 후회스러웠다. 밖에 나와서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까 앉아 있을 때보다 길이가, 짧다. 그것도 내 기준에서 매.우.
그냥 아까 포도 주스를 확 엎어 버릴 걸. 밖으로 나오니 더 죽겠는 노릇이다. 지나가는 새끼들이 자꾸 너 쳐다 보잖아. 김여주 너는 저 얍삽한 표정들이 안 보이냐. 방금 스쳐 지나갔던 자식들의 표정이 꺼림칙 해 급히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나와 눈이 마주쳤다. 저 자식들, 보고 있었던 것 맞네.
번호를 물어볼까 말까, 그런 제스쳐를 취하는 놈들에게 김여주 모르게 입모양을 내보였다.
"얘."
"?"
"내. 꺼."
슬쩍 김여주를 가리키면서.
아쉬운 표정을 하고 돌아서는 놈들에 한 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사실 아직은 내 꺼 아닌데.
"하.."
집에 돌려보내서 바지로 갈아입히고 싶다. 매우.
여주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네가 이렇게 타인에게 관심을 받는지 알고는 있냐? 'ㅇㅅㅇ?'에서 '^_^'으로 바뀐 여주의 표정이 질문의 답을 말해주는 것만 같다.
확실히 모른다. 그냥 아무 것도 모른다.. 그러니까 저렇게 천하태평이지... 허..
그 때부터일까,
나도 모르게 내 심기가 좀 많이 불편해진 것 같다.
성우의 전지적 짝사랑 시점
"왜 자꾸 걸음이 늦어?"
옹성우가 이상하다. 다리도 나보다 길면서 걸음이 자꾸만 뒤쳐진다. 내 질문에 대답없이 다시 내 옆으로 자리하는 성우에 애써 넘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옹성우의 이상 행동은 계속 됐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오를 때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을 때도. 자꾸만 내 뒤에 서는 거다. 아는 사람이 아닌 것처럼 같이 서있기 싫은 사람처럼 계속해서 내 뒤에 자리한다.
아무리 가까워도 성우의 학교는 한 정거장 더 가야하는 학교라, 내 학교에 먼저 도착하게 됐다. 옹성우는 아까부터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는데, 이젠 자꾸만 적날하게 마음에 안 드는 듯한 표정을 내보인다. 내색 안 하려고 하는 듯 보였지만 내겐 다 보였다. 함께 알던 세월이 얼만데.
"야, 옹성우. 너 왜 그러는데."
"어?"
참다 못 해-화도 조금 났었다-옹성우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너 왜 이러냐고. 나 뭐 마음에 안 드냐고. 솔직히 나도 오늘 옹성우가 신경 쓰였던 터라 말이 좀 거칠게 나왔다. 나만 쟤 신경 쓰고 저러는 건가 봐. 확신하는 순간이기도 했고.
옹성우는 조금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난 확신했다. 나한테 뭐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 거구나, 하고. 그런 옹성우는 자꾸 시선을 내렸다. 왜 쳐다보질 않는 거지. 날 왜 정면으로 마주하질 못 하는 거야? 자꾸만 저의 신발 코만 바라보고 있다. 말이 없는 옹성우에 괜히 화가 더 났다.
오늘 정말 오랜만에 원피스 입었는데 예쁘다는 말도‥ 바라지 않았지만.. 달라졌다는 티도 안 냈으면서..
괜히 나도 쌓여 있던 게 있었나보다. 고개를 휙 하고 돌려 옹성우에서 그만 멀어지려는 찰나였다.
"아‥ 잠깐만."
"..?"
"잠깐, 잠깐이면 돼."
급히 돌려세우려는 힘이 느껴졌다. 쎄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약하지도 않은.
팔을 잡는 손길에 시선을 계속해서 성우에게로 뒀다. 옹성우는 갑자기 메고 있던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저가 입고 있던 남색 가디건을 내 손에 쥐어준다. 뭐야?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는 날 보더니 옅은 한숨을 쉬다가, 이내 다시 제 손으로 가디건 양 쪽을 잡더니 내게 다가온다.
"‥솔직히, 나."
"너 원피스 입는 거 싫었어."
신경 쓰였어. 아까부터.
그러고선 내 허리춤에 제 가디건을 감는다. 별 거 아닌 일을 하는 것처럼 투박하게 묶어 가는 손길에 옹성우답다 싶다가,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어색함이 느껴지는, 그 순간.
다리 안 예쁜 거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면 부끄럽잖아. 하고 말하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니까, 이거 풀지 말라고."
그 말만 하고 갈 거야.
너 다리 안 예뻐서 가디건 둘러 주는 거야. 라고 말하는 옹성우의 대답을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기 싫다고 들었으면, 내가 오해한 걸까.
나 갈게! 술 적당히 마시고. 취하면 내가 힘들어진다! 그렇게 말하고선 얼른 들어가라며 손을 휘젓는다. 그런 성우의 행동에, 아까 방에서 마주했던 시선 덕에 벌겋던 볼이 또 다시 뜨거워지는 것만 같다. 나 들어가는 거 보고 갈 거면서. 다시 뒤를 돌아 그대로 서 있는 성우에게 손을 살짝 흔들었다.
얼른 가. 괜히 떨지 말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강아지처럼 웃으며 손을 덩달아 흔들어 보이는 성우였다.
"너도 잘 가."
너도 오늘 술자리에서 막 나말고 다른 여자애들한테 그렇게 웃어주지 말고.
허리춤에 굳게 매진 가디건 소매를 살짝 잡았다. 옅은 성우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다. 밤에 추울텐데. 내일 전해주긴 감기 걸릴테니까·· 집에 갈 때도 같이 가야겠다. 옹성우 안 춥게.
/ 안녕하세요 단아별입니다 ♡
오랜만입니다! 늦은 시간에 찾아뵙네요. 원래 두 편인 글을 보기 편하시라고 한 편으로 몰아 올립니다. 남은 1월도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 독자님들 너무 죄송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 밤에 올렸다가 수정한다는 걸 잘못해서 삭제 버튼을.. 와 정말 너무 죄송합니다 독자여러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