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w.1억
"그러니까. 전정국 그놈 집에 김석진이 왔다."
"응…."
"같은 회사인 건 몰랐고?"
"굳이 내가 김석진이 어디 회사인지 찾아볼 일도 없었잖아."
"그래. 티비에 나오는 것만 봐도 소름끼쳐하면서 강제로 끄던 네가 뭐하러 인터넷에 김석진을 치겠냐?"
김석진은 무려 3년전에 모델로 데뷔를 했다. 솔직히 김석진이 데뷔했다는 것도 알고싶지 않았지만
고등학교때 친구들이 모두 나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 대형기획사에서 모델하나 나왔는데 그게 김석진이라고 말이다.
김석진이 모델로 활동할때 까지는 괜찮았다. 티비에도 많이 나오지 않았고, 인터넷에도 그리 말이 많지 않았으니 말이다.
데뷔하고 몇개월도 되지않아 배우로 또 데뷔를 하면서 김석진은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티비만 붙들고 살았던 나는
티비를 틀지 않았고, 핸드폰도 잘 보지않게되었다.
누가 알았겠어. 전정국이랑 김석진이 같은 소속사에다가 사적으로 만나는 사이인 걸.
"그래서 냄새나는 쓰레기장에서 찾아오니까 한결 마음이 낫냐?"
"아니."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하면 화영이는 쯧쯧 혀를 차며 발로 유리상자를 저만치 밀어낸다.
예전같았으면 왜 그러냐며 인상을 팍 쓴채로 그 유리상자를 끌어안았을텐데, 이제는 무뎌져서 그런 걸까
내게서 멀어진 유리상자를 바라보기만 했다.
"김석진이 너 알아봤는데. 이제 어떻게 출근 할 거냐? 나같으면 쪽팔려서 다신 출근 못 해."
"…왜 쪽팔린데?"
"노여름 맞지? 이 말에 그냥 무시하고 도망치듯이 뛰어나간 게 그럼 축하받을 일이냐?
어~ 안녕. 하고 지나가도 민망할 타이밍에."
"…그래도."
"너는 헤어지고나서 6년동안 혼자서 계속 못 잊었어. 말로만 잊었다고 하지, 만나면 또 유리처럼 깨질 거면서
당당하게 왜 저걸 버렸대? 내가 보기엔 너 김석진 안 만났어도, 저거 다시 줏어왔다."
"사람이 어떻게 자기가 하고싶다고 해서 다 이루고 살아. 나도 나 답답해. 김석진 못 잊어서 답답해. 보자마자 숨이 턱 막혀왔다구.
잊은줄 알았는데. 잊혀졌다고 생각했던 작은 소소한 추억들이 떠올라."
"그래서 걔랑 뭐 가까워졌으니 연락을 해보겠다고?"
"그건 아니야.…."
"뭐. 지금와서 얼굴 봤다고 다시 좋아하게 되면 어쩌려고? 걔 엄청 잘나가는 연예인이야. 네가 좋다고 꼬리 살살 흔들면서 다가가면
걔가 좋다고 하냐? 웬 미친년인가~ 하고 개무시하지.
걔는 너를 전여친으로 안 봐.그냥 스쳐지나간 하나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할뿐이라고.
너는 걔가 아직도 너한테 감정이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아니? 절대 아니야. 감정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너한테 직접 연락이 왔었겠지.
6년동안 뭐했겠어?"
"너는.."
"뭐."
"그 말이 최선이야..?"
"응. 최선이야. 내가 틀린말 하냐?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잖아. 희망따위 주면 네가 더 힘들어할 거 뻔하니까.
당장 일 관둬. 걔가 매니저없이 잘 살던, 못 살던 알바야?"
"……."
"나 네가 힘들어 하는 거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봐온 사람이야. 내 말 잘 들어."
"……."
"다 죽어가는 새끼마냥 골골 거리다가 병원에 실려가는 거. 이제 난 안 봐. 아니? 봐도 무시할 거거든.
이 언니 성격 많이 달라졌다? 알지?"
"……."
"그 병신같은 쓰레기새끼 하나 잊는 거 참 힘들다? 어?"
이래야 내가 조금은 정신을 차리기 때문에 화영이는 항상 일부러 나에게 상처받을 말을 했다.
나는 저 말에 여전히 상처를 입는다. 6년동안은 그래왔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솔직히.. 항상 그리워하고 미워했던 그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났다는 것만으로도 나를 무너지게한다.
그날을 떠올리며_
오랜만에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줄이 긴대도 불구하고 김석진은 나의 손목을 잡고 맨 앞줄로 갔다.
항상 3학년이 먼저 먹을 수 있었으니까, 나는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다.
식판을 먼저 가져가 내 것 까지 반찬을 받아주는 김석진에 나는 혹시나 무거울까 식판을 가져가려했었고,
김석진은 됐다며 식팍을 번쩍 들어 내 머리를 콩- 살살 때렸다. 자리를 잡아 앉으면 김석진은 맛있게 먹어- 하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땐 너무 헷갈렸다. 가끔은 진짜로 나에게 잘해줄때도 있어서, 이게 남들 보는 앞이라 잘해주는 건지, 진짜 나를 좋아해서 나오는 행동인지.
밥을 먹다가 자꾸만 머리카락이 신경쓰여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으면 김석진은 나를 못마땅하게 쳐다보고선 말했다.
'야 넌 머리 내리고 다녀. 머리 묶으니까 무슨 찐빵이 앞에 있는줄 알았어. 얼굴이 너무 동그래.'
'아, 동그래..? 아닌데! 나 살 빠졌는데..'
'너 요새 계속 먹더니 찐빵 됐어. 너 솔직히 말해봐. 몇키로야?'
"…나."
'나는 자기관리 안 하는 여자는 질색이야.'
그 말에 삐진듯 풀이 죽어서는 고개를 숙이면 김석진은 늘 그렇듯 장난으로 모든 상황을 끝냈다.
'귀여워서 그래. 농담이야, 농담.'
이 날은 김석진이 아팠을 때다. 내가 엄청 걱정한 날이라 이 날은 잊을 수가 없다. 정확히 내 생일 전날이었으니까.
아프다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빠르게 가버린 김석진에 나는 걱정이 되어서 약을 사다 김석진 집 앞으로 갔었다.
'여보세요?'
- 응
'잠깐.. 나와봐! 줄 거 있어.'
- 갑자기 웬 줄 거?
'약..! 많이 아파? 못 나오겠으면, 내가 들어갈까?'
- 아니야. 약 먹었어. 그냥 가. 일어날 힘도 없어.
'아.., 약 먹었구나.. 미안.'
- 넌 뭐가 또.. 됐다.
깊게 한숨을 내쉬고선 그냥 전화를 끊어버리는 김석진에 나는 멍하니 서있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그 비를 맞으며 집까지 걸어갔다. 집에 가자마자 핸드폰을 확인 했을 땐, 나는 아무생각 없이 누워서 눈물만 흘렸다.
[야 피시방에 네 남자친구 있다?ㅋㅋㅋ]
내 친구에게 온 문자에 나는 그날밤 잠도 못 자고 계속 울었던 것 같다.
그렇게 세상 다 슬프다가, 다음날 창가쪽에 앉아서 운동장을 보면 김석진은 농구를 하다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고
나에게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옆에 짝과 함께 공부 얘기를 조금 했는데, 김석진은 그걸 보고 화가나서 일주일간 나하고 말도 안 했다.
왜 그러냐는 내 말에 김석진은 옆에 남자와 말하니 좋냐는 말을 했고, 나는 또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일주일간 눈치만 보다가 몰래 김석진의 집에 찾아가면 김석진은 매정한 눈으로 날 보았다.
'왜 또.'
'미안해. 이제 그만 화 풀면 안 될까?'
'…….'
'우리 자자!.. 나 생각 많이 하고 온 거야. 이제 안 무서워. 오빠라면 다 할 수 있어…."
우리가 처음으로 자려고 분위기를 맞추었을 때, 나는 무서웠기에 항상 피해왔고, 김석진은 그거에 불만을 많이 가졌었다.
이 말에 거짓말처럼 김석진은 내 손목을 잡고 자신의 방으로 끌었고, 그렇게 김석진은 기분이 풀렸었다.
너의 기분을 풀어주려면 나는 수치스러움은 다 잊고, 너에게 뭔 말이든 다 해줬어야했다.
그래야 네 기분은 풀렸으니까 말이다.
집에서_
아침이 되었고, 밤에 잠을 못잤는지 눈밑에 다크서클이 심하게 내려와있자 화영이 머리를 말리다가 여름을 보고선 말했다.
"밤샜냐?"
"아니? 엄청 잘잤는데!.. 왜? 나 얼굴 막 되게 생각 많이해서 못 잔 사람같아??"
"잘 잔 사람 얼굴치곤 너무 어두워서 물어본 거다. 그래서 오늘 출근하냐?"
"응. 일은 일이니까."
"김석진 보러 가는 건 아니고?"
"아닌데!.."
"나 같으면 당장 관뒀다."
생각보다 꽤 괜찮아보이는 여름이의 얼굴에 화영은 답답한 여름이 짜증나다가도 다행이란 생각에 여름을 보고 작게 웃어보였다.
그래도 확실히 뭔가 모르게 어제 이후로 기분이 좀 더 좋아진 것 같기도 한데.
고집이 쎄고, 자기주장 또렷한 너를 어떻게 말릴까 싶다. 화영이 준비를 다 하고선 나가려고 하자 여름이 말했다.
"하다가. 너무 힘들면."
"……."
"그땐 내가 관둔다고 말할게."
"퍽이나."
"미련한 건 내 전문이라 아마, 몇 번 더 마주치면 관둘 것 같아."
"지랄."
"치.."
화영이 간다- 하고 부츠를 신고 나가자 여름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겠지만, 내가 헤어지자고 해놓고 미련하게 다리 붙잡고 질질 짜는 건 정말 수치스러운 거잖아.
정신차리자 노여름.
정국은 식은땀을 흘리며 인상을 쓴채로 잠에 빠져있었고, 뭔가 괴로운지 신음소리를 내다 눈을 천천히 떴을 땐
윤기가 침대 옆으로 의자를 하나 놓고선 앉아 정국을 부담스럽게 쳐다보고있었다.
정국이 눈을 약하게 뜬채로 윤기를 보다가 곧,윤기의 말에 손등으로 눈가를 가리고선 말했다.
"깼냐? 존나 오래도 자네."
"언제 온 거야."
"아까. 오늘도 이러고 있을까봐. 지나가던 길에 들렀어."
"……."
"는 아니고. 석진이형이 한 번 들러보라고 하길래. 자기는 뭐 일이 있다고.
그럼 나는 안 바쁜가? 그 새끼는 지 빼고 다 할일 없는줄 알아요."
"머리 울려."
"그러게 내가 약을 끊으라고 했잖냐. 불면증에 수면제 먹는 사람. 요즘엔 별로 없다?"
"그럼."
"유튜브에 우주영상이라고 치면 첫번째로 뜨는 영상 있거든? 그거 완전 수면제가 따로없다?"
"미친…."
"솔직히 웃었다. 전정국. 인정해라."
"아, 좀 가."
정국이 가라며 인상을 쓰자 윤기는 일어나서 떡볶이나 먹으라며 먼저 거실로 나갔고, 정국이 천천히 일어나
윤기를 따라 거실로 나오자, 식탁을 한가득 채운 음식들에 정국은 더 인상을 썼다.
"야 인마. 음식 앞에서 인상쓰는 거 아니야."
"뭔 개소리야."
"우리 엄마가 그랬어."
"형 엄마 없잖아."
"그래. 어렸을 때 들었다! 너 은근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말하면 내가 상처받는ㄷ.."
"이걸 다 누가 먹는다고. 잔뜩 사왔어."
"그래. 말 끊는 건 네 특기지. 야 이 많은 걸 설마 우리 둘만 먹겠냐?"
윤기의 말을 끝으로 초인종소리가 들려 정국이 인터폰을 보았고, 인터폰 화면엔 여름이의 얼굴에 정국이 한숨을 내쉬고선 말했다.
"쟤 그냥 안 오게 하면 안 돼?"
"내가 사정사정~해서 부탁한 거야. 네가 내쫒을 권리 없다. 왜 별로야? 너랑 성격은 안 맞지?"
"그걸 말이라고 물어? 답답해."
정국이 아무표정없이 인터폰에 손도 안 댄채 윤기를 보고 말했고, 윤기는 음식 비닐을 뜯다가 정국에게 다가와
대신 인터폰 문열림 버튼을 눌러주고선 말했다.
"너는 한국말 먼저 배워야겠다. 답답한 게 아니라 착한 거다.
우리 동생 감기 걸리는데. 문 빨리 안 열어주고 뭐 하냐?
어- 열렸어 들어와."
"아주 사귀지 그러냐?"
"나 까였어. 그것도 아주 시원하게."
"형이 매력이 없나보지."
귀찮은듯 정국이 의자에 앉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윤기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선
여름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일찍왔네?하고 밝게 웃는 윤기에 여름이는 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곧 여름이 거실로 와 의자에 앉아있는 정국에게 안녕하세요- 하고 작게 고개를 숙였다.
분명 눈도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정국이 차가운 얼굴을 하고선 시선을 피하자 여름이 뻘쭘한듯 입술을 내밀었다.
윤기는 가운데에 서서 이 상황을 보고선 한숨을 내쉬더니 정국의 옆으로 의자를 끌어내며 여름이에게 말했다.
"앉아. 얘도 방금 일어나서 첫끼야."
"시간이 몇시인데 아직 첫끼야?"
"얘 원래 일 없을 땐 하루에 16시간도 자."
"아.. 그래? 하긴 피곤하니까!"
"안색이 별로 안 좋다? 아파?"
"아니!.. 화장을 약하게 해서 그런가.. 아닌데.. 아닌데!"
"아프려면 오늘만 아파라- 내일부터는 바쁘니까. 너무 서운해하지마. 일이란 게 다 그렇잖냐."
응- 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여름이의 손에 젓가락을 쥐어주자, 정국이 그걸 보고선 콧방귀를 꼈다.
분명 작게 콧방귀를 낀 거였지만 여름이는 그걸 정확히 보고선 기분이 나쁜지 입술을 또 삐죽였다.
정국은 입맛이 없는지 팔짱을 낀채로 음식만 내려다보았고, 여름이는 밥을 깨작깨작 먹고, 윤기는 떡볶이를 흡입하듯이 먹고선
둘 사이가 너무 어색해서 웃으며 분위기 좀 띄울 겸 입을 열었다.
"너희 말은 놨냐? 동갑인데 설마 존칭?"
"응. 말 놔도 될 것 같은데. 정국씨가 별로 안 좋아 하는 것 같.."
따가운 시선에 여름이 정국의 눈치를 보고선 입을 닫았고, 윤기가 여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야 애 처음부터 너무 잡는다. 네가 그러니까 애들이 다 줄줄이 관두지."
그 말에 여름이 인정한다는듯 고갤 마구 끄덕였고, 정국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로 또 눈을 피했다.
정국이 '내가 뭘'하고선 턱을 괸채로 한숨을 내쉬자 윤기는 그 모습을 보고선 푸하- 웃었다.
아, 진짜 아직 애라니까. 애.. 열심히 혼자서 배부르게 먹고선 배에 손을 얹혀놓고 배부르다며 노래를 부르자
정국이 윤기를 이상하게 쳐다보았고, 윤기는 뭐- 하며 이어 말했다.
"얘 이거 째려보는 것 같지."
여름을 보며 정국을 삿대질하고선 말하자, 여름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고, 윤기는 또 껄껄 웃으며 말했다.
"얘 이거 완전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거야. 얘가 한 번 정들면 진짜 사랑이 장난아니거든."
"에…?"
"안 그럴 것 같지. 얘 여자 생기면 여자한테도 엄청 잘해줘. 안 그럴 것 같지! 안 그럴 것 같지!!"
"응.. 전혀.."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다 먹었으면 빨리 가."
정국의 말에 윤기가 치우고 가겠다며 웃으며 식탁을 치우기 시작했고, 여름이 윤기를 도우자
정국은 팔짱을 낀채로 그 둘을 구경을 했다. 어제도 생각했던 거지만.. 뭔가 모르게 눈빛이 너무 슬퍼.
한참 정국을 몰래 힐끗 봤을까 정국이 저를 쳐다보자 여름이 깜빡하고 피하지도 못 하고 눈이 마주쳐버렸다.
"……."
"아."
"……."
"날씨가 너무 좋네요!.."
"오늘 영하 20도야. 뭘 좋냐?"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정국이 차라리 인상이라 쓴 채로 뭐? 했다면 좀 더 나았을 것을.. 아무표정 없이 시선을 돌리니
여름이 민망한지 콧잔등을 긁었다. 쓰레기를 치우던 윤기가 급하게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여름이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고 말했다.
"오늘도 화이팅! 어제는 할만했지? 그냥 몸만 힘들뿐. 힘든 거 하나도 없다?"
"응!"
"만에하나 이 새끼 팬들이 너한테 지이이이랄 한다! 그럼 나 불러."
"응!"
어제 라디오 광장 앞에 서있던 애들이 전정국 팬이었던가.. 보고 소리는 지르던데. 나한테 아직 피해준 건 없는 것 같다.
여름이 속으로 그 생각을 하고선 손을 멍청하게 흔들며 나가버리는 윤기를 보았고, 윤기가 나가자마자 집에 차가운 공기가 도는 기분이 들자
여름이 아직도 의자에 앉아있는 정국을 보고선 말했다.
"집이 추워진 것 같네요! 갑자기.."
"……."
"음…."
"추우면 집에 가던가."
"에이… 제가 매니저 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집에 가요."
"내 의사와 상관없이 한다고 들어온 건 너잖아."
"그래도 저 아무 피해도 없이 잘 있지 않나요…."
"그냥 옆에 있는 걸로도 피해야 넌."
말이 심하시네.. 하고 작게 말을 읊고선 고개를 숙이자 정국이 여름을 쳐다보았고, 여름이는 여기서 고개를 들면
무서워서 눈물이 다 날 것 같은 기분에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러다 식탁에 네임펜으로 적힌 그림에 여름이는
그걸 아는지 어? 하고선 그걸 가리키고 말했다.
"이거요."
"…….'
"이 그림 아는사람 별로 없는데. 어떻게 아셨대요?"
"그 그림 알아?"
"네. 이거 스웨덴에서 살던 어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지폐에다가 이 그림을 그렸었잖아요.
같이 살던 손자가 그 돈을 죽을 때까지 손에 쥐고 있었고. 이거 아는 사람 별로 없는데.. 우와. 신기하다."
"…나도."
"……."
"그거 아는 사람 처음봐."
"아!.. 그쵸. 이거 유명한 얘기는 아니니까요. 어떻게 알았어요? 인터넷에 쳐도 간신히 나오는데."
"나 말고."
"……."
그 뒤로 말을 잇지않는 정국에 여름에 네? 하고 다시 묻자 정국이 귀찮은듯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고,
여름이 갑자기 뭔가 생각났는지 아! 하고 멍청한 소리를 내더니 정국의 뒷모습에 대고 작게 말했다.
"저기 혹시."
"……."
"…김석진이요! 어제 그 사람."
"응."
"그 사람이랑 많이 친해요? 막.. 자주 볼 만큼.. 막.. 그런 사이인 거예요?"
"……."
"아니 다른 게 아니라.. 그냥요! 궁금해서요."
"아니."
"아, 그래요? 그럼 어제는 왜 찾아 온 거예요?"
"그건 왜 궁금한데."
"그냥 궁금하니까요!.."
"궁금할 게 어지간히 없구나 너."
"음.. 친해요?"
"그렇게 궁금하면 인터넷에 쳐보던가. 귀찮게."
저 말을 하고선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정국에 여름이 씨.. 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건데 왜 저래..
그래도.. 아까 유일하게 조금 다른 표정으로 나를 봤던 건 처음이었다.
그 그림 아냐며 휘둥그레진 눈을 보니 전정국도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하도 인간답지 않았어야 말이지.
나는 또 맨날 똑같은 표정이길래 로봇인줄 알았네.. 아, 근데 그러고보니 인터넷이 있었지..
마지막으로 검색된 건 '전정국'이었고, 혹시나하고 인터넷에 정국,석진을 치면 나오는 이미지들에 초조한듯 손톱을 물어뜯었다.
"무슨 같이 찍은 사진들이 이리 많아."
같이 셀카 찍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사진은 아닌듯한.. 사진들과. 같이 화보 찍은 것도 많았고..
그리고 기사엔
"……!!"
김석진이랑 리얼리티방송 예정..? 이 기사에 망치로 머리 한대 맞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잠깐만.
너무 당황스럽고 화가 나고.. 설명 못 할 이 느낌에 손이 바들바들 떨려왔다. 모자를 쓰고 나온 전정국에 멍하니 전정국을 올려다보면
전정국은 나를 지나쳐 현관쪽으로 갔고, 나는 또 바보처럼 묻는다.
"어..어디가요?"
"내가 이 집에 널 두고."
"……."
"어딜 가겠니. 생각을 좀 하고 살아라."
아..., 아 스케줄..!
"자, 잠깐만요. 먼저 엘레베이터 타고 내려가시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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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별로 길다고 생각 안 들었는데 긴 것 같은데 긴 게 아니었어..
나 바본가 ^-^ 뿌우 뿌우 여러분 내일이나 모레 또 보아요 !-!
역시 아직도 대전썰에 익숙해서 '다'로 끝나는 말을 쓰니
너무 진지충이 되는 느낌.....(뺨찰싹)
여러분 이 글은.. 음.. 초반보다는 중후반이 더 재밌을 거예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당!
초반 넘나 넘나 지루한 것.....(우럭) 지루하다고 포기하시면 앙 대 어!!! 저 웁니다 허흑허극
돌아보지 마아아앙고 떠나가으랏 ㅠㅠㅠㅠ(코가 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