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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변백현] 친구 말고 애인하면 안 돼? 02 | 인스티즈

"야 오늘 급식 계란말이 나오는 거 아냐."

"..."

"이 새끼 존나 습관적으로 멍 때리네. 오늘 급식에 계란말이 나온다고."




빨리 일어나. 밥 먹으러 가게. 존나 배고프다니까? 자신의 부탁에도 내가 아무 반응이 없자 급기야 김종인은 내 팔을 잡아 나를 억지로 일으켰다. 입맛 없다니까. 좀 놔. 짜증스러운 내 말투에 한숨을 쉬던 김종인은 순순히 내 팔을 놔줬다. 그냥 가는 줄 알았더니 아직 할 말이 더 남았는지 아예 내 앞 의자에 앉아 턱을 괴고는 말을 잇는다.




"씨발 이게 며칠째야. 입맛 없다고 급식 안 먹은 지 벌써 일주일이나 된 거 아냐?"

"아니까 좀 비키지."

"걱정 좀 그만 시키지. 밥 먹으러 가자니까."




그래. 시내에서 변백현을 마주친지 딱 일주일이 지났다. 그 일주일 사이에 나와 변백현의 접촉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열에 아홉은 내가 피했고, 나머지 하나는 변백현이 피했기에. 나를 위해서 그러는 건지는 몰라도 애들은 내 앞에서 변백현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뚫린 귀로 들려오는 소문은 어쩔 수 없는 건지 변백현이 배주현과 뭘 했다는 둥, 언제 또 데이트를 했다는 둥 그런 소문들을 어김없이 귀에 박혔다. 앞에서 잔소리를 해대는 김종인이 귀찮아져 결국 자리를 일어섰다. 배가 고파서 일어선 건 아니다. 절대.




[EXO/변백현] 친구 말고 애인하면 안 돼? 02 | 인스티즈

"오늘은 밥 먹기로 했나 보네? 내가 그렇게 꼬셔도 안 넘어오더니."

"너랑 내가 같냐? 야 오늘 계란말이는 다 에리 꺼."

"너 혼자 다 줘~"




다 줄 거면서 존나 튕겨 김종대;;;; 투덜거리는 김종인을 따라 교실 밖으로 나오면 미리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박찬열과 오세훈, 그리고 김종대의 모습이 보였다. '계란말이는 당연히 다 에리 꺼지. 가자, 에리야.' 제일 먼저 익숙하게 나를 데려가던 변백현이 없어 나도 모르게 변백현 아직 안 왔냐고 찾을뻔했다. 도경수 오늘 도서부끼리 밥 먹는다고 먼저 감. 내가 궁금한 건 변백현이 왜 안 왔나인데 눈치 없는 오세훈은 도경수의 안부만 전했다. 아, 그러고 보니 경수도 없었구나.




[EXO/변백현] 친구 말고 애인하면 안 돼? 02 | 인스티즈

"와... 사람 존나 많은 거 실화?"

"안구장애냐? 보면 몰라?"

"김에리냐? 쌍으로 일주일째 존나 예민해, 씨발."




급식실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교복들에 오늘 급식은 존나 늦게 먹겠구나, 직감했다. 빨리 온 편에 속한 건데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걸 보고 오세훈도 어이가 없었는지 헛웃음을 지으며 얘기하자 박찬열이 까칠하게 답했다. 내가 동네북이지~ 비아냥거리듯 얘기하는 오세훈이 괜히 여기저기 쳐다보다 뭔가 발견했는지 인상을 찡그려버린다. 진짜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돼.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던 오세훈의 시선을 따라서 가면 다정하게 배주현과 밥을 먹고 있는 변백현이 보인다.




[EXO/변백현] 친구 말고 애인하면 안 돼? 02 | 인스티즈

'이거 다 너 먹어.'

'너 계란말이 싫어해?'

'네가 계란말이 좋아하잖아. 많이 먹으라고.'




변백현이 숟가락 위로 계란말이를 올려주고는 머리를 쓰다듬는다. 또 예전 기억에 눈물이 왈칵 나올 것 같았다. 나에게 해줬던 그대로 배주현의 숟가락 위에 계란말이를 올려주고는 배주현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일주일 동안 나는 너와의 추억에 매달려 힘들어했는데 너는 나와 다르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는 사실이 분했다. 아니, 그냥 배주현이 너무 부러워서 분했던 것 같기도 하다.




[EXO/변백현] 친구 말고 애인하면 안 돼? 02 | 인스티즈

"미친 새끼. 저런 거 뭐가 좋다고. 그만 봐."

"야, 야... 내 눈."

"니 눈 뭐. 가리는 건 싫어? 그럼 저 새끼 보지 말고 나 보던가."




곧 울 것 같은 내 표정을 본 건지 박찬열이 다가와 내 눈을 가려버린다. 더 내가 초라해지기 전에 구해줘서 고마워. 박찬열에게 그 고맙다는 말을 하기가 쪽팔려 괜히 눈 핑계를 대자 내 눈에서 손을 떼고는 나를 쳐다보고 빙긋 웃는다. 존나 루돌프 같아. 코 빨개. 그리곤 내 코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던 박찬열은 양보 없이 내 시야에 꽉 찼다. 그런 찬열이에게 고마워져 나중에 초코우유라도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말고 애인하면 안 돼?

2. 김에리

틀어주세요

EXO CBX_Diamond crystal piano







언제 그 애를 처음 봤더라. 아마 딱 4년 전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다.




"나 너 좋아해, 에리야. 꽤 오래됐어. 동생이 아니라 여자로 보는 거."

"저는 그냥 친한 오빠로 밖에 안 보여요. 그래서 지금 많이 부담스러운데."

"연애하고 싶어, 너랑. 당장 사귀어달라는 말 안 할게. 천천히 남자로 봐주,"

"절대 없어요, 그럴 일. 남자로 안 보이고 앞으로 보일 일도 없으니까 그만 돌아가요. 이제 연락도 안 해줬으면 좋겠고."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음악실에 다녀오던 중이었다. 음악실은 수업이 아니고서야 잘 안 오는 층, 안 오는 복도에 속해서 항상 썰렁했다. 보고 싶어서 본 건 아니었다. 당돌하게 선배의 고백을 거절하고 돌아선 그 애를 보다가 혼자 남겨진 선배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다 부끄러워진 나머지 얼른 자리를 피해버렸다. 근데 아까 그 여자애, 되게 익숙한 얼굴이었는데 누구더라. 반에 오면서 드는 생각은 곧 해결됐다. 반에 들어오니 아까 그 익숙한 얼굴이 있었으니.




"친한 오빠 하나 잃은 셈 치지, 뭐. 나를 좋아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냐."

"진짜 뜬금없기는 하다. 잘했어. 그 오빠 자꾸 너한테 친한 척하면서 질척거렸다며."

"어. 그런 스타일 존나 별로."




아까의 당돌한 이미지는 원래의 네 이미지인 듯싶었다. 뽀얀 피부에 핑크빛 입술. 귀엽게 안으로 말린 단발머리와는 다르게 시크한 매력까지. 되게 매력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저기 친한 척하면서 친구를 사귀는 게 특기인 내가 아직까지 완전히 안 친한 건 그 여자애가 처음인 것 같았다. 아, 전에 학습지 때문에 말 한 번 말 걸었다 대차게 까였었지. 이름이 뭐였더라. 아, 맞다. 김에리.




그 뒤로도 김에리를 쫓는 시선은 계속됐다. 사실 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없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면 내가 김에리를 쳐다보고 있는 게 나중에는 그냥 의도적으로 쳐다보기도 했다. 그런 나를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턱을 괸 채 창밖만 바라보는 김에리가 되게 예뻐 보였다. 화장을 한 얼굴도 아닌데, 그렇게 엄청 예쁜 얼굴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예뻐 보이는 건지.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아, 김에리가 마음에 단단히 들었나 보다.




[EXO/변백현] 친구 말고 애인하면 안 돼? 02 | 인스티즈

"야. 김에리 얼굴 뚫리겠다, 병신아. 그렇게 마음에 들면 가서 말이라도 걸어."

"친한 척하면서 질척거리는 거 별로래."

"그럼 그냥 니 존재만으로도 싫을 수 있겠다. 그냥 계속 바라만 보세요."




김에리한테 친한 척했다가 까이면 너랑 친구 안 할 거다. 난 말했다. 도움이 되지는 못 할망정 내 앞에서 밥을 먹던 박찬열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자리가 꽤 가까워서 시간표 때문에 말 몇 번 나눠봤다던데 그게 왜 이렇게 부러울지 모를 따름이었다. 박찬열의 말에 한숨을 내쉬고는 습관처럼 다시 김에리를 쳐다보는데 다음 교시 체육이라며 투덜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어쩜 투덜거리는 모습도 이렇게 귀엽지. 당돌하게 선배를 까버리던 애가 맞는 건지 투덜거리는 모습이 귀여워 녹을 것만 같았다. 심장을 부여잡고 혼자 열심히 김에리를 귀여워하고 있는 와중에 박찬열은 여전히 똥 씹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 쌤 진짜 짝피구는 오바잖아요.'

'날씨 좀 봐요, 쌤. 진짜 쪄 죽는다니깐요?'

'한 번만 더 잔소리 나오면 다음부터 계속 반에서 공부만 할 거야. 그래도 좋아?'

'그래서 선생님 피구공이 어디 있다고요?'




에리가 그렇게 싫어하던 체육시간이 됐다. 체육을 좋아하기도 하고 잘하는 과목이라서 당당하게 체육부장 하고 싶다고 손을 들긴 했는데 나한테 일을 다 맡기고 가버리는 선생님 덕에 나도 별로 안 좋아하게 됐다. 절대 김에리가 싫어한다고 해서 싫은 건 아니다. 짝피구라던데 에리 짝꿍이 누구지하고 고개를 돌리던 와중에 김준면과 에리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준면은 다른 사람한테 보내면 그만이었으니. 때마침 내 짝꿍이 김준면이 짝사랑하는 여자애라서 김준면을 불렀다. 아무래도 하느님께서 나랑 에리 얼른 친해지라고 기회까지 주는 것 같았다.




[EXO/변백현] 친구 말고 애인하면 안 돼? 02 | 인스티즈

"아무래도 나랑 짝꿍은 다음에 해야겠다. 우리 다른 팀 됐거든."

"야, 얼른 가. 곧 시작할 거니까."

"에리 파이팅!"




내 짝꿍 오징어인데 짝꿍 바꾸자. 나 에리랑 짝꿍하고 싶단 말이야. 김준면은 다행스럽게도 참 단순했다. 오징어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오케이를 외치며 바꾼다고 해줬다. 김준면과 같이 햇빛을 가리고 있는 에리에게 다가갔다. 체육복 입은 모습도 뭐 이렇게 귀여운 건지 그냥 뭐든 귀여운 사람인 것 같았다. 애기 같아... 에리 외모만을 감상하고 있다가 김준면이 가버리자 어색한지 괜히 여기저기 둘러보는 에리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갔다. 너무 친한 척하지 않고, 너무 질척거리지 않게. 변백현 파이팅.




[EXO/변백현] 친구 말고 애인하면 안 돼? 02 | 인스티즈

"더워도 참아. 체육 끝날 때까지 참으면 아이스크림 사줄게."

"... 어?"

"꽉 잡아, 짝꿍."




눈부신 햇살 아래 김에리의 마음속에 들어가기 위해 조심스럽게 에리의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친구 말고 애인하면 안 돼?







[EXO/변백현] 친구 말고 애인하면 안 돼? 02 | 인스티즈

"야 씨발 변백현 게임 고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빨리 말해 변백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린애들의 장난 같았다. 에리와 친해진 그날 이후로는 편한 친구처럼 지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진실게임을 하자고 들이대는 여자애들 덕에 에리를 보고 있던 나와 폰을 보던 박찬열은 영문도 모르게 그 게임에 끼어있었다. 그냥 말하면 재미없으니까 랜덤 게임으로 지면 비밀 불자. 김준면은 어디에 두고 신났는지 오징어가 나섰다. 콜. 오징어에 말에 제일 먼저 좋다고 대답한 게 화근이었다. 씨발. 거기서 내가 콜을 외치면 안 되는데. 내가 못 하는 건지 자꾸 나만 걸려서 질문이 점점 세졌다. 좋아하는 사람 있어? 응. 우리 반이야? 응.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야? 점점 나를 파고들어오는 질문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밝히고 싶지는 않았는데.




[EXO/변백현] 친구 말고 애인하면 안 돼? 02 | 인스티즈

"너네 괜히 에리 앞에서 에리 놀리고 그러지 마라. 걸리면 뒈져."

"ㅇ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김에리라고?"

"어."




이미 알고 있던 박찬열만 웃었다. 나머지는 다 예상외의 답변이라는 듯 놀라기 바빴고. 여기 일에는 관심도 없는 건지 에리는 손승완과 열심히 대화를 하기 바빴다. 원하는 대답 들었으니까 됐지? 나 이제 그만할래. 자연스럽게 자리를 빠져나와 에리에게 향했다. 처음 쪽지로 인해 집에 같이 가기 시작한 이후로는 쭉 같이 가는 게 자연스럽게 무언의 약속이 됐다. 이렇게 더운 날에도 예쁘다. 변함없이, 에리는.




"매점 가자, 에리야."

"어? 아..."

"다녀와. 나 숙제 밀린 거 하고 있을게."




아마 손승완과 얘기 중에 갑자기 가기는 그랬는지 눈치를 보던 에리를 먼저 보내준 건 손승완이었다. 덕분에 반을 나서서 매점으로 향할 수 있었다. 물론 교실 밖으로 나가기 전까지 애들의 짓궂은 장난들을 받아야 했지만. 영문을 모르는 에리는 오늘 애들 왜 저래? 하고 나한테 물어보기 바빴다. 왜냐고? 내가 애들한테 너 좋아한다고 다 얘기했거든.




[EXO/변백현] 친구 말고 애인하면 안 돼? 02 | 인스티즈

"그냥 너 예뻐서 그래."

"야 변백현, 내가 그런 장난치지 말랬지."




안 치고 싶어도 안 칠 수가 없잖아. 네가 너무 예쁜 걸 어떡해.







친구 말고 애인하면 안 돼?







[EXO/변백현] 친구 말고 애인하면 안 돼? 02 | 인스티즈

"오늘은 또 너한테 뭐라든. 사랑한대? 평생을 지켜주겠대? 좋아죽을 것 같대?"

"셋 다. 존나 귀찮아, 진짜. 남자들은 어쩜 멘트가 그렇게 다 똑같아?"

"그 머리들이 다 어디 가겠냐. 그래서 이번에도 이유가 똑같아? 그냥 연애하기 싫어서 깠어?"




어. 솔직히 좋아서 사귀는 건 알겠는데 그렇잖아. 결국 헤어질 거 시간 낭비, 돈 낭비 아니냐. 귀찮다는 듯 머리를 쓸어 넘기던 에리에게서 시선을 돌리다 박찬열과 눈이 마주쳤다. 눈빛만 봐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다 알 것 같았다. 김에리가 이런데 사귈 수 있을 것 같냐? 마음 접어라.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박찬열의 얼굴에 엿을 먹여준 건 망설임 없는 행동이었다.




같은 중학교가 된 건 우연이었지만 고등학교는 아니었다. 운이 좋게 나는 에리랑 3학년 때도 연락을 하면서 지낼 수 있었고 그 덕에 에리를 따라 고등학교까지 같이 들어올 수 있었다. 에리 빼고 다 아는 듯한 내가 김에리를 좋아한다는 소문은 퍼져 멋있다며 친구를 하자는 친구들도 생겼다. 병신인가, 싶어서 우선 받아주기는 했는데 이젠 자연스럽게 김에리와 나를 중심으로 박찬열, 김종인, 김종대, 도경수, 오세훈까지. 일곱 명끼리 다니는 게 습관처럼 굳어졌다. 얘들은 이미 내가 김에리를 좋아한다는 걸 아니까 걱정이 없는데 걱정은 따로 있었다. 날이 갈수록 예뻐지는 에리에게 고백하는 남자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김에리한테 고백하고 싶었는데 그런 나를 멈칫하게 만드는 에리의 말은 몇 년 째 고백도 못 하게 만들었다.




"사랑한다, 좋아한다, 너밖에 없다. 이런 말들 다 해놓고 헤어지면 얼마나 마음 아프냐. 그럴 거 애초에 안 사귀는 게 낫지."

"존나 인정 못 하겠는데 옳은 말이라서 반박 불가."

"넌 그냥 여자가 없어서 못 사귀는 거고."




와, 씨발 마상. 에리의 말에 상처라도 받은 것처럼 표정을 짓던 오세훈에 다들 웃음이 터졌다. 그 상황에서 웃을 수 없는 사람은 나뿐인 건지 표정도, 기분도 나아지지가 않았다. 웃을 수 없었다. 사랑한다, 좋아한다, 너밖에 없다. 이런 말들 다 해놓고 헤어지면 얼마나 마음 아프냐. 그럴 거 애초에 안 사귀는 게 낫지. 애초에 안 사귀는 게 낫지. 그렇게 또 멈칫. 몇 년 째 나는 네 마음을 두드리는 중인데 어쩜 너는 한 번을 안 줘. 고백이라도 한 번 못 해보게 만들어. 몇 년 째 주지 못 한 목걸이는 여전히 내 교복 마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고백하면서 주려고 했는데, 이러다 평생 못 주게 되면 어쩌지. 에리야.







친구 말고 애인하면 안 돼?







벌써 일주일째다. 배주현과 사귀고 싶은 마음이라고는 전혀 없었는데 내 욕심 때문에 사귀게 된 게 벌써 일주일이나 됐다는 거다. 처음에는 단순한 오기였다. 다른 애들한테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니는 김에리의 그 말이 진심인 건지 궁금해서였고, 그렇게 연애는 반대라고 외쳤던 김에리가 그것도 포기하고 완전히 나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의문에 김에리의 반응을 보고 싶어서. 나는 모든 걸 놓고 너 하나 볼 준비 다 됐는데 너도 나와 같은지 확인하고 싶어서. 큰 욕심이라는 거 안다. 나에게 오기에 김에리가 과분한 존재라는 것도 안다. 근데 빌어먹을 성격 어디 가는지 나는 이렇게라도 네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 방법이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EXO/변백현] 친구 말고 애인하면 안 돼? 02 | 인스티즈

"내가 씨발 몇 번을 얘기했던 것 같은데. 김에리 너 좋아하는 거 확실하다고. 너 그렇게 나가고 나서 김에리 씨발, 그 미련한 게 울지도 않고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데 보는 내가 마음이 아프더라. 개새끼야."

"..."

"시간이 더 걸리면 그땐 김에리랑 연애는 무슨, 친구도 못 해. 잘 생각하고 생각해, 병신아. 니 욕심만 챙기려다 영영 김에리 잃고 싶지 않으면. 당장 와서 김에리 목에 목걸이 처 걸어."




박찬열이 나한테 직접 전화하는 일은 꽤 드물다. 우선 박찬열 성격상 누군가에게 오글거리는 거 절대 못 하는 애인데 나한테까지 전화해서 에리 걱정을 하는 걸 보면 내 욕심 때문에 네가 많이 아파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주머니 안 깊숙하게 자리 잡은 목걸이를 꺼냈다. 너에게 주고 싶어서 오래전에 산 목걸이. 고백하면서 꼭 네 목에 걸어줘야지, 했는데. 몇 년 째 주인을 잃은 목걸이가 이제 주인을 찾을 때가 된 거다.




시간을 더이상 끌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김에리가 보고 싶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 속에서 몰래 김에리를 훔쳐보고, 자는지 네 아파트 불이 꺼지는 걸 보고서야 집에 들어가기 일쑤였다. 배주현을 핑계로 배주현 옆 반에 있는 너를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일부러 복도에서 배주현을 만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를 보고자 했던 게, 너에게 사랑을 확인하고자 했던 게 너한테는 큰 상처로 남아서 돌아온 나를 안 봐주면 어떡하지. 이러다 정말, 내가 걱정했던 대로 우리 친구도 못 하면 어떡하지. 그걸 생각하고 있자니 망설임이 없어졌다. 익숙하게 다이얼 1번을 꾹 눌렀다. 내게는 너무 익숙한, 소중한 내 1번.




[EXO/변백현] 친구 말고 애인하면 안 돼? 02 | 인스티즈

"김에리."

"..."

"집 앞이야.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지금 나와줄 수 있어? 아니, 나와주라."




많은 장애물들이 있었다. 우선 김에리가 연애를 싫어했고, 그걸 무시하고 고백을 하자니 까이고 친구도 못 할 거 생각하니까 눈앞이 깜깜해지더라. 내 시간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익숙해진 너를 한순간에 잃기에는 내가 너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해서, 너무 사랑해서. 한순간에 지울 수가 없어서. 미루고 미뤘다. 이제는 얘가 정말 진심으로 나를 좋아할까? 이런 의문까지 들 정도로 우리 사이를 그냥 방치해뒀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그 이름 아래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을 방황했다.




"변백현..."




이제 그런 거 그만하자, 에리야. 욕심 그만 부릴게. 우리 그만 돌아가자.




[EXO/변백현] 친구 말고 애인하면 안 돼? 02 | 인스티즈

"왔어? 보고 싶었어. 내가 너무 늦었지. 미안해."

"..."

"줄 거 있어서 왔는데. 어색하게 그러면 내가 선물을 줄 수가 없잖아. 이리 와."




드디어 찾았다. 목걸이 주인.











백현이가 에리에게 고백할 수 없었던 이유 정리;

1. 에리의 말들

2. 고백을 했다가 차였을 때 친구마저도 못 할까 봐

3. 다른 사람이 아닌 에리에게 확실한 답을 들었을 때 고백하고 싶어서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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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미
뒤늦게 발견한 오타는 수정했습니다.... ㅠㅅㅠ
6년 전
독자1
진짜 작가님 글 솜씨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분위기 좋쿠 대사 좋쿠 그냥 다 좋아여 다!!!! 이 글은 사랑입니다?
6년 전
비회원103.64
와 근데 너므 상처ㅜㅠㅡㅠ마음 확인하려고 다른 사람이랑 사귄다니ㅠㅠ 하지만 작가님 글 최고입니다ㅠㅠ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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