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속의 상관관계
" 엄마 나도 밖에 나가서 놀면 안돼? "
크레파스를 쥐며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던 소년이 결국 방문을 열었다. 창문너머엔 한산하기짝이없는 넓은 마당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제 또래친구들의 목소리가 창문너머로 들려오는것 같았다. 저는 언제까지 스케치북에 제가 노는 상상을 하며 그림을 그려야만할까, 언제까지 그림안의 인물에 저를 대입시켜 상상을 해야하는걸까. 하얗다못해 창백해보일지도 모르는 소년의 피부색이 제 어머니는 보이지않는걸까, 제 말을 못들은 체 하며 바쁜건지 아니면 바쁜척을 하는건지 모를 행동을 하는 그녀였다. 엄마아……. 응? 소년이 결국 말꼬리를 늘어뜨리기 시작했다.
" 준면아 곧 선생님 오시잖아, 얼른 방에 들어가있어. "
부드럽지만 단호한 그녀의 말에 준면의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나도 나가서 놀고싶은데……. 그런 제 맘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그녀는 제 할일을 하기에 바빴다. 얼른 들어가있어라니까. 보다 더 딱딱해진 그녀의 말에 결국 준면이 왔던길을 되돌아 방으로 들어갔다. 흰색과 하늘색으로 조화를 이룬방이 오늘따라 마음에 들지않았다. 하늘을 가까이서 보는것같아 유독 좋아했던 색상이였는데 오늘따라 그것은 색일뿐, 거짓일뿐이라는것이 눈에 드러나게 티가났다. 언젠가 넓은 잔디밭에 누워 햇빛이 내리쬐는 푸른 하늘을 제 눈으로 직접 보고싶다.
똑똑, 제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에 그림을 그리던 준면의 손이 멈췄다. 들어오세요. 분명 제 어머니일거라 생각한 준면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체도 하지않고 그림을 그리는것에만 집중했다. 준면아, 저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 그제서야 준면은 고개를 돌렸다.
어?
방문을 열고 들어온것은 그녀였지만 그녀의 옆에는 웬 처음보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열세살인 저보다 확실히 어려보였다. 똘망똘망한 큰 눈은 낯선 환경에 적응을 하지못한듯 떨리고 있었으며 작은 키는 그의 왜소함을 더 돋보이게 해주었다.
" 네 동생이 될거야. "
" ……. "
" 밖에 나가려하지말고 동생이랑 놀아, 알겠지? "
그녀는 남자아이의 이름하나 알려주지않은채 그대로 방문을 나가버렸다. 쿠웅, 조심스럽게 닫힌 방문뒤로 남자아이가 쭈뼛쭈뼛 서있었다. 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넓지도 않은 이 곳, 두 소년만이 존재하는 준면의 방안에는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그 누구도 서로에게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이 집에 들어온지도 한달이 다되가고있었지만 경수는 아직까지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할 수가 없었다. 원래 제 집과 비교할 수도 없는 넓은 집이였지만 그 곳에는 제 또래의 남자아이한명과 그의 어머니만이 존재할뿐이였다. 결국 제 집과 다를게 없었다. 어둡고 삭막했다. 그리고 그 어둡고 삭막한 공간안에서 제 형이될 소년은 너무나도 작았다. 제 형은 높은 성에 갇힌 왕자같았다. 그가 집에서 하는 일이라곤 하루종일 그림을 그리는 것뿐이였다. 그의 그림실력은 수준급이였지만 그림을 그리는동안 그의 표정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그는 정교하게 맞쳐진 스케줄에따라 가끔 외출을 하는게 끝이였으며 여러명의 선생님들에게 과외를 받는것이 그의 일상이였다. 그는 틀에 박힌 일상에 지쳐보이는듯했다. 왕자님같은 그는 제 어머니, 그녀라는 성안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힘없는 왕자님이였다. 탈출을 하기엔 성이 너무나도 높았다.
" 너 이름이 뭐야? "
제가 집에 들어오고 한달하고 몇주가 지난뒤에야 준면이 그림 그리던것을 멈추고 제게 이름을 물었다. 손에 쥐고 있던 붓을 내려놓은 준면이 저와 눈을 맞췄다. 말라 비틀어져 생기가 없는 입술을 한번 축이곤 경수가 입을 열었다. 도, 경수……. 도경수? 준면이 제 이름을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다시 붓을 쥐곤 그림을 그렸다. 경수는 그저 가만히 그림을 그리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고있을 뿐이였다.
" 나는 김준면이야. "
" ……. "
" 초등학교 육학년인데, 너도 보다시피 학교는 안다녀. "
" ……. "
" 너는 몇살이야? "
아홉살……. 준면이 붓을 완전히 내려놓고 경수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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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열이 신경질적으로 운동장에 아무렇게나 버려져있는 콜라캔을 건드렸다. 씨발, 찬열이 욕짓거리를 뇌까렸다. 캔안에 든 콜라가 찬열의 신발에 튀었기 때문이다. 재수없게, 찬열이 신발을 운동장에 문지른후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남고답게 체육관안은 운동장못지않게 시끌벅적했다. 그러나 체육관 어느 곳에도 백현의 모습을 보이지않았다. 변백현 진짜, 혹시라도 백현에게 연락이 왔을까 휴대폰 홀드를 푼 찬열이 이내 곧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제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속이 타는것만 같았다. 찬열이 여러 눈을 피해 체육관 뒤로 걸음을 옮겼다. 담배, 담배가 피고싶어졌다. 체육관뒤 경수와 마주했던 체육창고앞으로 간 찬열이 호주머니를 뒤적거렸지만 손에 잡히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늘 더럽게 재수가 없으려나보다. 찬열의 입에서 수도없이 많은 욕설들이 삐져나왔다.
" ……. "
아까부터 이상한 소리가 났다. 분명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인데 누구의 목소리인지, 어디서 나는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숨을 죽이고 찬열은 한걸음 할걸음, 걸음을 옮겼다. 반쯤 열려있는 창고사이로 목소리가 세어나왔다. 충동적인 행동이였다. 찬열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창고문을 활짝 열어버렸다.
" 백, 백현……. "
퀴퀴한 냄새와 비린 냄새가 섞여 역겨운 냄새가 났다. 열려있는 문사이로 내리쬐는 햇빛에 묽은 액체가 번들거렸다. 여기저기서 확인 할 수 있는 정사의 흔적들, 그리고 그 사이에 백현이 있었다. 찬열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기시작했다. 백현은 한껏 달아올라있었고 그의 얼굴은 제 눈물로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숨을 쉬기가 힘든지 울음이 섞인 가쁜 숨소리를 내며 매트위에 누워있었다. 백현의 와이셔츠는 먼지구더기속에 처박혀 있었으며 하얀 반팔티는 가슴팍까지 돌돌 말려져있었다. 백현이 입고있는 교복바지는 지퍼가 완전히 열려있었으며 벨트는 아예 풀려 와이셔츠처럼 먼지속에 박혀있었다.
" 종인이야……? "
허리가 아픈 모영인지 백현이 앓는 소리를 내며 매트에서 몸을 일으켰다. 종인이 다시 온걸까, 종인이야? 응? 종인이 맞아? 고요한 창고안을 가득 울리는 백현의 목소리에 찬열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종인의 짓이 분명했다. 백현이 숨도 못쉴 정도로 울고있는것도, 불쾌하기 짝이없는 정사의 흔적들도 모든것이 다 종인의 짓이 분명했다. 못봤는데, 백현을 보지 못했다는 종인의 목소리가 찬열의 귓가를 울렸다.
" 변백현. "
" 응? 종인이 아니야? "
" 아니야, 김종인 아니야, 찬열이야. 찬열이. "
백현 바로 앞까지 다가온 찬열이 백현과 시선을 맞췄다. 축 처진 백현의 눈꼬리가 유난히 애처로워보였다. 찬열이야, 제 말이 끝나자마자 백현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며 밑으로 추욱 쳐졌다. 백현이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끄윽, 소리를 내며 참고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백현은 그랬다. 종인이나 경수, 다른 사람들의 앞에서는 마음놓고 울 수 없었지만 찬열 앞에서는 제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할 수 있었다. 울고 싶으면 굳이 울음을 참지않고 마음놓고 울어버릴 수 있었으며 그의 어깨에 쉽게 기댈 수도 있었다.
" 종인이가 계속, 도경수만 찾아. "
" ……. "
" 나는 도경수가 아닌데……. "
찬열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채 힘겹게 한글자 한글자를 내뱉는 백현의 입술은 경련이 일어난것마냥 떨리고 있었다.
" 백현이야, 백현이라고 계속 말해도 도경수만 찾아. "
" ……. "
" 도경수가 뭔데? 먼저 등돌린건 도경수야, 나쁜새끼는 도경수야, 근데, 근데 왜 종인이는 도경수만 찾아? "
백현의 목소리가 커졌다. 난 도경수를 믿었어, 둘도 없는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도경수는 그게 아니였어. 배신당한건 나고 배신한건 도경수야, 나한테 거짓말까지 치면서 김종인만난건 도경수라고.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 백현에 찬열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찬열 자신이 학교전체를 뒤져가면서까지 백현을 찾고 있을때, 백현은 제가 아닌 종인을 찾고있었다. 변백현 전화라도 받았어야지, 나한테 말이라도 했어야지, 내가 널 얼마나 찾았는줄 알아? 당장이라도 화를 내고 싶었지만 찬열은 잘 알고있었다.
자신은 백현에게 화를 낼 수 없다.
안녕하세요 :D |
앞에 형, 그러니까 준면의 이야기가 나왔죠? 아직 과거이야기는 끝난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풀 예정입니다. 미흡한 내용만 자꾸 가져와서 죄송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떡덕후 오후한시 됴종 상츄 배또 쿠쿠 데미소다 서나 가란 에어콘 패릿 비니 미치게써 차니 푸딩 핑꾸곤듀
사랑하는 암호닉! 감사합니다. 암호닉신청 계속받구요. 혹시 없으신분은 저를 매우 치세요^^;
이제 다음주가되면 안그래도 짧지않앗던 연재텀이 너 길어질거같아요... 개학이거든요 비루한 학생이랍니다 저는 ㅜ_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