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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이지훈] 작곡가 이지훈 X 작사가 너봉 01 | 인스티즈

 

 

 

작곡가 이지훈X작사가 너봉 01 

 

 

 

 

 

 

작곡가를 직접 대면한 뒤 삼일간 머리를 쥐어짜서 결국 하이라이트 부분부터 엔딩부분까지 가사를 붙이는 것 까지는 성공했는데, 문제는 인트로였다.  

 

 

 

한번에 소비자를 사로잡을만한, 그런 가사. 그게 안나왔다.  

 

 

 

결국 만나고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전화를 걸게 됐다. 연락처에 찍힌 번호창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꽤 오래 울리는 신호음에 그냥 전화를 끊을까 하던 찰나, 딸깍 하며 연결되는 전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 저예요! 김칠봉"  

 

 

 

"...아...어, 작업 끝났나요...?"  

 

 

 

 

전화만 하면 묻는걸 보니 어지간히도 급한건가. 

 

 

 

"아뇨 아직이요. 귀찮게 해서 죄송한데 오늘 작업실 한번만 더 찾아가면 안될까요? 상의 드리고 싶은게 있어서요"  

 

 

 

그 말에 잠깐 고민하더니 역시나 바쁘다며 거절하는 그다.  

 

 

 

 

"오늘 왜 바쁜데요?"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나에 조금은 당황했는지 대충 얼버무리는 그였다.  

 

 

 

 

"혹시 저 마음에 안드신건 아니죠...? 그래서 자꾸 만나는거 꺼리시고 막..."  

 

 

 

 

하고 서운한듯 묻자 더욱 당황하며  

 

 

 

 

"아뇨, 아뇨 그건 아닙니다. 제가 낯을 좀 가려서 그래요"  

 

 

 

 

하고 답하는 그다.  

 

 

 

 

"그럼 오늘 안바쁘신거네요? 지금 갈게요! 한 30분 뒤 도착예정~"  

 

 

 

"...아, 네. 아니, 예? 지금요? 네?"  

 

 

 

 

하고 얼마 있지 않아 쿠당탕하는 소리가 전화 건너에서 들려온다.  

 

 

 

 

"가도 되는거 맞죠...?"  

 

 

 

"...아...예" 

 

 

 

 

이거 영 정신없이 대답한 것 같긴한데 거 작곡가 성격 딱 보니까 이렇게 밀어붙이지 않으면 영영 작업이 끝날 것 같지가 않아서 말이지.  

 

 

 

 

 

 

"작곡가님?"  

 

 

 

조심스레 연 문 뒤로 보이는건 어째 양팔 가득 쓰레기를 들어 나르는 작곡가님의 모습이다.  

 

 

 

"어...청소중이라 바쁘셨나봐요...?"  

 

 

 

하고 묻자 또 귀가 새빨게지며 아뇨 아뇨, 하며 고개를 도리 젓고는 작업실로 도망치듯 들어가는 그에 갸우뚱하곤 그를 따라 들어갔다.  

 

 

 

"에에, 청소한거 맞구만 뭘"  

 

 

 

전에 왔을때와는 다르게 깨끗한 (조금은 급하게 정리한 티가 났지만) 작업실의 모습에 오, 하며 감탄하자 고개도 못들고 그대로 쇼파에 푹 주저앉는 작곡가님이였다.  

 

 

 

그에 똑같이 자리에 앉아 수첩을 펴곤 그에게 내밀었다. 

 

 

 

"여기, 싸비 (하이라이트) 부분부터 그 뒤에 엔딩까진 가사를 다 붙였어요. 노래를 듣다보니까 뭐랄까, 나는 사랑에 빠진걸 부정하는 중이고 너는 날 거부하지만 나는 빠져나올 수 없다. 이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하핫, 좀 난해한가...? 하여튼 그래서 그걸 피바람부는 폭풍우 속에 혼자 헤엄치는 나로 표현했어요. 혼자 표류중인데 넌 아직 나를 구해주지 않는다. 뭐 이런거죠"  

 

 

 

내 설명을 듣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그에, 솔직히 조금은 긴장했다. 행여나 마음에 안드는건 아닐까, 생각하던 분위기랑은 다른게 아닐까, 하면서. 그런 고민이 참 무색하게도  

 

 

 

 

"음...뭐...괜찮은 것 같아요. 이대로 가도 되겠네요..."  

 

 

 

 

하고 간단히 대답하고 마는 그다.  

 

 

 

그런 그에 그게 끝이냐는 듯한 눈빛을 보이니 그제서야 아, 하며  

 

 

 

 

"인트로는...?"  

 

 

 

 

하고 묻는 모양새다. 내 말을 자세히 듣는건지 영 헷갈리지만 뭐.  

 

 

 

"그걸 이야기하러 왔거든요 오늘"  

 

 

 

 

하곤 책상위에 펴진 수첩 속 빼곡한 가사들 중 한부분을 펜으로 짚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 부분요, 아무리 헤엄쳐야한다 해도 너한테서는 벗어나기 싫다는 느낌의 구절로 시작해야 하니까, 노래 분위기에 맞게 아예 방향을 확 틀어서 의심미 가득한 가사로 가는건 어때요? 예를 들어서...음..."  

 

 

 

 

"...네 속에 머물게 해줘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먼저 입을 연 상대탓에 한순간 분위기가 요상야릇해져버렸다. 분명 가사이야긴데, 이상하게 멈춘듯한 공기와 누구고 먼저 고개를 들지 못하는 상황이 퍽, 난감해지고 말았다. 괜히 의욕넘치는 발언을 해서... 

 

 

 

 

"...어, 저도 그런 분위기의 가사를 대충 생각했었거든요" 

 

 

 

 

"아, 네...! 네, 괜찮네요. 생각해두신 분위기가 있었구나..."  

 

 

 

 

하며 이 분위기를 벗어나보려 수첩에 그를 끄적끄적 적어내렸다. 그런 내 손을 한참 빤히 바라보는가 싶더니  

 

 

 

 

"...글씨 예쁘네요."  

 

 

 

 

하곤 본인도 놀란 표정을 짓는 그였다.  

 

 

 

 

"아...감사합니다, 하핫 사실 저 글씨 잘쓴다고 칭찬받아서 작사가 일 시작한거거든요~"  

 

 

 

 

하며 수첩에 쓰던 내용을 마무리짓고 본격적으로 수다를 떨 자세를 취했다. 저 사람 표정도 썩 재미없다는 표정은 아니니까, 뭐 잠깐은 딴 얘기로 새도 되겠지.  

 

 

 

 

"제가 실은 고등학교때 진짜 하고싶은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많이 울기도 하고...뭐 그랬는데 고3때 담임쌤이 넌 글씨를 잘 쓰니까 글쓰는 직업을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하더라구요. 생각해보니까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고 다른사람한테 칭찬 많이 받았던것도 글씨고..."  

 

 

 

 

그리곤 꽤 흥미롭다는 듯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듣던 작곡가님의 눈을 마주치곤 씨익 웃으며  

 

 

 

 

"음악도 물론 좋아했구요"  

 

 

 

 

하고 이야기하자 이내 놀란 듯 크흠, 무릎위의 손만 허둥지둥거리는 그에.  

 

 

 

 

"...? 뭐하세요?"  

 

 

 

 

하고 묻자 본인도 자신의 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듯 화들짝 놀라 손을 허벅지 위에 가만 올려두는 그였다. 그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자 물음표 가득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눈이다.  

 

 

 

 

"왜 이렇게 긴장하세요 허헛...제가 아직 많이 불편해요?"  

 

 

 

 

그래, 척 보니 성격이 나랑 영 딴판일 것 같긴 했다. 누굴 잘 만나는 것 같지도 않고 먼저 말은 붙이지도 않는 성격에, 특히 여자에 대한 지식이라던가, 대하는 방법이라던가 하는건 정말이지 한가지도 모르는 것 같아 보이니까.  

 

 

 

 

하여튼, 영 시무룩한 표정으로 묻는 내 모습에 화들짝 놀라더니 손사래를 치는 모습이였다.  

 

 

 

 

"아뇨 아뇨!"  

 

 

 

아니긴 뭐가 아니야...표정부터 불편한데요...? 

 

 

 

 

"그럼 저 편해요?"  

 

 

 

 

하고 물으니 이번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그다.  

 

 

 

 

"뭐 어때요. 지금부터 편해지면 되는거죠! 물론 우리가 더 볼날은 4일 뿐이지만...하여튼!"  

 

 

 

 

하고 눈을 마주보니 얼빠진 표정으로 끄덕거리고 있는 모습탓에 속으론 한번 더 피식 웃었지만 내색할수야 없지.  

 

 

 

 

"이제 귀찮게 안할게요. 작업 끝나면 찾아뵐테니까 그때봐요! 아, 그래도 문제 생기면 연락할테니까 핸드폰 예의주시하시구요!"  

 

 

 

 

하니 아, 네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꾸벅 숙이는 모습을 뒤로하고 작업실을 빠져나왔다.  

 

 

 

 

 

 

차에 시동을 걸고 페달을 밟으려던 찰나 울리는 전화벨에 화면을 볼 새도 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어~나다! 지금 니네 집 앞에 카페 들른 김에 좀 보자구~"  

 

 

 

 

어쩐지 익숙한 목소리에 괜히 씨익 웃게된다.  

 

 

 

 

"어 뭐야! 정한오빠 무슨일이야?"  

 

 

 

 

대학 진학문제로 한창 고민중일 때 많이 도와줬던 고등학교 선밴데, 비록 대학교에 진학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연락을 하면서 지내는 고마운 사람이다.  

 

 

 

"나 오늘 과팅했자나~그거 너네집 앞에 그 쪼끄만한 카페에서 했거든. 물론 나는 머릿수 맞추러 긴급 투입된거지만 내가 쩨일 인기 많았던거 감동 실화냐?"  

 

 

 

"아, 오빠 자꾸 되도않는 말투 쓰지 좀 말라니까...근데 나 지금 집 아닌데 어쩌지?"  

 

 

 

"엥? 집순이가 무슨일이야? 어딘데?"  

 

 

 

"나 이번에 의뢰들어왔다고 했잖아. 그거 작곡가 만나고 지금 가는길이야"  

 

 

 

"아 정말? 남자라며? 잘생겼어 나보다? 아...아니다 나보다 잘생겼으면 작곡가하겠어?"  

 

 

 

저놈의 자신감은...물론 자신감을 가질만은 하지만 좀 삭힐 필요가 있어 이 오빤.  

 

 

 

"...ㅋ...그냥 생겼어~ 오빠 우지 알아 우지? 그 있잖아 예쁘다 작곡한사람"  

 

 

 

"당연 알지~왜?"  

 

 

 

"이번에 의뢰 들어온 사람이 그 사람이더라고~"  

 

 

 

"헐? 진짜? 대박이네? 그 사람 자기가 직접 가사 쓰는줄 알았는데"  

 

 

 

"응응 작사가는 이번에 첨 써본다더라. 근데 의뢰 들어온 노래 들어보면 그럴만도 해. 전에 작업하던 노래랑은 분위기가 영 딴판이더라고"  

 

 

 

운전을 하면서 대화를 하려니 여간 신경이 많이 쓰이는것이 아니였다. 운전대를 잡고 돌릴 때마다 끊기는 대화 탓에 조금은 길어진 텀 사이에 신호에 걸려야만 제대로 된 대화를 시작하는 느낌이랄까. 

 

 

 

"오오...신기한데...? 우지는 몇살이래 그래서? 작곡 시작한지 좀 된 것 같은데 그럼 한 30대 초중반이려나?"  

 

 

 

"으응...? 글쎄...? 근데 30대는 아닐걸...? 나보다 어려보이던데..." 

 

 

 

생각해보니까 이름이랑 얼굴, 번호말고는 아는게 없구나.  

 

 

 

전에 작업하던 작곡가들이랑은 최소한 일주일은 만나서 대화하고 아이디어를 공유 하면서 작사를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이런식으로 노래만 던져주고 아무것도 없이 가사를 붙이는 작업을 하는건 정말 처음이였다.  

 

 

 

"진짜? 그럼 되게 어릴때부터 작곡했나부다...천재라는 소문이 영 뻥은 아니구만? ...엣, 시간이 언제 이렇게...? 나 동아리 모임있어서 가봐야겠다...! 미안 끊을게~"  

 

 

 

"어 그래 들어가~" 

 

 

 

전화를 끊고 오히려 생각만 많아진 것 같았다.  

 

 

 

이 작곡가랑도 전에 작업하던 작곡가들처럼 (해봤자 3년 남짓한 시간동안 작업을 얼마나 했겠냐만은) 면대면으로 만나 작업을 해야하나 싶다가도 이렇게까지 낯을 가리는걸 보면 노래만 픽 던져준 이유가 있겠지 싶었다.  

 

 

 

게다가 이제 4일밖에 기한이 남지 않은 작업 하나때문에 사람을 귀찮게 해도 괜찮은건가 싶기도 하고.  

 

 

 

"아아 모르겠다"  

 

 

 

 

 

 

나름 성공적으로 가사를 마무리지었다.  

 

 

 

작곡가님이 말씀하셨던 그 구절과 계속 고민했던 그 구절까지 모두 집어넣고 음악에 맞춰 불러보기까지 하고 나니 퍽 괜찮은 노래같았다.  

 

 

 

아니 엄청 괜찮았다.  

 

 

 

"뜨아!"  

 

 

 

괴성과 함께 기지개를 피고나니 때맞춰 울리는 전화벨이다. 이번엔 웬일로 먼저 전화를 건 작곡가였다.  

 

 

 

"...여보세요?"  

 

 

 

전화 너머에서 새어나오는 작은 소리는 이내 내 목소리에 덮였지만.  

 

 

 

"작업 끝났어요 작가님! 지금 갈까요? 배고프시죠? 떡볶이 사갈게요 제가!"  

 

 

 

꽤 오랜시간 공들여 한 작업이 끝나니 이상하리만치 기분이 좋은 탓에 조금 큰 소리로 이야기 해버렸다. 사실 제가 배고프거든요.  

 

 

 

"어...아 네"  

 

 

 

하고 끊긴 전화에 그제서야 그가 전화를 한 목적에 의구심이 들었으나 그는 곧 떡볶이 생각 덕분에 한순위 밀렸다.  

 

 

 

 

 

 

"라면사리 추가하구 계란도 넣어주세요! 저 어묵 좋아하는거 아시죠 이모?"  

 

 

 

"알지~오늘은 계란 두개 서비스로 줄게! 우리집 매출 절반이 아가씨야~"  

 

 

 

오예, 하며 떡볶이와 튀김, 김밥따위가 한가득 담긴 비닐을 건내받고는 서둘러 차에 올라탔다. 평소엔 복잡하던 시내도 어쩜 오늘따라 막히지도 않을까. 자그마치 한달이 넘도록 얽매였던 일을 해결해서 그런거겠지만 마냥 올라간 입꼬리는 주체되질 않는다. 

 

 

 

"저 왔어요~"  

 

 

 

들뜬 인사에도 그를 미쳐 듣지 못한 듯 뭔가 열심히 작업하고 있었다. 헤드셋을 끼고 고개를 까딱거리면서 가끔 화면을 향해 뭔가를 딸깍거리기도 하고 마스터키보드 위의 버튼을 이리저리 눌러보기도 하면서 뭔가를 하는 모습이 마냥 신기했다.  

 

 

 

"아, 맞다" 

 

 

 

너무 넋놓고 보고있었나, 다시 돌아온 정신줄을 겨우 붙잡고 헤드셋을 낀 작곡가님 어깨를 턱톡 두드리곤 두손 가득 든 비닐봉지를 들어보였다.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더니 헤드셋을 벗는 그다. 

 

 

 

"...떡볶이 사오신다더니...?"  

 

 

 

한상 가득 차려진 분식류를 보더니 눈을 깜빡이며 묻는 그에 

 

 

 

"떡볶이만 사온다곤 안했죠~ 그리고 심지어 이건 떡볶이가 아니라 라볶이라는 점"  

 

 

 

하고 단호히 말하자 이번엔 아...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였다.  

 

 

 

"자요! 갑이 먼저 드셔야죠~" 

 

 

 

하며 정갈히 나눠 두손바닥으로 비빈 나무젓가락을 공손히 건내자 그걸 또 두손으로 받으며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작곡가님이다. 

 

 

 

 

 

"아, 역시 이 집 떡볶이에 사리추가는...크으..." 

 

 

 

입에 들어가는 족족 감탄하며 먹는 나와는 다르게 어째 한참을 깨작깨작 먹는 듯 하더니 결국 젓가락을 상 위에 탁, 얹는 그에 눈을 크게 뜨고 놀랐다.  

 

 

 

그도 무색하게 모니터 앞으로 가 앉더니 화면을 향한 몇번의 마우스질 끝에 가사없는 노래 하나를 재생시키는 모습이였다.  

 

 

 

"...와. 좋네요 이거. 맡기신거랑은 또 분위기 완전 딴판이고..."  

 

 

 

봄같은 노래였다. 핑크빛같기도 하고 연파랑빛 같기도 하고. 달콤하고 내가 다 설레는 노래. 노래의 끝에 가서는 박자까지 타며 듣는 나를 뿌듯하게 쳐다보더니 운을 떼는 그였다.  

 

 

 

 

"저...이것도 작업해주실래요? 전 이런 경험이 없어서...그,"  

 

 

 

 

"연애경험?"  

 

 

 

 

직접 그 단어를 들을줄은 몰랐는지 화들짝 놀라더니 두볼과 귀가 모두 빨개지며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는 그에 진심으로 웃어버렸다.  

 

 

 

 

"와, 작곡가님 모솔이예요? 근데 어떻게 이런 노래 작곡할 생각을 하셨대?"  

 

 

 

"아뇨...! 모솔은 아닙니다. 저...그냥 제대로 사귄 경험이 없어서..."  

 

 

 

 

"에잉~척 봐도 짝사랑만 거나하게 하셨겠구만...뭐 하여튼, 저 이것도 작업하고싶어요. 할래요!"  

 

 

 

 

그 말에 금방 화색이 돈다. 

 

 

 

 

"이것도 전이랑 페이는 똑같이 해둘게요. 대신 이번곡은 굳이 기한 잡고 안하셔도 좋아요"  

 

 

 

 

"오...정말요? 그럼 더더 해야죠!"  

 

 

 

 

어쩜, 일 끝내려고 와서 일 하나가 더 는 것 같긴 하지만, 아무렴. 안그래도 프리랜서라 일도 잘 안들어오는데, 하고싶을 때 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좋아.  

 

 

 

 

"뭐 하여튼 오늘 볼일 끝났으니까 가볼게요. 떡볶이는 그 범주형분 드리라고 한팩 더 샀으니까, 뭐 배고프면 작곡가님이 드셔도 되구요. 하여튼 음원은 메일로 보내주세요. 제 메일 아시죠?"  

 

 

 

 

하며 비닐에 쓰레기를 주워담는 나를 보며 끄덕 거리는 그에 잠깐 행동을 멈추고 물었다.  

 

 

 

 

"아 잠깐만, 근데 작가님 몇살이세요? 나보다 어려보이는데 벌써 이렇게 성공하시고..."  

 

 

 

 

"저...스물 셋입니다"  

 

 

 

 

"엥? 저랑 동갑이네요?"  

 

 

 

"아...정말요?"  

 

 

 

"오, 저 그럼 말 놔도 되나? 우리 이제 자주 볼거잖아요~"  

 

 

 

 

아, 너무 친한척 했나...? 한눈에 보기에도 썩 편해보이지는 않는 상대의 표정 덕에 급격히 시무룩해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  

 

 

 

 

"아...전 괜찮아요. 말 놓으셔도...저는 높임이 더 편해서..."  

 

 

 

 

반말 하라는거야 말라는거야...엄연히 갑을 관계중에서도 을의 관계에 놓여있는 사람만 반말을 하라는건...하극상이라도 하라는건가. 뭐 그래도,  

 

 

 

 

"본인이 하라하셨으니까 말 놓을게요~흐흫, 연락할게!"  

 

 

 

 

하고 손으로 전화기 모양을 만들어 흔들어보이며 문을 나섰다.  

 

 

 

 

이렇게 훅 들어올줄 몰랐겠지! 크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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