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절대 마주치고싶지 않았던 사람을 또 마주쳐버렸다. 내가 왜 바보처럼 이렇게 굳어서 시선을 돌려 허공만 보냐고 물어본다면
이럴 땐 어떻게 행동하라고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아서라고 핑계를 댈 것이다.
나는 그때와 다를 거 없이.
"……."
또 김석진 앞에서 바보가 되어버렸다.
"아, 미치겠네…. 내가 너 온다는 걸 깜빡했다. 형 일 별로 안 바쁘면 좀 이따 내가 부르면 나올래?"
윤기는 이상한 공기가 맴도는 이 셋 사이에서 불안한듯 눈을 굴리다가 옆에 서있는 석진에게 말을 걸었다.
석진은 윤기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고, 정국이 석진을 보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걸 알기에 윤기는 속으로 온갖 욕을 다 하고선
어떻게든 분위기를 띄워야겠다는 생각에 머리를 굴리다가
어제 여름이 손목 꼬맨 게 생각나 여름을 보고선 말했다.
"손목 괜찮아? 소독은 했고?"
멍하니 허공만 보던 여름이 정신을 차리고선 윤기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 응. 괜찮아."
"그래.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너네는 밥 먹고 왔지? 형 가봐. 좀 이따 연락할ㄱ.."
"잘 지냈어?"
석진이 분명 여름이에게 물었고, 윤기는 놀란 표정으로 석진을 보았다.
정국은 당황스러운듯 해 보여도 아무표정 없이 여름과 석진을 보았고, 여름이 고개를 들어 석진을 보았다.
"……."
윤기는 석진의 옆에 서서 얼음처럼 굳어서는 둘을 번갈아 보다가, 곧 둘을 검지손가락으로 한 번씩 가리키더니 입을 열었다.
"둘이 알아??"
둘은 아무대답도 없었고, 석진은 여름이에게 손을 뻗었다. 분명 저건 악수를 하자는 뜻이었지만
여름이는 그 손을 잡지 않고 석진을 계속 쳐다보았다. 한 번도 이런 표정으로 자신을 본적이 없었기에
석진도 조금은 얘가 진짜 노여름인가 싶어 미세하게 고개를 갸웃했고,
정국이 아무말도 없이 그냥 석진의 옆을 지나며 어깨로 석진의 어깨를 쳤고, 여름도 따라 급히 정국의 뒤를 밟자
석진은 뻘쭘하게 건낸 손을 내려놓았다.
매정하게 악수도 안 하고 석진을 지나친 여름에 윤기는 에? 하고 석진을 보고 말했다.
"뭔데. 진짜 아는 사이야?"
"어."
"……."
"내 첫사랑."
"뭐? 첫사랑?"
"……."
"알아."
"그래. 그나저나 나는 여름이랑 저 형이랑 아는 사이라는 게 더 소름인데? 왜 말 안 했어?"
"뭐어- 굳이 말 할 필요가 있나!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뭐어..."
"에?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야?"
뭔가 할말이 있는듯 윤기의 입꼬리가 씰룩거리자 여름이 느낌이 안 좋아 아무튼! 하고 소리쳤고
정국이 여름을 보자, 여름이 죄송합니다..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또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앨범 얘기를 하는 둘 모습에 여름이는 뻘쭘하게 쇼파에 앉아서
윤기가 준 우유를 빨대 꽂아 마시고 있었고.. 곧 아까 자신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안부를 묻던 석진이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작게 짜증나.. 하고 중얼거렸다.
지가 뭔데 인사를 해. 지금 지는 잘나가는 연예인이라고 나한테 인사한 것 같은데.. 잘나간다고 똑같은 사람이 아닌가?
"진짜 아프단 말이에요. 하필 떨어져도 제 위에 있는 게 떨어져서.."
세트장에 있는 대기실 쇼파에 앉아서 언니랑 이것저것 얘기를 하는데 언니가 내 손목을 보고 왜 다쳤냐고 묻기에
나는 그냥 어디 박아서 찢어졌다고 둘러댔다.
언니는 정말 말이 많았다. 역시 처음엔 첫만남이라 그런지 말을 조금 했었지만, 지금은 사소한 일상 생활 얘기도 할 만큼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지 별 얘기를 다 한 것 같다.
아까 김석진이랑 마주쳤던 게 생각나 계속 멍을 때렸더니 언니가 내 턱을 우쭈쭈- 하고 만지더니 뭔 일 있냐고 물었고,
나는 갑자기 둘의 이름을 인터넷에 쳤던 게 떠올라 언니에게 물었다.
"근데.. 김석진이랑 정국씨 말이에요."
"석진...아, 응."
"둘은 엄청 친해요?"
내 말에 언니는 잠시 생각을 하는듯 눈을 굴리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응. 둘이 엄청 친했지. 한 2년정도 됐을 거야. 둘이 친해진지
여행도 둘이서 자주 다닐 정도로.. 하루에 한 번은 꼭 보고 그랬던 사이였어."
"……."
"김석진 그 사람도 정국이를 친동생 대하듯 잘 해주니까 정국이도 마음을 연 거고."
"……."
"근데 지금은 안 친한 것 같아. 아마.. 정국이 성격이 변했을 때 부터 였을 거야.
회사에서 마주치기만해도 정국이는 왠지 모르게 증오하는 눈을 하고 그 사람을 봤어."
"……."
"여기까지. 난 더이상 몰라. 내가 정국이랑 하루종일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언니의 말에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더니 언니가 귀여워- 하며 나를 꼭 끌어안았다.
둘은 엄청 친했었고.. 지금은 아니다. 전정국이 증오하는 눈을 하며 김석진을 본다...
둘 사이에서 무슨 일이 났던 거겠지.
김석진 너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도 상처를 입힌 거야? 멋대로 김석진을 더 못되게 만들어보지만..
돌아오는 건 아까 김석진을 마주쳤을 때의 생각이었다. 그만 생각하고 싶어.
피곤한듯 촬영이 끝나고 한 번도 나랑 대화를 하지 않았다.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만.. 뭐
내가 말을 걸어야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고 , 대답을 해주는 사람이라 이제는 기대도 안 하지만..
이제 다시 볼 사람도 아닐테니 말이다.
지하주차장에 도착해 차를 주차하고선 그가 내리는 걸 보고 급히 나도 챙길 걸 챙기고선 따라 내려 그를 불러
그를 멈춰 세웠다.
"저기요!"
내 말에 천천히 발걸음을 떼던 그의 발걸음을 느려지고, 곧 멈춘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틀어 나를 본다.
그런 그에게 총총 달려가 옆에 서서 최대한 밝게, 사람 좋아보이게 말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죄송한 점도 많아요. 제가 이런 일은 한 번도 안 해봐서 많이 서툴었는데.
이해를 해주셨다는 생각에 너무 감사드리구요.. 어, 그리고 저 절대로! 도망치는 거 아니에요. 오르골 깬 거..는 평생 속죄 하면서 살게요.
이거.. "
이거- 하며 손에 들려있던 일정표와 스케줄용 차 키를 들이밀자 그는 그걸 내려다볼뿐 전혀 받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 할 말 더 있었는데 생각 하나도 안 나는데. 관둔다는 생각에 뭔가 모르게 섭섭하면서도 시원하고 그러네.
"감사했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훌륭한 가수지만, 더 훌륭한 가수가 되시길 기도할게요.
저 원래 무교인데 하늘에 기도는 꼭 밤마다 하거든요. 되게 웃기죠."
"……."
"허이- 마지막 대화일텐데. 한 번쯤은 인사 받아주시면..."
"관두지마."
"…에?"
"그냥 일 하라고."
"……."
"운전 하는 거 귀찮아."
"……."
네에..?아,네에.. 하고 허공에 뻗었던 손을 다시금 내 품 안에 두었을까 그가 한발자국 걷다가 갑자기 우뚝 멈춰서는
뒤 돌아 나를 보고선 손을 뻗는다. 설마 악수 하자는 걸까 싶어서 기쁜 마음에 그 손을 덥썩 잡았더니
그가 살짝 인상을 쓴채로 나를 본다.
"……."
"…네?"
"누가 악수하재?"
"그럼.."
내 손을 놓고선 다시금 손을 펴 내 코 앞으로 손을 들이미는 그에 그 손을 멀뚱히 바보처럼 보기만하자
그는 낮게 말했다.
"관두고 싶으면 달라고. 차 키."
"안 관둘 거예요…"
"……."
"관두기 싫은…데."
"병원 가봐."
그 말을 하고 등을 돌려 정말 쿨하게 가버리는 전정국을 한참 빤히 본 것 같다. 치.. 뭐야. 먼저 말도 걸 줄 알면서
여태동안 왜 까칠하게 굴으셨대. 그럼요 대스타분께서 운전 하기 싫으시다면 제가 해드려야죠.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서 들뜬 마음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주차장에서 나왔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가 왜 이렇게 안 오는지 얇게 입고 나온 내가 원망스러웠다.
낮에 김석진을 만났던 걸 생각하니 또 짜증이나서 한숨을 푹 쉬었다.
"……."
그러다 또 방금 전정국이 먼저 말을 걸어준 것과, 병원에 가보라고 했던 게 떠올라 나도 모르게 실실 웃어버렸다.
그리고 또 악수를 하자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그 손을 잡았던 게 생각나 너무 쪽팔려서 으으! 하고 옆에 있던 유리창을 주먹으로 팡팡 치는데
얼굴에 힘을 많이 써서 그런지 광대가 땡겨와 광대를 매만졌다.
"아야야야야... 으.. 진짜아.."
정국이 집 안에 들어오자마자 불도 안 키고 방으로 들어가려다 식탁위에 올려진 인형과 오르골을 빤히 보다가
곧 식탁을 지나쳐 방에 들어갔다.
예고 한컷-
"문이 닫혀있어.. 전화도 안 받고.."
- 뭐?
"전화도 안 받는다구.. 문을 두드려도 안 열어줘."
- 비밀번호 알려줄테니까. 비밀번호 치고 들어가 빨리.
"굳이 그렇게까지... 자는 거일 수도 있잖ㅇ.."
- 빨리! 서둘러야 돼. 그러고 뜸들일 시간 없어! 그 새끼가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데!...
평소엔 화 한 번 내지않던 윤기가 여름이에게 화를 내었고, 여름이는 당황한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곧 윤기가 알려준대로 비밀번호를 치고선 문을 열었고, 곧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광경에 뒷걸음질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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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좀 짧았죠...흐읍 1시간안에 후다닥 썼더니 정신이 1도 없다 흐허흐허
담편 예고 뚜둔- !!! 내일 봐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