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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08 | 인스티즈


House ofCards


08. 별이 빛나는 밤에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08 | 인스티즈

“지랄났군.”




가시 돋친 민현의 말에 자연스레 민기는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원래부터 움츠러들어 있었지만. 여기 좀 봐주세요! 여기! 사방에서 그들을 부르는 소리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터지는 플래시 세례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으니. 


오늘 회담의 주최자는 다이아몬드. 안 그래도 그 뻔뻔한 낯짝을 만날 생각에 속이 뒤틀리는 민현은 자신을 에워싼 이 같지도 않은 풍경에 더욱 토가 쏠렸다. 보나마나 옹성우 그 새끼가 흘렸겠지. <속보> 오늘 13시경 다이아몬드 주최 전 수트 회담…… 전쟁을 한 달 앞둔 시점에…… 벌써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할 문장들이 눈에 아른거렸다. 기자들이 쫙 깔린 길, 겨우 두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법한 길목에, 최소한의 바리케이드와 경호원만 배치해놓은 건 누가 봐도 ‘너 엿 먹어봐라.’라는 꼴이었다.




“정말 죽여버리고 싶군.”


“옹성우를?”


“싹 다.”




민현의 불쾌함은 그가 회장 안에 들어서고 나서도 감춰지지 않았다. 덱(Deck), 중립구 가장 중심에 위치한 회장. 수트의 킹 또는 퀸이 아니고서야 근처에 발도 들이밀 수 없는 곳으로 네 수트의 모임 장소로써 활용되는 곳이었다. 민현이 그곳에 도착했을 땐 이미 두 명이 먼저 회장 안에 있었는데,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08 | 인스티즈

클럽의 킹 강다니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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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의 퀸 박지현.


서로 텔레비전, 기사 등으로 익숙히 얼굴을 본 사이였으나 지난 몇 년간 그럴싸한 개인적 교류는 없었으니 그다지 친하지 않은 것도 의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클럽은 겨우 3년 전에 쿠데타로 정권이 뒤바뀌었고, 이후로 한동안 행사 등에도 불참하였으니 강다니엘의 실물을 보는 건 모두가 처음이었다.




“고맙네, 빨리 와줘서. 안 그래도 어색해 죽을 지경이었거든.”


“오바는.”




다니엘이 눈썹을 들썩였다. 민현은 처음 맞닥트리는 이 애송이의 눈빛에서 이질감을 느꼈다. 


……네 수트는 정권 교체를 위해 각기 다른 방법을 차용하고 있었다. 스페이드는 전통적으로 혈육계승의 방식을 이용하였는데, 독재라고 비판 받는 경우도 적지 않으나 지난 70년 간 스페이드가 총 지휘권을 ‘아주 잘’ 쥐고 흔든 것을 안다면 금방 입을 다문다.


다이아몬드는 실적제. 그들은 예사 군대의 형식을 띠는 스페이드와 달리 하나의 대기업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였는데, 그 시기에 가장 큰 실적을 올린 자를 통계와 고위 관리직 간의 투표를 통해 결정짓는다.


앞서 스페이드가 군대, 다이아몬드가 기업의 이미지라면 하트는 아주 이질적이게도 종교의 역할을 한다. 그들은 킹 또는 퀸을 다른 이름인 대주교라고도 부르며, 다른 어느 수트들보다도 그들에게 압도적인 권한을 부여한다. 따라서 후계자를 정하는 것도 그들의 자유다. 추가로, 하트는 현재 유일하게 킹과 퀸이 동시에 존재하는 수트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클럽은 쿠데타, 반란과 정복을 통해 권력을 잡는다. 이는 혼란스러운 수트 특유의 분위기에 한몫 하는 요소이기도 한데, 가장 오래 클럽의 정권이 유지되었던 기간이 겨우 5년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자주 킹과 퀸이 교체되는지 알 만하다.


……다시 돌아와서. 강다니엘은 불과 3년 전에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고 아주 이례적으로 클럽은 오랜만에 진정되는 흐름을 타고 있었다. 덕분에 다른 수트들은 이전까지 경시했던 클럽을 신경 쓰게 되고 마는 귀찮은 상황이 되었지만.




“……옹성우는?”


“아직이야.”




익숙하게 푸른 벨벳이 덮인 의자에 앉으며 묻는 민현에게 지현이 툴툴대는 음성으로 내뱉었다. 지가 불러놓고, 지각이지.




“왜 불렀다고 생각해?”


“러시안룰렛이라도 하고 싶은가 보지.”




난 그 새끼 싫어, 소름 끼쳐. 민현은 지현과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지현, 현 하트의 최고권력자 중 하나이자 유일한 여성 관료. 비록 하트의 킹, 김상균과 공동으로 정치에 참여하고는 있으나 공식석상과 회담 등에 킹은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고 언제나 그녀가 모든 대외적 활동을 도맡아 하고 있다. 유일하게 민현과 (그나마)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기도 하고.




“분명 쓰잘데기 없는 얘기일거야. 바빠 죽겠는데!”


“또 몰라, 갑자기 지 대가리에 총 들이밀고 자살쇼라도 하면.”


“그러면 고맙기나 하겠지.”




지현의 마지막 말이 끝나자마자 회장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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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자기들?”




미친놈, 지현이 조용히 중얼거린 것을 민현은 똑똑히 들었다. 그리고 속으로 동조했다.
















옹성우, 다이아몬드의 킹이자 현재 대한민국에서 개인 기준 가장 많은 재산을 소유한 남자. 흔히 매스컴에서 ‘황금의 사나이’라고도 불리는 그는 지난 카드 전쟁 직후에 즉위하였는데, 전쟁 패배 이후 처참한 대가를 치른 다이아몬드 수트를 3년 안에 이전의 상태까지 회복시킨 것으로 카드들 사이의 절대적 신임을 얻고 있었다. 또한 그는 지난 70년 간의 안정적인 스페이드 정권을 역대 최고로 압박하고 있었으며 이번 전쟁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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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들 너무 오랜만이지?”


“……”


“이쪽은 초면이고. 안녕, 뉴비?”




그러나 그가 유능한 리더로서 사랑 받는 동시에 그는 하나의 지뢰와도 같았다. 그가 즉위한 이후 다이아몬드는 수트 설립 이래 딜러로부터 최다 경고를 받았고, 다이아몬드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성장률과 동시에 기묘한 광신도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부른 거야?”




지현이 툭 내뱉었다. 타 수트들이 다이아몬드를 매우 경계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특히나 클럽에선 다이아몬드와의 빈부격차 때문에 카드들 사이의 여론이 안 좋았고, 스페이드는 설립 이후로 줄곧 지속되었던 라이벌 관계를 비롯해 바로 지난 전쟁 중 다이아몬드의 ‘더티 플레이’로 철전지 원수가 된 지 오래였다.




“뭐가 이렇게 급해? 나 좀 앉고서 말하자.”


“……바쁜 사람들 오라 가라 해놓고, 아주 편해?”




그럴 리가. 성우는 개구쟁이처럼 웃어 보였다. 자리에 앉으며 그가 민현에게 윙크를 날렸다. 표정 좀 풀자.




“너무 대놓고 날 죽이고 싶다고 하고 있잖아.”


“걱정 마, 생각보다 은밀하게 하고 있으니까.”


“이런, 우리 통했네.”




갑자기 내일 죽어도 놀라지 마, 민현. 민현은 지극히 담담하게 맞받아친다. 너야말로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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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쥐새끼 보내는 놈이 너밖에 없는 줄 알아?”




그렇게 말하고 민현은 노골적으로 강다니엘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니엘도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대놓고 쌍방으로 노려봐주었다. 눈썹을 들썩이며 성우가 흥미로운 듯 외곽에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둘이 나 몰래 뭐 했어?”


“응. 비밀 얘기.”




다니엘이 민현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그래? 성우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우리 초면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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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다대고 반말이야?”




아마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의 눈빛이 뒤집어지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제발 닥치고 용건이나 말해. 부른 데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지현이 둘의 흔한 싸움에 지쳤다는 듯 관자놀이를 마사지하며 소리쳤다. 성우는 잠시 조용해지더니 눈을 깜박이며 세상 순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


“그냥 다 같이 커피나 한 잔 할까 하고 부른 건데.”




그리고 그녀의 인내심이 거기서 끝났다.




“……진짜 못 참아주겠네.”


“……”


“진지하게 정신차리고 온 내가 미친년이지.”


“……”


“먼저 꺼져주지. 저 미친놈이랑 같은 방에 너무 오래있어서 그런가 돌아버릴 거 같아.”




그리고 셋 중 누구도 그녀를 말릴 새도 없이 그녀는 폭풍처럼 일어나 방에서 나가버렸다. 밖에서 그녀가 그녀의 에이스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우스운 침묵이 감도는 방에서 다니엘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따위 쓸데없는 장난이나 치는 게 그쪽 취미인가?”


“……”


“먼저 파하지. 둘이서 오붓한 시간 보내라고.”




정작 억양은 전혀 공격적이지 않게 말하고서 다니엘도 방을 나섰다. 흠. 다들 나만 미워해. 그치? 성우가 민현을 향해 눈을 밝혔다.




“민현이는 나랑 있어주는 거야?”


“그럴 리가.”




피식, 민현이 비웃었다. 한 모금 삼킨 커피가 혓바닥을 쓰게 감쌌다. 




“우리가 단 둘이 있을 땐 이미 둘 중 하나는 죽었겠지.”


“다들 너무하네, 진짜. 그렇게 살벌하게 나오기야?”


“3주 후에 보지, 죽어서. 이만 간다.”




민현이 일어섬과 동시에 성우는 제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의중을 알 수 없는 옹성우의 태도와, 민현의 압축된 원한과, 꼬일 대로 꼬여버린 머릿속. 민현아. 성우가 아까와는 전혀 다른, 무시무시하리만큼 깔린 톤으로 민현을 불러 세웠다.




“예민하게 좀 굴지 말자. 아들이 이렇게 쌈닭처럼 날뛰는 거 알면, 부모님께서 얼마나 걱정하시겠어?”


“……”


“저승에서.”




민현은 이곳이 중립구역이었음에 대해 속으로 백 번이고 감사했다. 아니었다면 지금쯤, 아니, 자신이 이곳에 걸어 들어왔던 그 순간 성우에 미간에 총알이 박혔을 것이 뻔했다. 




“아,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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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잘 있지?”




우뚝, 민현이 멈춰 선다. 동생, 그건 금기였다. 그는 지난 1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그 단어를 입에 올린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그 터부를 저 놈의 입에서 듣게 될 줄도 몰랐다. 민현은 고개를 돌리고 싶지 않았다. 그는 잘 참아왔다. 지금 고개를 돌리면 그 이죽거리는 얼굴에 칼이든, 총이든, 뭐든 내리 꽂을 것 같았다. 그래서 민현은 그대로 앞으로 걸었다. 차갑게 식은 발가락들이 딱딱했다. 어떤 정신으로 나왔는지 모르겠다. 정신 없이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주차장이었다.




“잘 참았습니다.”




민기가 차에 시동을 걸며 넌지시 말을 건넸다. 옹성우는 이 시점에 대체 왜 콜을 친 걸까요? 민현이 눈을 감았다.




“참은 게 아니야.”


“……”


“어떻게 할 지를 몰랐어.”




인정하기 싫지만. 민현이 속으로 곱씹었다. 그건 너무…… 갑작스런 통증이었어. 반평생 숨기고 살아왔던 내 치부를 다시 내 귀로 듣게 될 줄은 몰랐거든. 갑자기 공중에서 발가벗겨진 느낌. 쥐구멍에라도, 지옥불에라도 뛰어들 수 있을 것만 같은.


하지만 민현은 또 완벽한 불안을 느꼈다. 가슴 속에, 과거의 기억 속에 감춰두었던 비밀이 까발려졌다. 그건 민현의 최대의 약점이기도 했다. 그걸 옹성우가 알고, 아니, 기억하고 있었다니. 불운이 민현의 손가락 끝에 매달려 있었다.




“자택으로 가시겠어요?”


“아니, 바로 사무실로.”




차는 금세 도시 경계선을 지나 스페이드 영역으로 들어섰다. 민현이 태어났을 때부터 가져가기로 약속되어 있던 땅이자, 그가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들었던 곳. 이제는 그나마 남아있는 찌꺼기까지 다 걸고 지켜내야 하는 곳. 민현이 핸드폰을 꺼내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나야. 3시까지 내 사무실로 와. 그래.”
















“어으…… 지금 몇 시야……”




푹 자고 일어난 것에 비해 몸뚱어리가 천근만근이었다. 하룻밤을 내리 쪼그려 앉은 채 조느라 저릴 대로 저린 두 다리와 깨질 거 같은 두통, 그리고 절로 헛구역질을 유발하는 음식 냄새까지. 눈을 뜨지 않고는 못 배길 상황이었다.


채 끄지 못한 조명이 그대로 누렇게 빛나고 있었다. 갑자기 눈을 찌르는 환함에 나도 모르게 인상을 팍 찌푸렸다. ……나 언제 잠들었지? 기억의 뒷부분이 절단되어있었다. 속에서 훅 올라오는 지난밤의 여파가 아찔했다. 내가 왜 술을 먹었지? 그렇게 후회를 곱씹으며 쓰린 속을 움켜쥐고 왼쪽으로 돌아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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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현실로 엄마야, 소리가 나올 뻔한걸 막판에 간신히 참아냈다. 깜짝이야, 이 사람이 왜 여기 있지? 라고 생각하자마자 얼마나 멍청한 질문이었는지를 뒤이어 생각해내야 했다. 바닥에 줄지어 들어찬 빈 깡통들이 간신이 둘이 앉을 자리만을 남겨주고 있었다. 미동도 않고 잠에 취한 그가 꼭 시체 같았다. 죽은 거 아니지? 자세히 살펴보자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그의 가슴팍이 날 안심시켜주었다.


남 가슴팍이나 쳐다보는 변태짓은 그만하자. 창문 밖엔 따스한 볕이라곤 한 점 없이 서늘한 그림자만 가득했다. 대체 몇 시야, 지금? 저 멀리 있는 핸드폰을 향해 조심스럽게 땅을 딛고 두 다리를 웅크렸다. 옆에 곤히 잠든 그를 건드리지 않으려 조심했지만 그러느라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발치의 빈 캔들이 발에 채였다. 아차 싶을 순간도 없이 네댓 개의 빈 깡통들이 쓰러지며 나무바닥과 부딪쳐 와장창, 요란한 소리를 냈다. 스스로도 화들짝 놀라 우진을 돌아봤으나…… 그는 여전히 같은 자세로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엉거주춤 일어나 소파 위 핸드폰까지 팔을 쭉 뻗었다. 잠금해제 버튼을 누르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네 개의 숫자. 16:27. 맙소사, 지금이 오후 네 시 반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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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씨?”




헉, 인기척도 없이 목소리만 조용히 울린 덕에 기절할 뻔했다. 한쪽 눈만 간신히 뜬 채 입을 쭉 내민 그가 불편한지 몸을 뒤틀었다.




“……미안, 깼어요?”


“……몇 시에요?”


“네 시요.”


“……”


“오후.”




하, 그가 기가 찬 한숨을 내뱉었다. 힘겹게 땅을 짚고 똑바르게 앉은 그가 아직 졸린 지 부은 두 눈을 꿈벅였다. 반나절을 잤네요. 그도 숙취로 머리가 아픈지 제 관자놀이 부근으로 손바닥을 가져다 댄다. 미안해요.




“괜히 술 먹자고 해서.”


“……”


“……속 많이 아파요?”


“괜찮아요.”


“……”


“기분 안 좋았다면서요.”




아, 숙취가 괜찮다는 말이 아니었어? 그가 날숨을 크게 쉬고는 날 똑바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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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괜찮아요?”


“……뭐가요?”


“기분.”


“……”


“……”


“……네.”


“……”


“덕분에요.”


“다행이네요.”




얼핏 그가 웃는 거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취했을 때도 은근 잘 웃는 거 같았는데. 기억이 좀 뜨문뜨문하긴 하지만. 멀뚱멀뚱 제 발 끝을 내려다보는 우진을 조심스럽게 불러보았다. 우진 씨.




“혹시 어제 다 기억나요?”


“……”


“……”


“……적당히 기억 나네요.”


“그래요……”


“이름 씨는…… 다 기억 나요?”


“아뇨, 저도 앞부분만……”




네. 그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우진의 톤이 긴장과 불안을 왔다갔다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내 착각일까?




“다행이네요.”


“뭐가요?”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 우진이 바닥을 집고 돌연 벌떡 일어섰다. 우선…… 여기 좀 치울까요?




“엉망이네요.”


“아…… 그래요. 우리 잔뜩 먹었네요, 어제.”


“가게에서 술 냄새 나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장사 안하며 되죠.”


“……”


“내 가게인데.”




이번엔 그도 확실히 웃었다. 그래요. 그 얼굴에서 삽시간에 달콤한 다정과 비릿한 술의 향기가 풍겼다.
















서로 술에 찌든 꼴을 도저히 봐줄 수가 없어서 가게 화장실에서 간다니 씻은 후 쓰레기까지 착착 정리해서 분리하고 나니 어느새 해는 완전히 지고 난 후였다. 마침 가득 찬 가게 쓰레기통을 함께 비우며 내 하반신만한 쓰레기봉투가 두 개나 생겨버렸다. 분리수거를 위해 내가 하나, 우진이 하나. 사이 좋게 쓰레기를 나눠 들고 가게를 나서는 길이었다.




“제가 두 개 다 들어도 되요.”


“됐어요. 술은 우진 씨 혼자 먹었나요?”




시커먼 밤하늘에 주변 불은 다 꺼진 채 내 가게 불빛만이 좁은 골목을 비춰주고 있었다. 겨우 걸어서 서른 걸음 남짓한 전봇대까지, 내 몸만한 봉투를 들고 낑낑대며 느리게 걷는 나와 그런 내 뒤에서 얌전히 발걸음을 맞춰주는 그.




“오늘은 덜 춥네요, 밤인데도.”


“……”


“그러고 보니까 우진 씨 엊그제 잘 때 안 추웠어요? 걱정했는데.”


“……괜찮았어요.”


“그래요?”


“고마워요.”




얼씨구, 이젠 말도 잘하고. 비록 반나절을 잠으로 날려먹고 서로 술 취해서 주정 부렸지만 이 정도로 입을 트이게 했으니 썩 나쁘진 않은 시간투자였지. 덕분에 나도 근본적으로 기분이 나아졌고. 서른 걸음은 어느새 금방 끝나고 도착한 전봇대 밑에다 봉투를 기대어 세워놓았다 여기 두세요.




“이제 끝. 춥다, 빨리 들어가요.”


“이름 씨.”


“네?”


“하늘, 봐봐요.”




하늘? 갑자기? 그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올려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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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


“별이……많네요. 원래 이렇게 많은 동네가 아닌데……”


“별이 아니에요.”


“네?”




그가 사뭇 가라앉은 얼굴로 말했다.




“전부 공군정찰기죠. 위성도 있고.”


“……”


“오늘 밤엔 특히 더 많네요.”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의 표정이 탁했다. 무슨 생각하는 거에요? 묻고 싶었다. 그러나 참았다. 그가 어쩐지 무시무시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만 같아서. 있지, 나 여태까지 깜박 잊고 살았네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당신 가슴팍에 새겨진 그 잎사귀를, 그 알파벳을. 그가 천천히 고개를 떨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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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네요.”


“……”


“들어가요.”




네.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여주고 둘 다 짜기라도 한 듯 걸음을 뗐다. 그리고 돌아서는 그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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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아?”




불리었다.





*



아 오늘 분량 나름 늘린건데ㅎ인생

우진이 분량 갈수록 줄어드는 거 실화일까요?

오늘 새로 등장시킨 애들 너무 많아서 힘드네요 흑흑따

세상 중요한 성우 쓰느라 힘 다 빠져벌였닥우....엉엉...

그럼 다음편에서...뵈어요 여러분.....

오늘도 내일도 굿데이 되세요.........S2


+) 모바일에서 어쩐 일로 심각하게 띄어쓰기가 깨져서 글삭하고 재업합니다ㅠㅠ

알림가신 분들 죄송해요!


++) 브금도 바꿨습니다!

이번 브금은 아주...중요햅니다....잘....들어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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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제가방학때읽었던그글이맞나싶었는데맞았군요ㅠㅠㅠㅠ엉엉ㅠㅜㅜㅜ아진짜작가님너무너무보고싶었다구요ㅠㅠㅠㅠㅠㅠㅠㅠㅜ정말잘읽고갑니다혹시암호닉받으시나요?그렇다면[에이스]로신청하고갑니다!
6년 전
독자2
헉 작가님..
저번편 박참새짹으로 신청했던 독자입니다!!
오늘 분량 대혜자..!너무좋자나여ㅠㅠ
그나저나 오늘은 아슬아슬 외줄타기하는것마냥 불안불안하면서도 무섭네요ㅜㅜ아니 마지막에 도대체..누가부른거죠?..우진인.....아니죠?!작가님ㅜㅜ우진이 주인공 맞는거죠!....?
다음편도 꼭 꼭 기다릴께요ㅠㅠ너무조아요!!!

6년 전
독자3
헐 작가님...와 진짜 대박 ㅠㅠㅠㅠㅠ 어떡해 들키는 거 아니에요?ㅠㅠㅠ 으아 엄청 쫄린다ㅠㅠㅠㅠ 매번 좋은 글 감사해요ㅠㅠ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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