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팬픽은 (10도씨, 다은, 본제, 앞마당 소시지, 빅토리카) 다섯 작가가 함께 쓰는 합동 팬픽입니다.
이번편은 앞마당소시지님이 연재하십니다.
M. O. D (Medicine or Drug)
04.
W. 앞마당소시지
백현은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자마자 왠지 모를 서늘한 느낌에 재빨리 저가 사는 동으로 들어갔다. 아니, 뛰어 들어갔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일 수도. 누가 쫒아 오는 것이라도 되는 것 마냥, 급한 발걸음으로 엘리베이터에 들어간 백현은 버튼을 누른다는 것조차 잊은 채 멀뚱히 서있기만 했다. 대체 두 번씩이나 왜 그런 걸까. 백현은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 빤히 제 중심을 바라보던 백현은 갑작스럽게 든 생각에 다급한 손길로 자크가 있는 쪽을 확인을 했다. 설마 이번엔 진짜 열린 건 아니겠지. 하지만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제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자크는 잘 잠겨 있었다.
힘이라곤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손길로 도어락을 누르고 집안으로 들어온 백현은 신발장 옆에 노란 우산을 가지런히 두었고 그 흔한 ‘다녀왔습니다.’ 라는 말조차 하지 않은 채 바로 제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방구석 저만치에 가방을 던져놓은 후 침대에 벌렁 누워버렸다. 교복을 갈아입어야 한다는 생각은 이미 버려 둔지 오래였다. 백현은 슬며시 눈을 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는 얼굴과 머릿속을 온통 지배해버린 이름 하나 때문에 모든 신경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분명히 그 시선은 제 그것에...그러니까 그...아, 백현은 한숨을 작게 내쉬며 얼굴을 쓸었다. 그리고 문득 뇌리를 스치는 또 다른 사람 때문에 백현은 천천히 눈을 떴다. 제 눈에 보이는 하얀 천장에는 누군가 그림이라도 그려놓은 듯, 한 사람의 얼굴이 또렷하게 나타나 있었다.
박찬열. 오세훈.
백현은 이상하게도 그들과 저가 모순인 것 같았다. 같은 세계에 사는 데도 뭔가 확실한 거리감이 형성되어 있는 그런 모순. 그런데 그들은 그런 거리감을 무시하고 깨트리려 하고 있었다. 이상했다. 호기심일까. 단순히 어린 생각에 부리는 객기와도 같은 그런 호기심일까. 잠시 동안의 생각이었지만, 백현은 가슴께를 두드려야할 만큼의 큰 답답함을 느꼈다. 토악질을 여러 번을 해야 풀릴 듯 한 답답함. 그렇지만 더 이상 풀어보려 애쓰지 않았다. 빨리 자고 싶었다. 스르륵 눈을 감았다.
“...아, 내일 우산 돌려줘야겠다.”
*
교복을 그대로 입고 잔 탓에 와이셔츠는 보기좋게 구겨져있었다. 또 엄마한테 한 소리 듣겠네. 백현은 마른 세수를 하고는 방문을 열었다. 찝찝한 느낌에 하는 수 없이 샤워를 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물길 덕분에 몽롱했던 정신이 제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잊었던 사람 또한 머리 한 구석에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생각할 수록 이상하단 말이지.
밥도 거른 채 등굣길에 나선 백현은 아파트 단지를 나오자마자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오늘은 없구나.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몰래 바라보고 있는 시선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어느 샌가 부터 백현에겐 백현 조차 의식하지 못한 버릇이 생겨버렸다. 항상 어딜 나서나 제 주변에 누군가가 있나, 두리번거리는 몹쓸 버릇이. 하지만 이젠 익숙해지다 못해 몸에 베어버리고 말았다. 아무런 시선도 느껴지지 않음을 재차 확인한 백현은 가방을 고쳐 매고 걸었다. 그리고 손에는 저를 닮은 노란 우산을 쥔 채로.
느지막이 학교에 도착한 백현은 반에 들어서자마자 어젯밤 무엇을 했는지 아침부터 책상과 포옹하듯 널부러져 자고 있는 종대를 발견하곤 장난스레 그를 흔들었다. 종대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기지개를 펴며 일어났다.
"아 진짜. 잘 자고 있었는데..."
"뭐 어젯밤에 야동봤냐?"
"지랄하고 있네. 내가 너냐?"
시덥지 않은 얘기에 백현은 코웃음을 쳤고, 종대는 다시 잠을 자려는 모양인지 눕는 시늉을 했다.
"아아, 잠깐만."
"아 또 뭐."
"그...있잖아. 박찬열"
"박찬열? 걔는 왜."
어제 우, 순간 백현은 턱 하고 말문이 막혀버렸다. 아무리 친한 종대라지만, 자신이 찬열에게서 우산을 빌렸다는 것을 말할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말할 수 없다기 보단 말하기 부끄러웠다. 왜지. 그리고 제 중심을 올곧게 바라보고 있던 찬열의 시선이 다시 머리 속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라버린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푹 숙인 백현은 우산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야, 뭐하냐? 근데 박찬열은 왜? 그리고 오늘 비도 안 오는데 우산은 왜 들고 왔는데?”
“.....”
“아 뭐냐니까!”
“한 개씩 물어봐! 새끼야!”
백현은 결국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종대는 백현의 얼굴을 보며 의심스러운 눈초리와 함께 취조를 하듯이 물었지만, 백현은 그런 종대를 가볍게 무시하고는 이내 자리에 털썩 앉아 엎드렸다. 양팔에 얼굴을 묻은 채로 슬쩍 찬열의 자리를 흘긴 백현은 문득, 어느 때부터인가 찬열이 제게 가깝게 다가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있는 듯 없는 듯 신경조차 쓰이지 않던 그가 지금은 제 눈에 보이지 않으면 이상하리만치 서러워서 신경이 쓰였다. 답답했다. 난 왜 네가 이렇게 신경이 쓰일까. 그리고 너는 왜 내게 그런 시선을 보내는 걸까.
백현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검지손가락만 피고는 손가락 끝으로 책상에다 무언가를 그렸다. 확실하게는 이름을 썼다. ‘박,찬열...’, ‘오,세...’ 백현은 '오세훈' 이라는 이름을 다 적으려다 말고는 숙였던 상체를 곧게 폈다. 박찬열 말고도 오세훈이 있었다. 그리고 스토커. 세 사람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아니, 왜 저가 마음대로 세 사람이 알 수 없는 무언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정의를 내리는 걸까. 단지 자신을 스토킹하는 스토커와 어느 샌가부터 자신을 노골적으로 지켜보는 박찬열과, 그리고 전학 온 주제에 처음 마주친 자신을 가로 막던 오세훈이 저의 신경을 곤두 세워서?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야, 박찬열 온다.”
“......”
이런 저런 막막한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종대는 백현의 팔을 툭툭쳤다. 종대는 고개를 치켜세우며 턱 끝으로 찬열을 가르켰다. 복도 창문을 통해 바라본 찬열은 여유롭게 유유히 걸어오고 있었고, 그런 그를 본 백현은 노란 우산을 손에 꽉 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득 바라 본 그의 옆에는 계집애처럼 곱상하게 생긴 남자 하나가 있었다. 누구지. 순간적으로 다가가기가 껄끄러워진 백현은 가만히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찬열보다는 조금 작지만 저보다는 조금 큰 남자는 찬열을 올려다보며 얄궂은 눈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눈웃음을 다 헛고생으로 만들려는 심산인지 찬열은 그닥 그에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야, 잠깐만.”
“너 어디가!”
저를 닮은 노-오란 우산을 들고 백현은 무작정 문 앞으로 걸어 나갔다. 갑작스럽게 제 앞으로 다가온 백현 때문에 찬열은 약간 놀란 눈치였다. 백현은 그런 찬열을 보지 못했으나 옆에 있던남자는 찬열의 모습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백현은 살짝 눈을 돌려 남자의 왼쪽 가슴께를 확인했다. 같은 색의 명찰. 그리고 바느질로 정갈하게 박아져 있는 이름. 루한. 아, 이름이 루한이구나. 신기하네. 짧게 생각을 마친 백현은 다시 고개를 찬열 쪽으로 향했고, 잠시 주저하다 우산을 건내었다.
“이거, 어제 고마웠어.”
“.....아...응.”
“뭐야. 찬열이 네가 왜 얘한테 우산을 빌려줘?”
“루한.”
“얘가 뭔데 우산을 빌려 주냐니까?”
선한 인상과는 다르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꽤나 직설적이었다. 한 눈에도 티가 날 만큼 표정을 구기고 있던 루한은 뭐가 그리 짜증이 난건지 찬열을 몰아새우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백현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고, 한 편으로는 저가 왜 우산을 빌렸다고 욕을 먹어야 하는지 도통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확실한건 지금 그가 찬열에게 쓸데없는 질투를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백현 저 자신도 꽤나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는 것.
“아니, 어제 우연히 마주쳤는데...”
“너는 닥치고 있어.”
“루한. 말 조심해.”
“.....”
찬열의 언성이 높아졌다. 비록 몇 번 말해본 사이는 아니지만, 그는 늘 차분한 사람이었다. 루한은 찬열의 말에 조금은 당황한 듯 했으나, 다시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하지만 이미 보기 좋게 굳어진 얼굴은 제 자리를 찾지 못하였다. 복도를 지나던 몇몇 학생들은 그런 그들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분명 몇 분 후면 그들의 입방아에 저의 이름이 오르락 내리락 할 것이 뻔했다. 싫다. 이런 관심. 백현은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백현이 인정할만한 이유도 없이 잡아 두었다. 세 사람은 이미 신경이 날카로워질 때로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묘한 기류가 그들을 잡아 먹으려 한다는 걸 그들은 알지 못하였다.
앞마당 소시지님의 말. |
- 아하...하아...정말...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많이 기대하셨을 텐데.... 죄송합니다....허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빅토리카니무상...잘 살려주삼요....허허 스릉흠니다..... |
10도씨의 말. |
암호닉 신청감사드립니다. 계속 받고있으니 신청해주세요!
저번편에 암호닉 신청해주신,< 딸기밀크,진기두부,백뭉이,소시지루팡,초딩입맛,카카라,히로인,아몬드봉봉,콘칲,루루> 님!!!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이번편 앞마당 소시지님이 쓰셨는데 너무 잘쓰시지않았나요 ㅠㅠㅠㅠㅠㅠ 아 그리고 제가 개인사정으로 인해 사실 지금 연재분이 다음편까지 나오고 제 텀까지 돌아온차례인데요. 다음편이 아직 인티에 올라오지않은 이유는 ㅠㅠ 잠깐 사정이있어서였고 곧 올라올 예정입니다. 다음작가님은 '빅토리카' 작가님이예요! 혹시 들어본 분은 모르겠지만 백총...허허허..백총을 쓰신 아주 음란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까님입니다 네 새벽의 전투를 쓰신 음란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님이세요!! 새로들어올 작가님은 아직 정해진바도 알려진 바도 없습니다 ㅜ.ㅜ
네 암호닉 여전히 계속 받도록할께요 그럼 모두 좋은 하루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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