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이
w. 인하대갈걸
황민현과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같은 곳으로 다니고 있는
심지어 같은 반까지 된
가끔 심심할 때마다 서로의 집에 들락거리는
아침엔 당연히 함께 등교하고 저녁엔 당연히 함께 하교하는
부모님끼리 딱히 친하진 않지만 안면은 있는
챙겨 주고 챙김 받는
고삼 동갑내기
뭐, 그런 사이다.
황민현은 어떤 사람인가 |
그 새끼... 아니, 걔요? 그냥 뭐, 어릴 때부터 친했는데 정확히 왜 친해졌는진 모르겠고. 딱히 성격이 잘 맞는 것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익숙해져서 붙어다녀요. 맨날 제가 뭐라고 하긴 하는데 걔가 저한테 좀 많이 맞춰주는 것 같기도 하고. 어릴 땐 몰랐는데 크고 보니까 걔가 잘생기긴 했더라고요. 잘생기고 착하고... 아, 낯 간지러워. 걔 좋아하냐고요? 미치지 않고서야. 그냥 친오빠 같은, 뭐 그런 사이라니까. |
A. 쟤넨 맨날 둘이 무슨 얘기 하냐? |
"아. 향수를 마셨나." "향 진해?" "항상 진해." "붙어 있어서 그래." "그럼 좀 떨어져. 못생긴 게." "?" "진심으로 어리둥절한 표정 지으니까 재수없다." "하하하." "구라야. 가끔 보면 여자인 나보다 예뻐."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하. 이 새끼." "하하." |
B. 민현이 키 진짜 크다. 쟤 키 몇이야? |
"너 이마에 키 181 이라고 써붙이고 다녀." "뭐?" "오늘만 다섯 명째 네 키를 나한테 물어." "나한테 와서 물어보라 하면 되지." "그게 되는 애들이 나한테 묻겠어?" "그럼 모른다고 하면 되지." "아는 걸 어떻게 모른다고 해." "난 모른다고 하는데." "뭔 소리야?" "나 클 동안 뭐 했어?" "힘 키웠다. 볼래?" "내가 미안해." |
C. 너네 무슨 사이야? |
"안 되겠다. 이것도 이마에 쓰고 다니자." "하루에 오조오억 번 듣는 질문이 두 가지 있는데." "나도 있는데. 우연이네. 그치." "진심 맨날 듣는다고. 너네 무슨 사이야? 그거 아니면 너네 사귀어?" "우리가 그렇게 오해 받을 정돈가?" "이마에 써. 써버려." "뭐라고 쓸까?" "난 황민현 애인 아님." "지금 써줄까?" "써, 써." "너 이마가 좁아서 황민현 애인까지밖에 안 써져." "나 이마 넓거든? 네 글씨가 무식하게 큰 거겠지. 진짜 썼어?" "하하하." "이 미친놈이." |
D. 둘이 친척인가? |
"어제 내 방에 가디건 두고 갔더라." "아, 그래? ... 가 아니고 그딴 거 학교에서 말하지 말랬지. 다른 애들이 오해하잖아." "그런가? 오늘 집에 가져다 줄게." "학교에 가져오지 그랬냐." "그런 거 학교에서 말하면 안 된다며. 가져오는 건 괜찮아?" "음... 그러게? 몰라, 꺼져. 나 이동 수업이야." "이동은 네가 하잖아. 그리고 너 노트 챙겨야지." "아, 맞아. 땡큐. 요즘 뭐 자꾸 놓고 다녀." "요즘이 아니라 전에도 그랬어." "맨날 네가 챙겨 줘서 버릇됐잖아." "내 잘못이야?" "어제도 챙겨 주지 그랬대." "그러게. 아마 내가 못 봤나 봐." "아마는 뭐야." "아마." "뭐래. 도라이가. 나 간다?" |
E. 성적은 누가 더 좋은지? |
"내가 너 그냥 와꾸 믿고 아이돌 하라고 했지." "요즘은 아이돌도 공부 잘해." "그럼 넌 아이돌도 못 하겠네." "....." "돌대가리야. 세 번 설명했는데 왜 못 알아 먹어." "... 말은 예쁘게 하자." "역시 신은 공평해. 와꾸를 주고 머리를 안 줬어." "나름 국어는 잘봤는데..." "야. 한 번만 더 설명할 테니까 들어. 다시 물어 보면 죽는다." "응." "아니, 나 말고 종이를 보라고." "우리 밥 먹고 하자." "진짜 뒤지고 싶... 읍, 읍." "말은 예쁘게." "숨 막혀서 뒤... 죽으면 책임지냐고. 코까지 막으면 어떡해." "내가 스파게티 해줄게." "아. 니 새끼 다음부터 가르쳐 달라고 집에 부르지 좀 마." "매번 오면서." "몰라. 할 거면 난 크림으로." |
+ 그 친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
"음... 여동생?" |
작가의 말 |
안녕하세요. 인하대갈걸 입니다. 글잡에 연재는 진짜정말완전대박리얼헐 오랜만이네요. "그런 사이" 는 주로 두 사람의 대화로 전개되고 한 번에 알파벳 5개~8개 정도로 쓸 것 같습니다. 알파벳에 붙은 글은 제 3자의 입장에서 두 사람에게 던지는 질문 혹은 독백입니다. 글은 가볍게 오래 진행하는 게 목표입니다. 둘이 대학 가는 것까지 쓰고 싶거든요. 헿... 과연 둘은 연애할까요? 애초에 이건 연애물이 맞을까요? 쓰다 보면 중간중간 워너원 친구들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럼 좋은 저녁되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