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가 피겨 선수한테 공개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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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정국 선수랑 여주 선수랑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다고 들었는데 언제부터 알고 지냈어요?"
"음... 제가 딱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탔을 때 여주를 봤던 거 같아요. "
"맞아요. 그때 저보고 막 못생겼다고, 못난이라고 놀렸었어요"
"에 그래요? 여주 선수 어릴 때도 엄청 예쁘던데?"
"사실 그래서 엄청 충격이었어요. 음... 사실 어릴 때는 진짜 예쁘다는 소리만 듣고 살았었거든요?
근데 처음 보는 사람. 그것도 또래 남자애가 못생겼다고 해서 정말 충격이 컸던 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아마 스케이트 장에서 엄~청 울었어요.
그래서 막 일부로 정국이랑 멀리 떨어져서 스케이트 탔었던 기억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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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전정국이랑 내가 처음 만났을 때는 정확히 12년 전이었다. 내가 8살 때, 나는 일찌감치 스케이트를 타는 걸 좋아했으며 피겨 선수가 꿈이었다. 언제나 주말마다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스케이트 장으로 가서 선생님께 배웠던 기술을 엄마에게 보여주면서 피겨 선수의 꿈을 키웠었다. 이렇게 행복했던 스케이트 장에서의 추억 중에서 나름 풋풋하고 귀여웠던 일화였다. 전정국과의 첫 만남은.
전정국은 그때 처음 스케이트 장에 왔었다. 나는 워낙 자주 왔어서 스케이트장에 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을 대부분 알고 있었는데, 처음보는 얼굴에 호기심을 가지고 전정국에게다가갔었다. 전정국은 어렸을 때도 똘망똘망한 눈이 인상적이었다.
"너- 여기 처음 왔어?"
"...응"
"너 스케이트 못 타지? 나는 엄~청 잘 타는데!"
"...아니야... 나도 잘 탈 수 있어!"
"흥- 아닐걸? 스케이트가 얼마나 어려운데!"
"...나는 태권도도 해서 이런거 잘할 수 있어!"
"태권도 잘한다고 스케이트도 잘 타는거 아니거든?"
그 나이에는 내가 전정국보다 키가 한 뼘 이상 컸었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시작해서인지 또래 남자애들보다 월등히 키가 컸던 거 같다. 지금은 그냥 일반 여성 평균 키지만... 암튼 그때는 큰 키와 나름 스케이트 장에서의 선배라는 생각에 처음 보는 전정국을 좀 많이 놀렸던 거 같다. 거기다 큰 눈을 더욱 크게 뜨고 비장하게 대답하는 정국이의 반응 때문에 더욱 재밌어서 전정국을 놀렸다. 이런 내 모습에 우리 엄마는 나를 혼냈지만 정국이의 어머니는 '어릴 때는 다 이런 거죠~ 따님이 정말 귀엽고 예뻐요~' 이러면서 나를 귀여워해 주셨다. 나의 놀림에도 불구하고 전정국은 그날 하루 동안 내 옆을 맴돌면서 스케이트를 탔다. 확실히 그때부터 운동의 체질이 뛰어난 게 보였었다. 나는 아마 거기에 또 샘이 났던 거 같다. 전정국이 생각보다 잘 타는 모습을 보자마자 나를 보고 있는 엄마에게로 달려갔다. 갑자기 내가 옆에서 사라지자 전정국은 금세 쪼르르 나에게 달려왔다.
"거봐, 나 스케이트 잘 타지?"
"... 몰라"
"그러게 못난아- 왜 사람을 놀렸어 어?"
"뭐? 못난이? 너 못난이라 그랬어?"
"응- 우리 엄마가 사람 놀리면 다 못난이라고 그랬어!"
"... 나는 아니야! 나는 사람들 놀려도 예쁘니까 못난이 아니야!"
"누가 너보고 예쁘다고 그러냐? 너는 못생겼어! 이 못난아!"
"뭐?"
"거봐- 너 콧구멍 대따 크다! 못난이! 못난이!"
지금 생각하면 참 유치하지만 정말로 우리는 이렇게 싸웠다. 나의 놀림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스케이트를 잘 타게 된 전정국은 의기양양하게 나를 향해 와서는 역으로 나를 놀렸다. 그것도 못난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어릴 때부터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란 나는 그 말이 정말 충격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유치하고 못 봐주겠지만. 그렇게 나는 전정국의 못난이라는 말에 엄마에게 빨리 집에 가자고 보챘다. 평소보다 일찍 집에 가자는 나의 말에 우리 엄마와 정국이의 어머니는 웃음을 터뜨리셨다.
아마 그때부터 전정국은 나를 못난이라고 불렀고 나를 좋다고 따라다니던 남자애들한테까지 나를 못난이라고 소문을 냈다. 남자애들은 나에게 다가오다가도 '아 정국이가 쟤 못난이라고 그랬어! 놀지말자' 라며 나를 피했다. 그때부터 나는 전정국이 미워졌다.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스케이트 장에는 전정국이 있었다. 나는 계속 전정국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스케이트를 탔다. 그러다가 전정국이 나보다 더 먼저 스케이트 장에 왔던 날이 있었다. 전정국은 뭐가 그렇게 분한지 씩씩거리면서 나를 향해 걸어왔다.
"야 못난이! 너 왜 나랑 멀리 떨어져서 스케이트 타냐?"
"나 못난이 아니야!"
"거짓말 하지마! 너 못난이야!"
"씨- 나보다 키도 작은게! 이 땅꼬마!"
"뭐? 땅꼬마? 우리 엄마가 남자는 늦게 큰다고 그랬거든?"
"흥- 네가 커서도 이렇게 땅꼬마일지 누가 알아?"
"씨이- 이 못난이가!"
"땅꼬마 주제에- 너 남자 아닌거 아니야? 남자는 이렇게 키 안 작아!"
"그러는 너는 여자 아닌거 아니야? 여자는 다 예뻐! 네가 제일 못생겼어!"
"씨- 너 미워! 너 우리 아빠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우리 아빠도 엄청 무섭거든 못난아?"
"씨- 너 우리 아빠한테 다 말할거야!"
"나도 다 말 할거다! 이 못난아!"
아마 나와 전정국은 둘 다 울음을 터뜨리며 각자의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아빠와 전정국의 아버지는 큰 일이 난 줄 알고 급하게 스케이트 장으로 오셨다. 우리 엄마와 정국이의 어머니 또한 갑작스러운 아버지들의 등장에 당황을 하며 우리에게로 왔다. 우리는 각자의 입장을 서로의 부모님들께 전하였다.
"으아앙- 엄마, 아빠.. 전정국이 나보고 계속 못난이라고 해! 너무 미워! 자기는 땅꼬마면서!"
"흑.흑. 엄마, 아빠.. 김여주가 나보고 땅꼬마라고 놀렸어! 못난이 주제에!"
"전정국은 나빠! 남자애들한테도 나 못난이라고 소문내서 이제 나 안 놀아준단말이야!"
"네가 못난이라서 애들이 안 놀아주는거거든? 이 못난아!"
우리의 유치한 싸움의 부모님들은 안도의 한숨을 쉼과 동시에 웃음을 터뜨리셨다. 지금 내가 생각해도 정말 유치한 싸움이었다. 부모님들은 어떻게서든 우리를 화해하도록 노력하셨다. 결국 강제로 화해의 악수를 하고 부모님들이 사주신 아이스크림에 마음을 뺏겼었다. 아마 그 이후로 전정국과 나는 투닥거리면서 가까워졌다. 부모님들도 서로 친해지셨고 우리는 같은 스케이트 장에 다니면서 서로 함께 했다. 서로 이름 대신 땅꼬마, 못난이라고 부르면서 싸우기도 하였지만... 하지만 이런 칭호는 우리가 중3이 되면서 역전이 되었다. 전정국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갑자기 쇼트트랙 선수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다행히 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훈련을 열심히 하였다. 전정국이 훈련에 들어가고 내가 주니어반에 들어가 각종 국내 대회에서 상을 받으며 국가대표를 목표로 훈련을 시작할 때 우리의 만남은 뜸해졌다.
그리고 중 3, 오랜만에 스케이트 장에서 전정국을 봤을 때 정말 놀랐다. 녀석을 몰라보게 키가 커져 있었다. 분명 한 뼘 정도 내가 컸었는데 지금은 반대로 전정국이 나보다 한 뼘, 아니 그것보다 더욱 컸다. 내가 전정국을 보면서 당황해 있을 때 전정국은 특유의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면서 나에게 걸어왔다.
"어이- 못난이! 왜 멍때리냐?"
"...땅꼬마... 너..."
"이제 땅꼬마라고 못하겠지? 이제 김여주 네가 땅꼬마네~"
"씨... 너..."
"내가 뭐라고 그랬어. 남자는 다 나중에 키 큰다고 했지?"
"...전정국"
"이제 우리 못난이는 별명이 2개네?"
"..."
"못난이에 이어서 꼬맹이! 이젠 꼬맹이라고 바꿀까?"
"...씨- 나 너랑 말 안해"
아마 나는 문화충격을 받았었다. 못 본 사이에 전정국은 키가 엄청 커져 있었으며 그저 말랐던 몸에는 잔근육들 붙어있었다. 목소리도 살짝 바뀐 거 같았다. 그렇게 전정국의 변화를 봤을 때 나도 나의 몸을 봤었다. 그만큼 나도 변해있었다. 남들보다 2차 성징이 늦어서 피겨 생활에 유리했던 나지만 전보다 가슴도 살짝 나왔고 골반도 살짝 넓어져서 피겨 의상을 입었을 때 곡선이 드러나 더 예쁘다던 코치님의 반응도 생각났다. 전정국과 나는 이렇게 모르는 사이에 바뀌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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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와 여주가 8살 때, 여주와 한 판 싸우고 난 뒤 정국이네 집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정국아 일로와봐"
"왜 엄마?"
"너 진짜 여주가 못생겼어?"
"...그건 왜?"
"여주가 진짜 못난이라고 생각해? 여주 예쁘잖아"
"아니- 김여주는 못난이야!"
"그렇다고 여주 예쁘다는 애들한테도 여주 못난이라고 왜 소문냈어? 여주 속상하잖아"
"...김여주는 나랑만 놀 수 있어! 근데 이상한 애들이 자꾸 김여주 데려가잖아!"
"정국아..."
"김여주는... 못난이는 나랑만 놀아야해!"
"...전정국 너..."
"그리고 이건 엄마한테만 말하는 비밀인데-"
"..."
"사실 못난이는 못난이가 아니야. 저어어어엉말 예뻐! 공주님이야!"
"..."
"공주는 왕자랑만 놀아야해. 나는 왕자니까 공주는 나랑만 놀아야해! 그렇지, 엄마?"
(여주는 아직까지 모르는 정국이의 비밀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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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개인 인터뷰 - 전정국 선수>
"그러고 보니까 정국 선수는 왜 쇼트트랙 선수가 된 이유가 뭔가요? 다른 선수는 이미 다 언급을 했는데 정국 선수만 언급을 안 하신 거 같아요!"
"어... 그게... 하하 정말 창피한데 말해야 하나요?"
"뭐... 말하면 저희한테는 좋죠!"
"음... 초등학교 6학년인가... 항상 똑같은 스케이트장에서 김여주랑 같이 스케이트를 타러 갔는데
그날 딱! 쇼트트랙 선수인 형들이 연습을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김여주를 막 부르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별 반응이 없어서 김여주를 쳐다봤는데
여주가 그 형들을 보면서 막 멋있다면서 멍하니 쳐다보더라고요. 그래서 쇼트트랙 선수가 하고 싶어졌어요"
"어머? 정말 정국 선수의 순정이 대단하네요!"
"하하- 뭐 그렇게 해서 시작한 쇼트트랙인데 계속 연습하다 보니까 열정도 생기고 더 열심히 하게 되었죠. 제가 처음으로 쇼트트랙 대회를 나갔었는데
여주가 응원하러 와줬어요. 경기를 하는데 진짜 응원이 엄청 많이 들렸는데 저한테는 김여주 응원소리 밖에 안 들렸어요.
그리고 딱 제가 금메달을 처음으로 땄는데 저보다 더 기뻐하면서 김여주가 저한테 달려왔거든요? 그때 진짜... 너무 예뻤어요. 진짜로-"
(이제 곧 여주가 알게 될 정국이의 비밀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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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사탕입니다!
독자님들ㅠㅠㅠ 정말 감사합니다... 저의 이런 글을 좋아해주시고...
암호닉도 엄청 많이...엉엉엉 정말 감사해요!ㅠㅠㅠ
아마 한두편 더 올라오면 그 뒤부터는 이제 현실에서의 정국이와 여주의 이야기를 보실 수 있을겁니다...ㅎㅎㅎ
많이 기대해주시고 저도 열심히 노력할게요!
암호닉
몽9
동동
어피치
어화동동
포도
꾸꿍
존경
떡볶이
침침아
아보카도맛
러블리별
비밀
이슬
슬아는
안녕엔젤
보라색달
정국아
가온
1218
모나신
미니혀니
다니단이
일곱여덟
꾸꾸
몽구
뎐뎡국
요를레히
정꾸기
허쉬초콜릿
랑짐
나뱅
유자몽
오렌지
꾸니
정국아
꾸꾸왕자
B612
여울이
백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