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1억
'
2년전_
작은 발사이즈인 여자가 다리를 꼰채로 거실 한가운데서 장난치다 슬슬 싸움이 나는듯한 석진과 정국을 보았다.
'아니 그러게 형이 왜 누나한테 이걸 선물해주냐니까?'
'야 친구끼리 사줄 수도 있지.'
여자는 그 둘을 한참 바라보다 소리내어 웃었고, 정국은 고개를 돌려 여자를 보았다.
여자는 정국의 손을 꼭 잡고선 정국을 사랑스럽다는 표정을 하고선 올려다본다.
'내가 이래서 널 좋아해. 정국아. 귀여워 죽겠네 진짜.'
'…….'
'석진이는 그냥 생각나서 내 옷 사준 거래. 너무 뭐라고 하지마.'
석진은 그래 임마! 하고 콧방귀를 꼈고, 정국이 석진을 괜히 째려복선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생일날은 나름 완벽했다. 그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들은 거 자체가 나에게는 큰 선물이다.
왜 내가 그의 축하한다는 말 하나에 이렇게 힘이 나냐고 물은다면 대답을 해줄 수 없다.
나도 모르겠다. 이상하게 그를 만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울지 않았다.
항상 생일날이면 하루종일 울기 바빴는데 말이다. 화영이는 12시 넘어 집에 와서는 나에게 비싼 향수를 주었다.
내가 향수를 잘 안 뿌리는 걸 알기에 화영이는 항상 내가 잘 쓰지않는 것들을 선물해주곤 했다.
"나 오늘 김석진이랑 만났다?"
"만나서? 그래서?"
"그냥 할말도 없으면서 다른 얘기들만 줄줄 꺼내길래 말 끊어내고 나왔어."
"아무렇지도 않아?"
"응. 이상하게도."
서랍 위에 있던 유리상자를 보자, 화영이는 나와같이 유리상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
"왜. 또 버리게?"
"응."
"또 줏어올 거잖아. 엉엉 울면서."
"아니야."
내 말에 화영이는 대신 버려주겠다며 유리상자를 들고선 먼저 밖으로 나간다. 겉옷을 입고선 화영이를 따랐다.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걸까. 이상하게 김석진과의 추억을 버리러 가는데 전혀 아프지가 않았다.
쓰레기장 앞에 도착해 먼저 쭈그리고 앉아서는 유리상자를 여는 화영이의 옆에 나도 같이 쭈그리고 앉았다.
화영이가 먼저 같이 찍은 사진들을 들어보이고선 나에게 말했다.
"버린다?"
"응."
"귀걸이 이건?"
"버려도 돼."
"머리삔은 뭐냐. 너 예전에 이런 거 끼고 다녔냐?"
"사실 몇 번 안 꼈어.. 버려도 돼!"
"그럼 이건."
'이건'하고 반지까지 쓰레기장에 아무렇게나 버리려는 화영이에 나는 급히 화영이의 손목을 잡고선 말했다.
"그거 금..이야!"
"그럼 팔아."
화영이의 말에 홀린듯이 마주앉아서 히히덕 웃었다. 내 생일날에 이렇게 웃는 것도 참 오랜만인 것 같네.
유리상자 안에 들어있는 김석진과의 추억은 왜 6년간 나의 발목을 잡았던 걸까.
아니, 왜 나는 발목을 잡고있다고 생각 했던 것일까.
이렇게 쉬운 걸.. 왜 버리지 못 했던 걸까.
정국은 여름이 가고 새벽 2시가 넘어서까지 잠에 들지 못 하자
서랍에서 수면제를 꺼내어 한 두알 먹었고, 곧 서랍 위에 올려진 오르골과 인형을 보았다.
오르골에 그려진 작은 그림에 정국은 또 여름이 떠올라 웃어보였다.
그 앤 왜 이렇게 멍청이같은 거야. 아련하면서도 씩씩하고 사람 신경쓰이게 말이야.
밖에 또 내리는 눈에 정국은 커텐을 치고선 천장을 보고 강제를 눈을 감았다.
석진이 나갔다와서는 다음날까지 기분이 안 좋아 보이자, 매니저는 석진의 눈치를 계속 보았다.
말을 걸어도 대답도 않는 석진이 익숙하지는 않을 것이다. 항상 착하게 웃으며 대답 해주던 석진이었기 때문이다.
"석진아. 대본리딩.. 있는데. 한시간 남았다. 준비 해야지."
"""……."
이 말에도 대답을 않고 창밖만 보는 석진에 매니저는 괜한 헛기침을 해보이고선 문을 닫고선 거실로 나왔다.
여름이 눈을 뜨자마자 뭐에 홀린 사람마냥 벌떡 일어나 씻고 나갈 준비를 하자
화영은 잠이 덜 깬 눈을 하고선 여름을 보고 말했다.
"뭐야.. 아직 9시야... 벌써 출근이야?"
"오늘? 일 하나도 없어!"
"근데 왜 가..?"
"그냥! 심심하잖아."
"뭐야… 요즘 거기 가는데 맛 들렸냐.."
화영은 하품을 하고선 다시금 눈을 감았고, 여름이는 방긋 웃으며 오늘은 머리를 묶고 가볼까 고민을 한다.
머리를 묶을까 말까 거울 앞에 앉아서 고민만 백 번을 넘게 하고선 곧 묶고 자는 화영이에게 괜히 손을 작게 흔들어보인다.
그리고 집에서 나온 여름이 와아! 하고 창밖을 보았다.
"눈 엄청 왔네… 예쁘다."
이상하게 눈 하면 왜 전정국이 떠오를까. 나에게 첫인상이 차가워서일까? 겨울에 만나기도 했으니까..
지금쯤 자고있을까? 너무 일찍 나왔나.. 그냥 빨리 만나서 얘기하고싶은 마음에 나오기는 했는데
너무 일찍인 것 같은 생각이 드는지 여름이는 멈춰서는 한참 또 고민하고, 고민하다 그냥 가기로 했다.
"걸어가지 뭐."
작업실에서 살듯이 항상 있는 윤기는 삼각김밥을 세개나 먹고선 탄산음료를 급히 마셨고, 갑자기 덜컥 열리는 문에
윤기는 사레가 들렀는지 심하게 기침을 했다.
"어.. 미안. 놀랬냐."
"아, 아니 이 아침부터 왜.. 뭔 일이야."
"부탁할 게 있어서."
"뜬금없이 뭔 부탁이야 갑자기."
아직도 기침을 하는 윤기에 석진이 미안한지 살짝 웃으며 윤기의 등을 토닥여주고선 옆에 앉았다.
윤기가 당황한 표정을 하고선 석진을 보자, 석진이 또 한 번의 놀라운 말을 꺼냈다.
"정국이랑 리얼리티 찍기로 한 거 미정이라고 했잖아.
그거 찍게 좀 해줘라."
2차로 사레 들린 윤기가 목을 부여잡고 기침을 심각하게 하자 석진이 야야.. 하고 윤기의 등을 더 토닥여주었다.
"아니! 갑자기!?"
"뭔 갑자기야. 원래 리얼리티는 이번 겨울에 방송예정이었잖아."
"형이 안 한다며. 정국이랑 사이 더 멀어지기 싫다고."
"생각이 바뀌었어."
"갑자기!?"
"응. 안 돼?"
"아니.. 그건 정국이한테 물어보고…."
"부탁할게. 정국이 좀 설득시켜줘. "
"…정국이가 하겠어? 형을 그렇게 죽도록 싫어하는데."
"……."
"나한테는 말 못 해줘?"
"…아직은. 다음에 얘기해줄게."
"나도 뭐라도 좀 알아야. 둘이 이어주던가 하지. 내가 아는 게 끝이 아닌 거 맞지?"
"응. "
"둘이 모든 걸 다 퍼부어줄 정도로 친했으면서, 지금은 왜 정국이가 형을 이렇게 미워하는지.
그 자식이 형 보는 눈 보면.. 보통 화난 게 아니야. 형 도대체.."
"……."
"무슨 짓을 한 거야?"
석진은 윤기의 말에 바닥을 보다, 곧 고개를 천천히 들어 석진을 보고 늘 그렇듯 웃어주며 말했다.
"내가 잘못한 거 맞고, 내가 죽일 놈인 거는 확실해.
나중에.. 내가 다 말해줄게. 지금은.."
"채수빈 그 여자랑 연관 된 거 맞지."
"나중에."
"……."
"조금만 기다려주라."
윤기는 석진의 말에 한숨을 내쉬더니 곧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2년째다. 저 기다려달란 말도.. 벌써 2년째.
여름이 2시간을 걸어 도착한 곳은 정국의 오피스텔이었다. 초인종벨을 눌러도 대답이 없는 정국에
여름이는 카톡으로 일어나면 문을 열어달라는 말과 함께 집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렇게 2시간이 지났을까. 문이 천천히 열리자 여름이는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다가 고개를 천천히 들어보였다.
"어.. 열어줬다."
"……."
"잘 잤어요?"
"너."
"……."
"계속 여기서 기다렸어?"
"아, 네. 조금 기다렸어요. 걱정하지마세요. 한 두시간?"
"……."
"…에? 화났어요?"
정국이 화난듯 표정을 짓자 여름이 겨우 끙끙 거리며 일어서서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고,
곧 정국이 손을 뻗어 여름에 손에 손을 살짝 대본다. 엄청 차가운 손에 정국은 먼저 집으로 들어가며 작게 말했다
"들어와."
정국의 말에 여름에 네! 하고 따라 들어왔다. 역시 연예인도 사람인지라 머리는 눌리고 뻗쳐있는데 그게 왜 좋은지
여름이는 혼자 생글생글 웃으며 정국의 뒤를 쫒았고, 정국은 무심하게 뒤 돌아 여름을 보았다.
여름이 웃다가 정국이 정색을 하고 돌아보자 상황 파악을 하고선 표정을 굳힌채로 흐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어.. 조금 술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혼자 술 마신 건가?
"오늘 일도 없는데 왜."
"일 없어도 저는 그쪽 옆에서 그쪽 지키는 역을 맡은 사람인데요?
저 윤기오빠한테 꽤 많은 돈 받고, 이 일 하는 거거든요. 몰랐죠! 근데 술 마셨어요? 술냄새 난다."
여름이의 말에 정국은 대답을 않았다. 여름이 식탁 위에 있는 와인에 오호- 하고 웃어보이자 그제서야 정국이 입을 열었다.
"비밀번호 치고 들어와있던가. 핸드폰 꺼놔서 확인 늦게 했어."
"어떻게 남의 집을 막 비번치고 들어가요."
"예전엔 잘도 치고 들어왔잖아."
"그건! 그쪽이 어떻게 됐을까봐.. 걱정돼서!"
정국이 특유의 귀찮다는듯한 표정을 짓고선 쇼파로 가서 앉았다.
오, 술 마신 전정국이랑 같이 있는 건 처음이네.. 왠지 모르게 설레는 게 참 이상하다.
여름이는 신나서 그의 옆에 조금은 멀찍이 떨어져 앉았고
정국이 고개를 돌려 여름을 보자 여름이는 에? 하고 정국을 빤히 보았다.
정국이 더 멀찍이 떨어진 쇼파 모서리 쪽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가서 앉아."
"제가 그렇게 싫어요..? 지금도 충분히 멀찍이 떨어져서 앉은 건데.. 얼마나 더 멀리 가라고요."
"아니."
'뭐요…."
"히터 바람."
정국이 천장에 달린 시스템에어컨을 보자 여름이 그 시선을 따랐고, 곧 아.. 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모서리쪽으로 향한다.
"말을 하죠. 저는 또 제가 싫어서.."
"몸 녹이고 ㄱ.."
"으에에에에."
"뭐 하는 ㄱ.."
"으아아아!!"
말 끝마다 끊어먹고 으에에- 하는 여름에 정국이 당황한 표정을 짓고선 여름을 보았고, 여름이는 이내 푸하하 웃으며
정국에게 고개를 숙여 작게 사과를 한다.
"미안해요! 가라는 말 듣기 싫어서 말 좀 끊어먹었는데. 기분 많이 나빴어요?"
"그걸 말이라고 하냐?"
"오오 기분나빴대!! 굿! 지금은 제가 이긴 거 맞죠? 술 마셔서 저 봐준 거 아니죠!? 맞죠?"
"……?"
"리모콘 주세요! 저 보고싶은 영화 있어요."
정국의 옆에 있는 리모콘에 여름이 손을 뻗었고, 정국이 리모콘을 주지않고 멀뚱히 여름을 바라보자
여름이는 에이.. 하고 일어났다. 일어나자 그제서야 리모콘을 여름이의 쪽으로 무심하게 던지자
여름이는 참나.. 줄 거면 빨리 주던지.. 하고선 리모콘을 가져간다.
여름이 한참 영화를 찾고있었을까. 영화를 찾지도 못 하고 횡설수설하는 여름을 보던 정국이 턱을 괸채로 여름이에게 말했다.
"너."
"미안해요.. 제가 기계란 기계는 다 못 만져서.. 아, 여기 검색이 있었ㄴ.."
"겨울에 태어났는데. 왜 이름은 그 모양이냐."
"참나. 제 이름이 왜요? 겨울이랑 안 어울려서 태클거는 거예요?"
"어."
"그냥요. 아빠가 태어났을 때 저를 딱 보자마자 따듯함을 느꼈다구.. 최대한 따듯한 이름으로 지어줬다는데.
차라리 봄으로 해주던가.. 치.."
"……."
"제가 하필 또 이렇게 커서도 따듯함을 가진 얼굴이잖아요. 맞잖아요. 아빠도 이렇게 예쁘게 클 나를 생각하고 이름을 이렇ㄱ.."
"……."
"왜요. 왜 또 웃어요? 아, 이젠 웃을 때마다 좋은 생각이 안 들고.. 나 놀리는 것 같아!"
"그냥 네 얼굴이 웃겨."
"아.. 저 지금 못생겼죠. 머리 묶어서 더 못생겼죠.."
"……."
"역시 이상하죠. 괜히 묶었어요 괜히!"
여름이 풀이 죽어서는 머리를 풀으려고 하자 정국은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려는듯 방향을 틀고선 말했다.
"묶은 게 더 나아."
"네?"
"……."
"아니. 어디가요! 영화 좀 같이 봐주지!"
"씻으러 가는 거야."
"아! 그럼 다시 나오는 거죠!?"
대답도 않고 들어간 정국에 여름이는 다시 나올 거라 확신하고 웃으며 화면을 보았다.
은근 저 사람 츤데레라니까. 여자친구 생기면 엄청 잘 해줄 스타일이야 참.
회상_
여름이는 바쁘다는 석진을 한시간을 기다렸다. 뜨거운 여름날 치마를 입고, 머리까지 묶고선 시내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을까
영화관에서 나온 커플들은 더운데도 서로 껴안고 뽀뽀를 하기 바쁘다.
여름이는 그게 부러운지 한참 바라보다 곧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왔어!?'
'뭐야.'
'응?'
'웬 안 하던 짓을 다 하고 나왔어?'
'어..?'
'머리도 묶고, 치마도 입고.. 별로야.'
'아, 역시 별로지?'
'내가 너 살 쪘다고 했잖아. 얼굴 완전 호빵이야. 으구.. 다리는 완전 무다리 되가지구..'
화영은 이상한 꿈을 꿨는지 인상을 쓴채로 깨어났고, 급하게 핸드폰을 손에 쥐고 인터넷에 무언가를 쳐본다.
"아니.. 그때 만났던 허세킹 이름이 뭐였더라? 티비에 엄청 자주 나왔던.. 좀 유명한 애 였는데.."
아, 누구였더라! 하고 주먹으로 벽을 쾅쾅 - 치다가 잘못쳐서 아픈지 주먹 쥔 손에 입김을 분다.
"아!! 그 옆에 있던 사람들도 이름 뭐였지? 여름이는 나보다 연예인 모르는데 물어봐도 모를 거고.."
자꾸만 꿈에 나와서는 야! 하고 부르고선 사라지는 태형에 화영은 며칠내내 이 꿈을 악몽이라 생각했다.
그때 그 말이 상처였나? 왜 자꾸 꿈에 나와서 부르고 도망가? 설마 죽은 거야? 아니야.. 죽었으면 기사 떴겠지.
"미친년이네."
"그치! 내가 어!? 그 상황에 구해줬는데!!"
"고맙다는 말 하나도 없이 허세킹이다 뭐다는 좀 심했다 야."
"오늘 나랑 술 좀 마실래 형?"
"술? 나 요즘 할 일 많다. 너 노래만해도 한곡에 이틀 걸렸어 임마. 남준이 데리고 가."
"그 여자 얼굴 좀 보여주려 했더니만."
"어떻게 생겼는데."
"일단 화려하게 생겼어. 섹시하고.. 근데 싸가지가!!"
"아, 어떻게 생겼는지 대충 알겠다."
"그치 알겠지!"
"엉. 마치 나?"
"미친."
"야야.."
태형이 어우씨! 하고 작업실에서 나가자마자 윤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좀 작업을 해볼까.. 하고 의자에 기대었을까
갑자기 또 문이 덜컥 열리자 윤기가 놀라서는 뒤를 보았다.
"형! 점심 나가서 먹을래!?"
"야. 노크 좀 해라. 여기가 너희 집이냐? 어우, 내가 작업실을 옮기던가 해야지. 많은 돈 뒀다가 뭐 한다냐."
"그래서 먹는다고 만다고."
"니들끼리 먹어 이 새끼들아."
"아 예~"
나름 꽤 무서운 영화를 틀어놨는데 정국은 돌처럼 팔짱을 낀채로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보았다.
아, 물론 혼자 맥주를 갖고와 벌컥벌컥 마시느라 손 움직인 건 제외하고 말이다.
여름도 소리가 크게 날 때 빼고는 크게 놀라지는 않았고, 여름이 또 공포영화를 고르려고 하자
"어! 이거 재밌겠다.. 흉가 들어가는.."
표지를 보자, 석진이 출연한 공포영화였고, 여름이 놀래서 바로 뒤로가기 버튼을 누른다.
"일부러 그런 거 아니고.. 저도 몰랐어요. 티비를 하도 안 봐서.."
"……."
"뭔 공포영화도 찍었대. 아주 별.."
"저 형 저기서 연기 엄청 못했어."
"진짜요..? 원래는 잘 해요?"
"아니."
"헐. 하긴 얼굴빨로 들어왔겠죠?"
"잘생겼어?"
"에!? 아니요!!!!!!!!!!!!!!"
"……."
"예전엔 잘생겼었었었었었죠.."
"었었었죠는 뭐냐."
"엄청난 과거형이요!"
"참…."
이거 재밌겠다! 볼까요!? 여름에 말에 대답도 안 하는 정국이 이젠 익숙한지 멋대로 영화를 튼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여름이 자꾸만 정국의 눈치를 보는가 싶으면, 곧 여름이는 조용히 입을 연다.
"근데요. 무례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
"새엄마..분이랑은 왜 사이가 안 좋아요? 설마 막 계모짓.."
"……."
"죄송.. 아니면! 성격이 안 맞고.. 막! 회사에 찾아와서 돈 뜯고?"
"……."
"아니면 죄송.."
"맞아. 회사에 찾아와서 돈 뜯고."
"……."
"원래는 보잘 것 없던 박씨 집안 막내딸이 우리 아빠 옆자리에 앉으면서
모든 건 다 자기 것으로 만들었어. 돈도, 나도, 내 형도, 우리 회사도."
"…아!"
"네가 원하던 대답 아니야? 표정이 왜 그래."
"너무 갑자기 대답을 해주니까.. 원래는 대답 잘 안 해주셨잖아요! 아, 물론 싫다는 건 아닌데."
"영화나 봐."
아, 네에.. 하고 여름도 익숙한듯 무덤덤하게 화면을 본다.
너무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훅 들어 온 말에 여름이는 당황한듯 했다. 아마 아까 와인 마신 것도 그렇고, 맥주 마신 것 때문에..
술기운에 무언가 숨기고있던 얘기를 꺼낸 거겠지.
새엄마라는분은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려고 한다.. 돈 뿐이 아닌.. 사람도 말이다.
저 말의 의미를 더 알고싶지만.. 영화나 보라는 정국의 말에 간지러운 입을 가만히 납두는데 꽤나 힘이 들어보인다.
공포영화라더니 얼마나 지루하던지 2시간짜리 영화는 1시간동안 여름을 졸게 만들었다.
여름이 꾸벅꾸벅 졸자, 정국은 고개를 돌려 여름을 보고선 웃고싶은 걸 참았다.
아, 이제 쟤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오려고 하네. 언제부터였지.. 쟤가 그렇게 웃긴 애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갑자기 티비에서 쿵! 하고 큰 효과음이 들리자 여름이 놀래서 눈을 번쩍 뜨자 정국은 속으로 큭큭 웃어보였다.
그렇게 또 몇십분을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까.. 지루한 장면만 반복되자 여름이는 정국의 눈치를 보았다.
재밌을 것 같아서 틀었는데.. 무서운 거 잘 못보는 나도 재미없게 느껴지는데 정국씨는 어떻겠어.
겨우 이 유치한 공포영화를 다 보고나서 정국이 매일 보는 영화를 틀어놓았다.
아, 이젠 나도 이게 익숙해지려고 하나봐..
"저희 술 마실래요!? 안주는 제가 쏘죠!"
"술?"
"아, 그 날은 잊어줘요. 양주라서 그랬던 거예요."
못 믿는 눈치인 정국에 여름이는 어떻게 하면 믿어줄래요! 하며 소리쳤고, 정국은 고개를 저었다.
냉장고에서 양주를 꺼내드는 정국에 여름이 나는 양주 안 먹는다하자 정국은 사람 뻘쭘하게 말을 했다.
"넌 맥주나 먹어."
"아, 네. 근데 아까 와인에 맥주 마시고 양주 먹으면 살 수가 있어요..?"
그래? 그럼 맥주 먹으렴.. 이렇게 말해주면 안 되나? 사람 진짜 못 됐다니까.
내 말에 대답도 안 하고 아주 정말 대단해.
안주는 필요없는지 별말 없이 앉기에 여름도 뻘쭘하게 의자에 앉아보였다.
영화 소리는 항상 그렇듯 이 큰 집을 울리게 했고, 몇분동안 말 없이 술만 마시다가 여름이 정국을 보았다.
저 사람에게는 어떤 큰 상처가 있는 걸까. 다 알려면 내가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까? 그게 참 궁금했다.
정국이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지는지 고개를 돌려 여름을 보았고, 여름이는 화들짝 놀라
눈을 피하지도 못 한채 바보처럼 이상한 얘기나 꺼냈다.
"여자친구!"
"……."
"없어요?"
너무 바보같이 뜬금없는 질문이란 건 누구보다 자신이 더 알 것이다.
여름이 속으로 자신을 계속 욕했다. 왜 하필 여자친구 없냐는 말이야. 안 그래도 없어서 집에서 안 나가는데..
유명한 걸그룹이랑 원나잇이나 하는 사람한테 말이야. 당연히
"있었지."
"과거형이네요?"
"응."
"얼마나 과거형이에요?"
"…2년."
"2년? 엄청 오래 됐네요.. 연예인!?"
"……."
"맞구나하~?"
고개를 작게 젓는 정국에 여름이는 아니에요? 쳇.. 하고 살짝 웃어보였다.
뭔가 모르게 또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눈을 한 정국을 보자 따라 눈물이 날 것 같은지 여름이 애써 웃으며 입을 또 열었다.
"그 사람 많이 좋아했구나?"
"……."
"왜 헤어졌어요?"
"너는 김석진이랑 왜 헤어졌는데."
"저는 말 해줬잖아요.. 제가 바보였다니깐요."
여름이의 말에 정국이 살짝 웃어보이고선 턱을 괸채로 여름을 보았고, 여름이는 이 사람이 술을 먹고
조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단 생각을 했다.
"난 너보다 더 바보같았을 걸."
"으와.. 얼마나 바보같았어요? 저보다 바보 같은 거면 심각한 건데."
뭔가 말을 해주려는듯 뜸을 들이다 곧 어렵게 입을 여는 전정국은
"나 때문에."
꽤나
"힘들어 하기만 하다가 죽었어."
취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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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는! 정국이의 과거 얘기가 나올 예정(?)이에용오오오오오! 우와 너무 늦게 자따..
이번에도 좀 졸면서 썼더니 뭔가 뒤죽박죽....
이제 슬슬 이야기를 풀어가볼까요 우리히!
(후... 포토샵 써야했뉸데.. 컴터 바꾸면서 본체가 여행을 가서.. 부제목은 내일이나 모레수정하겠씁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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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요. 왜 또 웃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