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락-
텅빈 공간에 작은 유리조각들이 밟히는 소리마저도 크게 울려퍼졌다.
손으로 벽을 더듬어 전등 스위치를 켜봐도 예상대로 작은 빛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뒷주머니에 꽂아둔 손전등을 꺼내들었다.
조그만한 손전등의 불빛이 밝힌 건물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어디로 가야할지 광활하게 펼쳐진 눈앞의 공간에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면 조용한 곳 답게 조금의 말소리도 울려퍼져서 들려왔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면, 새어나오는 불빛사이로 중저음의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그 경찰만 안만났어도 이렇게 날짜까지 당겨서 떠날일은 없었을텐데.”
“그러게 조심하라고 했잖아. 대체 경찰서에서 가까운 그 편의점은 왜가는데?”
“등잔밑이 어둡다고 한건 형님입니다.”
“닥쳐.”
그 말소리를 지나 조금더 멀리에서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불빛으로 다가가면 작은 유리창 너머 몸이 묶인채 힘없이 늘어진 우진이 있었다.
밖에서 잠글 수 있는 문고리로 되어있는 문을 열고 우진이 있는 창고안으로 들어가면 힙겹게 고개를 들어 쳐다보는 우진이었다.
“여긴....어떻게....”
입술이 찢어져 말할때마다 아파오는 고통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겨우 눈에 힘을 주고 말해오는 우진이었다. 그 질문은 내뱉는것 또한 무리였는지 겨우 말을 끝마치고 다시 거친숨을 뱉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거, 경찰보다는 그쪽한테 더 맞는것 같아서. 주인한테 돌려주기가 참 힘드네요.”
조심스럽게 우진이 빌려주었던 칼을 내밀어 보였다. 웃을 힘도 없어보이던 사람이 자신이 했던 말투를 따라하자 힘없이 살짝 웃어보였다.
그 칼로 우진의 팔을 묶어두던 발줄을 끊어내고 우진을 부축해 일어섰다. 그리고 닫혀져 있던 문을 다시 열려고 하면, 손잡이에 손을 올리기도 전에 빠르게 문이 열렸다.
“당신, 뭐야.”
갑작스런 다니엘의 등장에 놀란 마음이 몸까지 전달되었는지 꿈에서 깨어나면서도 몸이 먼저 깜짝놀라게 반응했다.
그 움직임에 누군가 나의 어깨에 걸쳐 둔 코트가 바닥으로 스르륵 떨어졌다. 아무래도 CCTV를 돌려보다 깜빡 잠이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기나긴 수사와 떨어져가는 체력에 지친건 나뿐만이 아닌건지, 옆자리의 성우와 윤형사님도 책상에 엎드려 단잠을 청하고 있었다.
‘딩동- 11시!’
자리에 놓여져있던 반장님의 휴대폰에서 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매번 늙어보인다며 바꾸라던 알람소리가 오늘은 내 정신을 일깨웠다.
시간이 없었다. 꿈의 내용대로, 나의 예상대로 추측하자면 다니엘과 편의점에서 갑작스러운 만남으로 인해 꼬리를 밟힐까 걱정하던 조직원들은 일요일로 밀항날짜를 바꾸었고 그래서 부동산직원과 내꿈의 날짜가 달랐던거였다.
그러니 남은 시간은 한시간 남짓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내꿈을 증거로 내세울수도 없고, 그러다보니 밀항시간이 1시간 뒤라고 이야기 할수도, 수사지원을 받을 수도 없었다.
어떻게 해야할까. 답없는 고민만으로 시간을 흘려보내다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에 책상서랍에서 손전등을 챙겨들어 뒷주머니에 꽂았다. 그리고 우진의 마이를 걸치고 익숙하게 차로 향했다.
차에 시동을 걸고 경찰서 밖으로 나가면서 생각해봐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였다. 결국 황형사님께 문자를 보내고 휴대폰을 옆자리에 던지듯 놔두었다. 곧바로 답장이 오는듯 진동이 가볍게 울렸지만 답을 확인할 수 없었다.
「황형사님, 밀항시간이 앞당겨졌어요. 1시간뒤에도 제가 연락이 안된다면 밀항장소에 지원팀좀 보내주세요. 이유는 다음에 꼭 설명할게요. 부탁드려요, 제발. 」
***
옛날 수산시장 건물이 문을 닫고, 이곳이 점점 항구화 되어가면서 건물주변은 컨테이너로 가득했다.
곳곳에 복잡하게 놓인 컨테이너는 몸을 숨기기에 적당했다.
현재시각, 11시 30분. 늦지않은 시각에 도착했지만 거센 바다바람 때문인지, 으스스한 분위기 때문인지 자꾸만 몸이 움츠러 들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발소리를 죽여가며 하나의 컨테이너를 지나고, 지나면 어느새 바로앞에 그 건물이 보였다. 그리고 그 건물 입구에는 담배를 피는 한 조직원과 다니엘이 보였다.
이렇게 왔긴한데, 도저히 저들을 뚫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어떻게든 지원요청을 해야했다.
휴대폰이 어디있더라, 손을 더듬어 휴대폰을 찾기 시작하면,
♩♪♪♪-
타이밍도 최악이지, 진동으로 바꾸어두지 않은 벨소리가 홀로 청량함을 자랑하듯 울려댔다.
빠르게 휴대폰을 꺼내서 벨소리를 끄고, 전화기를 꺼버렸다. 짧게 울린 벨소리였지만 파도소리도 크게 들려오는 이곳인만큼 저들이 벨소리를 듣지않았다는 보장이 없었다.
손에 차오르는 땀을 바지에 슥슥 닦아내고 컨테이너에 등을 맞대고 모서리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내밀어 조직원과 다니엘이 있던곳을 바라보면, 조직원은 그자리에 그대로 담배를 피며 서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짧게 내쉬고 다시 몸을 컨테이너 안쪽으로 돌리면, 어느새인가 바로 뒤에 나타난 다니엘이 조용하고 빠르게 나를 컨테이너 벽으로 몰아붙였다. 그리고 날카로운 칼을 나의 목에 겨누었다.
"당신, 뭐야."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처음보는 나를 향한 다니엘의 매서운 눈빛, 말투가 낯설었다. 마치 숨쉬는법이라도 잊은듯 흔들리는 눈빛으로 다니엘을 바라봤다.
"너, 편의점에서 아는척했던 그 여자 맞지. 여기가 어디라고 여자 혼자, 아니. 어떻게 알고 왔지? 정체가 뭐야, 대체."
"니엘아..."
날카로운 칼이 나의 목을 겨누었지만 다니엘의 눈빛은 매우 흔들렸다. 하루 빨리 다시 다니엘을 만날 날을 기다리며 속에 묻어둔 말이 수없이 많은데 막상 다니엘을 만나면 그 말들은 온데간데 없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바보같이 또 눈물만 흘렀다. 그런 나의 행동에 다니엘은 한손으로 거칠게 자신의 머리를 쓸어올리더니 이내 나의 멱살을 잡고 목에 칼을 겨누었다.
"이 칼 안보여? 말을 하든, 날 때려서 도망가든. 뭐든 해보란말이야!"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임이 분명한데도 태연한 나의 행동 때문일까, 다니엘은 매우 혼란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나를 겨눈 칼은 신경쓰지 않는다는듯 다니엘의 입가에 아프게 자리잡은 상처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다니엘은 그 손길을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려 나를 거부했다.
"제발 그런 눈빛으로 보지말고 반항이라도 해. 때리고, 발버둥치라고. 그렇지 않으면... 정말 찌를거야."
바보같이 칼을 든 손은 덜덜 떨리고, 세게 멱살을 잡지도 못하는게. 제발 반항이라도 하라고, 자기를 흔들지 말라고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않는 나의 행동에 멱살을 잡은 손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고 칼은 목끝에 차갑게 다가왔다.
"뭐라도 하라고!"
점점 벽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다니엘의 행동에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눈에 한가득 고인 눈물에도 불구하고 네가 강아지 같다며 좋아하던 미소를 지어보였다.
"바보야, 내가 너랑 어떻게 싸워."
살짝 눈꼬리를 접어 웃어보이자 툭- 볼을 타고 눈물 한줄기가 더 흘러내렸다. 그런 나의 말에 다니엘은 결국 손에 든 칼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벽에 강하게 내리쳤다. 제법 큰 진동이 컨테이너 벽을 타고 느껴졌다.
쾅하는 소리도 귓가를 울렸다. 제법 손이 아플텐데도 불구하고 다니엘은 신경도 쓰지않고 자신의 두팔 사이에 나를 가두었다.
"너, 대체 뭐야. 정체가 뭔데, 자꾸 내 꿈에 나오는데."
이 상황에서도 다니엘의 말에 바보같이 웃음이 지어졌다. 기억을 잃어서도, 떨어져 있어도 내꿈을 꿔준거구나. 마음은 아직 나를 기억해준거구나.
다니엘은 그간의 일들이 혼란스러운듯 작게 욕을 읊조리며 팔을 거두고 다시 나에게서 멀어졌다.
"무슨일이야."
다니엘의 행동에 바보같이 다른 조직원을 생각하지 못했다. 다니엘도 마찬가지 였을까, 우리 두사람의 눈이 깜짝 놀라하며 소리가 난쪽으로 향했다.
"뭐야, 그 짭새네? 다니엘, 그 여자 끌고가."
***
뭐라 반항할 틈도 없이 나를 잡은 다니엘은 건물안으로 나를 끌고 들어갔다. 나의 등장에 당황스러워 하던 조직원들은 움직이지 못하게 밧줄로 단단히 나를 묶었다. 그리고 어둠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를 질질 끌듯이 데리고가 한 방안으로 던져넣었다.
쾅-
세게 문이 닫혔다. 거칠게 방안으로 던져넣은 그들이었고, 바닥에 고꾸라져있는 나였다. 뒤로 묶인 손 때문에 중심을 잡고 제대로 일어날 수가 없어 낑낑거리면 신경쓰지 못한 뒤쪽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긴, 어떻게...."
다른 상황이었지만, 익숙한 우진의 얼굴과 말이 들려왔다. 상황이 이렇게나 바뀔줄은 몰랐지만 쨋든 우진을 만났다.
우진은 첫만남 그 때 처럼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쪽이 나가고 우리 상황이 불리해지니까, 곧바로 다 뒷문으로 도망쳤어요. 그리고 다른 아지트로 끌려가서 정신을 차렸는데, 다니엘이 기억을 못하더라구요. 병신 같은 놈들이 사람을 얼마나 때렸으면...아,"
말을 하던 우진이 살짝 웃어보였고 그러자 터져버린 입술이 아픈지 금세 표정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말을 이어나갔다.
"근데 다니엘이 기억을 못하니까, 이 새끼들이 너는 원래 조직 사람이었다고 다니엘을 속이더라구요. 지들도 안거죠, 다니엘 주먹이 월등하다는걸. 그래서 중국까지도 데려갈려했는데 다행히 그건 막겠네요, 형사님 왔으니까."
"우진씨는 괜찮아요?"
"물건 빼돌리는건 성공적이었는데, 바보같이 잡혀서 이 모양 이 꼴이네요. 그래도 버티길 잘했어요, 이제 살았잖아. 근데 형사님은 왜 잡혀서 들어와요? 설마, 혼자는 아니죠?"
"........"
대답을 하지 못하는 나의 행동에 우진은 "에이, 설마." 라고 말하더니 이내 나의 표정을 확인했다.
황형사님에게 문자를 보내긴 했지만, 그런 근거도 없고 사실 파악도 안되는, 무작정 제발 믿어달라는 그런 내용에 과연 황형사님이 지원팀을 불러주실지가 의문이었다.
막막함에 고개를 숙이면, 그런 나를 보던 우진은 모든걸 내려놓듯 벽에 머리를 기대며 어이없는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런 우진의 웃음도 얼마 못가 끊겼고, 곧바로 굳게 닫힌 문이 열리고 조직원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들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우진을 데리고 가차없이 끌고 밖으로 나갔다. 물론 나 또한 그랬다. 시간은 점점 12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적응 되지 않는 어둠에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고 끌려왔지만, 지금 우진과 나는 의자에 묶여 있었고 이곳은 꽤 넓은 창고였다. 그리고 그 앞에 다니엘을 포함한 조직원들 모두가 우릴 보며 더러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운좋게 살아 나간 년이 제 발로 다시 들어오는 건 뭐람."
"그러니까 말이야."
이상하리만큼 꼭 이놈들 앞에서는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이상한 오기가 발동했고 이번에도 역시 지지않고 대답했다. 아무리 봐도 불리한 상황인데 대담한 나의 행동에 보스는 불안함을 느꼈는지 조직원들 절반에게 주위에 경찰이 없는지 둘러보고 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들은 깍듯하게 고개를 숙여 보스의 명령을 수행하러 나갔고, 그 덕에 우리 앞에는 다니엘과 보스, 다른 조직원 한사람만이 남았다.
그들이 나가고 보스의 고갯짓에 조직원은 천천히 몸을 풀며 나에게 다가왔다.
"이건, 니 년이 모든걸 망친 벌."
짝-
그는 손에 모든 힘을 실어 나의 뺨을 내리쳤다. 그 큰 덩치의 힘에 의자는 나와 함께 힘없이 옆으로 고꾸라졌다. 남자의 힘을 이렇게 제대로 맞아본 적은 처음이여서 정신이 얼얼했다.
그러나 이내 남자는 다시 나를 일으켜 세웠다. 다시 똑바르게 세워진 의자가 그들을 바라보며 앉혀졌다.
"이건 니 년 때문에 급하게 밀항을 앞당긴 벌."
짝-
다시 한번 요란한 소리와 함께 몸이 기울어 바닥으로 넘어졌다. 볼이 얼얼하다 못해 귀가 떨어져나갔는지 아닌지도 모를정도였다. 입안이 터져버린건지 입에서 비릿한 피맛이 느껴졌다.
힘없이 바닥에 누워 앞을 바라보자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다니엘이 눈에 들어왔다.
너를 혼자두고간 벌을 받는걸까, 이렇게 끝이나는걸까.
몰려오는 무서움에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것 같았지만 이 놈을 앞에서 만큼은 절대 울고싶지 않았다. 입안이 또 찢어져도 좋으니 울음이 나지 않게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런 내 모습에 조직원들은 또 한번 더러운 웃음을 보였고 다시 나를 일으켜 세웠다. 시계를 한번 확인한 보스가 이내 어둠속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더 놀아주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자, 다니엘. 네가 죽여."
다니엘에게 칼을 건네는 보스의 표정과 그를 바라보며 더러운 미소를 숨기지 못하는 그들이 역겨웠다.
죽음도 두려웠지만 나중에 다니엘이 기억을 찾게된다면, 이 악몽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도 두려웠다.
손에 칼을 든 다니엘이 한걸음, 한걸음 나에게 가까워져 왔다.
칼을 한번, 나를 한번 바라보는 다니엘의 눈이 한없이 떨려왔다.
"니엘아,"
물기젖은 나의 말에 다니엘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말을 이어가고 싶어도 차오르는 울음이 새어나갈것만 같아 입을 꾹 다물었다.
"시간없어. 빨리 처리해."
나를 쳐다보는 우진의 시선과 다니엘을 재촉하는 다른 놈들의 시선도 느껴졌다. 하지만 다니엘은 나를 바라보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눈빛이 흔들렸다. 어느새 다니엘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혀있었다.
다니엘은 흔들리는 손에 꼭 쥔 칼을 다시 한번 나를 향해 겨누었다. 날카로운 칼끝이 매섭게 반짝이며 나를 향했다.
"니엘아,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결국 마지막 말과 함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와 동시에 다니엘의 손에서 칼이 떨어졌다. 이 창고 안을 울리는 쨍그랑- 소리와 함께 다니엘은 괴로운듯 머리를 감싸쥐었다.
마치 깨질것같은 고통이라도 겪는 사람처럼 다니엘은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쥐고 신음을 내뱉었다. 걱정되는 마음에 열심히 다니엘을 불러보아도 다니엘은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모두가 당황하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다니엘은 거친 숨소리와 함께 천천히 눈을 떴다.
"니엘아, 괜찮아?"
"다니엘, 빨리 끝내."
상반된 두 말이 모두 다니엘에게 향했다. 다니엘은 바닥에 떨어진 칼을 다시 주워들었다. 칼을 다시 손에 쥐고 고개를 든 다니엘의 눈빛은 한없이 차가웠다.
"얼른 죽여."
"네."
시간이 없는듯 계속해서 시간을 확인하던 보스가 한번 더 다니엘을 재촉했다. 다니엘은 점점 나에게로 다가와서 나를 향해 칼을 들어보였다.
점점 높이 올라간 칼은 무섭게 나를 위에서 내려다보았고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칼은 빠른듯 천천히 나를 향해 내려왔다.
짧은시간, 먼저 나를 두고 떠난 부모님, 부모님을 먼저 보낸 사정을 알고도 아무렇지않아해서 놀라웠던 성우, 그 뒤로 부터 생긴 능력에서 매일 모습을 보이던 황형사님. 그리고 하나의 가족이 되어버린 강력1팀까지 모두가 주마등처럼 빠르게 눈앞을 스쳐갔다.
이제 곧 나를 향해올 아픔에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마른 침이 한번 삼켜질동안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고 의아함에 눈을 뜨면 나에게서 등을 돌린 다니엘이 보였다.
그리고 그 다니엘은 손에 들 칼을 정확히 보스를 향해 날렸다.
날카로운 칼이 보스의 허벅지에 그대로 꽂혀버렸다. 그 옆에 있던 조직원이 보스를 살피다 이내 다니엘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몇번의 움직임만에 그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숨을 한번 몰아쉰 다니엘은 곧바로 나에게 다가와 나를 묶고있던 밧줄을 빠르게 풀어냈다. 당황스러움에 다니엘을 바라보면, 나를 바라보던 다니엘의 눈에도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
"누나, 괜찮아요?"
다니엘은 나의 대답을 듣기도전에 머리를 감싸안고 자신의 품안에 나를 넣었다.
"내 진짜 머저리아니가, 우째 누나를 기억못하노."
그러니까, 지금 기억을 찾은거구나. 뭐라 설명하기 힘든 알수없는 감정이 한번에 소용돌이 치듯 휘몰아쳤다. 그런 나의 눈물을 닦아주며 다니엘은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그런 다니엘에게 해줄 수 있는건 애써 웃어보이며 괜찮다고 말할 뿐이었다. 네가 다시 돌아온거라면, 그것만으로 정말 괜찮아.
다니엘은 늘 그랫듯 눈으로 내가 다친곳이 없는지 나를 확인했다. 그러다가 방금 맞아서 빨갛게 부어오른 나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 행동이 마치 컨테이너 앞에서 내가 다니엘에게 했던 행동과도 같았다.
"큼,"
우진의 제법 큰 기침소리가 창고안을 울렸다. 그제서야 고개를 돌리 우리였고, 또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이럴 때가 아니라 빨리 도망가야했다.
다니엘 또한 같은 생각이었는지 빠르게 우진의 몸을 묶고 있던 밧줄을 풀어냈다.
하지만 그동안 대체 얼마나 맞은건지 우진은 제대로 걷질 못했다. 다니엘의 우진의 팔을 어깨에 들쳐매고 겨우 부축을 해서야 우진과 함께 건물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무사히 우진을 구하고 다니엘도 돌아왔으니, 빨리 지원요청을 해야했다. 하지만 뒷주머니, 자켓의 주머니를 다 뒤져보아도 휴대폰이 보이질 않았다.
"혹시 이거 찾는건가?"
어둠을 깨는 목소리에 나의 발걸음이 멈추고, 앞서가던 다니엘이 고개를 돌렸다.
아까 보스의 명령을 따라 밖을 확인하러 갔던 놈들이었다. 놈의 손에는 나의 휴대전화가 걸려있었고 다른 한손에는 모두가 쥐고 있는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칼이 들려있었다.
멍하게 그들을 바라보며 멈춰서 있으면 어느새 나에게 다가온 다니엘이 나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자신이 부축하고 있던 우진을 나에게 조심스럽게 넘겼다.
"누나, 도망가요."
미안한데, 두번다시는 너 두고 혼자 못가. 컨테이너 벽에 우진을 기대듯 앉혀주었다.
"누나. 먼저 도망가서,"
"절대 너 혼자 두고 안가."
또,또 혼자 두고 가라. 먼저 가서 경찰을 불러라. 매번 같은 말을 하는 다니엘의 말을 가차없이 끊어냈다. 그리고 그런 우리의 행동을 가차없이 끊어내는건 칼을 들고 달려오는 남자 3명이었다.
2명은 다니엘에게, 한명은 나에게 다가왔다.
빠른 속도로 다가온 그들은 손에 든 칼을 휙휙 휘둘렀다. 그 날카로운 칼에 그 남자와 가까워지지 못하고 칼을 피하기만 바빴다.
남자는 다시 칼을 나에게 겨누며 다가왔다. 경찰수업에서도, 경호론 수업에서도 그리고 강력반 형사님들께 수없이 배웠던 대로 남자의 팔 바깥쪽을 빠르게 잡고 돌려 손에 있던 칼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팔을 내쪽으로 당기며 반바퀴 돌아 발차기를 날리면, 남자는 제법 날렵하게 내 발차기를 피하며 나에게서 벗어났다.
조직의 중심 구성원이었던 인물인만큼 두명쯤이야 금세 해치우던 다니엘도 제법 힘들게 두명을 상대해내고 있었다.
나에게서 멀어졌던 남자는 몸을 낮게 숙이더니 빠르게 나에게 다가와 나를 넘어트렸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내가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자 기다렸다는듯 나의 위에 올라탄 남자는 한손으로 나의 팔을 잡고 한손으로 목을 졸라왔다.
또 한번 거센 고통이 몸을 휘감았다. 하지만 저번보다 더한 악력에 빠르게 목이 터질듯 아파왔고 눈앞이 새까매져 잘 보이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퍽-
꼼짝하지 못하고 고통에 발버둥치고 있으면, 퍽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가 떨어져나갔다. 아파오는 목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운듯 숨을 쉬며 기침을 내뱉으면 위태롭게 겨우겨우 서있는 우진이 보였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
저번 놈들의 아지트 안에서 나를 구해줬던 그 상황이 묘하게 닮아 있었다. 그 상황이 떠오른건지 서있기도 힘들어보이는 우진이 씨익 웃음을 건넸다.
하지만 그 미소도 잠시, 위태로운 우진의 뒤로 한남자가 다가왔고 뭐라할 틈도 없이 빠르게 우진의 목에 날카로운 칼을 겨눴다. 광기어린 표정과 함께 남자는 소리 칼로 위협하며 소리쳤다.
"멈춰!!!"
그 소리에 다른 한명을 바닥에 눕혀 때리고 있던 다니엘이 손을 멈추고 바라보았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이 새끼 죽여버릴거야."
날카로운 칼끝이 우진의 목을 점점 조여왔고, 약간의 스침에도 우진의 목에서 빨간피가 새어나왔다.
"너희가 원하는대로 도망가게 해줄게. 그러니까 그 칼 내려놔."
"내가 미쳤어? 이 칼 내려놓는 순간 내가 당할게 뻔한데. 어짜피 보스가 없어서 밀항도 못하는데, 그냥 다 죽여버릴거야."
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거칠게 움직이자 또 한번 우진의 목에서 빨간피가 흘러내렸다. 그 피를 본 남자는 더욱 실성한듯 웃음지었고 이내 칼의 방향을 다르게 바꿔서 곧바로 찌를듯한 자세를 취했다.
새하얗게 변한 머리속에 우진이 끔찍하게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장면이 떠올랐다. 정작 우진은 모든걸 체감한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 폭풍전야란 이런말인듯 잠시 조용한 정적이 우릴 휘감았다. 그리고 남자의 칼이 움직이면,
탕-
연기가 새어나오는 총을 들고 서계시는 황형사님과 그 뒤로 달려오는 형사님들의 모습이 보였다. 반대로 총을 맞은 남자는 팔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홀로 서있을 힘이 없는 우진 또한 그랬다.
이를 보고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가려던 다른 조직원은 손쉽게 다니엘에게 붙잡혔고, 다른 경찰분들이 이내 상황을 정리했다.
이제야 모든 상황이 끝났다는 생각에 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날 생각도 들지 않았다. 몇주동안 일어난 모든일이 누군가는 평생을 살아도 겪지않을 스펙타클한 일이라 모든 일이 해결된 지금 이제서야 피가 말라 훅 늙어갈것만 같았다.
이런 와중에도 시원하게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밤하늘을 수놓은 하늘이 너무 예뻐 모든걸 내려놓고 컨테이너 벽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었다.
"여주야, ......뭐야 얼굴이 왜 이래?"
백마탄 왕자님처럼 등장한 황형사님은 그런 내앞에 다가와 부드러운 미소를 짓다, 이내 빨갛게 부어오른 뺨을 보고 무섭게 표정히 굳어졌다.
하지만 그런 황형사님의 표정은 신경쓰지않고 황형사님의 듬직한 어깨와 품에 살며시 머리를 기댔다.
나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근데 황형사님이 이렇게 나 믿고 와주지 않았다면, 그 총을 쏜 사람이 황형사님이 아니었다면, 황형사님이 매번 완벽한 사격 적중률을 자랑하는 경찰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끔찍한 하루가 되었을지 상상하기도 싫어요.
그런 내 마음을 알아주시는건지 황형사님은 말없이 부드럽게 나의 어깨를 토닥였다.
한남자의 죽음 바꾸어보려고 뛰어들었던 나의 작은 날개짓이 나비효과처럼 커지고 커져서, 나의 소중한 사람을 다치게했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소중한 인연을 얻었다.
매번, 무섭다는 핑계로 혼자서는 무리라는 핑계로 그렇게 보고서도, 그냥 저냥 넘겨왔던 꿈들이었지만 드디어 미래가 바뀌었다.
혼자서라면 해낼 수 있는 일들이 결코 아니었기에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었다. 밤하늘에 빛나는 저 별처럼 눈가에 살짝 걸쳐진 눈물이 반짝였다.
"황형사님, 고마워요."
+같은편에서 같은 짤을 사용하는 부분은 꿈과 조금은 다르지만 같은 상황임을 알려드리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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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독쨔님들, 나날이 추리가 늘어가십니다. 녜리가 맞아서 기억을 잃은거, 밀항날짜를 바꾼이유도 예상하셔서 너무 소름이었어요ㅎㅎ
이렇게 드디어, 이번 사건이 무사히 끝이 났습니다. 녜리랑 우진이 무사히 돌려달라고 저에게 귀여운 협박을 하시는분도, 기도를 하시는분들도 계셨는데 이번엔 독쨔님들 말 잘들었어요><
그나저나, 이번 설에 구독료가 무료라서 그런지 첫화부터 정주행 해주신분들, 암호닉 신청이 정말 많았어요! 이번편에만 61분이 암호닉 신청을 해주신거있죠!
지금까지 신알신이 760을 돌파하고, 암호닉으로 222분이 함께 해주시고, 조회수로는 매 편마다 5천 조금 안되는데, 이런 독쨔님들의 사랑에 진짜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하네요 ㅠㅠ
이런 제글을 읽어주신다는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일이라 앞으로도 정주행을 통해서 같이 저와 쭉 함께 걸어가주실 독쨔분들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예전 편들은 구독료를 없애도록 할게요!
그리고 조금이나마 많은 분들이 댓글로 소통해주시는게 제가 글을 쓰는 낙인지라..이번화는 무료로 해보고 다음화 구독료를 결정하겠습니다❤️
그러니, 구독료가 없더라도 많은 댓글 부탁드릴게요..헤헷(질척)
정말 꿈만황을 사랑해주시는 많은 독쨔님들 너무 사랑합니다 ㅠㅠ
다들 월요일도 화이팅이에요❤️
(그동안 분량없던 미녀니를 위한..)
*암호닉 신청은 언제든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소중한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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