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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햄찌야순영해 


 


 


 


 


 


 


 


 


 (sg워너비-겨울나무) 

 

--브금 꼭 들어주세요.-
 

 


 


 


 

도착했다. 또 도착했다. 매년 한 번씩 널 만나러 가는 날은 평소보다 더 예쁘게 차려입고 로션만 바르던 피부엔 쿠션도 조금 바르고 생기 없던 입술엔 꽃향기가 나는 립스틱도 발랐다. 안 신던 구두도 신고 꽃 한 송이를 사들고.


" 후.. "


들어가 오른쪽으로 꺾기만 하면 네가 있을 거다. 벌써부터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주책맞게.., 아직도 이래. 한 발짝 한 발짝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것만 같았다. 여전히 아프네 너는..


" 정한아. 나 왔어, 잘 지냈어? "

" ... "

" 안녕.. "

" ... "

" 보고 싶다.. 네 목소리도 듣고 싶고. "


툭-, 투둑- . 결국은 고였던 눈물이 흘러 발끝에 닿았다. 내가 울 때면 손을 꼬옥 잡아 따뜻한 온기를 나눠주던 네가 떠올랐다. 나는 아직도 뭐만 하면 네 생각부터 나는데, 아직도 온기가 생생한데.. 어딜 가도 만날 수 없는 넌 내게 참 잔인한 존재다. 하루는 네가 너무도 그리워서 너와 닮은 무언가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햇살이라도 좋으니 너와 닮은 온기를 느끼고 싶다고.. 그렇게 두 손을 모아 기도했었다. 다 부질없는 짓이었지만 그때만큼은 누구보다도 간절한 마음으로 빌었었다. 그거라도 안 하면 정말 죽을 것만 같아서.. 네가 그리워 미쳐버릴 것만 같아서.


" 오늘은 한 송이만 가져왔어. "

" 꽃다발을 가져오면.., 그 많은 꽃들이 시들어 죽어있는 모습을 봐야 하잖아.. "

" 너한텐 예쁜 것만 보여주고 싶어. "

" 잘.. 지내고 있어? "

" 난 정말 잘 지내. 앞으로 더 잘 지낼 거구.. "


흐르다 못해 넘치는 눈물을 손등으로 벅벅 문질러 닦았다.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냐 눈물이. 잘 지낸다고 말하면서 울면 정한이가 어떻게 생각하겠어.


" 오늘은 이만 가봐야겠다. 정한아.. "

" 내년에 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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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납골당을 벗어나는 여주의 뒤에, 희미하지만 선명하게 빛이 나는 눈물방울들이 보였다.


" 바보.. "


희미한 형체는 고개를 숙여 자꾸만 쉼 없이 흐르는 눈물방울들을 벅벅 문질러 닦았다. 그럼에도 계속 흐르는 눈물에 곧 포기하곤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바로 앞에 보이는 자신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결심한 듯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정들었던 집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했다. 각박한 도심 속에서 정한도 없이 홀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도 짓궂게 나를 괴롭혀서, 결국 자연과 가까운 곳에 집을 지었다.

비록 나 혼자 사는 집이지만 마치 누군가와 함께 사는 듯이 꾸며놓은 집 안을 바라보고 있으니 꼭 그 옛날,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서로 손을 꼭 잡고 나중엔 경치가 예쁜 곳에 집을 짓고 함께 살자고 약속하던 때가 떠올랐다. 시간 참 빠르다.



박스들을 옮기고 짐 정리를 하다 보니 벌써 해가 서서히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남은 짐들은 구석에 모아두고 가디건을 걸친 후 집 앞 벤치에 앉아 노을 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눈을 감고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다. 산들거리며 내게 불어오는 바람에게선 꽃향기가 맴돌았다. 이 꽃 냄새는...,


" 정한이..? "


저절로 정한을 떠올리게 하는 그 꽃향기였다. 평소 정한이 좋아하던 그 꽃, 최근까지만 해도 납골당에 가져갔던 그 한 송이의 꽃.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 꽃이 자리 잡을만한 곳은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이 꽃향기가..


그 순간 다시 한번 내게 훅 끼쳐오는 꽃향기와 포근히 나를 감싼 온도가 느껴졌다. 누군가가 날 안아주는 듯한 이 느낌.. 바람에 의해 절로 감겼던 두 눈을 뜨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칠봉아. "

" 어.. "


말도 안 돼. 정말 말도 안 돼. 내가 꿈을 꾸고 있나 보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어떻게.. 어떻게 정한이 네가..


" 칠봉.. 칠봉아.. 김칠봉.. "

" 정..한.. "

" 나야.. 나 맞아 윤정한. "

" 거짓말.. 말도 안 돼.. 흐으.. 말도 안 돼.. "


그새 눈물이 비집고 올라왔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얼굴이 내 앞에 있는데도 나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 칠봉아 정말.. 정말 보고 싶었어.. 정말.. "


나를 빈틈없이 꽉 안아주었다. 그럴수록 내 눈물은 마를 새 없이 흘렀다. 정한이 냄새.. 정한이 온기.. 모든 게 다 그대로여서, 행복했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이 순간에서 멈췄으면.. 영원히 이 순간에서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가지 마.. 가지 마 정한아. "

" 안 갈게. 아무 데도 안 갈게. "

" 흑.. 흡, 나 혼자 두고 가지 마.. "

" 미안해.. 미안해 칠봉아. 널 혼자 둬서.. 혼자 남겨둬서.. "


정한의 목을 꼭 감싸 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가지 말라는 말만 반복했다. 꼭 금방이라도 날 두고 떠나버릴 것 같았다. 바람처럼 스쳐 지나갈 것 같았고 물처럼 잡으려 해도 자꾸만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
 





실감이 나질 않아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널 계속 쳐다보고 또 쳐다봤다. 정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는지.. 따뜻한 차를 내어 오며 정한의 옆에 앉았다.


" .. 이제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야? "

" 응. 칠봉아, 나 이제 계속 네 옆에 있을 거야. "

" 정말로.. 정말이지? 거짓말이면 진짜 혼나. "

" 왜 또 울어.. 울지 마. 내가 옆에 있잖아. 이리 와. "


정한이 다시 한번 내 작은 몸을 끌어안아주었다. 토닥이는 손길이 익숙해서 또 울컥했지만 슬픔은 꾹꾹 눌러 담고 웃으려 애썼다. 난 괜찮아, 이제 네가 옆에 있잖아.

-

정한이 내 앞에 나타난 후에도 내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내 눈앞에서 사라질 것만 같아서 한시라도 정한이 보이질 않으면 미친 듯이 심장이 빨리 뛰었고 식은땀이 났다.




" 정한아.. 정한아 어딨어.. 정한아.. 아흑... "


분명 방금 전에 잠깐 요 앞 슈퍼에 갔다 온다는 정한이의 말을 들었지만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돌아오질 않아 또다시 불안함에 숨이 가빠졌다. 아니야.. 아니야 정한이 곧 올 거야. 침착하자, 침착하자. 아무리 나 자신을 달래고 달래 보아도 무슨 병에 걸린 사람처럼 앓아눕기만 했다.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아 가빠 오는 숨을 힘겹게 들이마시고 뱉으며 정한이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 .. 나 왔어 칠봉ㅇ.., 칠봉아! "


그때 정한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급히 내게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렸지만 꽉 감은 두 눈은 뜰 수 없었다. 몸에 힘이 안 빠져..., 떨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만 같아.


" 칠봉아, 칠봉아... 나 여기 있어. 눈 떠서 나 봐. "

" 정..한아.. "


날 무릎에 앉힌 후 어깨에 머리를 기대게 한 정한이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정한이의 온기다. 따뜻해..

점점 힘이 풀리고 꼭 감았던 눈을 떴다. 그제서야 보이는 정한이의 촉촉한 두 눈.


" .. 미안, 미안 정한아.. "

" 뭐가 미안해.., 내가 더 미안해.. 혼자 두고 나가서 미안해. "

" 울지 마.. "


손을 들어 정한이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런 나 때문에 힘들어서 우는구나, 너무 미안해서.. 어떡하지.


" 내가.. 내가 고쳐볼게. 더 이상 이런 일 없도록.. "

" 김칠봉. 내 눈 봐. "

" .. "

" 네 잘못 아니야, 이제 한시라도 혼자 두지 않을게. 항상 네 옆에 있을게. 너무 걱정 마. 푹 쉬고 일어나면.. 없던 일처럼 괜찮아질 거야 나만 믿어. "


정한이는 마지막까지 햇살처럼 따스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날 다독여주었다. 그런 네가 너무 좋아서, 나는 투정을 부리듯 네 어깨에 얼굴을 묻곤 볼을 비볐다.

 


-----------------------------
 




" 이제 시간이 별로 없군요. "

" .. 예. "

" 제 호의는 여기까지입니다. 가는 길 배웅도 마다하셨으니 더 이상 할 말 없으신 거 아시지요? "

" 예. 하지만.., 약속 꼭 지켜주세요. 부탁드립니다. "

" .. 그건 걱정 마세요. "


정한이 길모퉁이에서 온통 검은색인 그림자처럼 비치는 한 사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때 공놀이를 하던 어린아이가 고개를 갸우뚱- 하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 아저찌다 아저찌. 거믕색 아저찌. 맨날 여기서 쩌어쪽 보고 있는 아저찌! "

" .. 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

" 예. 들어가세요. "

" ..어어.., 사라졌네에.. "


정한은 그런 아이가 귀엽다는 듯이 머리를 한번 쓸어준 후 해사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 꼬맹아, 저 아저씨는 무서운 사람이니까 다음부턴 절대 아는 척 해선 안돼. "

" 에엥.. 왜 그래야 하는데여? 저 아저찌는 보기만 하구 아무 짓도 안하능데.. "

" 나를 보는 거야, 확 잡아가려구. 너도 잡히지 않게 다음부터는 모르는 척- 하고 지나가야 돼, 알았지? "

" 힉, 네! "

곧 또다시 공을 튕기며 다다다 뛰어가는 아이를 바라보는 정한의 표정이 곧 어두워져만 갔고, 햇살같던 웃음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 정한아! "

" 어- 칠봉아. "

" 이거, 이 캔이 안 열려.. "

" 응, 알았어 갈게. "


하지만 칠봉이의 목소리에 다시 해사한 웃음을 짓는 정한이다.

 



-----------------------------



어.., 정한이다. 정한아- !

정한의 뒷모습이 보이자 나는 부리나케 정한에게로 달려갔다. 곧바로 뒤에서 정한의 허리를 꼭 껴안으니 그런 내 손을 앞에서 꼬옥 잡아주는 정한이다.

" 여기서 뭐 해? "

그러고 보니, 이곳은 정한이가 좋아하는 유채꽃으로 둘러싸인 꽃밭이었다. 그제서야 눈에 들어온 살랑거리는 꽃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예뻤다. 어느새 정한을 안고 있던 손을 풀곤 시야를 넓혀 온통 노란 꽃들을 눈에 담았다. 와아- 너무 예뻐.. 꽃들의 살랑거리는 움직임에 홀려 멍하니 그것들을 바라보기도 잠시 뒤에서 내 허리를 감싸오는 손길에 정신이 들었다.

" 너무 예뻐.. "

정한의 손을 꼬옥 잡곤 가장 행복하게 웃어 보였다. 그거 기억나? 우리 나중에 네가 좋아하는 유채꽃밭에 꼭 같이 가자고 약속했었잖아. 그땐 꽃밭이 이렇게나 예쁠 줄 상상도 못했었는데.., 정말 너무 예쁘다.

감탄하기도 잠시 아무 말없이 묵묵히 날 안고 있는 정한이에 이상함을 느끼곤 뒤를 돌아보았다.

" 정한아.. 너.., 울어..? "

" 흐윽.., 흑.. 칠봉아.. 하윽.. "

" .. 왜, 왜 그래 정한아. 응? 고개 좀 들어봐. "

서럽게 눈물을 쏟으며 고개를 푹 숙이는 정한의 얼굴을 들어 올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었다.

" 계속.. 옆에 있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 "

" 어..? 그게 무슨 말이야. "

" 영원히.. 네가 아플 때마다 안아주겠다고.. 그렇게, 약속했는데.. 미안해 미안해 칠봉아. 난 항상 널 혼자 두고 떠나기만 해서.. 정말.., 정말 미안해.. "

" .. 네가 왜 떠나. 정한아 네가 왜 떠나... 우리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다며. 떠나지 않겠다며! "

" 널 계속 아파하게 놔둘 순 없었어. 그럼 내가 자꾸만 네 주변을 서성이며 결국엔 내가 널 벼랑 끝까지 몰아넣을까 봐.. 그럴 순 없어서 그랬어. "

" .. 정한아. "

" 그래서 사자와 거래를 했어. 내 영혼을 사자에게 팔면, 영혼을 가진 사자는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더라. 그 대가로 네 곁에 조금 머물다 시간이 되면.. 나에 대한 너의 기억을 지워주기로. "

" 뭐..? 안돼.. 아니야.. 아니야! "

" 칠봉아. 시간이 별로 없어. 내 말 잘 들어. "

" 아니야.. 아니야. 가지 마 정한아.. 제발 가지 마.. 윽.. "

" 널 만난 건 내 인생에서 최고의 행운이었어.. 네가 없었다면 내 인생엔 암흑만 가득했을 거야. 혼자였던 날 옆에서 위로해주고 감싸준 건 너였어 여주야, 너뿐이었어.. 그래서 더더욱 네가 아파하는 건 바라지 않아. 너를.. 너를 정말 사랑해. 널 위해 죽을 수 있을 만큼 사랑해. 그러니까.., 이제 다 잊고 새로 시작해. 나를 기억하며 아파하지 말고, 더 좋은 사람 만나서 꼭 행복해져야 해. "

" 흑.. 으흑..., 정한아.. 사랑해.... 사랑해.. "

" 응, 나도.. 나도 사랑해. "

" 고마워... 미안해... 사랑.. 흐으.... 해.. "

날 으스러질 듯 세게 안은 정한의 몸이 바람에 흩날렸다. 그리고 너를 다시 만났을 때 풍기던 향기가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

" 헉. "

이건.. 눈물..?

대낮부터 일어나자마자 볼을 타고 흐른 눈물 자국들이라니.. 황당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엄청나게 슬픈 꿈이라도 꾼 건가.. 무언갈 생각하려 하면 할수록 지끈거리는 머리 때문에 생각하는 걸 멈추기로 하고 찬물로 세수를 했다.

" 푸-, 하.. 이제 좀 살겠다. 얼마나 운 거야.., 아직도 얼굴이 뜨겁네. "



***



" 어-! 누나아! "

" 안녕~ 찬아! 오늘은 공놀이 안 해? "

" 웅! 공에 바람이 다 빠져버려서어- 엄마가 새걸루 바꿔준대! "

" 그렇구나! 우리 찬이 잘 됐네~ 근데 공놀이도 안 하면서 왜 밖에 나와있어? "

" 아아.. 그 형아한테 이제 거믕아저찌 안 온다구 말해주고 싶어서 나왔는데에.. 예-전부터 안 보여.. "

" 응? 어떤 형아? 여기에 찬이 또래 형아가 있던가? "

" 아니 아니! 형아는 키도 이따만큼 크구 어엄청 하얗구 어엄청 잘생겼어! 웃는 것도 예뻐! "

" 으음.. 찬이.. 꿈꾼 거 아니야?! 여기에 그런 형아가 어딨어! 쩌어기에 사는 민규형아는 까무잡잡한데? "

" 아아니!! 밍구 형아 말구! "

- 찬아-! 밥 먹자!

" 어, 엄마가 부른다! 누나 안녕! 나중에 바! 나중에 내가 더 자세하게 설명해줄게!! "

" 어.., 어 그래 잘 가 찬아~ 밥 맛있게 먹구. "



키가 이따만큼 크고.. 어엄청 하얗구.. 어엄청 잘생긴 형아..? 웃는 것도 예쁜..? 그런 사람이 여기에 있던가. 가던 길을 마저 가며  찬이가 말하는 형아가 누군지 떠올려보려고 해도 또다시 지끈거리는 머리에 고개를 젓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요즘 머리가 자주 아프네, 병원이라도 가봐야 하나.




***





또다. 또 눈물 범벅이 된 채 잠에서 깼다. 요즘 정말 왜 이러지.., 그렇다고 무슨 꿈을 꿨는지 기억해보려고 해도 머리만 아파지고 전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 정말 머리에 이상 있는 거 아니야..? 내일은 정말로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



" 음.. 상태는 아무 이상이 없으신데.. 일단 그 후로 잠을 잘 못 주무신다고 하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드셔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어요. 수면제 처방해드릴 테니까 하루에 한 알씩 복용해보시고 푹 주무세요. "

하.. 머리 아파서 간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아오는 건 난생처음이네.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원래 집 밖을 나선 이유인 꽃가게에 들렸다.

" 유채꽃 주세요. "

" 몇 송이로 드릴까요? "

" 아, 한 송이요. "

" 여기 있습니다, 손님. "

" 감사합니다. "


꽃향기를 맡으며 가게를 빠져나와 또다시 걸었다. 이상하게 급해지는 발걸음에 나도 몰래 이끌려 걷다가 문득,


" .. 내가 이 꽃을 왜 샀지 ..? "


손에 들려있는 노란 유채꽃 한 송이가 참 낯설게 느껴졌다. 요즘 정말.. 왜 이러는 거야 나. 정신도 못 차리고..




***





그 후로 난 수면제를 복용하며 잠에 들기 시작했고, 이제는 수면제 없이도 금방 잠에 들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들었던 두통도 사라져갔고, 더 이상 정신없이 걷다 꽃가게를 들리는 일도, 나도 모르게 식탁에 놓인 유채꽃 한 송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그때 정신없이 샀던 유채꽃 한 송이는 왜인지 모르게 버릴 수 없었다. 네이버에 ' 꽃 시들지 않게 보관하는 법.'을 검색해 그대로 보관 중이다. 물도 꼬박꼬박 주며 항상 언제나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었다. 이젠 누군가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나는 망설임 없이 '유채꽃이요.' 하고 대답할 것이다.


왜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저.. 바람에 살랑이는 노란 꽃잎에게서 눈을 뗄 수 없을 뿐이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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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심장이 엄청 아리는 내용이에요ㅠㅠㅠ
6년 전
독자3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눈물 뚝뚝흘리면서 봤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당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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