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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XM/임영민 1%의 사랑법 B]
B
부산에 온 이후로 많은 밤잠을 설쳤다. 나만 그런걸까, 새로운것들을 만나면 설렘보다는 걱정이 더 크다. 학교부터 인간관계와 성적까지, 신경 쓰이지 않은 것이 없었다. 오늘 밤 날 가장 슬프게 했던 건 성적도,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 새로운 것도 아닌 예전의 것들이 자꾸만 나를 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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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자꾸 성적을 체크하고 체크해주니, 정말 이제 고3이라는 게 느껴진다. 담임이 들어와서 이번엔 또 고1 때부터 본 모의고사 시험 점수부터 중간고사, 기말고사 성적까지 모두 친절하게 합산해주신다고 한다.
너무나도 쓸데없이 친절하게 내 전학교 성적까지 불러오셨다, 선생님께서 이름을 불러 친구들에게 성적표를 나눠주셨고,
선생님은 말없이 무사하게 다들 잘 지나가길래 그저 그럴 줄 알았다.
" 전학생이 우리 반 일등이네 "
" 오- "
안도감과 긴장감이 동시에 풀리며 아- 걱정하나는 줄었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오글거리는 이 분위기 빼고 조금은 이 학교에 적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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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을 잡았다, 잡고 있었다. 차가웠던 내 손 때문이었는지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임영민의 손을, 그렇게 잡고 있었다.
" 아- "
그 남자가 나가자 나는 꽉 붙잡고 있던 임영민의 손을 빠르게 놓았고, 손을 놓자 붙어있던 팔짱도 자연스레 떨어졌다.
그냥 이상한 남자에게 번호를 따일려다 그것을 피하려고 몇일 전 처음 본 임영민을 남자친구라고 말한 이 상황 자체가 너무 부끄럽고 민폐 덩어리로 느껴지는 지금, 그냥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냥 고맙다는 말만 한 후 버스에 임영민을 두고 내렸어야 했다.
지나가던 택시를 잡고 학교로 갔다. 택시를 타며 생각했는데 진짜 괜히 버스에서 내린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 .....나 왜 도망쳤어..? "
" 어? 학생 뭐라고 했어 "
괜히 택시 안에서 하소연해봤자 소용은 없었다. " 아니에요- 혼잣말이요,, 혼잣말,,, "
요즘 따라 생각이 짧은 짓을 왜 이렇게 많이 하게 되는 걸까. 이유를 모르겠다.
임영민이 내 옆자리인 걸 잊고 있었다. 이렇게 생각나는 걸 보면 잊은 건 아닌거 같고, 복도에서 마주칠, 교실에서 마주칠, 우리, 아니 너를 생각하니 내린 버스를 다시 잡고 싶었다.
이렇게 생각 없는 짓을 한번 더 하게 되고, 얼마나 더 할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학교에 도착했고, 학교 가는 육교에서 다행히도 너가 아닌 친구를 만났다. 사람은 원래 멀게만 느껴지는 일에는 잠깐 잊게 되는지 다시 만날 생각은 차마 머리속 한구석에 넣어 놓은 채 친구와 그렇게 걸었다.
그런데 저 멀리서 보이는 오늘도 단정한 교복을 입고 책가방을 맨, 돌도 없고 모래도 없는 그저 차갑기만한 아스팔트바닥을 차고 있는 임영민을 어떡하면 좋을까.
고개를 들어올린 네가 눈이 마주쳤을 떄, 살짝 웃는 널 보고 느꼈다. 나와 달리 덤덤해보였던 그였다.
" 어- 임영민! "
" 누가 보면 오늘 처음 본 사람인 줄 알겠다- "
"...."
" 아까는 내가 진짜 미안,, 그리고 고맙,,다..? "
추운날씨도 아닌데 굳어버린 안면근육이 말까지 꼬이게 만들었다. 말까지 잘 안나오니까 더 괜히 부끄럽다, 아 진심으로 자퇴하고 싶다. 임영민이 내 말이 끝나자마자 뭐가 웃기다는 건지 살짝 웃는다.
그냥 막 웃어줬으면 모르겠는데,참 예쁘게도,웃었다. 그러더니 잠깐 머뭇거린듯한 네가 나에게 말을 꺼낸다.
" ,,,, 괜찮아 친구사이에 뭐 그 정도야 "
그 말 이후에, 나는 오늘 처음으로 순간의 감정을 친구라는 말 뒤에 살짝 숨겨도 봤다, 나쁘지 않다.
*
딱히 피하려고 피한 건 아니었고, 그를 피했다. 보다시피 전학 온 지 얼마 안 된 고3이라 처리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담임선생님과의 진로상담부터, 대학 면접을 위한 동아리까지 정하고, 꽤나 복잡했다.
" s대 신문방송학과? "
" 네.. "
" 방송부 들어가고 싶다고? 3학년씩이나 돼서? "
" 네..전학교에서도- "
" 음 "
선생님은 오직 대답이 필요하셨다. 3마디 이상은 안들어주시나- 100문 100답인가 싶었다. 아니 방송할애가 방송부에 안들어가면 어찌될까요,,? 선생님, 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저 마음의 소리였다.
" 내가 친절하게도 안될 걸 알았지만 그래도, 방송 부장한테 물어봤는데, "
" 안 된대요..? "
" 학교 끝나고 면접 보러 오래 "
" 진짜요-? 저 그럼 이제 가봐도 돼요? "
쌤 완전 최고에요-라고 생각만하고 안말했는데, 5초 뒤에 잘했다고 생각했다,
" 아니, 여주야,, 또 뭐가 있냐면.. "
왜냐하면 끝이 있기는 한건가요-라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에,
절대 끝나지만 않을 것 같던 면담이, 물어보고 답하는 그런 고리타분한 면담시간이 끝났다.
생각해보니 쉬는 시간이 없었다. 수업 끝나고 교무실, 체육 끝나고 교무실, 쉴 틈을 주지를 않았다. 뭐가 그렇게도 상담할게 많은지,
또 이렇게 하루는 끝났고 종례시간이 되어서야 난 자리에 앉아 그제서야, 너를 봤다.
" 쉬는 시간에 계속 없던데, 어디 갔었어 "
항상 살짝 미소 짓는듯한 너의 입꼬리가 한없이 축 처져 보였다. 쌍꺼풀이 없는 줄만 알았던 너의 눈이 내 책상을 향하자 진한 속쌍꺼풀이 보였다.
일부러 교무실에서 오는 길 복도를 천천히 걸었고, 남는 시간엔 친구와 매점도 다녀왔다. 나름 티가 안 났다고 생각했는데, 너의 표정을 보니 티가 났구나, 싶었다.
" 아니 상담을 하는데 너무 길었고, 담임이 자꾸 불러서, 음- 그랬어 "
얼떨결에 핑계를 하는 꼴이 되었지만, 그래도 살며시 올라가는 너의 입꼬리를 보고 안도했다. 임영민은 모를거야. 참 솔직한 입꼬리를,
" 나는 또 아까 일때문에, 나 피하는 줄 알았어 괜히 그런 생각했네, "
" 에이 내가 너를 왜 피해,,, "
확신에 찬 너에게 피했다고 말하는건, 나뿐만아니라 누구나 못했을거다.
" 성이름 "
" ,,어? "
" 피하는거 아니였으니까- 학교 끝나고 "
" .... "
" ,,, 같이갈까 "
" ,,어? "
긍정의 의미도, 부정의 의미도 아니였던 단어를 말하니, 임영민은 내 뒤에 있던 창문과 나를 번갈아 보며 " 어- 우리가 방향이 똑같기도 하고, 아니 우리반에서 우리말고 여기학교온애 없을 걸,,? 아닌가- " 그의 습관인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말하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 가야할 이유가 그렇게 많다면- 가야지, "
임영민은 내가 왜 웃는지 모르는 가보다,
내가 너의 질문에 당황했던건, 내가 당황해서가 아니였다. 뭔짓을해도 덤덤할 것 같았던 임영민이 당황하는 모습을 처음봐서- 그의 질문에 부정을 내놓기는 좀, 힘들었다.
긍정의 답을 내 놓고는, 그제서야 방송부면접이 떠올랐다.
" 괜찮아, 나도 늦게 끝날 것 같은데- 일이 생겨서 "
" 뭐야- 늦게 끝나서 나랑 같이 가자고 했던거야? "
괜히 시무룩해진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임영민이 말을 건넸다.
" 성이름 똑똑한줄만 알았더니 완전 바보네 "
" ,,,싸울래?"
" 너가 나 못가게 만들었잖아 -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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