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5일, 밤하늘에 보름달이 밝게 떠 있어. 편한 복장으로 학연의 집에 향한 택운을 맞이하는 학연의 얼굴이 밝아.
아마 끔찍한 악몽에서 벗어난다는 희망 때문이겠지. 학연의 침실로 안내받은 택운은 시간을 살펴. 10시, 2시간 남았어.
뱀파이어에겐 수면은 무의미 해서 거의 자지 않아. 그래서 가끔 이렇게 잠들 땐 금방 잠들어.
자켓을 벗고 침대에 누워. 학연은 문틈 사이로 택운을 지켜보다가 문을 닫고 나가. 몽마가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창문을 활짝 열었어.
그런지 들어오는 찬바람에 택운이 몸을 웅크려. 쉽게 잠들지 않아. 하. 한숨을 내쉬곤 혹시 몰라 챙겨온 수면제를 들어.
이런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만 흔하지 않아서 챙기고 다니는 약이야. 쓴맛이 입안으로 퍼져. 눈을 감고 다시 잠에 들으려 누워.
'도망가!'
택운이 악몽을 꾸기 시작했어. 보통은 공포영화에 나오는 장면이 나오곤 하는데 오늘은 달랐어. 옛 건물이 보였고.
그 가운데엔 불길에 휩싸여 소리치는 남자가 보였어. 택운은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휏불을 들고 달려오는 무리에 놀라 도망쳐.
평소답지 않게 뜀박질도 느려. 힘도 많이 달리고. 큰 나무 위로 올라가 몸을 숨긴 택운이 숨을 골라.
'젠장, 마귀가 도망쳤다! 숲을 샅샅이 뒤져!'
택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어. 얼른 이 악몽에서 깨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 설마 꿈이 아니라 현실인가. 혼란이 오기 시작해.
쫓아오던 사람들이 사라지자 저 멀리서 아까 그 남자의 비명이 들려. 살이 타들어 가는 고통이 택운에게 전해졌어. 왜 깨질 못하는 거야.
택운이 올라타 있던 나뭇가지가 휘청거려. 택운이 그것을 눈치채고 무엇을 붙잡기도 전에 땅으로 떨어져. 큰 소리가 울리자 흩어졌던 사람들이 사방에서 모여들어
'마귀다! 마귀를 죽이자!'
소리를 크게 지르던 사람이 기다란 검으로 택운의 배를 찔러.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고통이 택운을 덮쳐 도대체 뭐지, 왜 악몽에서 깨질 않는 거야!
곧이어 뒤따라 오던 사람들도 하나둘 검을 택운의 몸에 찔러. 온몸에 피가 흐르고 튀었어. 점점 눈이 감기고 뜨거운 불길이 택운을 휘감아.
이대로 죽는 건가. 고통에 남자와 같은 비명을 지르자. 눈이 떠지고 낯선 천장이 눈에 들어와.
"하아…."
새소리와 환한 빛이 창문으로 들어와. 처음으로 택운이 깨질 못했어. 물론 몽마를 잡지도 못했고. 땀이 흐르는 얼굴을 쓸어내려. 젠장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