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베이커리 EXO입니다
"…정수정 왜 안 오는거야 또…."
오늘은 사정이 있어서 내가 나중에 집에 들어왔는데,
원래라면 한참 전에 집으로 와 있어야 할 정수정이 들어오질 않고 있다.
계속 전화도 해 보고 문자도 보내고 카톡도 날려보지만, 저번처럼 역시나 묵묵부답이다.
저번에 그런 일을 당하고 나서 늦으면 미리 전화하겠다고 나한테 꼭꼭 다짐을 받아놨기에 그녀가 안 오는 게 너무나 걱정이 되었다.
…이랬는데 얘 또 자기 친구랑 놀러 간 건 아니겠지.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정수정이랑 내가 친해지게 된 계기는 역시 같은 반이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그녀가 첫 날, 그것도 완전 처음 보는 사이였던 내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당황한 것도 잠시, 수업 첫 날부터 우리는 바로 친해질 수 있었다.
정수정의 그 특유의 친화력 때문이라고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우리가 은근히 맞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에 금방 친해지게 되지 않았을까.
아무튼, 그렇게 친해지고 나서 2학년 때는 반이 갈렸음에도 불구하고 맨날 정수정이 우리 반으로 놀러와서 누가 보면 같은 반인줄 착각할 정도였고, 심지어는 우리 담임 선생님도 정수정이랑 친해졌다.
3학년 때는 마침 또 같은 반이 되어서, 그 후로는 말할 것도 없이 단짝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어쩌다 같은 대학에 붙어버려서, 이왕에 이렇게 된 거 같이 지내자하고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다시 생각하니 신기하면서도 웃긴 인연이다. 헐헐.
그렇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즈음, 들고 있던 내 휴대폰에 가벼운 진동이 느껴져 커버를 여니 '정수정' 으로 전화가 오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받고 욕을 한 바가지 부어주고 싶었지만, 겨우 억누르고 조심스레 통화 바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정수정?"
'…어, 저기, 징어야?'
정수정? 하고 전화를 받으니,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왠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것도 징어야? 라는 반말…. 어라?
'징어 핸드폰 맞지?'
"어, 네. 그런데요?"
'나 백현인데.'
"…ㄴ, 네?!"
흘러나오고 있는 목소리는 다름 아닌 백현이었다.
당황한 나는 네?! 하고 크게 외치고 말았다.
"어, 저기, 이거 수정이 휴대폰이잖아. 근데 왜 너가…."
'어…. 그게…. 그러니까…. 너 친구분, 지금 베이커리 엑소에 있는데.'
"뭐? 왜?"
왜 백현이가 나에게, 그것도 정수정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는지 의아해져서 백현이에게 물으니,
지금 정수정이 베이커리 엑소에 와 있단다.
예? 이게 무슨 소리요, 의사 양반?
'그게…. 술을 너무 많이 드셔서.'
"…엥? 술?"
'응. 그래서 카페 쪽에 계시는데, 못 움직이고 계셔서 너한테 전화했어.'
…대낮에 왠 술을 마시고 베이커리 엑소에, 그것도 술이 취한채로 있다는 정수정.
…하아.
"어…. 미안. 내가 금방 갈게!!"
'응, 알았어.'
일단은 금방 간다고 백현이한테 이야기하고선 재빠르게 겉옷을 챙겨입고 대문을 나섰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정수정!!!
-
딸랑, 하고 울리는 문에 붙어있는 종에 소리가 나든 말든, 문을 벌컥 열고서는 카페로 달리다시피 걸어갔다.
평소라면 저 소리에도 민감해서 아주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올텐데,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타이밍이 아니었다.
카페로 들어서자마자 백현이와 종대, 세훈이가 빙 둘러싼 테이블이 보였다.
…정수정. 아오.
"잠깐만요."
"…ㅇ, 어? 징어 왔어?"
창피함을 무릅쓰고 그들에게로 다가가 잠깐만요, 라고 겨우 내뱉으니 그 말을 들은 백현이가 비켜주었다.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았는데 온 몸에서 나는 정수정의 술 냄새.
…이 기집애가 대낮에 술 마셨으면 조용히 곱게 들어와서 잠이나 자지 왜 여기 와서 온갖 창피를 다 당하냐….
"아오. 정수정!! 일어나 봐!!"
"소용 없어. 우리가 몇 번이나 흔들어 깨웠는데 계속 엎드려서 주무시더라."
불행 중 다행인 건 그냥 테이블에 엎드려서 잠만 자고 있다는 거일까.
인상을 잔뜩 찌뿌리며 일어나라고 온 몸을 흔드니 옆에 서 있던 종대가 겨우 말을 붙였다.
얼마나 마셨으면 술이 떡이 되도록…. 어휴.
"…얘 여기 와서 이상한 짓 안했지? 그렇지?"
"네. 걱정은 마세여. 그냥 커피만 주문하시고 드시다가 이렇게 주무시고 계세여."
혹시나 몰라, 여기 와서 이상한 짓 안 했냐고 물으니 오세훈이 그러진 않았다고 말해왔다. 다행이다.
"…미안해. 방해됐을텐데."
"아냐아냐. 이것보다 더 심한 손님도 많이 봤는데 뭘."
내가 얘 때문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겨우 남은 용기를 쥐어짜 미안하다고 말하니 이것보다 더 심한 손님도 봤다며 괜찮다고 말하는 종대.
"근데, 이 분 술 강하셔?"
"응? …갑자기 왜?"
"…이 분이 드신 커피, 아이리시 커피라는 거라서."
"…아."
술이 강하진 않은데 이미 떡이 된 상태에서 또 아이리시 커피를 마셨다뇨.
종대가 덧붙인 말에 아. 하고 나즈막히 한숨을 쉬었다.
…왜 그랬는지는 술 다 깨고 나서 말을 들어보든가 해야지. 어휴.
"…일단 얘 데리고 갈게."
"괜찮겠어? 힘들텐데."
"바로 여기 앞인데 뭘."
일단은 얘를 데리고 가야될 것 같아서 정수정을 겨우 일으켜 세우니 괜찮겠냐며 물어오는 백현이에게 바로 여기 앞인데 뭘. 이라고 말하고는 어깨동무를 했는데, 헐.
…내 다리가 더 후들후들거린다.
"야야, 안 되겠다. 내가 데려다줄게. 짐이나 들어."
"어? 응?"
"나 갔다올테니까 베이커리 좀 보고 있어."
"어."
후들거리는 내 다리를 본 건지 백현이가 어깨동무를 한 정수정의 팔을 빼더니 자기가 등에 업는다.
짐이나 들으라는 변백현의 말에 멍하니 있던 걸 바로잡고 겨우 짐을 챙겨 변백현을 따라나섰다.
-
"어…. 여기야. 고마워."
우리 집 앞에 도착해 정수정을 내려주는 변백현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니 씩, 하고 웃어보인다.
"원래 준면이 형 있었으면 혼났을텐데. 그래도 다행이네."
"어? 안 계셔?"
"먼저 퇴근했어. 오늘은 다들 일찍 집에 가려고 정리하고 있었거든. 종대랑 세훈이랑 나랑만 남았지."
형 있었으면 혼났을텐데, 하고 혀를 쏙 내미는 백현이에게 안 계시냐며 묻자 정리중이었다고 말한다.
"애들한테 미안하다고 전해줘. 괜히 고생시켰다고."
"아냐! 정말 괜찮아. 너야말로 고생이었지, 뭘."
"그래도…. 아무튼 잘 들어갈게. 얘 깨어나면 제일 먼저 베이커리 들리라고 할 거니까 단단히 받아놔."
"푸흐, 알았어."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지워지지가 않아서 미안하다고 전해달라고 하니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는 그.
괜히 어색해져서 정수정 깨우면 베이커리로 보낸다고 하니 푸흐, 하고 웃어보이더니 알았다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인다.
…정말, 손님도 별로 없었고 얘가 전화해줘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아 참, 그 아이리시 커피 누가 만든 건 줄 알아?"
"…어?"
아 참, 이라며 생각났다는 듯 아이리시 커피를 누가 만들었는 줄 아냐며 물어오는 변백현에 어? 라며 되묻자 짖궂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가 말을 이었다.
"김종대야. 나중에 올 때 한 대 때려줘. 왜 그런 걸 만들었냐고."
「오늘의 커피」
아이리시 커피
아일랜드 더블린 지방에서 추위를 보다 덜 느끼기 위해 마시기 시작했다는 유래가 있듯 위스키가 첨가되어 몸 안 가득 열을 발산하게 해주며, 에스프레소의 강한 쓴맛과 잔 주변에 흩날리는 설탕으로 달콤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암호닉
금니 / 징징이 / 펑키 / 바닐라라떼 / 방구 / 다정이 / 갤럭시 / 폭립 / 송이 / 룰루룰 / 큥징 / 테라피 / 눈두덩 / 빵야빵야 / 타어 / 캔디 / 뭉이 / 지안 / 붓세 / 1400 / 거북이 / 긍이 / 마지심슨 / 하바나 / 호미 / 낯선이 / 빵갓 / 둥이탬 / 모카 / 멍멍이 / 쪼코 / TO / 이리오세훈 / 준짱맨
빠진 암호닉은 말씀해주세요!
(그럴 땐 작가를 욕하기ㅜㅠㅠㅠㅠ)
CHOCO입니다!
커퓌... 저도 종대가 내려준 커퓌... ㅜㅠㅠㅠ
미성년자는 못 먹지만 그냥 아무 커퓌나 좋으니까 커퓌....
암호닉, 덧글, 신알신 항상 감사드립니다!
암호닉은 항상 받고 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