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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 인스티즈 

  

 

  

  

  

  

"산타니임!"  

쾅! 쾅! 하며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던 순록이 놀라 고개를 두리번두리번 돌리다 저의 귀를 쫑긋거렸다. 성종이 속으로 젠장할 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다양한 욕을 구사한 다음 다시 침착하게 저의 마음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굳세어라, 이성종. 선물요정은 마음을 착하게 먹어야 된다고 했어. 자, 인내심을 가지고.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는 다시 한 번 굳게 닫힌 문에 대고 몇 번이나 쾅쾅거리며 두드려댔다. 산타니임! 하고 부르는 소리도 잊지 않으며. 허나 여전히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성종은 결국 악에 바친 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이 어느 땐데 나오지 않는단 말인가! 이맘때 쯤이면 구역배정도 받아야하고, 저와 같이 이브의 밤하늘을 누빌 순록들을 정렬해야하는 산타가!  

주먹 꽉 쥔 손이 부들부들하고 떨려왔다. 그래.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장화 신은 발을 든 순간.  

"뭐냐."  

기적처럼 열린 문에 성종이 으아아! 소리를 내며 버둥거리다 그만 엉덩방아를 찧어댔다. 아이코, 아파라아.. 하며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제 엉덩이를 슥슥 어루만졌다. 그 앞에서 멀뚱멀뚱 제가 하는양을 지켜보기만 하는 행태에 성종이 빼액 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 진짜 산타님!  

"여기까지 어쩐 일이냐."  

"예? 어, 어쩐 일이라뇨!"  

성종이 눈을 댕그랗게 뜨며 소리쳤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구요! 크리스마스! 산타 소집일! 그런 성종의 말에 상대가 제 머리를 긁적였다. 벌써 그렇게 됐나. 하는 태평한 소리에 성종이 저의 뒷목을 부여잡았다. 그 행동에 상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뭐하냐.  

"산타님은 도대체 집에서 뭐 하고 계시는 거예요! 오늘이 벌써 산타소집일이라고요! 산타소집일!"  

성종이 씩씩 거리며 말을 잇자 그제야 상대는 아, 하며 수긍했다. 성종이 빨리 준비하시고 산타크로스님 댁으로 모이셔야 해요! 산타님이 한국 지부 대표시잖아요! 하며 꽥꽥거렸다. 성종의 말을 일관된 표정으로 듣고있던 남자는 벌써 그렇게 됐나, 하는 태평한 소리를 지껄이며 밤톨같은 머리를 긁적였다. 참으로 답답한 꼴이 아닐 수 없었다. 성종은 2차 뒷목 부여잡기를 간신히 참고는 제 앞에 서있는 태평한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머리는 밤톨, 희어멀건한 얼굴에 눈은 족제비처럼 쫙 째진 것이 밋밋하지 않고 개성이 있어보였다. 하품을 쩌억 한 번 해보이고는 잠시만 기다리라며 성종의 머리 위를 엉성하게 누르곤 안으로 쏙 들어간 저 남자의 이름은 김성규요, 한국 지부를 대표하는 산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산타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생김새를 한 그는 한량처럼 보일지라도 엘리트 중의 엘리트. 산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평소 게으름이 많은 성격에 주변 사람들이 예상했던 선물 관리직을 과감히 버리곤 바로 산타 시험을 봐 일사천리로 미국 지부 대표가 된 산타다. 어찌된 일인지 무슨 사건이 터져 한국 지부 산타로 내려오긴 했지만, 그쪽에서도 대표인. 허나 제 버릇은 못 고치는 모양인지, 이렇게 바쁠 때도 별 생각없이 집 안에 틀어박혀 있기 때문에 누구 하나가 그를 꼭 챙겨야한다. 불행히도 그 역할을 성종이 맡고 있다고 해야하나.  

선물요정 이성종은 김성규 직속 수하 정도 됐다. 지금 뒷목을 부여잡고 속사포로 성규의 욕을 내뱉는 성종 역시 엘리트라면 엘리트였다. 수석은 못 돼도 차석으로 선물요정 학교를 나왔으니.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배정 된 자리는 무려 한국 지부 대표 산타 김성규의 선물요정 자리였고, 주변 사람들의 축복을 받았더랜다. 그때까지만 해도 성종은 산타에 대한 환상이 가득 차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러나, 불행하게도 성규는 성종이 생각하는 산타와 거리가 멀었더랜다. 첫날부터 그랬으니. 성종은 여전히 저의 뒷목을 잡은 손을 놓지 않은채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산타님."  

아직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미성을 내며 성종은 나무문을 두드리고는 저의 입꼬리를 비죽거리며 올려보였다. 그 날은 첫 출근, 그러니까 성종이 성규의 선물 요정으로서의 활동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계획주의자 이성종이 스케줄러에 빽빽하게 적어놓은 계획의 첫장은 바로 이것. '내 직속 상관께 인사 드리기.' 실질적으로 선물요정과 산타의 일이 연관되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그 이후의 일들은 모두 다 성종이 알아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었다. 아무튼 성종은 설레이는 이 마음은 뭘까, 왠지 잠을 이룰 수가 없어~ 하는 어느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따라부르며 한국 지부 대표 산타님이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짝다리를 하곤 한 쪽 다리를 산발적으로 떨어댔다. 벌써 시간이 몇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성종은 저의 스케줄러에 아직도 빨간 줄이 그어져 있지 않은 첫 계획을 다시 살폈다. '내 직속 상관께 인사 드리기.' 도대체 이놈의 한국 지부 대표 산타님은 언제 나온단 말인가. 분명히 인수인계를 받았을 때 들은 정보에 의하면 이 한국 지부 대표 산타는 매우 게으른 성격의 소유자로,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니면 항상 집에 붙박이 처럼 붙어있다 들었는데. 절로 제 이가 마찰하며 빡빡하는 소리를 냈다. 맨 처음 상냥하던 목소리는 어느새 가라앉아 있었다. 낮은 목소리로 산타님, 하고 중얼거리며 거칠게 나무문을 두드리는 모양새에 지나가던 선물 요정들이 흘끔 거리며 저를 쳐다보는 시선이 등으로 고스란히 꽂혔다. 허나 성종은 그 시선따위 가뿐히 무시하고 계속해서 문을 두드려댔다. 산. 타. 님. 하는 박자에 맞춰 쾅. 쾅. 쾅. 소리가 났다. 순록들도 놀라 성종을 쳐다봤다. 성종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성종은 이상한데에 집착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저거였다. 스케줄러에 줄 긋기. 첫단추 부터 잘 꿰어야 한다는 것이 성종의 지론으로, 아무리 중간은 텅텅 비어도 첫계획은 무조건 성취 해야한다는 기묘한 집착이 있었던 거다. 허나 이놈의 산타는 접싯물에 코를 박고 죽었는지 어쨌는지 도무지 나타나질 않으니, 선물요정 이성종은 그야말로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결국 이성을 잃고 아아아악! 하는 소리를 내질르며 나무문을 신명나게 두드린 결과,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안 그래도 작은 눈을 더 작게 뜨며 이불로 저의 몸을 꽁꽁 싸맨 한국 지부 대표 산타님이 제 모습을 드러낸 거다. 성종이 얼 빠진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자 산타 김성규는 그날도 어김없이 하품을 한 번 하곤 말했다.  

"누구."  

맥이 착 가라앉았다. 그게 성종이 기억하는 첫 출근. 거기까지 생각을 끝내곤 상념에서 빠져나온 성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첫날 치고는 많이 나아졌지. 이제는 성규를 깨우는 속도가 좀 빨라졌으니. 성종은 암, 그렇고 말고. 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너 혼자 뭐 하냐."  

성종이 으악! 하는 소리를 내며 제 자리에서 한 번 폴짝 뛰었다. 어느새 검은 정장에 빨간 목도리를 한 성규가 손목에 흰 털이 달린 붉은 장갑을 끼며 나오고 있었다. 성종을 보고는 어깨만 으쓱거리곤 썰매로 이동하는 모양이 퍽이나 귀찮아보였다. 껄렁껄렁 거리며 걷는 것이 어찌 저리 한량같은지. 그럼에도 썰매에 묶여있는 저의 순록들을 한 번씩 보살피는 모양새는 산타지만 정말 산타같아 보여 성종은 새삼 감탄을 하였더란다. 오랜만에 제 주인을 마주한 순록들은 발목을 동동 굴렀다. 성규는 저의 손으로 순록들의 등을 몇 번 쓸어주고는 자연스럽게 썰매 위에 올라탔다.  

"야이성종. 너도 가냐."  

성규가 고삐를 거며쥐며 고개를 팩 돌렸다. 성종이 저는 안 가죠! 하고 대답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성규가 젠장할, 망할 놈의 노인네들. 하며 혀를 찼다. 그러더니 다시끔 고개를 돌려 성종을 불렀다. 야이성종! 하는 성규의 부름에 성종이 불길함을 느끼며 성규 쪽을 쳐다보았다.  

"너 할 일 없지?"  

할 일이 없기는 무슨, 지금이 어느 땐데. 속이 바싹바싹 타들어 가지만 사회 생활은 원래 그런 것. 성종은 그, 그럼요. 하고 대답하곤 속으론 피눈물을 흘렸다. 이 말에 예상 답안이 몇 개 있긴 한데. 하나, 청소 좀 해라. 둘, 청소랑 빨래 해라. 셋, 청소랑 빨래랑 밥 좀 해라. 넷…  

"청소랑 빨래랑 밥 좀 하고 나 오면 썰매 닦아 놔, 그럼 이만."  

점점 점이 되어가는 썰매의 뒤꽁무니만 바라보던 성종이 발작적으로 아악! 하는 소리를 내지르며 쌓인 눈을 발로 뻥뻥 걷어차자, 주변에 있던 순록들이 저를 이상한 것 보듯 지켜보며 서있었다. 성종은 씩씩 거리며 눈을 몇 번 걷어차다 이내 제 신세를 한탄했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거였어. 왜 하필 차석이 돼 가지고! 하지만 이렇게 후회해 봤자 달라지는건 없다. 성종은 장화 가득 묻은 눈을 털고는 터덜터덜 한국 지부 대표 산타 집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내가 무슨 집요정도 아니고, 하며 집어든 걸레를 든 제 모습이 처량해보였다.  

***  

"자, 그럼 오늘은 지난주 금요일에 말했던 것 처럼 산타 할아버지께 보낼 카드를 만드는 거예요! 알았죠?"  

"네에!"  

동시에 같은 대답을 하던 아이들이 저마다 제 앞에 놓인 종이를 가지고 씨름을 하기 시작했다. 그건 우현도 마찬가지였다. 산타할아버지께 보낼 카드라고 돈을 아끼고 아껴 학교 앞 문방구에서 초록색 도화지도 샀다. 삐뚤빼뚤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선을 그어 나무 형태를 그려넣고는 가위로 선을 따라 서툴게 잘라냈다. 그리곤 반짝이 풀로 전구처럼 예쁘게 꾸미고, 빨간 색종이로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넣어줄 것만 같은 커다란 양말도 만들어 붙이고, 트리 꼭대기에는 왕별을 달았다. 우현의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우현의 트리 모양 카드를 보며 감탄을 했다. 우와! 우와! 트리다, 트리! 하는 말에 우현의 입꼬리가 절로 수직으로 상승했다. 우현은 삐뚤빼뚤한 글씨로 트리 뒷면에 제가 받고 싶은 선물을 적어내려갔다. 심장이 콩콩 소리를 내며 뛰었다.  

[산타를 만나게 해주세요]  

다른 선물은 다 필요 없었다. 우현이 바라는 선물은 오직 하나. 산타를 만나는 것. '요' 까지 다 쓴 우현이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제가 만든 카드를 살폈다. 중고딩들이 봤으면 이게 뭐냐고 할 법한 카드였으나. 초등학교, 그것도 3학년 어린이들의 눈에는 우현의 트리 카드가 꽤나 멋져보였다. 우와! 우와! 하며 제 주변에 벌떼같이 몰려든 친구들에게 우현은 승자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잘 만들었다! 하는 목소리에 저의 코 끝이 하늘로 솟는 것 같았다. 허나 그 순간 들려온 목소리에 우현이 눈끝이 치켜올라갔다.  

"산타? 산타는 없는데!"  

같은 반에서 유난히 장난기가 많기로 소문 난 성열이었다. 성열은 비쩍 꼴았다. 그러나 비쩍 꼴은만큼 키는 독보적으로 컸다. 그와 동시에 팔 다리도 키에 비례하듯 길쭉길쭉 했다. 그 긴 팔로 성열은 우현의 손에 들려있던 카드를 낚아채고는 우현의 소망을 보며 비실비실 웃어댔다.  

"그거 줘!"  

우현이 저의 짧은 팔을 뻗어 저의 카드를 잡으려 허우적 거렸으나, 성열은 그런 우현을 놀리듯 제 팔을 천장을 향해 길게 뻗어 휘저어댔다. 우현은 처음엔 발을 폴짝이며 그 카드를 잡으려 최선을 다했으나, 제 뜻대로 되지 않자 점점 울상이 되었다. 거기에 콤보로 산타는 유치원생들이나 믿는거 아냐? 하는 성열의 말에 평소 감수성이 매우 풍부했던 우현이 볼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내 으아앙! 하는 소리를 내는 우현의 곁으로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쟤 또 울어, 또 운다. 하는 소리가 우현의 눈물을 더 돋욷었다. 다른 아이가 만드는 카드를 보고 있던 호원이 우현이 우는 소리를 듣고 놀라 튀어왔다. 성열이 우물쭈물 거리며 우현의 이름을 불렀다. 야, 야. 그, 그거 가지고 우, 냐아. 하는 말에 우현이 더욱 더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성열이 너!"  

"서, 선생니임…!"  

호원은 평소에 장난기가 많아 사고를 많이 치던 성열의 머리에 꿀밤을 한 번 먹여주었다. 아! 아파요오! 하며 호원을 째려보는 성열에게 엄살은, 하며 혀를 차곤 엉엉 울고 있던 우현의 앞에 다가가 우현의 조그만 어깨를 토닥였다. 왜 울어, 응? 하는 다정한 호원의 목소리에 우현의 눈물샘은 더 폭발했다. 서언, 생. 끅! 니임. 흐, 으앙! 하며 이내 호원의 품 안을 파고 들며 우현이 더 큰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하자, 성열이 어쩔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우현이 만든 카드를 들곤 호원에게 안긴 작은 등만 살폈다. 호원이 그래, 우현아. 하며 우현의 등을 토닥였다.  

"성여리가아… 끅! 성, 여리가아…!"  

"응, 응. 성열이가."  

산타가, 없다고. 흐! 그랬어요. 흐, 으. 엉. 이렇게 말하곤 감정이 더 복바치는지 우현은 또 눈물샘을 터뜨렸다. 호원이 우현의 등을 연신 토닥이며 말했다. 에이, 성열이가 잘 몰라서 그래. 산타 할아버지는 있어. 그렇지, 우현아? 그말에 우현이 호원의 품 안에서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호원이 그 특유의 끊어웃는 웃음소리를 내며 우현의 어깨를 잡고 제 눈과 마주치게 했다. 코끝과 눈가는 이미 시뻘겋게 달아올라있었고, 얼굴은 눈물자국으로 엉망이었다. 호원이 제 소매를 빼내어 우현의 눈가에 맺힌 눈물들을 닦아내었다. 우현이 크응, 하는 소리를 내며 코를 먹었다.  

"이렇게 울면 산타 할아버지가 우현이네 집 그냥 지나치실텐데. 우현이 이제 그만 뚝 하자. 응?"  

우현이 저의 눈을 꿈뻑이다 이내 고개를 약하게 끄덕였다. 호원이 우현의 저의 손으로 우현의 작은 머리통을 쓰다듬었다. 우리 우현이는 말 잘 들으니까 꼭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주고 가실 거야. 하는 말에 우현의 입가에 미미하게 미소가 감돌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성열이 산타 다 개뻥인데.. 하며 웅얼거렸으나, 우현은 이미 신경을 끈지 오래였다. 수업이 끝난 후 호원은 아이들이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를 교실 맨 앞에 서있던 트리에 하나하나 매달았다. 우현도 도왔다.  

양 손으로 가방끈을 꼭 쥐고 하교길을 나섰다. 우현은 낮에 성열이 한 말이 걸렸다. 산타가 없다고? 말도 안 돼. 발끝에 걸리는 돌들을 발로 차 멀리 보낸 우현이 멈춰서선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봤단 말이야…."  

때는 2010년 크리스마스 이브. 우현은 뽀로로 인형이 갖고 싶었다. 우현의 엄마와 아빠는 그 말을 듣고 몰래 뽀로로 인형 하나를 구비해놓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던 우현은 뽀로로 인형을 사달라고 칭얼거리다 잠에 들었다. 우현은 꽤나 예민한 성미였는데, 잠결에도 눈을 댕그랗게 뜨며 잠에서 깨는 일이 꽤 많았다. 이브에서 크리스마스로 넘어가던 그날 밤에도 그랬다. 다만 그날 밤 우현이 눈을 뜨게 된 계기는 어디선가 들려온 굉음때문이었다.  

감겨있던 눈이 번뜩하니 뜨였다. 상체를 바로 세우곤 주변을 살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릴까. 우현이 고개를 좌우로 두리번 거리며 살폈다. 평범한 아파트 한 동의 한 호에 살고있는 우현에게 이런 굉음은 생소했다. 뭔가 거대한게 떨어진 것 같은 소리. 모른척하고 잠을 자기엔 우현의 신경에 거슬렸다. 결국 우현은 이불을 걷어 침대에서 내려와 실내화를 끼워신고는 침대 밑으로 내려왔다. 거실로 통하는 방문을 열었을 때, 우현은 고개만 빼꼼 내밀어 주위를 살폈다. 도대체 이 소리의 정체가 뭘까, 하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린 순간 우현은 보았다. 저의 집 베란다에 떨어진 무언가. 그리고 그 위에 서있는 남자와, 가지같은 뿔을 가진 네발짐승. 난처한듯 제 머리를 쓸며 주위를 둘러보는 남자와 우현의 눈이 그대로 마주쳤다. 우현이 입을 떠억 벌렸다. 남자가 쓰고 있는 모자는 우현이 애니메이션에서 본 산타가 쓰던 모자와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 뿔 달린 짐승도.  

우현이 입을 벌리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을 때, 남자는 우현에게서 눈을 돌리곤 저의 모자를 벗어제끼고는 화려한 조명의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뉴욕으로 가야 할 자신이 도대체 왜 이런 곳으로 떨어진 것인가. 남자는 저의 순록들을 살폈다. 상당히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물이라도 먹여야 겠는걸, 하는 생각에 마차 뒤 자루를 뒤적이다 물을 놓고왔다는 사실에 남자는 절망했다. 이걸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하던 남자는 고개를 드는 순간 다시 우현과 눈이 마주쳤다. 우현은 어느새 베란다 가까이에 붙어서 남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남자는 우현을 보고 순간 흠칫 했지만, 이내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아닌게 어디냐, 하마터면 미친놈 취급을 받을 뻔했는데. 남자는 저의 손을 들어 베란다 창을 두드렸다.  

"야."  

우현이 눈 크기를 키웠다. 느, 네. 네! 하는 우현에게 남자는 간단히 용건만 말했다. 물 좀. 우현은 남자의 말을 듣자마자 곧장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컵 하나를 가득 채워 남자에게 가져다 주었다. 남자는 고맙단 말 하나 없이 장갑을 벗고는 한 손을 오므려 그 안에 물을 받아 순록들의 입가에 가져다대었다. 저가 손을 대자마자 입을 파뭍고 제 손에 물을 깔짝이는 순록에 남자는 우현에게 다시 말했다. 더 가져와. 그 말에 우현은 아예 남은 물통을 남자에게 가져다주었고, 남자는 고맙단 말 하나 없이 제 순록들에게 물을 챙겨주다 저의 손을 정장 바지에 슥슥 닦고는 다시 모자를 썼다. 그리고, 우현은 제 눈을 의심했다. 여러번 비벼보기도 했지만 저가 본 건 확실히 그거였다.  

"나, 난다."  

저의 집 베란다에서 몇번 도움닫기를 하다 곧장 허공에 다리를 짚고는 금새 저멀리 사라지는 남자와 네발짐승들, 그리고 거대한 자루와 물건을 보고 우현은 생각했다. 산타, 산타다. 그 다음날 저가 잘못 본 것은 아닌가 했으나, 거실에 떨어져있던 빈 물통을 보고 우현은 산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우현은 그랬다.  

"진짜… 있는데."  

우현은 생각했다. 꼭 다시 만나고 싶다고, 그날의 그 산타를.  

***  

"올해도 전쟁이군요."  

"당연한 소리 하지 마라."  

옙. 하며 성종이 몸을 경직시키자, 그 옆에서 성규가 자루끝을 밧줄로 꽁꽁 단단히 묶어 맸다. 선물 자루를 질질 끌어 썰매 뒷칸에 안착시키곤 다시 밧줄로 동여매고는 성규는 순록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동안 저가 썰매를 끌 때마다 동행했던 루돌프 제인이 나이가 들어 좀 위험하긴 하다만 괜찮겠지. 서울은 좁으니까. 순록들의 등을 몇차례 쓸어주던 성규가 썰매에 타 고삐를 잡자, 순록들이 자세를 고쳐잡았다. 성종이 역시 산타는 썰매를 타야 산타지. 하고 감탄하고 있을 때 성규가 성종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말 안 해도 알지?"  

"…예.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하고 돌아오시면 썰매도 닦아놓고."  

"순록들 먹이도 챙겨주고."  

…하나 더 추가 됐네요. 그래서 뭐, 불만이냐? 으늡느드….  

성종이 뭐 씹은 표정을 지으며 성규를 빤히 쳐다보자 가만히 고삐만 당기고 있던 성규가 나 뚫린다, 라고 말하며 성종을 힐끗거렸다. 성종이 어색하게 허허, 거리며 웃었다.  

"다녀온다."  

"옙."  

"시킨 일 다 해놓고 있어라."  

"…옙."  

그럼, 하는 말과 동시에 성규가 고삐를 꽉 움켜쥐자 순록들이 제자리에서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성규가 고삐를 잡은 손을 크게 한 번 들썩이자 순록들은 저의 몸을 허공으로 띄여보냈다. 썰매 날이 은색 길을 만들어내며 하늘을 장식했다.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보는 광경이지만 산타 마을의 모든 사람들은 산타들의 비행을 지켜보았다. 성종이 왼쪽 가슴 위로 손을 얹고 읊조렸다. 크리스마스엔 축복을.  

  

  

  

  

  

  

  

  

  

▽  

안녕하세여. 벽이니다. 으으.  

제가 갑자기 감기에 걸려서여ㅠㅠㅠ 망할ㅠㅠㅠ  

모든 일이 올스탑됐네여ㅠㅠㅠㅠ 잘 지낵ㅎ 계시져?ㅠㅠㅠㅠ  

이거 보고 기다려여ㅠㅠㅠㅠ 금방 올게여ㅠㅠㅠㅠ  

감기조심하세여ㅠㅠㅠㅠㅠ 으으ㅠㅠㅠㅠㅠ


 
독자1
단독주택입니다!! 산타성규와 초딩우현ㅠㅠㅠㅠㅠㅠㅠ 행셔하면 성규는 철컹철컹.. 위험해여. 제가 대신 잡혀바야겠다ㅠㅠㅠ 성열이는 너무 현실적인 초딩이네요ㅋㅋㅋㅋ 귀여어요ㅋㅋㅋ 호야선생님과 성종요정(?) 모두 잘 어울리는거같아여ㅠㅠㅠㅠ 오늘도 잘 보고갑니다! 감기 얼른 나으세요ㅠㅠㅠㅠㅇ요즘 날씨가 이상해서 감기 걸리기 쉬울 거 같아요ㅠㅠㅠㅂ얼른 나으시고! 푹 쉬세요ㅠㅠ 다른 병들도 조심하세요!ㅠㅠ
10년 전
독자2
앜ㅋㅋㅋㄱㅋㅋㅋㅋㅋ 소재 되게 독특하네요! 산타랑 아이랑 선물요정ㅋㅋㅋㅋ 귀엽잖아요 설마 둘이 행쇼하면...성규는 은팔찌를 얻게될텐데 말이에요ㅠㅠ
10년 전
독자3
으앙 산타성규에 어린이우횬이라니ㅠㅠ 무엇보다 산타인데도 평소푸근한이미지보다 멋있다는생각이먼저든건...성규효과겠죠? 이글을읽으니 지금이 크리스마스시즌인것같구 그랬어요! 저도우현이처럼저렇게순수할때가있었는데ㅋㅋㅋ 감기얼른나으세요ㅠㅅㅠ!! 아플땐밥먹고자는게보약입니다 컴퓨터랑핸드폰많이만지지마시구요.. 저번에 형? 명우글에댓글달았었는데 회원전용이돼서 제암호닉이뭔지모르겠네요 새출발뜻으로 다른거신청해도되나요? 구구콘으로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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