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na one - 갖고 싶어
청춘의 결말 06
오늘은 전국의 모든 고2들이 가장 기다린다는 수학여행 날이다.
학생 수가 많은 우리학교는 두 팀으로 나눠 제주도, 일본으로 가게 됐는데 각자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다.
사실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일본을 가고 싶었지만 민현이가 제주도를 간다는 소식에 나에게 더 이상의 선택권은 없었다.
일주일 전부터 짐을 싸고 준비를 했다.
잠시나마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그 설렘이 나의 하루하루를 즐겁게 했다.
비행기에 내리자마자 우리는 버스에 탔다.
창가에 앉아 바라본 제주도의 풍경은 정말이지 너무 아름다웠다.
기복이 심한 제주도의 날씨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맑고 따사로운 날씨라 기분이 너무 좋았다.
제주도에 조금은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우리는 숙소에 들리지 않고 바로 여행을 시작했다.
첫 번째로 협재 해수욕장에 갔는데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속에 담겨있던 것들이 훌훌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아무렇게나 빚어진 돌 위에 앉아 해변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친구들을 바라봤다.
시간이 아주 많이 흘렀을 때 회상할 오늘은 너무나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친구들에게 달려가 함께 뛰어다니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놀다 보니 어느덧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
더 늦기 전에 숙소로 갔는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시설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 말고도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많은지 리조트는 학생들로 붐볐다.
소녀감성이 폭발한 내 친구들은 잘생긴 남자들을 찾겠다고 여기저기 눈을 돌렸다.
정해진 우리의 방을 열고 들어가면 외관과 어울리는 화이트 톤의 인테리어에 바다가 보이는 완벽한 오션뷰의 거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와! 숙소 개좋아!!!”
“꺄 오늘 밤새자 얘들아ㅋㅋㅋ”
나와 가장 친한 6명이 한 방이 되어서 더 신이 났던 것 같다.
짐 정리는 대충 하고 밥 먹으러 내려가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우리는 며칠 굶은 사람 마냥 뛰어 갔다.
반찬을 가득가득 담아 빈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우걱우걱 밥을 먹고 있는데 나를 누군가가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제발 민현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럴 때는 한 번도 내 예감이 틀린 적이 없었다.
저 멀리에 앉아 함박웃음을 지으며 내가 밥 먹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지.. 내가 밥 먹는 게 좀 웃기긴 하지... 하하.....
민현이를 봤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지금 내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먼저 앞섰다.
그래서 더 이상 남은 음식들을 먹을 수가 없었다.
가만히 친구들이 다 먹는 걸 기다리고 있다가 네가 있던 곳을 다시 보면
민현이가 입모양으로 내게 뭐라고 말을 했다.
뭐라고 하는지 못 알아듣겠어서 갸우뚱하는 표정을 지었더니 잠시 고민하더니 핸드폰을 보라고 했다.
그리고 민현이에게 “왜 더 안 먹어?”라는 카톡이 왔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카톡이 하나 더 왔다.
“너 먹는 거 예쁘니까 신경 쓰지 말고 먹어.”
얼굴이 빨개지는 게 나도 느껴질 정도였으니 아마 엄청 빨갰을 것이다.
숙소에 돌아와서 친구들이랑 수다를 떨면서도 너의 그 다정한 눈빛이 자꾸만 생각났다.
그리고 둘쨋날이 밝았다.
밤 새자며 큰소리 쳤던 우리들은 너무나도 쉽게 잠에 들어버렸다.
아쉬운 마음에 오늘은 진짜 밤을 새자며 버스에 탔다.
에코랜드와 소인국 테마파크 등 여러 곳을 가면서 우리는 쉴 틈 없이 움직였다.
그리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메이즈랜드였다.
학교에서 나눠준 도시락을 열심히 까먹은 우리는 반드시 미로를 통과하겠다며 가장 먼저 나섰다.
생각과 다르게 미로는 엄청 복잡했고 결국 우리는 도중에 포기했다.
잔디밭에 걸터앉아 숨을 고르다가 친구들이 화장실에 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홀로 남았다.
물을 마시고 앉아있는데 문득 어떤 남자가 나에게로 다가왔다.
너무 갑작스러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저기... 혹시 수학여행 오셨어요?”
“..네.”
“아 저 나쁜 사람 아니고 저도 수학여행 왔는데 너무 예쁘셔서요. 혹시 남자친구 있어요?”
당황스러웠다.
꽤나 귀여운 얼굴을 하고 나에게 물어오는 탓에 순간 흔들릴 뻔 했다.
거절하기가 미안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가만히 서있었다.
어떻게 거절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내 손을 잡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걸었다.
처음에는 누군지 몰랐지만 몇 걸음 후에 나는 알 수 있었다.
너에게 나는 섬유유연제 향 때문에.
그리고 조금 후에 걸음을 멈추고 내 손을 놓았다.
“... 갑자기 끌고 와서 미안해.. 그냥 나도 모르게....”
“아.. 아니야. 나도 거절하려고 했어.”
나만 너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우의 말처럼 정말 너도 나를 좋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너에게 내 마음을 고백할 수가 없었다.
혹시나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거라면, 그런 거라면 널 짝사랑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게 되니까.
네가 나에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네가 날 좋아한다고.
우리 여행의 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흘렀고 어느덧 마지막 밤이 되었다.
수학여행의 묘미는 장기자랑이 아니겠는가.
이 곳에 모인 아이들에게 오늘 밤을 불태워버리겠다는 의지가 가득해 보였다.
상을 받기 위해 몇 주 전부터 준비했던 애들의 무대가 이어졌다.
끝없이 이어지는 무대들을 보며 함께 소리를 지르기도, 웃기도 했지만 뭔가 속이 막힌 듯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숙소 앞 벤치에 앉아 바닷소리를 들었다.
왜 자꾸 눈물이 흐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속상했다.
멍하니 앉아있는데 아까처럼 네가 내 옆에 앉는 게 느껴졌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네가 잘못한 게 없는 걸 알지만 괜히 너에게 화도 났다.
“민현아. 너한테 난 뭐야?”
아.. 이렇게 날카롭게 물어볼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 헛나갔다.
“응..?”
꽤나 당황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처음에는 궁금했어. 네가 왜 그런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너를 웃게 하고 싶었어. 그냥 혼자 너를 좋아하는 것만으로 하루하루가 설렜고 행복했어.”
“...”
“근데 요즘 머릿속이 많이 복잡해졌어. 널 혼자 좋아하는 걸로도 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나한테 자꾸 잘해주니까. 그러니까.... 욕심이 났어..”
목이 메였다. 널 아주 오랫동안 좋아한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널 향한 마음이 많이 커졌나보다.
“내가 널 계속 좋아해도 되는지 묻고 싶어 민현아.. 그러니까”
“잠깐만.”
“...”
“잠깐만, 유리야.”
"..."
“..... 나도 너 좋아해. 어쩌면... 네가 나를 좋아하는 것보다도 더 좋아해.”
머리를 무언가로 크게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잘 안되더라.”
“...”
“나는 어렸을 때부터 상처가 많았어.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버림받은 기억밖에 안 떠올라서.. 그래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게 겁이 났어. 널 향한 내 마음마저 버림받게 될까봐. 그래서 처음에는 널 좋아하는 마음을 외면하려고 했어. 근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 생각보다 너를 많이 좋아하게 됐어 유리야 .”
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많은 의미가 담겨 무거워 보이는 그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
꽉 안아주고 싶다.
“내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나중에 누군가는 상처받게 될 지도 모르지만... 일단 시작해볼 수는 있잖아 우리...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랑 사귀자 유리야.”
"늦어서 미안해 정말."
결국 눈물이 났다. 파도소리가 더 커져서 내 울음소리가 민현이에게 들리지 않기를 바랐다.
속에 담긴 이야기를 나에게 해준 민현이가 너무 고마웠다.
“고마워 민현아.”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고 웃었다.
앞으로의 네 모든 시간들 속에는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네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밤, 나는 너를 아프지 않게 하겠다고 하늘에게 약속했다.
그리고 그런 내 약속을 듣기라도 한 듯 하늘의 별들이 우리를 향해 반짝였다.
내 세상이 되어줘서 고마워, 민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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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06편 더 빨리 업로드 하려고 했는데 조금 늦었어요...ㅎ 스피드 스케이팅 때문에ㅜㅜ 국뽕이 찼달까요 하하.. 그래도 주말이니까 많은 분들이 안 주무실 거라 믿습니다ㅎㅎ 우선 드뎌 민현이와 여러분이 이어졌습니다ㅎㅎㅎㅎㅎ(박수 짝짝) 더 막 찡하게 쓰려고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흑.. 절절한 민현이의 마음이 여러분들께도 잘 전달이 되길 바라며ㅠㅠ 아 그리고 오늘 진영이의 깜짝 등장도 있었어요)( 저 장면에 딱 어울릴 만한 멤버는 진영이었습니다 크크.. 오늘도 암호닉 신청 계속 받을테니 댓글로 남겨주세요♥ 06편도 잘 부탁드립니다 독자님들!!!!! |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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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칠이]님
감사합니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