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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517l 1

형, 안녕하세요. 혁이에요. 우리 이번 팬 미팅 때 읽어야 한다고 지금 멤버들한테 한 명 한 명 편지를 쓰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형 순서가 가장 마지막이네요. 참고로 저, 글씨도 못 적지만 글도 잘 못 써요. 아시죠?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냥 편하게 말하듯이 할게요. 이해해 주세요. 

 

형은 공백기에도 연습실에 가면 형이 반주에 맞춰서 춤을 추고 있었고 녹음실에 가면 책을 읽다 잠든 모습을 보기도 했었는데. 제가 보기에 형은 정말 완벽한 사람인데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에 놀랐어요. 사실 데뷔 시작할 때부터 형은 너무 리더라는 이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많이 기댔던 거, 알고 있어요? 형이 우리 팬들한테 늘 습관처럼 말했던,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할 테니까 더 사랑하고 지켜봐 달라’는 그 말, 적어도 리더가 카메라 앞에서 그렇게 말하는데 막내가 가만히 서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도 쉼 없이 노력하고 열심히 했던 거 알아요? 물론 형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 저이지만. 

 

형이 클래식을 들으면서 하던 걸 멈추고 잠시 눈을 감고 선풍기 바람을 쐴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그와 동시에 신기하기도 했어요. 이 형도 쉬긴 쉬는구나, 싶어서요. 그리고, 형이 카메라 앞에서 ‘우리 혁이는 내 마음 다 안다’고 말했을 때 솔직히 저 양심에 많이 찔려요. 사실 다른 멤버들은 내가 마음을 알아낼 수 있을 거 같은데 형 마음은 잘 모르겠어요. 그치만 그렇게 중요하다고 보지도 않아요. 형이 다 안다고 해 줬으니까 거기서 그치려고요. 더 알다간 큰코다치지 않을까요? 물 좋아하는 파피루스도 많이 마시면 이틀 만에 죽는다잖아요. 그것처럼. 

 

아, 제가 하려던 말은 이렇게 두서없는 말이 아니었는데. 형, 정말 고마워요. 제가 매일 형 때리고, 형한테 가서 장난치고 그래도 다 진심으로 그러는 거 아니에요. 전부 다 형 좋아서 일부러 가까이 있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형 옆에 있으면 분량 더 나오잖아요. 이것도 농담이에요. 진짜 형 옆에 있는 이유는, 형도 아시겠지만, 저 표현에 엄청 서툴잖아요. 최근에는 라비 형이 많이 나아졌다고 했는데 위로 하나도 안 됐어요. 그 위로를 형한테 받고 싶었거든요. 아무튼, 제가 형을 많이 아끼고 있어요. 밖에서 맛있는 갈비 먹으면 형 생각나고요, 향기 좋은 거 맡으면 형한테 사 줄까 싶다니까요. 아! 형, 요즘에 퍼스널 향기라는 것도 생겼어요. 뭔지 알고 있으려나. 모르면 나중에 설명해 줄게요. 

 

아무튼, 형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제가 형이라는 사람을 만나서 크고 과분한 둥지 안에 살게 됐고 이제는 형이 먹이를 가져다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챙겨 먹고 다녀요, 그러니까 형도 이제 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근데 가끔은 신경 써 주세요. 작년에 저 아플 때 형이 유일하게 죽이랑 약 갖고 온 거 알아요? 재환이 형은 레오 형이랑 레고 갖고 와서 옆에서 맞추고 있더라니까… 못 살아. 

 

형, 너무 길게 적었는데 읽다가 지루해서 형 눈물도 그대로 들어가는 거 아니겠죠? 그냥 이건 형한테 개인적으로 줘야겠어요. 답장은 안 써도 돼요. 형이 그랬잖아요. 댓가 없는 행동을 하라고! 그래서 저도 댓가 없는 편지를 썼어요.  

 

형. 쓰다 보니까 보고 싶어요. 앞으로 제가 더 잘할게요. 그러니 우리 남들보다 느려도 천천히 더 많이, 더 오래 걸어가요. 형이 체력적으로 힘들면 10년만 더 해요. 앞으로 해 왔던 거 두 번씩만 더 하면 돼요. 그다음에는 형이 하고 싶은 거 해요. 난 어찌 됐든 형을 응원하고 기도하니까. 

 

학연이 형! 정말 많이 사랑하고 고맙고 감사해요! 형은 재환이 형이 형의 1호 팬인 줄 알겠지만 사실 형 1호 팬은 저, 혁이예요! 기억하고 계셔야 해요. ‘알겠죠?’ 곧 봐요! 안녕. 

 

2016.06.19. 

형 앞에서는 영원히 막내 혁이로 지내고 싶은 상혁이가 씀. 

학연이 형만 보세요 -w- | 인스티즈



 
비회원130.89
너무 따뜻한 편지네요ㅠ 저도 기분이 몽글몽글! 우리 혁이가 이렇게 생각하리라 믿어요..! 좋은 글 감사해요!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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